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1.10 수행법회, 두부 만들기
“시민단체 안에 노조를 만드는 후배들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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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10시부터 수행법회 생방송을 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저는 요즘 시골 마을에 내려와서 농사 뒷정리를 겸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론에서 전통시장이 쇠락해 가고 있고 특히 관광지 숙박업소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는 보도를 듣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관광산업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코로나가 끝나고 관광객이 다시 늘어난다는 얘기를 들어서 경기가 회복이 되어간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뉴스에서 전혀 다른 소식을 접하게 되어 시간을 내서 관광지 몇 군데를 점검해 보았습니다.

자영업의 위기, 점점 어려워지는 국민들의 생활

남해안 쪽 펜션을 한번 둘러봤는데 정말로 문을 닫은 곳이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온 천지가 펜션 투성이일 정도로 짓기도 많이 지어놨더군요. 그리고 동해안 쪽으로 올라가서 설악산 입구에 있는 설악동부터 둘러봤는데 과거에 속초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인기를 끌었던 설악 관광단지는 절반 이상이 문을 닫고 폐허가 되다시피한 상태였습니다. 언론보도에서는 성수기에도 20%의 가게들을 제외하면 장사가 안 되는 가게들이 태반이라고 했는데, 곳곳에서 자영업 하는 국민들의 대부분이 지금 굉장히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을 했겠죠. 투자를 잘못한 것도 있겠고, 요즘 사람들의 여행 성향이 바뀐 측면도 있겠고, 교통이 편리해져서 일일 관광이 늘어난 측면도 있겠고, 비싼 국내 여행 대신 저렴한 해외 관광으로 눈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어난 요인도 있겠고, 캠핑카와 텐트를 이용한 관광이 늘어난 측면도 있겠고, 젊은이들의 숫자가 줄어든 데다가 젊은이들이 여행 다니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는 사회변화에 따른 요인도 있을 겁니다.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에 의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관광 산업과 관련된 업종에 종사하다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국가에서는 이런 문제를 팽개치고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국가가 모든 것을 다 지원할 수도 없기 때문에 점차 폐업을 하거나 축소를 하거나 개인적으로는 소비를 줄이는 방법으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수순을 밟게 되더라도 국가가 정책을 잘 마련해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또한 이런 자영업의 위기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시골에서는 길거리에 보이는 사람들이 대부분 외국인이에요. 시골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인들은 추우니까 집에서 안 나오기 때문에 길이나 마트에서 만나는 사람은 외국인 노동자가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빠른 속도로 사회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서울시 교육청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영림초등학교와 대동초등학교는 지난해 다문화 학생의 비율이 70%를 넘어섰다고 하고, 40%를 넘어서는 학교가 서울에서 9곳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우리 사회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변화된 상황에 적응해야 하고,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올바른 국가 정책도 나와야 합니다. 그러나 국가를 이끄는 정치인들이 늘 하찮은 일로 정쟁을 일삼고 국민들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일에는 관심을 덜 쏟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합니다.

올바른 투표권 행사가 필요한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사회에서는 어떤 정치 지도자보다 국민의 각성과 시민 운동이 늘 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어 왔습니다. 그러니 정토회 회원 여러분도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작은 일이라도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고, 정치인들이 바르게 일을 해나갈 수 있도록 국민의 권리인 투표권을 잘 행사했으면 합니다. 종교나 지역이나 이념이나 패거리 문화에 너무 치우치지 말고 투표해야 정치인들이 좀 더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고 국가를 제대로 운영합니다. 한반도 평화를 지켜내고, 환경위기를 극복하고, 빈부격차를 줄여나가고, 사양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런 정책을 누가 더 잘 마련하는지를 봐서 여러분들의 한 표를 소중하게 행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인생 고민, 정토회 운영, 사회 문제 등에 대해 네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시민 단체에서 활동하는 분인데 최근에 활동가들이 노조를 만들고 실력 행사를 하는 행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고민을 이야기했습니다.

시민 단체 안에 노조를 만드는 후배들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저는 시민 단체에서 22년간 활동해 오고 있습니다. 최근에 후배 활동가들이 단체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후배 활동가들이 사회운동보다는 근로조건에 관심을 더 두고 있다는 것이 태도나 행동을 통해서 드러납니다. 지난해에는 노조를 결성하고 선배 활동가의 퇴진 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단체의 설립 목적을 위해서 매진하기보다는 안정적인 일자리나 편안한 근로조건에 더 많이 치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 방법을 모색해서 사회 변화에 힘을 모으지 않고, 세를 모아서 오히려 실력 행사를 하는 것과 같은 정치적 행위에 관심을 두는 지금의 상황이 우려스럽습니다. 현재 의사결정 체계조차 무너져 가는 상황이어서 자괴감이 듭니다. 제가 어떤 마음으로 후배들을 바라봐야 지금의 난국을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요?”

“현재 50대 내지 60대가 된 선배들은 환경운동이나 민주화운동, 인권운동을 월급 받기 위해서 한 것이 아닙니다. 사회의 정의 실현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헌신한다는 관점이 이미 자리잡혀 있어요. 그런데 현실은 좀 달라졌습니다. 요즘 시민 단체에 새로 들어온 사람들은 시민 단체를 하나의 기업으로 보고 취직자리를 찾아서 들어왔어요. 그렇다고 시민 운동과 무관한 사람이 돈을 벌 목적으로만 들어왔다는 말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취직할 때 자신의 전공을 살리거나 관심 있는 분야에 지원하듯이, 그 운동에 관심이 있어서 직업으로 연결해서 들어온 거예요. 예를 들어 보건의료에 관심이 있으면 관련 학과를 전공해서 취직할 수가 있습니다. 자연환경에 관심이 있으면 그와 관련된 학과를 전공해서 국립공원 같은 곳에 취직할 수도 있겠죠. 이렇듯 시민 운동 단체에도 관심 있는 분야를 직업으로 삼아서 취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가 발생한 배경에는, 시민 운동에 적극적인 지원을 하는 정부가 들어서느냐 소극적인 정부가 들어서느냐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시민 운동을 지원하는 정부가 들어서면, 정부 차원에서 단체에 보조금을 주는 등의 지원 정책을 씁니다. 단체는 자금에 여유가 생기고 활동 규모가 커지면서 공채로 사람을 모집하게 됩니다. 공채로 단체에 들어온 사람들은 전공이나 경력을 살려서 단체를 취직자리로 보고 들어온 겁니다. 이렇게 취직한 사람들은 단체에 자금적 여유가 있거나 그 활동을 사회에서 인정해 주면 열심히 일하게 됩니다. 그런데 시민 운동에 소극적인 정부가 들어서면 단체의 상황이 달라지게 됩니다. 정부의 소극적인 지원 정책에 대항하는 운동을 하거나, 시민들을 상대로 모금을 하는 것이 기존의 선배들이 해온 방식입니다. 그런데 새롭게 들어온 사람들이 취하는 방식은 좀 다릅니다. 취직해서 들어온 사람들은 월급이 작아지면 단체의 운영 체계를 바꿔 보려고 시도하거나, 다른 직장으로 이직하는 선택을 합니다. 이런 모습이 선배들에게는 힘을 모아서 운동해야 할 때에 후배들이 다른 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겁니다.

이런 현상은 최근에 시민 단체들의 목소리가 낮아진 주원인 중에 하나입니다. 진보적인 성향의 정권이 들어서서 시민 단체를 적극 후원한 결과 단체의 자생력을 떨어뜨리는 일이 벌어졌고, 뒤이어 보수적인 성향의 정권이 들어서서 시민 단체의 활동을 제약해서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거예요.

이런 모순은 통일 운동을 하는 시민 단체들 사이에서도 생겼습니다. 진보적인 정권이 들어섰을 때 남북문제에 대해 민간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확대해 주어야 하는데, 정부가 보여주기식으로 직접 성과를 내려고 하다 보니 민간 단체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을 뽑아서 정부 부처에 채용을 해갔습니다. 그 결과 오히려 민간 단체가 활동할 자리가 축소되어 버리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그다음에 들어선 보수적인 정권은 남북 관계 회복에 소극적이니까 민간 단체는 활동할 영역이 더욱 좁아지고 보조금도 줄어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꼭 젊은 후배들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됩니다. 반대로 젊은 후배들은 기성세대인 선배들이 꼰대 같다고 봐서도 안 됩니다. 첫째, 정부의 정책에 가장 큰 문제가 있습니다. 둘째, 규모가 커지면 다 잘되는 것으로 오인한 시민 단체의 활동 방향이 문제를 자초한 측면이 있습니다. 세태가 변했다는 점에 중점을 두고 서로 토론을 해나가야 합니다. 활동의 순수성을 좀 접어두고 변화된 세태를 반영하든지, 순수성을 지켜나가는 결정을 내리고 단체를 조금 축소해서 운영해 나가든지, 서로 토론을 통해서 풀어나가야 합니다.

JTS도 이와 비슷한 딜레마를 갖고 있지만 원칙을 지키는 범위 안에서만 사업을 하니까 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어려움은 어느 단체든 다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균형을 잡고 나아가느냐입니다. 세상으로부터 너무 고립되어도 안 되고, 그렇다고 세상의 흐름에 휩쓸려 버려서도 안 됩니다. 세태의 변화에 휩쓸려서 이것저것 다 받아들인다면 단체를 유지하는 의미가 없어집니다.

예를 들어 자연재해로 인해 긴급구호 상황이 벌어지면 구호 단체들은 모금을 많이 하기 위해 서로 경쟁을 벌입니다. 언론을 대동해서 제일 먼저 현장에 사람을 파견하고, 자신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가장 먼저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현장에서 철수해 버립니다. 재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그리 길게 가지 않아서 더 이상 모금이 잘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그러나 JTS는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현장에 먼저 가려고 경쟁하지 않습니다. 재해가 발생한 직후에는 숙박비와 교통비 등이 다 비쌉니다. 그러나 한두 달쯤 지나면 세상의 관심이 식어버립니다. 그때 현장에 가보면 문제가 해결이 안 된 채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때 JTS는 현장에 사람을 파견해서 현지 주민들이 꼭 필요한 도움을 찾아서 구호 활동을 전개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하면 사람들이 잘 안 가는 오지나 위험한 곳까지 찾아가서 구호 활동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JTS는 사업의 성과를 굳이 세상에 알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언론이 동행하겠다고 해도 경비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세태의 변화에 이리저리 휩쓸린다면 초기 순수성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회원들이 가지는 문제의식과 아이디어들을 흘려버리지 않고 계속 토론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어떤 단체든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원인을 살펴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잡아 함께 나아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정토회 역시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엄청난 오해입니다. 여느 단체와 마찬가지로 정토회 내에서도 끊임없이 문제 제기가 있습니다. 이번 연말에도 열흘 동안 안거를 하며 명상하고 자기를 돌아보는 정일사를 했습니다. 그런 시간에는 스님도 대중으로부터 잘잘못에 대해 지적받는 시간을 갖습니다. 왜 우리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수없이 토론하지만 6개월이 못 가서 또 불평불만이 생깁니다. 그래서 6개월이 지나면 또 명상하고 나누기를 하면서 마음을 새롭게 합니다. 그사이에 활동을 그만두는 사람도 나옵니다. 교육을 잘 받아도 해외에 파견되면 엉뚱한 일을 벌이기도 합니다. 이런 게 인생사예요.

저는 질문자가 소속한 단체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봅니다. 단지 그런 문제가 발생할 만한 인연이 도래해서 생긴 것입니다. 그러니 분석을 한번 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분석을 한 후에는 첫째, 무엇을 할 것인지 목표를 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둘째, 현실을 고려해서 어떻게 문제를 처리할 것인지를 정해야 합니다. 이렇게 관점을 가지고 담담하게 문제를 풀어 나가면 좋겠어요. 질문자가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이 안 된다면 사표를 내고 나오는 게 맞다고 봅니다.

세상 사람이 다 이런 갈등 속에서 매일 살아갑니다. 둘이 좋아서 결혼한 부부도 갈등이 생겨 헤어지지 않습니까? 자기가 낳아서 키운 자식과도 갈등이 생겨 집을 나가고 의절을 한다고 난리를 피우는 세상입니다. 또 자기를 낳아서 키워준 부모하고도 마음이 맞지 않아 연락도 하지 않고 사는 세상이잖아요. 이런 세상에 시민 운동을 같이 하려고 모였다고 해서 모두가 마음이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인간을 단순하게 보는 게 아닐까요?

어떤 공통의 목표를 내걸고 모여도 사람이 다양하니까 많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우리는 그런 문제들을 풀 수 있는 데까지 풀고, 못 풀면 나갈 사람은 나가고, 해산해야 하면 해산하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게 인생사이지 달리 길이 없지 않습니까? 그런 관점에서 조금 더 목표를 분명히 하고, 현실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목표와 현실 사이의 갭을 어떤 방식으로 줄일 것인가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삼십육계 줄행랑’은 언제든지 쓸 수 있는 거잖아요? 내 뜻대로 안 된다고 내가 나가 버린다거나, 상대를 내보내지 말고, 그 전에 서른다섯 개의 계책을 모두 써봐야 해요. 그게 안 될 때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 말해야 이후에도 후회가 없게 됩니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는데 일어날 만한 일이니까 일어난 일이라는 스님 말씀이 마음을 가볍게 해주었습니다. 제가 이상주의적인 성향이 큰데 현실을 받아들여 보겠습니다. 그만두겠다는 마음을 갖기 이전에 후배들과 충분히 대화하고 목표도 다시 점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12시가 다 되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은 모둠별로 화상회의 방에 모여 마음나누기를 이어 나갔고, 스님은 방송실을 나와 두부 만들기를 하기 위해 준비를 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1시에 스님과 두북공동체 행자님들이 공양간에 모였습니다. 먼저 스님이 두부 만드는 방법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먼저 불려놓은 콩을 기계에 갑니다. 이때 주전자로 물을 부어주어야 해요. 그러면 대야에 콩물이 담깁니다. 이 콩물을 다시 주머니에 넣어서 한 번 짜겠습니다. 그 콩물을 솥에 부어서 끓입니다. 한 번씩 푹 끓어오를 때마다 불을 낮추고 바가지로 물을 부어줍니다. 안 그러면 넘쳐흘러 버려요. 어느 정도 익혀졌다 싶으면 불을 끄고 간수를 넣습니다. 그러면 응고가 되기 시작해요. 응고가 다 되었다 싶으면 삼베를 위에 얹고 물만 퍼냅니다. 마지막으로 응고된 덩어리를 두부판에 붓고 흰 천을 씌워서 나무판을 대고 무거운 물체로 단단하게 눌러 놓으면 됩니다. 주머니에 짤 때 나온 비지는 따로 모으겠습니다. 작업 공정을 다 이해하셨어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직접 해보면 이해가 될 겁니다. 일단 시작해 봅시다.”

지난 한 해 동안 서울공동체 대중이 한 달에 한 번씩 봉화 수련원에 내려가 메주콩 농사를 지었습니다. 수확한 메주콩 중 12kg을 세 개의 대야에 4kg씩 나눠담고 반나절 동안 불려 놓았습니다.

먼저 기계에 콩을 갈았습니다. 순식간에 뽀얀 콩물이 곱게 나왔습니다. 행자님이 감탄을 하며 말했습니다.



“옛날에는 맷돌로 갈았다고 하는데 도대체 시간이 얼마나 걸렸을까요?”

콩을 기계에 넣으면서 주전자로 계속 물을 부어 주었습니다. 금방 큰 대야에 콩물이 가득 찼습니다.

다음은 콩물을 거름망으로 걸렀습니다. 거름망 아래에는 대나무 묶음을 펼쳐 두었습니다. 그 밑에 대야를 두고 걸러진 물을 받았습니다. 모두 마을 어르신이 사용하시던 것을 받았습니다.



지난 연말에도 스님은 직접 두부를 만들어 안거를 하는 대중을 먹였었습니다. 지난번에는 먼저 콩을 끓인 후에 콩물을 걸렀습니다. 이번에는 방식을 바꾸어 콩을 갈아 콩물을 거른 후 끓였습니다. 절차가 바뀌니 약간 쉬워진 반면 콩물이 쉽게 잘 걸러지지 않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조금이라도 더 콩물을 거르기 위해 찌꺼기를 한 번 더 기계에 간 후 다시 콩물을 걸렀습니다. 콩물을 알뜰히 빼기 위해 거름망을 이리저리 짜다 보니 거름망이 터져버렸습니다. 재봉틀을 쓸 줄 아는 행자님이 거름망을 기워왔습니다.

또 거름망이 터지고 재봉틀로 기워오고 다시 거름망이 터지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러다 한 번은 자루가 세게 터져버렸습니다.

“아이고... 콩이 몇 개야.”

모두 안타까워했지만 바닥에 흐른 콩물은 씻어 쓸 수도 없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도 함께 흘려버리고 계속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콩물을 거르고 난 찌꺼기도 한쪽에 차곡차곡 모았습니다. 이 찌꺼기가 바로 비지입니다.

다음은 거름망으로 걸러낸 콩물을 솥에 가득 붓고 끓였습니다. 솥이 확 끓기 시작하면 불을 낮추고 물을 부어주었습니다. 세 번 정도 끓었다 식히기를 반복한 후 불을 끄고 간수를 부었습니다. 간수는 마을 어르신이 10년 동안 숙성시킨 것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스님이 간수를 넣자마자 콩물이 몽글몽글하게 응고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대로 먹으면 순두부입니다.

잠시 기다렸다가 몽글몽글해진 콩물 위에 삼베 천을 올렸습니다. 삼베 천 위로 물이 올라왔습니다. 이 물을 바가지로 퍼냈습니다. 물을 어느 정도 퍼내고 응고된 건더기를 두부판 위에 올려놓은 천에 옮겨 담았습니다.




천을 꼭 싼 후 도마를 올리고, 그 위에 무거운 물체를 올려 꽉 눌렀습니다. 이렇게 얼마 동안 굳히면 두부가 됩니다.

“자, 이제 한 판을 완성했어요. 다음 판을 만듭시다.”

응고된 건더기를 제외하고 나머지 콩물은 소를 주거나 버립니다. 그런데 맑은 물이 나와야 하는데 간수가 부족해서 콩물의 색이 약간 뿌옇게 나왔습니다. 스님이 콩물 버리기를 아까워하는데 한 행자님이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지난번에 부탄에서 타시 박사님이 두부 만드는 법을 배워갔는데, 간수를 구할 수 없어 식초를 사용한다고 했습니다.

“여기 식초를 넣어보면 어떨까요?”

거른 콩물을 따로 모아서 식초를 넣었더니 다시 응고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식초가 단백질을 응고시키는 작용을 하나 보네요. 이건 굳히지 말고 저녁 식사 때 순두부로 먹읍시다.”

그냥 버릴 뻔한 콩물에서 순두부 한 그릇을 만들어냈습니다. 스님은 아주 흡족해했습니다.

한 번 사용한 대야를 행자님이 설거지를 하려고 하자 스님이 말렸습니다.

“안 돼요! 대야에 아직 콩물이 묻어 있잖아요. 그걸 모으면 콩 몇 알은 될 겁니다. 물로 헹궈서 다시 콩물에 넣어 주세요.”

대야, 주걱, 손에 묻은 콩물까지 알뜰하게 모아서 모두 두부로 만들었습니다.

얼마 뒤 보자기를 열자 탱글탱글하고 뽀얀 두부가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모두가 감탄하는 가운데 스님이 두부를 직접 썰었습니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두부를 썰어서 통에 담았습니다.

“이건 문경공동체에 있는 행자님들에게 가져다줍시다.”

두부 한 판을 완성한 후 두부 공장을 다시 가동했습니다. 기계에 콩을 갈고 콩물을 주머니에 넣어서 짜고, 비지는 따로 모으고, 콩물은 솥에 넣어서 팔팔 끓였습니다. 간수를 넣고 응고된 덩어리를 두부판에 담아서 꾹 눌러 놓았습니다. 두 번째 두부판이 완성되었습니다.




“이건 서울공동체에 있는 행자님들에게 가져다줍시다.”

두 번째 판을 완성한 후 세 번째 판을 만들기에 돌입했습니다.

“스님, 순두부 맛 좀 보세요.”

“이야, 정말 맛있네요. 행자님들도 한 숟가락씩 맛을 보세요.”

직접 손으로 만든 두부는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세 번째 판을 완성하자 메주콩 12kg을 모두 소진했습니다. 자루가 자주 터지는 바람에 많은 시간이 지나있었습니다. 밖은 땅거미가 내려 어두워져 있었습니다. 함께 두부를 만든 행자님들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두부는 정말 아껴먹어야겠네요.”

사용한 도구를 깨끗이 정리한 후 모락모락 김이 나는 두부를 썰어서 저녁 식사로 먹었습니다. 따끈따끈 고소한 두부에 얼마 전에 담은 김치를 올려서 먹었습니다. 비지는 비지찌개를 끓여서 맛을 보았습니다.

“자, 이건 수고한 우리들끼리 저녁 반찬으로 먹읍시다.”




방금 만든 두부로 즐겁게 식사를 한 후 저녁 예불을 하고 수행법회를 들을 준비를 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저녁반 정토회 회원들을 위해 수행법회 생방송을 했습니다. 스님이 먼저 인사말을 했습니다.

“2024년이 시작된 지도 벌써 열흘 가까이 지났습니다. 그래서 오늘 수행법회도 벌써 두 번째가 되네요. 해의 길이도 많이 길어졌습니다. 옛말에 동지 후 열흘이 지나면 '백 리 길을 걸을 때 십 리를 더 간다' 하는 말이 있습니다. 열흘이 지났기 때문에 피부로 느낄 정도로 아침저녁으로 해가 길어진 느낌을 갖게 됩니다. 여러분들은 주로 불빛이 많은 도시에서 살기 때문에 해가 일찍 지는지, 늦게 뜨는지 어쩌면 잘 모르고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골에 살면 해가 뜨고 달이 뜨고 하는 것이 중요한 삶의 일부가 됩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다양한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 유명인에 대한 수사 내용이나 사적인 대화가 공개되고, 이로 인해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도 개선도 필요하지만 시민으로서 어떤 점을 개선하면 좋을까요?
  • 정토회의 다양한 온라인 활동과 오프라인 활동이 좋긴 한데 갈수록 부담스러워집니다. 어떻게 관점을 잡아야 할까요?
  • 시아버님이 유서를 써놓으시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이를 자식으로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 칭찬 듣지 못해도 야단만 맞아도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제가 받았던 기도문인데요. 이 뜻이 정확히 무엇일까요?
  • 만약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북미정상회담이 재개되고 남북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는지 스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질문에 대해 모두 답변을 하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유명인의 자살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다시 언급하며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여러분의 가족이나, 형제, 또는 가까이 사는 사람들 중에 이런저런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세요. 모두 억울함을 갖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아무런 죄가 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모두가 그 혐의에 대해서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저는 그런 혐의를 받고 있는 분들과 상담을 여러 번 해보고 나니 그런 혐의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보면서 대응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일부 유튜버들은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해서 들리는 소문을 가지고 마치 진실인 것처럼 유포를 하는데, 사실 이것은 큰 범죄입니다. 사람들을 엄청나게 가슴 아프게 하는 일이죠. 안 그래도 심약한데 그런 사건이 일어나니까 자살까지 하는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는 겁니다. 특히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남을 욕하는 유튜버들은 정말 죄가 엄청나게 무겁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는 웃으면서 농담 삼아 희희낙락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다른 사람들에게 아픔을 주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이런 부분을 우리 모두가 자각해서 그런 일에 휩쓸리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내일은 아침 6시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하여 문경수련원에 들러 오늘 만든 두부를 전해주고, 봉암사를 찾아가 동안거를 하고 있는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리고 오후에는 충주호 일대의 관광지는 상황이 어떠한지 답사한 후 서울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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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특히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남을 욕하는 유튜버들은 정말 죄가 엄청나게 무겁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는 웃으면서 농담 삼아 희희낙락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다른 사람들에게 아픔을 주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이런 부분을 우리 모두가 자각해서 그런 일에 휩쓸리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2024-03-24 00:14:14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4-01-18 07:55:36

진달래

오늘도 감사합니다. ()

2024-01-17 11: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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