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
원하시는 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3일간 필리핀 민다나오로 가서 JTS 활동가들과 함께 원주민과 장애 학생들에 대한 교육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답사를 할 예정입니다.
스님은 오늘 새벽 0시 40분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필리핀으로 향했습니다. 오늘 잠을 잘 숙소는 하늘 위입니다. 저가항공이라 뒤로 젖힐 수 없는 의자에 똑바로 앉은 채 밤을 보냈습니다. 비행기는 약 4시간을 날아 필리핀 현지 시각으로 3시 20분에 마닐라 공항에 착륙했습니다.
입국 수속을 마친 후 민다나오로 가기 위해 국내선 탑승구로 이동했습니다. 이제 새벽 4시였습니다. 비행기가 출발하기까지 3시간이 남았습니다. 탑승구 근처 식당에서 아침 식사로 국수를 먹고 여러 가지 업무를 보았습니다.
“비행기에서 잠도 자고, 여유 있게 일도 볼 수 있으니 좋네요.”
7시 5분이 되어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마닐라에서 민다나오로 향했습니다.
깜빡 졸고 나니 민다나오 가가얀데오르 라긴딩안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9시가 되어 공항 밖으로 나오자 필리핀 JTS 사무국장 향훈 법사님이 스님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스님!”
“자주 보네요.” (웃음)
인사를 나누고 공항 앞 카페로 갔습니다. 필리핀 JTS 대표 노재국 님과 이원주 님도 함께 답사를 가기로 했습니다. 두 분이 도착할 때까지 약 2시간이 남아 카페에서 향훈 법사님과 답사 일정에 대해 의논을 했습니다.
11시가 넘어 노재국, 이원주 님이 도착했습니다.
“아니 필리핀에 사는 사람들이 나보다 늦게 오면 어떻게요?” (웃음)
“저희가 발권할 때는 표가 없었어요. 스님께서 운이 좋았네요.”
곧바로 차를 타고 까리랑안 중앙초등학교로 출발했습니다. 가는 길에 도동과 트렐도 합류했습니다.
도동과 트렐은 스님이 필리핀 JTS 사업을 개척할 때부터 인연이 되어 JTS가 하는 일이라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고 있는 분들입니다.
가는 길에 길가에 있는 식당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3시간 만에 까리랑안 중앙초등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서는 장애아동을 위한 교실 건축을 논의했습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장애아동 교실을 살펴보고, 까리랑안 군수 비서실장, 군청 기술자, 교장, 장애학교 교사들이 모두 모여 함께 회의를 했습니다.
먼저 JTS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예전처럼 직접 모니터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자재만 공급하고, 학교 건축은 군청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작년에 JTS와 다밀락 군청이 함께 장애인 학교를 증축한 사례를 소개해주었습니다.
까리랑안 초등학교에서는 장애아동을 위한 교실 세 개가 더 필요하다고 요청했습니다. 지금은 초등학교에서 일반 교실 2개를 빌려서 쓰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칸막이를 치고 수업을 하고 있는데 장애 종류에 따라 다르게 지도를 할 수 없어 어려움이 많다고 했습니다. 장애아동은 총 43명으로 뇌성마비 6명, 자폐증 10명, 청각장애 5명, 지적장애 21명, 시각장애 1명이었습니다. 스님이 질문했습니다.
“장애 아동이 앞으로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나요?”
“네, 그렇습니다.”
학교에서는 교실 세 개를 요청했지만, 스님은 장애 종류에 따라 교실을 분리해서 쓸 수 있도록 다섯 개를 만들면 어떨지 물어보았습니다.
“We are very happy.”
선생님들은 너무 좋다며 기뻐했습니다. 군청에서도 책임지고 공사를 진행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화기애애하게 회의를 마치고 장애아동을 위한 교실을 신축할 땅을 둘러보았습니다. 학교를 어느 방향으로 지으면 좋을지 스님이 물었습니다.
“다른 학교 건물과 방향을 같이 하면 동향으로 지어야 합니다. 그러면 미관은 살리는 대신 앞마당 공간이 부족해요. 남향으로 지으면 햇볕도 많이 들고 앞마당 공간이 충분해요. 어떻게 짓는 것이 좋겠어요?”
“남향이 좋습니다!”
군청 관계자들과 선생님들은 이구동성으로 남향이 좋겠다고 했습니다. 스님은 남향으로 했을 때 단점을 보완하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대신에 벽이 보이게 되니까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벽화를 그려주세요.”
관계자들이 자세한 논의를 하는 사이 스님은 조용히 빠져나와 학교를 둘러보았습니다.
“겉은 낡아 보여도 교실 안은 관리를 잘하고 있네요.”
아이들이 체육수업을 하고 있는 야외 강당도 둘러보았습니다. 스님은 천장에 난 구멍을 발견했습니다.
“강당의 천장도 보수해야겠네요. 이번에 장애학교를 지으면서 천장도 함께 보수해 주세요.”
선생님들은 무척 기뻐했습니다.
학교를 둘러보고 다시 교장실로 돌아와 선생님들이 준비해 준 음식을 먹었습니다. 삶은 고구마와 바나나, 토란, 수박, 당근 케이크를 준비해 주었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스님은 교장선생님에게 학교를 잘 관리하고 있다고 칭찬을 했습니다.
“학교 관리를 아주 잘하고 있네요. 아이들 교육을 위해 필요한 일은 언제든 JTS가 돕겠습니다.”
차를 타고 다음 학교로 출발했습니다. 30분을 달려 빵안투칸 중앙초등학교에 도착했습니다.
학교 입구에서부터 곳곳에 대한민국 국기와 필리핀 국기를 함께 장식해 놓았습니다.
얼마 전 학교에 불이나 교실 7개가 불탄 상태였습니다.
이 학교에서도 장애아동을 위한 교실이 필요했습니다. 지금은 교실 한 칸에서 전체 장애아동을 위한 수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선생님들은 학교 뒤편에 공터를 보여주었습니다. 공터를 보며 스님이 말했습니다.
“조용하고 좋은데 일반 교실과 거리가 너무 머네요.”
공터를 보고 다시 교실로 돌아와 회의를 했습니다. 스님이 질문했습니다.
“제가 두 가지만 질문할게요. 첫째, 교실이 몇 개가 필요합니까?”
“4개가 필요합니다.”
“위치는 어디가 좋겠어요? 보여주신 공터는 조용하기는 한데 장애아동들이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단점이 있어요. 비장애 아이들과 항상 같이 어울릴 수 있게 오히려 학교의 중심에 교실을 짓는 게 좋아요. 그래야 장애가 약한 아이들은 일반 교실로 복귀할 수가 있어요.”
“맞습니다. 그렇게 해야 장애아동들이 사회성을 기를 수 있습니다.”
선생님들은 스님의 말에 깊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스님은 현재 장애아동 교실의 바로 뒤편에 학교를 지으면 어떻겠는지 제안했습니다. 교실 세 개를 더 짓고, 현재의 교실도 리모델링을 하면 좋겠다고 하자 선생님들이 박수를 치며 기뻐했습니다.
“군수님도 승인하시겠어요?”
“오케이!”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한국에 이런 말이 있어요. 사나이의 말은 서명보다 중요하다.” (모두 웃음)
내친김에 필리핀 JTS 전 대표 이원주 님, 현 대표 노재국 님과 함께 인증샷을 찍었습니다. 모두 박수를 치며 기뻐했습니다.
군수님은 교사 출신으로 아내도 장애학교 교사이고, 딸도 이곳 장애학교 교사였습니다. 이 기쁜 날을 축하하며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선생님들은 JTS 활동가들을 위해 정성껏 식사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선생님들과 식사를 함께 한 후 저녁 6시가 되어 숙소로 출발했습니다. 온 세상이 붉게 물들더니 곧 날이 어두워졌습니다.
저녁 7시가 되어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짐을 풀고, JTS 활동가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23일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열린 금요 즉문즉설 강연에서 스님과 질문자가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저는 35살의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요즈음 드는 고민은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한 고민입니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중학생이 되어 교복을 입은 기쁨은 금방이었고 학업에 대한 부담만이 무겁게 느껴졌으며, 대학생이 되어서는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였습니다. 취업을 하고 나니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또다시 걱정을 하며 살았습니다. 항상 즐거움은 잠시 뿐이고 괴로움이 계속되었는데요. 그것처럼 아이를 낳아야 되겠다는 의무적인 생각이 드는 한편 또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너무 힘들 것 같아 쉽게 용기가 생기지 않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잘 키울 수 있을지, 또 아내가 너무 힘들어해서 갈등을 겪고 그 갈등이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진 않을까 하는 고민이 끊임없이 생겨나 결심하기가 힘이 듭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아내의 의견도 함께 들어야 하지만 일단 저 자신부터 이 고민에 대한 답을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어떡하면 좋을까요?”
“두 가지로 진단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본인이 스스로를 살펴보니까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큰 문제가 없다면 지금 갖는 문제의식이 깊어질 경우 출가를 할 가능성이 있어요. 부처님이 출가하기 전에 이런저런 고민을 하신 것과 비교적 유사합니다. 부처님은 29살에 출가해서 35살에 깨달음을 얻었으니까 질문자는 35살에 출가해서 41살에 깨달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웃음)
둘째, 질문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본인의 마음 상태가 조금 유약합니다. 마음 상태가 유약하다는 것은 심리가 약간 불안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질문자의 이런저런 사고방식은 심리 불안에 근거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세상이 제행무상이라는 것을 자각한 것 같은 표현으로 드러나지만 그 뿌리는 심리 불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과에 가서 의사의 진료를 받아 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두 가지의 길 사이에는 백지장만큼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를 놓고 보자면 큰 차이가 나게 됩니다. 출발은 백지장 차이만큼이지만 하나는 부처의 길로 가는 것이 되고, 하나는 정신질환을 앓는 길이 될 수도 있음을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드러난 문제의식은 둘 다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 점검을 먼저 해보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이를 낳을 때는 계산해서 낳지 않아야 합니다. 부모가 자식을 낳을 때는 그냥 두 남녀가 좋아서 아이가 생기는 것이지 계획적으로 아이를 낳은 것은 아닙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부모가 계획을 해서 아이가 태어나는 것이 아니에요. 아이를 낳기 싫었는데도 덜컥 생겨서 낳기도 하고, 아이 낳기를 간절히 원했는데도 인연이 안 되면 못 낳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획을 세워가며 낳을 필요가 없습니다. 생기면 낳고, 안 생기면 둘이 행복하게 살면 돼요.
아이 없이 부부 둘이 살아도 행복할 수 있고, 아이를 낳아 키워도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아이 없이 둘만 살면 외롭고 적적해서 괴로움이 될 수도 있고, 아이가 생기면 말을 안 듣는다고 더 괴로워할 수도 있습니다. 이 문제는 아이가 있거나 없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일본에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자원봉사로 일본어 통역을 해주신 분과 함께 동행을 했습니다. 그분은 시골에 살고 있는데 어떻게 수입을 만들어 살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벌이가 적어도 별 걱정 없습니다. 스님 말씀을 늘 새겨서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쓰는 생활을 하고 있고, 특히 아이가 없기 때문에 큰돈을 쓸 일이 없습니다. 시골에 사니까 기본 채소는 텃밭에서 키워 먹고, 남편이 아르바이트로 강의를 나가 기본적인 수입을 벌어오고, 부족하면 제가 번역을 해서 생활비를 충당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은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소비를 많이 하면서 살면 곤궁해지지만 수행자의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으니 아무 불편이 없습니다.’
이처럼 아이 없이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아이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거예요. 아이가 있으면 이렇게 가볍게 말할 수 없었을 겁니다. 아이가 일단 생기면 키우기 바빠서 '아이를 어떻게 키우나' 이런 걱정은 단번에 없어집니다. 아이를 낳기 전, 즉 처녀와 총각의 마음으로는 어느 누구도 아이를 키울 수 없을 겁니다. 그런데 아이를 낳으면 모두 엄마의 마음, 아빠의 마음으로 바뀌게 됩니다. 작은 미물도 새끼를 낳으면 끔찍이 아끼는 쪽으로 마음이 바뀌어요. 모든 생명은 새끼를 낳으면 종족 보존의 법칙에 의해서 마음이 자식을 보호하는 쪽으로 바뀝니다.
그런데 가끔 뉴스를 보면 자식을 키우는 게 힘들다거나, 자식을 학대하는 사람들이 나오죠. 이것은 자식이 문제가 아니라 부모가 가진 일종의 정신질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식을 키우는데 모성애가 발현되지 않는다면 정신질환에 속합니다. 자녀를 학대하는 사람은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정신적인 질환을 앓고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자가 특별한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면 아이가 생기면 저절로 생각이 바뀌기 때문에 지금부터 '아이를 어떻게 키우지?' 이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 걱정은 아이를 낳기 전에 생기는 걱정이지 낳으면 저절로 생각과 마음이 바뀌기 때문에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가 생기면 낳아서 키우면 되고, 안 생기면 오히려 부부끼리 큰 부담 없이 가볍게 살면 됩니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 이런 마음으로 생활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질문자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제행무상이 절실히 느껴진다면 출가를 해서 정진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네, 감사합니다. 사실 제가 교회에 다녔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스님 말씀을 계속 듣다 보니 진리라는 것이 어느 특정한 종교에 있지 않다는 것을 오늘도 많이 배우고 갑니다.”
내일은 오전에 수행법회 생방송을 한 후 퀘존으로 이동하여 군청과 교육청 관계자들과 미팅을 하고, 점심에는 키타오타오로 이동하여 군청과 교육청 관계자들과 미팅을 한 후, 오후에는 산페르난도로 이동하여 군수님과 미팅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0
전체 댓글 보기스님의하루 최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