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5시 30분에 아침 식사를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나무로 불을 때서 밥을 한 다음 식사를 하고, 6시에 콤샤르 마을로 향했습니다.
어제 랑덜비 치옥으로 오는 길이 비포장 도로라 승합차로 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스님은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오늘은 승합차를 타지 말고, 내각 공무원들이 타고 온 트럭 뒤에 앉아서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모두 다 앞 좌석에 탈 수 없기 때문에 몇 명은 트럭 뒤에 타야 했습니다. 스님이 트럭 뒤에 타려고 하자 부탄 공무원들이 말렸습니다.
“괜찮아요. 걸어가는 것보다는 훨씬 나아요.”
스님과 활동가들이 트럭 뒤에 앉자 차가 출발했습니다. 상쾌한 새벽 공기를 흠뻑 마시며 온몸으로 자연을 지났습니다.
“이야, 저기 경치 보세요. 꼭 산수화 같아요. 정말 아름답네요.”
“스님, 정말 돈 주고도 못할 경험을 하네요.”
덜컹거리는 트럭을 1시간 40분이나 타고 나서야 콤샤르 치옥에 도착했습니다. 그래도 트럭을 타서 이동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콤샤르 치옥과 풀라비 치옥이 속한 바르도 게옥의 책임자(겁)와 치옥의 책임자(촉바), 바르도 게옥이 속한 젬강 종각의 기획담당관도 함께 답사를 했습니다.
먼저 콤샤르 초등학교로 갔습니다. 기숙하는 아이들이 아침 식사를 하는 시간이라 식당으로 가보았습니다.
아이들은 고추를 넣고 볶은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아이들 옆으로 가서 인사를 하고 물어보았습니다.
“저도 밥 먹어도 돼요?”
아이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울먹울먹 했습니다.
스님은 아이를 토닥여주고 식당을 나왔습니다. 아이들은 손수 설거지를 하고 학교 수업을 들을 준비를 하러 달려갔습니다.
식당을 나와 학교를 둘러보는데 교장 선생님이 왔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스님에게 흰 천을 목에 둘러주며 환영했습니다. 스님은 감사히 받은 후 다시 교장 선생님에게 돌려주었습니다.
스님이 교장 선생님에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교장 선생님이 책상과 의자가 너무 낡았고, 식당에 탁자와 의자가 부족하고, 화장실이 불편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스님은 함께 교실을 둘러보았습니다. 전반적으로 괜찮았지만 6학년 교실의 책걸상은 너무 낡아서 교체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급식실에는 일부 탁자가 낡았고, 또 부족해 보였습니다.
“화장실이 잘못 지어진 것 같네요. 전문가를 데려와서 조사해 보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학교를 나와서 유제품을 가공하고 있는 생산 시설을 둘러보았습니다.
마을에서 젖소를 키우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43 가구에서 나온 우유를 모아서 요구르트, 버터, 치즈를 만들고, 대부분 학교에 납품하고 있다고 합니다. 소는 처음 한 마리는 정부에서 조건 없이 지원해 주었다고 했습니다.
차를 타고 마을 주민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단상 위로 스님을 모셨지만, 스님은 단상에서 내려와 주민들 가까이에 앉아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방금 유제품을 생산하는 곳에 가봤는데 집에서 젖소 키우는 사람 있어요?”
여러 명이 손을 들었습니다.
“사료를 사서 먹여요? 농산물을 생산한 부산물로 먹여요?”
“소를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풀을 먹입니다.”
“생활하면서 제일 불편하거나 필요한 것이 무엇이에요?”
어려움이 무엇인지 묻자 마을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대답했습니다.
“우유를 더 많이 생산하는 소가 필요합니다.”
“농업용수가 부족합니다. 수로를 보수하는 게 필요합니다.”
“밭에 울타리를 쳐서 카다멈 생산량을 더 늘려야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습니다.”
“보건소 시설을 더 보완해 주세요.”
“논에 길을 더 넓혀야 합니다. 지금은 길이 좁아서 기계가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여기저기서 어려움을 하소연하는 가운데 전체 여성들을 대표해서 아주머니가 일어나 이야기했습니다.
“부엌에 문제가 많습니다. 전기가 들어오지만 전기밥솥이 없습니다. 선반이 없어서 늘 숙여서 요리를 하니까 허리가 아픕니다. 서서 일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주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경청한 후 스님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기에는 돈만 있으면 다 해결될 것 같죠?”
“당연하죠!”
“제가 어릴 때의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제가 초등학교 들어갔을 때가 1960년입니다. 그때 한국은 1인당 GDP가 100달러였습니다. 밥을 못 먹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사람들이 10km는 그냥 걸어 다녔습니다. 어린아이들이 학교를 다닐 때도 4km를 걸어 다녔습니다. 신발이 없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그 후 65년이 지났습니다. 지금 한국은 1인당 GDP가 35,000달러가 되었습니다. 1인당 GDP가 350배나 많아졌습니다. 그러니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되잖아요. 그러나 한국의 젊은이들은 살기 힘들어서 죽겠다고 아우성입니다. 자살하는 사람이 세계에서 제일 많습니다. 또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습니다.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습니다. 첫째, 집값이 너무 비싸서 집을 구하기 어렵고, 둘째, 교육비가 너무 비싸기 때문입니다.
돈만 있으면 행복할 것 같죠?
물질적으로 보면 350배가 더 늘었는데 사람들은 옛날보다 더 힘들다고 말합니다. 여러분들도 ‘부탄이 한국처럼 경제만 좋아지면 다 해결될 것이다’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한국에 가서 여행을 해보면 천국처럼 좋아 보일 겁니다. 그러나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에 사는 것처럼 죽겠다고 아우성입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지금 한국은 공장을 많이 지어서 공기가 아주 나쁩니다. 물이 오염되어서 수돗물을 먹을 수가 없습니다. 돈을 주고 물을 사서 먹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한국 사람들은 아직도 돈을 더 많이 벌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되고 싶어서 지금 ‘돈, 돈, 돈’ 하고 있는 거예요?
지금 부탄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호주, 미국, 한국, 일본으로 가고 싶어 합니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시골에는 노인들만 남게 될 겁니다. 제가 자란 시골 마을도 65년 전에는 인구가 많았는데, 현재는 많이 줄었습니다. 초등학생은 2천 명이었는데, 지금은 15명입니다. 제 나이가 올해 71세인데 우리 동네에서 가장 젊은 사람입니다. 젊은이들은 전부 도시에 가서 삽니다. 부탄도 그런 방향으로 변화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전부 팀푸나 외국으로 나가서 살려고 하잖아요. 이렇게 되는 게 부탄이 잘 되는 걸까요? 도로가 잘 닦이면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나요? 집을 좋게 짓는다고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겠어요? 여러분의 자녀가 호주로 가서 많은 돈을 벌어서 보내주면, 집은 크게 하나 지을 수 있을지 몰라도 죽을 때까지 얼굴 한번 보기 어렵습니다.
제가 부탄에 온 이유
저는 한국처럼 빠르게 발전한 곳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자랐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발전이 좋은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여기까지 온 거예요. 공기 좋고 물 좋은 부탄이 얼마나 좋은지는 여러분이 부탄 밖을 나가봐야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생활환경이 너무 불편하면 안 됩니다. 그래서 생활환경은 개선해야 합니다.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수로를 개선해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이든지 더 좋은 것만 추구하면 끝이 없습니다. 지금은 전기밥솥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전기밥솥이 생기면 세탁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탁기가 생기면 냉장고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탁기와 냉장고가 생기면 집 안의 생활공간이 작아 보입니다. 그래서 더 큰 집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러면 더 많은 물을 쓰게 되어 마을 전체의 물이 부족해집니다. 물이 부족하면 새로운 식수원을 찾아서 또 수로를 연결해야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침대도 필요하고, 자동차도 필요합니다. 이렇게 계속 갈 겁니까? 언제 멈출 거예요? 이렇게 계속 헐떡거리며 사는 것이 과연 잘 사는 거예요?”
“그래도 지원해 주면 다 받겠습니다.” (웃음)
주민들이 웃으며 이야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왜 부탄에 왔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욕망은 멈출 줄 모르기 때문에 기후 변화가 생기고, 전 세계가 어려움에 처한 겁니다.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첫째,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본 생활이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서입니다. 둘째, 너무 ‘돈, 돈, 돈’ 하는 것이 좋은 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여러분에게 하려고 왔습니다.”
주민들 중에는 눈, 귀, 치아가 안 좋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스님은 눈이 잘 안 보이는 사람이 몇 명인지, 귀가 안 들리는 사람이 누구인지, 치아가 없는 사람이 몇 명인지 확인하고, 주민들과 약속했습니다.
“여러분이 요청한 것들은 부탄 정부 관계자들과 의논해서 하나씩 해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콤샤르 치옥에서 가장 가난한 집을 방문해 집 안을 살펴보았습니다. 10명이 식구가 살고 있고, 땅은 4 에이크를 보유했지만 모든 형제들이 나눠서 농사를 짓고 있었습니다.
집을 둘러보고 스님이 물었습니다.
“잘 사는 집의 부엌도 볼 수 있을까요?”
촉바의 안내로 인근의 큰 집을 가보았습니다.
선반 위에 요리도구와 식재료가 잘 놓여 있었습니다. 부엌 개선을 연구하고 있는 JTS 활동가들에게 참고할 내용이 많았습니다.
가구 방문을 마치고 수도 시설과 농업용수를 어떻게 끌어 쓰고 있는지 현장을 답사했습니다. 수원지에 올라가 보니 시설이 잘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농번기에는 물의 양이 부족하여 현재의 수원지 아래에 추가로 수원지를 만들어 파이프를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파이프가 끝나는 지점까지 가 본 후 콤샤르 치옥 답사를 마쳤습니다.
12시가 되어 풀라비 치옥으로 다 함께 이동했습니다.
덜컹거리는 차를 타고 한 시간을 달려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해발 고도가 1600미터인 높은 산지에 위치한 마을이었습니다. 18 가구가 살고 있었습니다.
주민들을 만나 어려움이 무엇인지 묻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대부분이 노인들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높은 곳까지 올라와서 살고 있어요?”
“조상 대대로 여기에 살았습니다.”
“여러분들이 생활하면서 제일 어려운 게 뭐예요?”
주민들은 갖가지 어려움을 이야기했습니다.
“야생 짐승들이 수확물을 망가뜨립니다. 여름에는 산사태가 나서 길이 망가집니다. 길이 안 좋으니까 판매를 하러 갈 수가 없습니다.”
“주로 무엇을 생산하나요?”
“오렌지, 감자, 카다멈 순으로 생산을 많이 합니다.”
“야생동물의 피해는 어느 정도예요?”
“야생동물의 피해가 많지만 죽이지 않고 쫓기만 합니다.”
건강 상태도 확인해 보았습니다. 치아가 전부 빠진 사람이 2명, 눈이 잘 안 보이는 사람이 3명, 귀가 잘 안 들리는 사람이 1명 있었습니다. 귀가 잘 안 들리는 노인 한 분은 파로에 사는 딸이 800달러를 주고 보청기를 사주어서 끼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인사를 했습니다.
“이렇게 만나서 반갑습니다. 외국에서 누군가 이 마을을 방문한 적 있나요?”
“한 번도 없습니다.”
“제가 이 마을에 처음 온 거예요?” (웃음)
대화를 마치고 스님은 마을 주민들에게 보시금을 전달했습니다.
“제가 처음 이곳에 왔으니까 어르신들 모시고 다 함께 맛있는 식사 한 끼 하세요.”
스님은 마을 주민들을 위해 축원도 해주었습니다.
폴라비 치옥 답사를 마치고 나자 오후 2시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점심을 먹을 시간도 없이 계속 답사를 했습니다.
다시 트럭을 타고 1시간 30분을 달려 다시 랑덜비 치옥으로 돌아왔습니다. 숙소에 도착하니 치옥 전체에 전기가 끊겨있었습니다.
랑덜비 초등학교에서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하기로 했는데, 전기가 나가니 인터넷을 포함하여 모든 것이 먹통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스님을 만나기 위해 운동장에 모여 있었습니다. 원래는 일정을 변경하여 내일 마을 답사를 먼저 한 후 학교를 방문하기로 했는데, 변경된 일정이 전달되지 않아서 이미 아이들이 모여 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스님은 서둘러 랑덜비 초등학교로 가서 학생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꾸주 장포라!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왔습니다. 스님이 여러분들에게 놀이기구를 하나 사준다면 뭘 사달라고 할 거예요?”
“축구공이 필요합니다.”
“축구 다음에는 뭐를 좋아해요?”
“배구와 배드민턴을 좋아합니다.”
“스님한테 궁금한 것 있으면 물어보세요.”
아이들이 손을 번쩍 들고 질문을 했습니다.
“스님의 이름을 알고 싶습니다.”
“법륜입니다.”
학생들의 다양한 질문에 답변을 한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학생들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지금부터 공부 열심히 해서 중학교에 가고, 고등학교에 가고, 대학교에 가면, 스님이 한국에서 부탄에 오듯이 여러분도 부탄에서 한국으로 갈 수가 있어요. 그러니 공부 열심히 하세요. 약속할래요?”
“YES!”
“약속을 했으니까 스님이 축구공, 배구공, 배드민턴 세트를 모두 선물로 드릴게요. 대신에 공부 열심히 해야 합니다.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학생들과 대화를 마친 후 선생님들과 함께 학교를 한 바퀴 둘러보았습니다. 6명의 선생님이 근무하고 있고, 76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고, 31명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교실 안에 들어가 보니 바닥이 많이 부서져 있었습니다. 화장실 가는 계단도 부서져 있어서 시멘트 작업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스님이 선생님들에게 질문했습니다.
“무엇이 가장 필요한가요?”
“시멘트가 정말 필요합니다. 학교 바닥을 보수해야 하는데 시멘트만 있으면 선생님들이 함께 보수하겠습니다.”
학교를 나와서 서둘러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하기 위해 그나마 인터넷이 되는 숙소에서 방송을 연결해 보기로 했습니다. 숙소에 도착하여 한국 시간으로 저녁 7시 30분, 현지 시간으로 오후 4시 30분에 가까스로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 상황이 좋지 않아 스님의 목소리가 계속 끊겼습니다. 어쩔 수 없이 스님이 인사말만 한 후 대체 법문을 틀기로 하고 생방송을 했습니다.
43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제가 있는 이곳은 부탄에서도 가장 오지인 젬강(Zhemgang)이라고 하는 지역의 깊은 산속입니다. 근처 초등학교에 인터넷 연결이 된다고 해서 생방송을 준비했는데, 방금 전에 갑자기 전기가 나가버려서 인터넷 연결이 끊겼습니다. 그래서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연결하니까 화면에 끊김 현상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양해를 구합니다. 대신에 제가 지난 5일 동안 부탄을 답사한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지금도 화면이 끊기죠? 제가 계속 이야기를 하면 여러분들이 불편하니까 여기까지 말씀을 드리고, 다음 주에 한국에서 더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이어서 지난 5일 동안 스님이 부탄을 답사한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영상이 끝나고 지난 2월에 인도 공과대학교에서 대학생들과 즉문즉설 한 내용을 대체 법문으로 틀었습니다.
방송을 마치고 곧바로 오후 5시부터 부탄 정부 관계자들과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학교 방문 결과를 공유하고 향후 무엇을 개선하면 좋을지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랑덜비 학교는 바닥이 많이 부서져서 시멘트 작업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곳이니까 깔끔해야 합니다. 그래야 교육적으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시멘트만 사주면 자기들이 공사할 수 있다고 했는데, 선생님들이 공사하면 또 부서질 수가 있어서 전문 기술자가 공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교실 바닥은 공부하는 곳이니까 아주 깔끔하게 만들어줘야 합니다.”
이어서 농수로 연결 문제에 대해 토론을 했습니다. 스님은 JTS가 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의 주안점이 무엇인지 강조했습니다.
“이미 시멘트로 만들어져 있는 수로를 보수하는 것은 마을 주민들과 협력해서 충분히 해볼 만한 일인데, 수원지에서 논까지 3km나 되는 길이를 큰 파이프로 묻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하는 큰 프로젝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은 적은 돈을 들여서 주민들이 꼭 필요로 하는 생활 개선을 하는 것입니다. 주민들이 꼭 필요로 하는 일인데 예산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일을 집중적으로 해보고자 합니다. 정부의 일을 우리가 대신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내각 비서실의 린첸 님도 스님의 의견에 동의했습니다.
“맞습니다. 지금 부탄 정부는 주민들의 생활 개선까지 관여하지는 않고 있기 때문에 스님이 말씀하신 부분이 중요합니다.”
스님이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수로에 작은 금이 가면 그때그때 보수를 해줘야 하는데, 그렇게 적은 액수는 정부 프로젝트에 요청할 수가 없고, 나중에 크게 파괴가 되어야 요청할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수로가 완전히 파괴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일들을 우리가 해야 합니다.”
야생동물의 피해를 막기 위해 울타리를 어떻게 칠지에 대해서도 토론을 해보았습니다.
“울타리가 필요한데, 어떤 울타리를 칠 것인지는 여러분들이 아이디어를 주면 좋겠어요. 한국에서 효과적인 방식은 철조망으로 울타리를 치는 방식입니다. 아래에 콘크리트를 치는 게 아니라 철조망을 둥글게 심으면 땅 속으로 파고 들어오지 않습니다.”
“실제로 효과가 있습니까?”
“네, 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해보고 가장 좋은 방법을 확대해 봅시다. 어떤 지형인지, 어떤 동물인지에 따라 대응법이 다양할 것 같아요. 그런데 아무리 울타리를 쳐도 원숭이는 못 막지 않나요?”
“원숭이는 낮에 오니까 사람이 쫓을 수가 있어요. 멧돼지, 사슴, 고슴도치는 밤에 오기 때문에 울타리가 꼭 필요합니다.”
이어서 폴라비 마을 주민들을 위해 감자 생산 시설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스님이 아이디어를 제안했습니다.
“감자는 큰 창고를 지어서 감자 출하 시기를 조정해서 수익을 높이는 것이 어떤가요?”
모두가 스님의 생각에 동의했습니다. 스님이 더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출하 시기를 조정하려면 저온 냉장고를 운영해야 하는데 돈이 많이 듭니다. 저온 냉장고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 3일 만에 싹이 나와 버립니다. 이동 시간을 고려하면 효과적이지 않아요. 풀라비 치옥은 지대가 높으니까 전기를 쓰지 않고 자연적인 방법으로 보관하는 방법을 연구해 보면 좋겠어요. 북한에서 감자를 많이 생산하는데 대부분 땅굴을 파고 그 안에 감자를 보관합니다. 땅굴을 파면 온도가 상당히 떨어집니다. 가능하면 자연적인 저온 상태에서 보관하는 게 좋습니다. 많은 양을 보관해서 출하 시기를 늦추는 방법을 연구해야 해요.”
마지막으로 바르도 게옥 전체 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스님이 정리해서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올해는 바르도 게옥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걸 기초로 해서 젬강 종각 전체로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주민들의 건강 개선은 일단 랑덜비 치옥 한 곳만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겠습니다. 제가 의사를 데려와서 노인들의 눈, 귀, 치아를 전부 검진해 보려고 합니다. 의사를 확보하지 못하면 조금 늦어질 수는 있습니다. 의사들은 일주일씩 시간을 내서 오기가 쉽지 않아요.
다음에는 임업, 축산, 과수, 농업, 각 분야별 전문가를 데려와서 답사를 하겠습니다. 똑같은 농작물도 어떤 종자를 갖고 어떤 방식으로 심느냐에 따라 생산량이 달라집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일해서 먹고살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전부 도시로 떠나버립니다.”
회의를 마칠 무렵, 내각 비서실의 린첸 님이 샘플 프로젝트를 종합 개발 방식으로 할지, 분산 개발 방식으로 할지, 부탄 정부 관계자들이 의논하여 내린 결론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주지사, 기획담당관, 내각실 등 여러 부서의 의견을 받았는데, 부탄 정부가 생각한 가장 좋은 방식은 분산 개발 방식입니다. 왜냐하면 하나의 지역을 종합 개발 방식으로 진행하면 주민들이 필요하지 않은 것까지 지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각 지역마다 필요로 하는 것을 분산해서 지원하는 방식이 더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스님도 흔쾌히 동의를 했습니다.
“오케이! 굿!”
방 안쪽에서 회의를 하고 있는데 마을 주민들이 찾아왔습니다. 한 아주머니는 야채를 들고와 두고 갔습니다.
또 여러 아주머니들이 함께 와서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직접 생산한 계란과 치즈, 우유를 가져와 스님에게 드리고 싶다며 회의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스님은 마을 주민들을 만났습니다.
“고맙습니다. 혹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세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희 마을에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내일 가고, 저와 함께 온 사람들이 남아서 한 달간 살 거예요. 잘 부탁드립니다.”
스님은 마을 주민들을 위해 축원을 해주었습니다.
주민들이 돌아가고 나서 나무로 불을 때어 밥을 한 후 저녁 7시가 넘어 식사를 했습니다.
“저녁 드세요. 아니 점심 드세요.” (웃음)
답사를 하느라 다들 점심을 먹지 못해서 점심 겸 저녁을 함께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활동가들과 앞으로의 일정을 간략히 회의한 후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오늘도 긴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랑덜비 마을을 더 둘러본 후, JTS 실무자들은 이곳에서 한 달간 생활하기 위한 정비시간을 갖고, 스님은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왕두에 포드랑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6
진달래
오늘도 감사합니다.()
2024-04-23 11:22:59
익명
감사합니다 스님 건강하시기를 바라요
2024-04-17 22:49:50
드림하이
“이렇게 욕망은 멈출 줄 모르기 때문에 기후 변화가 생기고, 전 세계가 어려움에 처한 겁니다.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첫째,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본 생활이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서입니다. 둘째, 너무 ‘돈, 돈, 돈’ 하는 것이 좋은 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여러분에게 하려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