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11.12 필리핀 방문 4일째, 막사이사이재단 도서 출판 기념회
“사위가 설거지를 안 하는 모습을 보면 화가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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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필리핀을 방문한 지 4일째 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필리핀 마닐라 정토법당으로 향했습니다. 법회를 하기 전에 일찍 법당에 도착한 스님은 먼저 법당을 한 바퀴 둘러보았습니다.


최근에 동남아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과 불교를 접목하여 필리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려면 법당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살펴보았습니다.

정토회 회원들과 인사를 나눈 후 오전 10시에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회원들은 삼배의 예로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동남아 지역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을 언급하며 기존에 해오던 전법 방식을 넘어서서 새로운 접근을 해보면 좋겠다고 제안을 하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지금 동남아시아에서 한국 불교에 대한 수요는 한국에 대한 수요와 불교에 대한 수요, 두 가지 수요가 함께 겹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 한국에 대한 수요의 측면에서 보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의 위상이 옛날과 다르게 매우 높아져 있습니다. 지금 한국은 제가 어릴 때 미국에 대해 동경했던 것 이상으로 동남아시아 사람들로부터 많은 동경을 받는 나라가 되어 있습니다. 정작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불만도 많고 심지어 젊은이들은 ‘헬조선’이라고 할 만큼 희망이 없는 나라라고 여기지만, 밖에서 보면 한국은 외국인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나라가 되어 있습니다. 제가 지난 4월에 아시아 12개국을 순방하면서 느낀 점은 서양에서는 주로 젊은이들이 BTS와 같은 음악에 열광하지만,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연령과 관계없이 드라마가 훨씬 더 큰 영향을 주고 있었어요. 드라마에 나오는 음악, 옷, 음식 등 한국의 전반적인 문화 자체가 하나의 큰 유행을 만들어서 더 큰 영향을 주고 있었습니다.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한국 문화의 중심인 불교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같이 높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류와 결합한 불교의 새로운 역할

둘째, 불교에 대한 수요의 측면에서 보면 동남아 사람들이 두 가지 요소를 찾고 있습니다. 하나는 전통문화의 요소를 많이 찾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사찰이나 명상, 불구(佛具) 등과 같은 문화적 유산이 외국인들에게는 하나의 관광상품이 되어가고 있고, 한국 교민들에게는 향수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현재와 미래에 일어날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불교를 많이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한국 교민들에게 마음의 안정을 주는 전통문화적인 불교 활동도 필요하지만, 한국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나아가 필리핀 현지의 젊은이들에게 현대 문명의 대안이 되는 새로운 불교를 전하는 활동도 이제는 해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기에 한류를 결합시킨다면 훨씬 더 확산이 빠르게 될 것입니다. 종교, 철학, 문화, 여행, 웰빙을 결합한 조금 더 폭넓은 전법 방식을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이 250만 명 정도 됩니다. 그래서 세계 전법이라는 게 꼭 외국에 가서만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한국 안에 있는 유학생, 노동자, 결혼한 사람들에 대한 전법도 모두 세계 전법에 포함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자국으로 다시 돌아가면 그 나라에서 활동을 하게 되니까요.

특히 동남아 지역은 대부분 불교문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문화적 갈등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여러분도 조금 더 젊은 층에 초점을 맞추어서 전통적인 신앙 방식보다는 조금 더 문화적 요소를 결합하여 대중성 있는 방식으로 전법을 해나가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현지 사람들 중에서도 기성세대는 자신들의 문화에 안주하기 때문에 전법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젊은이들에게는 한류가 이미 깊숙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이와 결합해서 전법을 해나가면 빠른 확산이 가능할 것 같아요. 특히 정토회가 하고 있는 활동들은 종교를 초월해서 접근할 수 있는 요소들을 많이 갖고 있어서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전법의 방향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 올 붓다의 리더십

2600년 전의 붓다의 인격과 리더십을 현대인의 필요성에 맞게 현대의 언어로 표현한 내용이 책으로 나온다면 서양에서는 폭발적인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처님은 오래전에 존재하셨지만 서양의 문화와 전통에서는 찾기 힘든 인물상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불교는 철학이나 종교의 개념으로만 국한되지 않고 있습니다. 융합과 복합이 활발해지는 요즘 시대에는 과학자, 생물학자 등 과학계와 연계하여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불교가 해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뇌과학 분야의 연구가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불교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뇌과학적인 입장에서도 매우 참신하고 미래지향적이라는 사실이 점점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불교가 갖고 있는 미래 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 교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법 활동도 필요하지만, 필리핀 현지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문화원의 성격으로 법당을 운영하는 방식을 고려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마닐라 중심가에 이 정도의 공간을 갖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공간을 조금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싶어서 저도 오늘 일찍 와서 법당을 한 바퀴 둘러본 거예요. 기존에 필리핀 JTS에서 해 오던 사업은 계속 유지하되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사업 분야를 개척해 보면 좋겠습니다. 필리핀 교민의 젊은 세대와 필리핀 현지의 젊은 세대가 서로 소통하고 문화를 교류할 수 있도록 마닐라 정토법당을 복합문화센터로 만들어보면 좋겠어요.

게다가 민다나오 JTS사업을 잘 활용하면 필리핀의 젊은 세대들이 민다나오 JTS 사업장을 방문해 보는 프로그램도 수요가 많이 생길 것입니다. 민다나오에서 평화를 만들어가는 JTS 구호사업은 앞으로 필리핀 현지인들에게 전법을 해나갈 때도 좋은 환경을 조성해 줄 거예요. 앞으로 민다나오 JTS사업은 세계 전법의 기반이 될 것이기 때문에 조금 힘들더라도 자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활동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여기까지 이야기를 한 후 인생 고민이나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누구든지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두 시간 동안 네 명이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는데요. 그중 한 명은 딸과 사위랑 한 집에서 살고 있는데, 사위가 설거지를 하지 않는 모습이 불편하다며 답답한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사위가 설거지를 안 하는 모습을 보면 화가 올라옵니다

“딸이 얼마 전에 결혼을 했어요. 당분간 딸과 사위가 저희 집에서 같이 살기로 했는데, 사위에게 자꾸 불만이 생깁니다. 사위는 성격도 좋고 저한테 너무 잘 하지만, 밥을 먹고 나서 설거지를 안 합니다. 둘 다 회사에 출근하고 퇴근하는데, 항상 설거지는 딸이 하고 있어요. 옆에서 사위는 ‘도와줄까?’ 하고 물어보기만 하고, 그러면 딸은 ‘됐어’ 하고 본인이 설거지를 합니다. 매일 이 모습을 볼 때마다 화가 올라와요. 얼마 전에는 제가 도저히 못 참아서 딸에게 ‘오빠가 도와줄까 물어보면 무조건 도와달라고 대답해’ 하고 협박까지 했습니다. 저는 사위가 ‘같이하자’ 하고 말하지 않는 게 늘 불만입니다.

아들도 걱정입니다. 아들이 여자 친구를 사귄 지 2년이 되었는데 저한테 소개를 안 시켜 줍니다. 결혼할 마음이 없냐고 물어보니 결혼을 하기에는 우리 집안이 너무 복잡하다고 대답합니다. 엄마와 아빠를 보면 도저히 여자 친구를 못 데리고 오겠다고 해요. 만약 결혼을 해서 우리 집안에 여자 친구를 들이게 되면, 제사도 지내야 하고, 할머니한테도 가야 하는데, 여자친구는 그런 것을 도저히 못 할 것 같다는 겁니다. 아기도 안 낳을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자식들의 생각이 저와 너무 달라서 너무 걱정이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호강에 받쳐 요강을 깨는 소리를 하고 있네요. 큰 걱정이 없으니까 온갖 사소한 일들이 걱정이 되는 겁니다. 해가 지면 온갖 별빛이 보이듯이 큰 사고가 안 일어나서 자질구레한 일들이 걱정되는 거예요.

둘째, 질문자가 약간 갱년기 장애를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는 겁니다.

셋째, 딸과 아들은 부모와 한 집에서 살지 않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부모와 한 집에서 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부부끼리만 살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지금은 딸과 같이 사니까 이런 고민이 생기는 것인데, 만약 며느리와 같이 산다면 어떨까요? 며느리가 같이 살면서 설거지를 매번 해주면 당연하다고 생각할 거잖아요. 딸이니까 질문자가 밥도 차려주는 것이지, 며느리라면 질문자가 밥을 차려주겠느냐는 겁니다. 질문자가 매번 밥을 해주는데 며느리가 고맙다는 소리도 안 하고, 설거지는 아들한테 시키고, 그러면 질문자가 견딜 수 있을까요? 지금보다 훨씬 못 견뎠을 겁니다.

이 문제는 딸이냐 며느리이냐 하는 것에서 생긴 문제일 뿐입니다. 내 딸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는 거예요. 그렇게 하는 것이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원래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그런 수준 밖에 안 돼요. 그걸 넘어서는 사람이라면 부처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같이 살지 말라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 보지 않으면 전혀 일어나지 않을 문제입니다. 딸과 사위를 집에서 내보내세요. 본인들이 알아서 살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결혼을 하면 주위에서 축하하는 사람들이 그날 하루밖에 없습니다. 다음날부터는 여자 쪽 친지들은 전부 다 ‘네가 무엇이 못 낫다고 남자한테 끌려 다니며 사느냐’, ‘늦게 들어오는 것을 놔두면 버릇이 나빠지니까 신혼 초에 잡아라’ 이런 얘기들만 합니다. 남자 쪽 친지들도 전부 다 ‘네가 왜 여자한테 꽉 쥐어서 사느냐’, ‘신혼 초부터 여자한테 잡히면 평생 공처가 된다’ 이런 얘기들만 합니다. 그래서 양쪽에서 싸움을 계속 붙입니다. 한 번, 두 번은 괜찮은데, 똑같은 얘기를 오래 들으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게 돼요. 질문자의 딸도 옆에서 계속 코치를 하니까 결국 남편에게 설거지를 시키잖아요. 그래서 서로 안 보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웃음)

아들 문제도 마찬가지예요. ‘부모도 보러 오지 않겠다는 결혼이라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낫겠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아들이 누구를 만나든 그냥 내버려 두면 됩니다. 그래도 결혼을 하는 게 낫겠다 싶으면 ‘나 보러 안 와도 되고, 제사 안 지내도 되고, 애 안 낳아도 되고, 동거만 해도 괜찮으니까 결혼을 해보면 어떻겠니?’ 이렇게 아들에게 말해서 결혼을 하도록 하면 됩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질문자는 ‘아무리 내가 허락을 했다고 해도 그렇지 그래도 인사는 하러 와야 할 것 아니냐!’, ‘제사 음식은 안 마련하더라도 제사는 지내러 와야 할 것 아니냐!’, ‘아이를 둘 낳으라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하나는 낳아야 할 것 아니냐!’ 하면서 요구가 점점 커질 확률이 높아요. 결혼을 하게 되면 그 조건에서 ‘그래도 그렇지!’ 하면서 조건을 하나 더 붙이고, 또 그게 이뤄지면 ‘그래도 그렇지!’ 하면서 조건을 또 하나 더 붙일 겁니다.

질문자의 뱃속에서 나온 아들이니까 질문자를 얼마나 잘 알겠어요. 아들이 보기에는 ‘우리 엄마 성질에 쉬운 일이 아니다’ 하고 금방 판단이 되는 겁니다. 요즘 여자들은 대부분 자기 의견이 있어요. 요즘은 애를 안 낳기로 약속하고 결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시대가 이렇게 바뀌었어요. 그러니 이래라저래라 자꾸 요구하면 아들은 결혼을 못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아들이 현명한 것 같네요. 괜히 분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으니까 결혼을 안 하는 겁니다.

질문자가 아들에 대한 간섭을 딱 끊어야 됩니다.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고 항상 '엄마는 널 믿는다. 너 좋을 대로 해라' 이렇게 말해주고 그냥 놔두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자기 남편이나 잘 챙겨요.” (웃음)

“알겠습니다.”

“남의 남녀 문제에 자꾸 관여하지 마세요. 나이가 들수록 내 남자와 내 여자를 잘 챙겨야지, 남의 여자와 남의 남자를 챙겨봐야 아무 도움이 안 돼요. 내 남자와 내 여자를 챙기는 게 제일 실속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 코이카 봉사단으로 필리핀에 왔고 다음 달에 귀국합니다. 평소 꿈꿔왔던 해외 자원봉사를 왔는데, 뭘 했나 싶고 내가 원했던 게 맞는지 허전한 마음이 듭니다.

  • 한국에 계신 아버지가 너무 간섭을 많이 해서 힘듭니다. 한편으로는 나이 드신 아버지가 안타까워요. 내적 갈등만 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사회가 점점 더 개인주의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스님은 지금 사회를 어떻게 보시나요?

대화를 마치고 나니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지금 사회가 너무 빨리 바뀌니까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에요. 통계에 의하면 요즘 대한민국 국민들이 자녀를 낳는 확률이 0.72라고 합니다. 2명을 낳아야 현재의 인구수가 유지될 수 있는데 3분의 1 정도만이 자녀를 낳고 있는 겁니다. 3명 중의 1명만 아이를 낳고 2명은 아이를 낳지 않는 거죠. 결혼을 안 하든지, 결혼을 해도 애를 안 낳든지, 이런 관계를 대부분 맺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전체 가구 중에 혼자 사는 가구가 40퍼센트가 된다고 합니다. 그중 아직 미혼 상태로 사는 사람이 23퍼센트이고, 나머지는 결혼을 했는데 사별하거나 이혼을 해서 혼자 사는 사람입니다. 이 비율이 2030년이 되면 50퍼센트를 넘는다고 합니다. 앞으로는 혼자 사는 사람이 전체 가구의 절반이 되는 겁니다. 이런 세태를 반영해서 음식이든 뭐든 전부 혼자 사는 사람이 쓸 수 있도록 모든 상품들이 만들어지고 있어요. 수박도 한 개를 통째로 팔면 사갈 사람이 없어지는 거죠. 저는 옛날에 미국 사람들이 수박을 쪼개서 랩을 씌워놓고 파는 모습이 정말로 이해가 잘 안 되었거든요. 그런 모습이 우리에게도 일상이 되는 거죠. 왜냐하면 혼자 사는 사람이 수박을 통째로 사가면 다 못 먹거든요.

이렇게 세상이 바뀌는 걸 어떻게 하겠어요?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세상이 바뀌는 걸 자꾸 문제 삼으면 점점 꼰대가 되어갈 수밖에 없어요.

내 인생의 주인은 바로 나

내 인생의 주인은 내가 되어야 합니다. 부처님이 주인도 아니고, 하느님도 주인이 아닙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네가 네 인생의 주인이기 때문에 네가 선택하고 네가 책임지라’ 하는 거예요. 그런데 선택을 하려면 인과법칙을 잘 알아야 합니다. 돈을 빌리려면 이자를 쳐서 갚을 각오를 해야 하고, 이자 쳐서 갚아보니 너무 힘들다면 다음에는 빌리고 싶어도 안 빌려야 합니다. 이렇게 인과법칙을 잘 알아서 내 삶을 내가 주인이 되어 살아가야 합니다.

참는 것이 아니라 알아차리기

수행이란 참는 게 아닙니다. 마음이 작동하는 원리를 알아서 내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과보를 받을 것인지 아는 것이 수행입니다. 이것을 ‘알아차림’이라고 합니다. 먼저 알아차려야 하고, 그다음에 선택을 하면 됩니다. 알아차리는 힘을 키우는 방법은 명상도 좋고 다른 수행법도 좋지만 초심자에게 효과적인 방법은 108배를 하는 것입니다. 명상을 하는 것보다는 108배를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될 확률이 더 높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절을 하는 것이 최고라는 뜻은 아닙니다. 효과 면에서 그렇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혼란 속에서도 마음의 평정심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살아가려면, 아침마다 108배를 하거나, 명상을 하거나, 늘 자기감정을 살피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다음에 스님이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 다시 이런 자리를 마련하기로 하고 큰 박수와 함께 법회를 마쳤습니다.

이어서 회원들이 준비한 반찬과 국, 밥으로 점심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스님은 식사를 하고 나서 정성껏 음식을 준비해 준 회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마닐라 정토법당을 나와 막사이사이재단에서 마련한 도서 출판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다이아몬드 호텔로 이동했습니다.


라몬 막사이사이재단에서는 역대 수상자들 348명의 업적과 사진을 모아서 “The GREATNESS OF SPIRIT(정신의 위대함)”라는 제목으로 7권의 책을 출간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제 시상식에 참석한 분들을 모두 초청하여 다이아몬드 호텔 27층에서 출판을 하기 위한 기념행사를 열었습니다. 4시에 행사장에 도착하니 1958년, 59년에 수상하신 분들의 초상화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행사를 시작하기 전에 참가자들은 음료와 다과를 마시며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스님을 찾아와 어제 연설을 감명 깊게 들었다고 인사하고 함께 사진을 찍고 갔습니다.

“어제 평화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어제 스님의 기조연설이 너무 좋았다고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 시기에 꼭 필요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올해 수상자인 방글라데시의 교육운동가 코르비 락샨드의 어머니와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아들이 그런 일을 해도 괜찮아요? 처음에는 반대하지 않았어요?”

“아니요. 아주 좋습니다. 저도 학교를 운영했기 때문에 교육 커리큘럼을 제가 제안하기도 했어요.”

“대단하시네요.”

“스님은 정말 친절하신 분인 것 같아요. 저를 위해서 축복해 주세요.”

“예. 제가 나중에 꼭 한번 방문하겠습니다.”

라몬막사이사이재단 의장님에게는 한국의 수저 두 벌을 선물했습니다.

“초대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이건 한국의 수저예요.”

“제 아이들이 한국 음식을 좋아해서 아주 기뻐하겠네요. 고맙습니다.”

“스님, 어제 행사가 끝나고 이사진에 행사 경과를 보고했는데, 스님의 연설이 굉장히 시기적절했다고 칭송이 자자했습니다. 언론에서도 기조연설문을 요청하고 있는데, 배포해도 되겠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감사합니다.”

곧 4시 30분부터 홀에서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스님도 스텝의 안내에 따라 올해 수상자 뒤쪽에 앉아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라몬막사이상재단은 65주년을 기념하여, ‘영혼의 위대함: 사랑, 용기, 그리고 봉사의 이야기’(Greatness of Spirit: Stories of Love, Courage, & Service)라는 책을 출시했습니다.

이 책은 총 7권으로 348명의 수상자들에 전기와 일화를 담았습니다.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1,500장 이상의 사진과 300장 이상의 삽화도 담았습니다. 또 살아있는 수상자들이 쓴 ‘젊음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실었습니다. 내용이 많다 보니 2천5백 쪽이 넘었습니다. 정식 출간은 2024년 1월에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창립 65주년을 맞아 65,000페소를 기부하면 책의 전집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부금은 아시아 전역의 도서관과 지역사회에 책을 배포하는데 쓰입니다. 오늘은 대신 책갈피만 받을 수 있었습니다.

출간회에는 제65회 라몬 막사이사이 시상식을 위해 마닐라에 모인 30명 이상의 역대 수상자를 포함한 다양한 청중들이 참석했습니다. 수잔 아판 회장이 먼저 책 출간의 취지를 설명하고 이어서 역대 수상자들이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낭독했습니다.



“One, two, three, four, five, six, seven, eight.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Every eight second, a child, woman or man dies because of armed conflict. More than 100 million people are displaced because of armed conflict.
(8초마다 한 명의 어린이, 여성, 남성이 무력 충돌로 인해 사망합니다. 1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무장 충돌로 인해 실향민이 됩니다.)

...

We needs you, we needs you, we needs you.
(우리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당신이 필요합니다, 당신이 필요합니다.)

Are you ready?
(준비됐나요?)

One, two, three, four, five, six, seven, eight.”

낭독을 하는 사이사이 공연도 있었습니다. 올해 수상자인 유제니오 레모스 님도 직접 기타 연주를 하며 경쾌한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의 예고편을 보고 7시가 되어 행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수상자들은 현수막 앞에 모여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막사이사이!”

수잔 아판 회장님은 스님에게도 책에 수록된 초상화를 선물했습니다. 스님은 어제 이야기를 못 다 나눈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행사장을 나왔습니다.


호텔 바로 옆 라몬막사이사이재단 센터에서 마지막 행사인 축제(The 65th Ramon Magsaysay Awards Thanksgiving Fiesta)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재단으로 걸어갔습니다. 행사는 원래 야외에서 열기로 계획했지만 비가 내려 급하게 실내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스텝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먼저 수잔 아판 회장님을 찾아 65,000페소에 달하는 1,200달러를 기부했습니다.

“스님이 첫 기부자시네요. 일은 스님이 하시고, 기부는 저희가 받네요.(웃음) 정말 고맙습니다.”

“초청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실내 행사장으로 들어간 스님은 수상자들을 찾아가 다시 한번 격려하고 스님의 책을 선물했습니다.


자리에 앉자 곧 기념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첫 번째 공연팀은 반다 카얀 필리피나스(Banda Kawayan Pilipinas)였습니다. 대나무와 여러 토착 재료로 만든 수공예 악기를 연주해 주었습니다. 연주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어깨를 들썩이는 신나는 공연이었습니다.


첫 번째 공연까지 본 후 스님은 조용히 행사장을 나왔습니다. 뒤이어 필리핀 발레 극단, 필리핀 대학의 합창 공연 등과 만찬이 남아있었지만, 스님은 오늘 밤에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일찍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호텔로 가서 짐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4일간 스님의 곁에서 사람들과의 소통을 도와준 제이슨 님과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고마워요. 조심히 가세요.”

“저도 즐거웠습니다.”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에 이원주 대표님 댁으로 와서 잠시 필리핀 정토회원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1시가 되어 대화를 마치고 짐을 싼 후 밤 12시 30분에 마닐라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내일은 새벽 2시 50분에 마닐라 공항을 출발하여 밤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한 후, 오전에는 서울에서 주간반 전법회원들을 위해 법회를 생방송하고, 오후에는 두북 수련원으로 이동하고, 저녁에는 두북 수련원에서 저녁반 전법회원들을 위해 법회를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6

0/200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3-11-22 06:35:50

보각

감사합니다 스님 수고많으셨습니다

2023-11-19 16:34:25

보현

고맙습니다

2023-11-17 08: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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