스님의하루

2024.6.15 해외 참가자 연수 회향식, 자자 수련, 통일의병 즉문즉설
“6.13만인대법회 이후 이제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6.13만인대법회에 참석하기 위해 온 해외 참가자들과 문무대왕릉과 감은사지를 참배하고 회향식을 했습니다.

스님은 새벽 3시 55분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문무대왕릉으로 향했습니다. 아직 해가 뜨기 전 4시 40분에 문무대왕릉 앞에 도착했습니다.


해외에서 온 참가자들도 버스에서 내려 동해 바다의 일출을 기다렸습니다. 먼저 스님이 이곳 문무대왕릉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저희들이 도착한 이곳은 행정구역으로는 경주시 감포읍입니다. 앞에 바위가 보이는데요. 앞에서 보니까 저렇게 보이는데 항공 촬영을 해서 위에서 내려다보면 바위가 십자가 모양으로 잘려 있습니다. 그래서 파도가 치면 물이 사방에서 바위 안으로 들어오게 되어 있습니다. 바위 한가운데에 웅덩이가 있어요. 웅덩이에는 굵은 돌이 하나 놓여 있습니다. 바위 안에 물이 고여있는 곳에 문무대왕의 유골을 놓고 큰 바위로 그 위를 덮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래서 완전히 인공적인 것도 아니고, 완전히 자연적인 것도 아닙니다. 바위 자체가 그렇게 생겼지만, 사방에서 물이 들어올 수 있도록 바위를 약간 다듬은 흔적이 있습니다.


신라가 삼국 통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이 세 명 있습니다. 태종 무열왕, 문무대왕 그리고 김유신 장군입니다. 문무대왕은 태종 무열왕의 아들입니다. 660년 태종 무열왕 때 백제가 멸망했고, 661년에 태종 무열왕이 돌아가십니다. 문무대왕이 즉위한 뒤 668년에 고구려가 멸망합니다. 그리고 신라가 당나라와 8년 간 전쟁을 해서 676년에 삼국 통일을 이룹니다. 당나라 군대를 한반도에서 완전히 몰아낸 뒤를 삼국 통일의 해라고 부르는 겁니다. 그 기간을 지휘한 사람이 문무대왕입니다. 그래서 신라 사람들은 문무대왕이 삼국 통일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여깁니다.

나라만 지킬 수 있다면 내가 무엇이 된들 어떠냐

신라를 위협한 나라가 백제와 고구려였는데 둘 다 멸망했고, 또 신라를 위협했던 당나라와는 우호 관계를 맺었고, 유일하게 남은 나라가 바다 건너 왜였습니다. 그래서 문무대왕이 죽을 때 ‘내가 죽어서 용이 되어 동해로부터 쳐들어오는 왜를 막겠다. 그러니 내 뼈를 동해에 묻어 달라’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한 스님이 ‘용이 아무리 힘이 있다 한들 사람보다 한 계급 낮은 짐승인데, 어떻게 짐승이 되려고 합니까. 대왕께서는 한 계급 높은 천상으로 가야 합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문무대왕은 ‘나라만 지킬 수 있다면 내가 무엇이 된들 어떠냐’ 하고 유언을 남겼습니다. 당시 신라인들이 가장 성스럽게 생각하는 산이 선덕여왕릉이 있는 낭산이었습니다. 낭산 기슭에 문무대왕을 화장해서 유골은 동해에 묻고 화장한 자리에는 탑을 세웠는데, 그 탑이 능지탑입니다. 능을 안 만들고 불교식으로 탑을 세운 겁니다. 삼국유사의 내용이 단순히 전설처럼 알려져 오다가 고고학적 발굴을 하면서 대부분의 내용들이 사실로 밝혀진 겁니다.”

스님의 설명이 끝나고 구름 사이로 해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와!!!”


모두가 탄성을 지르며 환호했습니다. 스님은 ‘내 나라 내 겨레’ 노래를 부르자고 제안했습니다. 이글거리는 태양을 보며 한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
누구의 머리 위에 이글거리나
피 맺힌 투쟁의 세월 속에
고귀한 순결함을 얻은 우리 위에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
누구의 앞길에서 환히 비치나
찬란한 선조의 문화 속에
고요히 기다려온 우리 민족 앞에

숨소리 점점 커져 맥박이 힘차게 뛴다 ♬
이 땅에 순결하게 얽힌 겨레여

파도 소리를 타고 울려 퍼지는 노래를 뒤로 하고 스님은 망망대해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어제 6.13만인대법회에서 모은 염원을 세계 곳곳으로 확산시켜 나갈 것을 다짐해 보았습니다. 희망의 기운을 각자의 자리에서 확산시켜 나가자는 의지를 다지며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해외지부, 국제지부, 파이팅!”

삼삼오오 모여서 사진을 찍는 시간을 가진 후 다시 차에 올라타 감은사지로 향했습니다.


3층 석탑을 보러 올라가기 전에 스님이 이곳 감은사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우리가 도착한 이곳은 감은사지입니다. 지금은 대종천이 저쪽 편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당시에는 이곳 감은사 쪽으로 흘렀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경지 정리를 할 때 논 밑을 파보았는데 대부분 자갈이었습니다. 그래서 동해에서 이곳 절까지 물이 들어오도록 했다고 합니다. 물길을 따라서 나라를 지키는 용이 절까지 오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법당 밑에도 수로를 만들었습니다.

문무대왕이 삼국을 통일하고 나니까 남은 적은 왜 밖에 없었어요. 왜가 침입하기 가장 좋은 통로가 이곳 경주입니다. 그래서 왜를 막기 위한 절을 여기에 지은 겁니다. 그러나 문무대왕이 절을 완성하기 전에 돌아가시게 되고, 그 아들인 신문왕이 즉위하고 2년 후에 이 절이 완성됩니다. 문무대왕이 삼국을 통일한 그 은혜에 감사한다는 뜻을 담아 이 절의 이름을 ‘감은사’라고 했고, 마침 왜구를 막기 위해 동해의 용이 되겠다고 유언을 남긴 문무대왕도 물길을 따라 이 절에 와서 법문을 들을 수 있게 만든 거죠.

계단을 올라가면 중문이 있고, 양쪽에 동탑과 서탑이 쌍탑을 이루고 있고, 그다음에 금당이 있고, 맨 뒤에 강당이 있습니다. 한 바퀴 둘러보고 회향식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계단을 올라가 감은사지를 한 바퀴 둘러본 후 두 탑 사이에서 회향식을 시작했습니다. 대중이 삼배의 예로 법문을 청하자 스님이 회향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먼 곳에서 비행기 타고 와서 만인대법회에 참가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경상도는 고맙다는 말을 ‘뭐 하러 왔노?’ 하고 표현합니다. 어제는 경상도식으로 인사를 드렸는데, 오늘은 서울식으로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웃음)


해외에서 100명 이상 참가하여 행사를 해본 것은 정토회 역사상 처음인 것 같아요. 여러분 모두 해외에 사니까 지금 한국의 위상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죠?”

“네.”

“그런데 국내에 들어와서 속을 들여다보면 이런 좋음이 오래가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그 반대였습니다. 바깥에서 보면 한국은 금방 전쟁이 날 것 같고, 데모로 인해 정권이 곧 무너질 것 같고, 대통령이 구속되어 금방 망할 것 같았는데, 국내에 들어와서 속을 들여다보면 경제는 성장하고 있고, 학생들도 굉장히 진취적이고, 또 학생 때는 데모를 했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대부분이 회사에 취직해서 열심히 일했습니다. 밖에서 볼 때는 허물어져 있지만 내부에서는 힘이 솟았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장애를 잘 극복해 왔습니다. IMF 외환위기가 왔을 때도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자발성이 굉장히 높았습니다. 과거의 노력으로 인해서 지금 한참 꽃이 피고 있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시들 때가 다 되어가는지 내부에서 많은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대한민국은 이 정도의 성장에 만족하고 점점 하강하는 국면으로 갈 것인가 하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6.13만인대법회를 하게 된 취지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사실은 전쟁이 발발할 확률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그동안에는 북한이 도발을 해도 북한의 세력이 굉장히 약했습니다. 그런데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 협력을 하면서 북한의 군사력이 매우 높아져가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 협력을 하니까 우리도 위협을 느끼게 되는데, 입장을 바꿔 보면 한국과 미국의 군사 협력이 북한한테는 얼마나 위협적이겠어요? 한반도 안에도 군사적 충돌의 요인이 많고, 국제적으로도 요인이 많습니다.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 협력이 강화된 상태에서 자칫 잘못하여 분쟁이 발생하면 전면전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막아야 합니다. 그런 취지에서 만인대법회를 연 것이지 전쟁이 난다고 하면서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려고 한 게 아닙니다.

제가 작년 9월에 미국에 갔을 때는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이 앞으로 여러 가지 위협적인 요인이 된다고 아무리 말을 해도 듣는 둥 마는 둥 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5월에 미국에 갔을 때는 상당히 귀담아듣는 분위기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오늘 신문을 보니까 미 국무부 부장이 제가 얘기한 것과 비슷한 얘기를 했습니다. 물론 그 사람들은 공개적으로 쉽게 말을 못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문제의 본질을 딱 꿰뚫어 보고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반도에 분쟁이 일어나서 많은 사람이 죽는다는 것이 우리처럼 큰 문제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한반도에 분쟁이 생기는 게 미국의 중국 봉쇄 전략에 유리한가 불리한가 하는 전략적 사고만 하지 사람이 얼마나 죽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자기 문제는 우리가 중심이 되어서 풀어야 합니다. 우리가 평화를 원하면 우리의 의사를 강력하게 표현해야 합니다.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자는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그런데 지금은 남한 정부도 강력하게 싸우자는 입장이고, 한국 국민들도 이에 대해 아무 소리를 안 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아무리 반대를 해도 정부는 계획대로 밀고 나가려고 하는데 국민들이 아무 소리도 안 하면 큰 바둑판의 돌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바둑판의 돌이 아니고 사람이다’ 하고 아우성을 쳐야 해요. 남쪽에 5천만, 북쪽에 2천5백만, 총 7천5백만 명의 사람이 살고 있다는 아우성을 쳐야 조금이라도 고려가 됩니다. 그러려면 여야 정치인들이 국회에 모여서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자는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지금 아무도 그런 일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토행자들이 한 발 앞서서 이런 우려를 세상에 얘기하고, 또 실제로 위기가 찾아오면 직접 행동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만인대법회를 마련한 겁니다.

이런 뜻에 동의해서 시간도 내고 경비도 부담하고 한국까지 와주신 것에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려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모두 박수)

첫째, 환경 위기가 오든, 전쟁 위기가 오든, 전쟁이 나든, 경제가 파산이 되든, 일단 나는 어떤 환경에서도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수행이에요.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기도를 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인도에 가서 어떻게 사나, 도저히 못 살겠다’ 하고 말하지만 인도에는 이미 14억 인구가 살고 있는데 왜 못 살겠어요. 한국에 가서도 도저히 못 살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이미 5천만이 살고 있어요. 북한에 가서는 도저히 못 살겠다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곳에는 이미 2천 5백만 명이 살고 있어요. 그러므로 어느 때 어디를 가든 나는 그곳에서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수행자가 되어야 합니다.

둘째, 자기 내면의 힘을 어느 정도 키운 다음에는 우리 주위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마음속에 보람이라는 게 생깁니다. 아이 키우는 게 힘들지만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속에 보람이 생기잖아요. 진정한 기쁨은 보람입니다. 우리나라를 위해서, 세계 평화를 위해서, 어려운 사람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하게 되면 자기 자신이 좀 뿌듯해지고 어른이 된 기분이 듭니다. 남한테 뭘 얻을 때는 고맙긴 한데 마음이 좀 쭈그러져요. 그래서 도와주는 사람 옆에 가면 고개가 숙여집니다. 그래서 여러분들도 도움을 받는 사람보다는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어 보세요. 보살핌을 받기보다는 보살핌을 주는 것이 어른이 되는 길입니다. 여성에게 무슨 권리가 있느니 없느니 이런 주장을 한다고 자주적인 존재가 되는 게 아닙니다. 남편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마음이 어린애 같은 마음이거든요. 의존을 하기 때문에 불평불만을 하게 되고 질투하며 살게 되는 거예요. 불평불만을 하기보다는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게 내가 주인이 되는 길입니다.

주인 된 자세로 여러분 주위를 조금이라도 보살피는 인생을 살면, 여러분도 좋고 세상에도 좋습니다. 첫째, 여러분도 다 겪었지만 해외에서 살기가 쉽지는 않지 않습니까. 그래서 해외에 사는 교민들에게 법을 전해서 자기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필요합니다. 둘째, 한국 사람뿐만 아니라 여러분들 주위에 있는 외국인들도 이런 이치를 알아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들도 세상을 이롭게 하는 쪽으로 자신의 에너지를 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세계 전법을 하는 것이지 종교세를 확장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전법을 하는 건 좋은데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참여하지 않는다고 그들을 미워해서도 안 됩니다. 그들을 위해서 전법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결정도 그들이 하도록 해야지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된다고 미워하고 싫어한다면 목표 달성에만 집착되어 있는 겁니다. 그러니 좀 더 가볍게 전법에 힘을 써주시기 바랍니다.”

법문을 마치고 사홍서원으로 2박 3일 동안의 6.13만인대법회 해외 참가자 연수를 모두 마쳤습니다. 3층 석탑을 배경으로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감은사지를 나오며 스님은 참가자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나누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멀리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수를 마친 참가자들은 각자의 처소로 돌아가고, 스님은 다시 두북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오전 9시부터는 두북수련원 방송실에서 결사행자·법사단 자자 수련에 참석했습니다. ‘자자’란 대중에게 나의 허물을 말해 달라고 청하는 방식으로 승가의 청정성을 유지해 나가는 불교 의례입니다.

지역별 으뜸절마다 결사행자들과 법사단이 모인 가운데 스님에게 삼배의 예로 자자 수련 입재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먼저 6.13만인대법회를 무사히 마친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자자를 하는 취지와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결사행자와 법사단은 일 년에 두 차례 자자를 행하게 되는데요. 자자는 진정한 도반의 관계가 되었을 때만 가능합니다. 특히 현대 사회는 ‘프라이버시’라고 해서 개인의 이런저런 문제에 대해서 말하면 간섭이나 시비로 내비칠 수 있어서 가능하면 덮어두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서로 바른 길로 이끌어 주는 탁마가 부족합니다.

정토회가 창립의 정신을 오래도록 지속하기 위해서

스스로 자신의 부족함이나 잘못을 살펴서 개선해 나간다면 좋겠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나쁜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의 마음은 항상 자기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무슨 잘못을 하면 마음에서 저절로 ‘나는 잘못할 수밖에 없었다’ 하는 변명이나 ‘내 잘못이 아니다’ 하는 방어 심리가 일어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나에게 어떤 문제를 제기했을 때 그것을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부처님 법을 공부하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눈을 점점 키우고, 우리의 사고 구조가 작동하는 원리를 이해해 나간다면, 스스로 알아차리고 개선하는 것을 넘어서서 기꺼이 도반의 도움을 받아 나의 부족함을 고쳐나가는 것도 해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관계가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형제나 가족, 심지어 부부라 하더라도 서로 자기가 느끼는 부족함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누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현대에 와서는 솔직하고 깊은 대화를 나누는 문화가 거의 없어졌어요. 불교 안에서도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자자’라고 하는 것이 아예 없어져 버렸거나, 남아 있더라도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수준입니다.

정토회가 수행의 원칙과 창립의 정신을 오래도록 지속하기 위해서는 각자가 처한 환경은 다르다 하더라도 우리의 지향점과 가치관을 일치시켜 나가기 위해 ‘자자’를 내실 있게 진행해야 합니다.

물론 자자가 내실 있게 진행되기 어려운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우리는 기본적으로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습성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다른 사람이 나를 지적하거나 비판하면 변명하고 방어하려는 사고 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대에 대해서 비판적 시각을 갖지 마라’ 또는 ‘상대가 얘기하는 것에 대해 쓴 약이 몸에 좋은 것처럼 받아들여라’ 하는 공부를 아무리 해도 현실에서는 잘 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인간의 사고 시스템이 자기 방어적으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자자를 하는 이유

이것을 극복하려면 ‘내 인생의 목표는 해탈과 열반이다’ 하는 관점이 분명해야 합니다. 괴로움이 없는 자유로운 삶을 사는 것이 내 인생의 목표라는 것이 분명해야 스스로 살피고 알아차리는 데에 한계가 있을 때 나의 눈이 아닌 남의 눈을 빌릴 수가 있습니다. 그런 취지에서 자자가 나오게 된 겁니다.

‘지난 3개월의 안거 기간 동안 저와 같이 지내보니 당신이 보기에 나의 말과 행위가 어떤 면에서 해탈과 열반으로 향하는 길에서 벗어났습니까? 여러분, 나를 어여삐 여기셔서 나를 위해서 좀 말씀을 해주십시오.’

이렇게 대중에게 요청해서 얘기를 듣고 ‘내가 그때 그걸 놓쳤구나’ 하고 깨달아서 자기를 바로 잡아나가는 과정이 바로 ‘자자’입니다.”

이어서 모둠별로 자자를 시작했습니다. 정토행자 40 계본에 따라 참회를 한 후 각자 모둠원들에게 자자를 청했습니다.

“저의 말과 행동을 보고 들으며 의혹이 있거나 저의 수행을 위하여 말씀해 주실 것이 있으면 저를 위하여 자자를 청합니다.”

결사행자와 법사단이 자자 수련을 하는 동안 스님은 오후 2시부터 평화재단 통일의병과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통일의병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접속한 가운데 상반기 활동 영상을 함께 보고 나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지난달에 스님이 미국 워싱턴 D.C. 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미국 정부, 의회, 싱크탱크 관계자들을 만나고 온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본 후 질문을 받았습니다. 남북 관계와 국제 정세의 변화, 그 속에서 통일의병의 역할 등 다양한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6.13만인대법회 이후 통일의병의 활동 방향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6.13만인대법회 이후 이제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요?

"6.13만인대법회가 열린 날은 정말 뜨거운 날씨였는데, 참가자들의 열기와 스님의 평화에 대한 염원을 보고 저희도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용성조사님이 '강대국의 종속국이 되지 말고 주인국이 되어라'라고 말씀하신 유훈이 정말 가슴 깊이 남습니다. 현재의 윤석열 정부는 한반도를 위험에 빠뜨리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대내적으로는 갈등과 분란을 끊임없이 일으키고 있고, 우리나라의 안전을 위해서는 어떠한 활동도 하지 않고 있고, 대외적으로도 국민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당장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저는 만인대법회에서 발표한 평화 선언을 보고 이제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실천이 필요한지 스님께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현 정부에 대해서 질문자는 국민의 입장에서 보나, 민족의 입장에서 보나, 평화 유지의 관점에서 보나, 지금 정부의 행보가 부정적이라고 했는데, 그렇게 느끼는 것은 개인적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하는 것은 각자의 자유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어떤 활동을 혼자서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하려면 사람마다 조금씩 견해가 다르다는 점도 인정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견해도 존중을 해야 함께 나아갈 수 있습니다. 옳고 그름의 관점이 아니라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구나’ 하고 인정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한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 정부의 성격에 따라 대북 강경 정책을 펴기도 하고, 대북 온건 정책을 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남한의 여러 정부를 겪으면서 남한의 정부가 보수든 진보든 근본적으로는 북한의 체제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올해 들어와서 북한 지도자들의 생각이 이런 방향으로 많이 바뀌었습니다.

과거에는 남쪽의 보수 정권에 대해서만 비난을 했고 진보 정권에 대해서는 비교적 우호적이었다면, 지금은 보수든 진보든 관계없이 남한 사람들은 북한 정부를 인정해 주지도 않고 있으니 통일의 문제를 합의해 나갈 대화 상대자도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북한이 이렇게 결론을 내린 상황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대화 통로도 모두 끊어버리고, 남한 사람들은 도저히 같은 민족이라고 할 수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모든 곳에 ‘통일’이라는 구호와 ‘민족’이라는 구호를 없애버렸습니다.

과거에는 남한에서 늘 북한을 두고 ‘북한이 우리의 주적이냐 아니냐’ 하는 논쟁이 있었습니다. 북한은 남한을 주적이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항상 북한의 주적은 미국이고, 남한은 미국의 하수인이라고 바라봤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북한이 남한을 자기들과 생사를 다투는 하나의 정부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남한을 별개의 국가로 인정하되 적대 관계로 규정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같은 민족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없애버리고, 통일에 대한 로드맵도 없애버리고, 힘의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으로 바꾸었어요. 남한 정부 역시 필요하면 힘의 대결에도 응수하고, 상대가 도발을 한다면 결코 물러서지 않고 무너뜨려야 한다는 입장을 갖게 된 겁니다. 현재는 남북 둘 다 상대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관점에 서다 보니 자꾸 충돌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남한의 보수 정부는 북한 정부가 정상적인 정부가 아니기 때문에 붕괴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북한 정부가 도발하지 못하도록 한미일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한미일 군사 협력을 강하게 하면 북한이 도발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과거에는 북한이 적이긴 하지만 같은 민족이면서 통일해야 할 대상이기도 했고, 일본과는 비록 교류를 하긴 하지만 식민 지배를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함께 나아갈 국가는 아니라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국제 정세가 조금씩 바뀌다 보니까 현 정부의 판단은 오히려 북한과 관계를 푸는 것보다는 일본과 긴밀하게 협력하는 게 대한민국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본에게는 과거를 묻지 말고 협력을 하자며 적극적인 태세를 취하게 되었고, 북한에 대해서는 하나하나 다 따져서 응징하자는 관점에 서게 된 겁니다.

그렇다고 현 정부를 부정하지는 않아야 합니다. 어디까지나 국민의 투표를 통해서 선출된 정부이고, 한 표라도 많이 얻는 쪽이 법적으로 정부를 구성할 권한을 갖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행위에 대해서 압도적인 방위력으로 대응하여 북한이 침공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현 정부의 전략도 하나의 방위 전략입니다. 이러한 방위 전략도 필요하지만 현재는 여기에 지나치게 많은 힘을 쏟고 있다는 점이 문제인 겁니다. 힘에 의한 평화를 필요 이상으로 강조하게 되어 자칫 서로가 서로에게 증오심을 갖게 되면 힘이 크고 작고와 관계없이 공격이 이뤄질 위험이 생깁니다. 그래서 힘에 의한 평화는 자칫 잘못하면 전쟁을 불러오는 위험을 늘 내재하게 됩니다.

힘의 균형을 포기하라는 게 아니라, 힘에 의한 평화만 주장하지 말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어나가는 작업도 같이 진행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것이 바로 6.13만인대법회에서 만 명의 대중이 정부에게 요청했던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현 정부도 실행하지 않고 있지만, 지난 정부도 제대로 실행하지 않은 겁니다. 지난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노력을 기울이긴 했지만,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북한의 철도공사 등 서로 협상하여 양측 지도자가 서명까지 한 내용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어떤 정부든 비판의 눈을 가지고 바라보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이렇게 보면 비단 현 정부의 정책이나 방향만이 지금 남북 관계에 긴장감을 고조시킨 원인은 아닙니다. 가장 큰 바탕이 되는 것은 미중 사이의 패권 경쟁이라고 볼 수 있고, 작게는 북한의 자기 체제 수호를 위한 노력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의 긴장 관계는 북한이 체제 유지에 위협을 느껴서 일어난 측면이 큽니다. 이러한 북한에 대해 온건하게 감싸주면서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도 있고, 지금처럼 강경하게 대응해서 평화를 지켜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남한 정부의 서로 다른 대응에 대해서는 이런 정책의 차이로 바라봐야 합니다.

물론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저는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입장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전략도 하나의 전략이라는 점은 인정을 해야 합니다. 만약 전쟁을 하겠다고 하면 무조건 막아야 하지만, 지금과 같이 강하게 밀어붙여야 오히려 북쪽이 도발을 안 한다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라고 봐야 합니다. 다만 우리는 그런 강경한 방법보다는 대화와 협상을 통한 방법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사실 북한과 대화를 해야 현상 관리를 하는 데에 더 유리합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북한과 대화를 하는 게 북한의 위험을 관리하는 데에 더 좋습니다. 대화 없이 북한 비핵화만 주장하는 것은 이미 실효성이 없다는 게 다 밝혀졌습니다. 그러니 북한의 핵이 위험 요소라고 생각하면 핵 동결을 시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이 핵을 동결시킬 만한 조건을 제시해야 합니다.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지원만 가지고는 더 이상 어렵습니다. 적어도 북미 관계 정상화 정도의 카드가 있어야 북한과의 대화 속에서 핵 동결이라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핵 폐기를 해야지 핵 동결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북한은 체제 유지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핵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한쪽은 절대로 안 된다고 하고, 다른 쪽은 죽어도 하겠다고 하니, 무력 충돌을 할 게 아니라면 결국 핵을 적게 가지는 쪽으로 타협을 해야 합니다. 한쪽은 완전히 없애라는 입장이고, 다른 쪽은 되도록 많이 갖겠다는 입장이니, 둘 사이의 갈등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핵을 적게 가지는 쪽으로 합의를 해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까지 개발해 놓은 건 그냥 놔두고, 더 이상은 개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타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질문자가 말한 것처럼 현 정부가 모든 갈등의 주범이라고 생각하면, 결국 현 정부는 없어져야 할 정부가 됩니다. 그리고 현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과는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상대에 대해 그저 견해가 다른 사람으로 보는 게 아니라 나쁜 놈으로 보게 되는 거예요. 사실 이러한 적대적 감정 때문에 지금 대한민국 안에서도 국론이 심하게 양분되어 있습니다. 질문자가 현 정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건 질문자의 자유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에는 현 정부를 지지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30퍼센트 가량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연령이 많거나 한반도의 동쪽에 사는 사람들 중에는 현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점을 알아야 이 문제를 풀 때 평화적으로 풀 수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저 사람들은 다 잘못됐다’, ‘저런 사람들은 없는 게 낫다’ 이렇게 생각하면 결국 힘으로 문제를 풀게 되지, 평화적으로 풀어나가기는 어렵습니다.

통일의병은 어떠한 문제든 힘으로 해결하지 않고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전제 하에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우리는 힘에 의한 방식을 선택할 수가 없습니다. 대신 다른 사람들은 그러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전쟁을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자는 관점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인정을 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막상 전쟁이 일어나는 상황이 되면 너도 나도 다 뛰쳐나와서 반대를 하겠지만, 지금 대한민국 사람들은 얼마나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전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잘 모릅니다. 오히려 장사가 잘 안 되고, 월급이 적고, 아이들 키우는 것에만 관심이 있지,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생각을 거의 안 하고 삽니다. 우리가 길거리에서 계속 전쟁 반대를 하면 사람들이 오히려 우리를 보고 사회 불안을 조성한다며 부정적으로 바라볼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지금 통일의병들은 이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학습을 하고, 인식의 폭을 넓히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겉으로 가만히 침묵만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주변에서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이라도 해나가야 합니다. 스님은 워싱턴에 가서 정부 관리들에게 호소도 하거나 대중을 모아서 이야기도 하지만, 여러분 개개인은 그럴 수 없잖아요. 평화 운동을 하는 데에 기부금을 낸다거나, 1인 캠페인을 한다거나, 주말마다 지역을 정해놓고 정기적으로 시민들에게 의식을 계몽할 수 있는 전단지를 나눠준다거나, 이 문제의 본질을 볼 수 있는 영상을 온라인상으로 전파한다거나, 여러분 개개인은 이런 일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통일의병 모임에서는 사람들을 많이 모을 수가 있잖아요. 그 정도 규모에서 진행할 수 있는 효과적인 캠페인이 무엇인지 고민을 해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평화적으로 문제를 푼다는 데에 뜻을 같이하는 다른 시민단체와 연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우선 통일의병을 확대하기 위한 교육 사업을 진행해 나가야 하고, 각 지역과 지부에서는 그 지역의 역사 현장을 답사하여 국민들의 의식 수준을 높이는 활동을 해나가야 하고, 주말마다 특정한 지역을 정해서 캠페인을 하는 방법도 연구해 봐야 합니다.

이번에는 용성조사님의 탄생일에 맞춰서 행사를 진행했는데, 연말까지도 이러한 긴장 관계가 계속 고조된다면 광화문에서 평화 행진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우선 미국 대선의 결과를 지켜보고, 그에 따라서 미국에 대표단을 파견하여 설득하는 방법도 있고, 국내의 여론을 바꾸는 활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정치인들을 설득하여 국회에서 한반도 평화 결의안을 채택하도록 하고, 이를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정부가 하지 않는다고 욕만 할 게 아니라, 현 정부가 하지 않으면 적어도 의회라도 나서서 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지금 국회 주요 상임위원장을 차지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추진한다고 나라가 시끄러운데, 저는 숫제 일방적 추진을 하려면 한반도 평화선언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더 긴급하고 실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도록 사람들을 설득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직 많지 않은 상황인데, 대신 온라인상에서 여러분들이 평화를 위한 좋은 글을 전파시키는 것도 좋은 행동입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전쟁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는지, 가자 지구에서는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학살되었는지, 이런 내용들을 공유해서 평화를 지켜내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알려나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대내적으로는 한국 정부를 설득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 한국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활발한 캠페인이 필요합니다. 제가 미국을 방문하여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이유도 미국의 대북 정책을 바꾸어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멈추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인 선언을 하는 이유도 지금은 성명서 하나 낸다고 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대회 형식을 빌려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메시지를 알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혼자서 성명서를 내는 것보다는 만인이 모여서 우리가 이런 결의를 했다는 걸 다양한 매체에 계속 내보내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채널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평화의 중요성을 알리고, 그 사람들이 또 평화에 대한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우리가 계속해나가야 하는 일입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겠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두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다 함께 기념 사진을 찍은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잠시 휴식을 한 후 오후 4시 20분부터는 자자 수련을 하고 있는 결사행자·법사단과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회와 자자를 하면서 각자 계율에 대해 궁금한 점들을 묻고 다시 관점을 바로 잡을 수 있었습니다.

더 이상 질문이 없자 스님은 결사행자와 법사단을 위해 회향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오늘 여러분 모두가 포살과 상호 간의 자자를 했기 때문에 승단은 청정함을 얻었습니다. 여러분 개인도 다 청정함을 얻었습니다. 이것으로 자자 법회를 마칩니다.”

이어서 결사행자와 법사단이 앞으로 함께 연구하고 고민해야 나가야 할 과제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앞으로 법사단에서는 자자 법회를 어떤 방식으로 하면 좋겠는지 깊이 연구를 해보면 좋겠습니다. 요즘은 모든 교육, 회의, 수련이 온라인에서 대부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개인이 갑자기 눕거나 하는 것은 알 수 있지만,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여러 가지 계율을 어겨도 서로 알 수가 없습니다. 24시간 같이 지내면 서로 이해할 건 이해하고, 또 문제가 있으면 말해줄 수가 있는데, 온라인에서는 그것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자자가 수박 겉핥기식으로 흐르게 되면, 첫째, 배움이 없을 수가 있고, 둘째, 시비심으로 잘못을 지적하여 서로 상처받기가 쉽습니다. 문제를 덮어두고 가면 배우는 게 없고, 들춰서 얘기하다 보면 상처를 받게 됩니다. 그래서 자기를 깊이 성찰하거나 진정한 도반의 관계를 맺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요즘은 온라인 기술의 도입으로 삶의 방식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인도의 걸식 문화가 중국에 와서는 발우 공양으로 계승이 되었듯이 온라인상에서는 어떤 내용으로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의 시간을 들여야 자자의 원래 의미를 살려낼 수 있을지 연구를 해야 합니다. 온라인 회의는 어떻게 하면 좋은지, 그때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 온라인 포살은 어떻게 하면 좋은지, 과거의 전통을 살리면서도 현대인들의 삶의 방식에도 부합하는 바른 길을 찾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사홍서원을 한 후 오후 5시에 자자 수련을 모두 마쳤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에는 실내에서 여러 가지 업무들을 보고 난 후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새벽 일찍 서울로 이동한 후 오후에는 스리랑카에서 온 다문화 가족 100여 명과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즉문즉설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4

0/200

최상훈

고맙습니다 ^^

2024-06-21 12:23:41

최태자

현장에 참석은 못했지만 스님의 하루를 통해 감동의 물결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2024-06-20 15:16:47

묘명행

감사합니다

2024-06-20 14:4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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