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11.7 두북 어르신 가을 나들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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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 스님은 두북 정토수련원 근처 12개 마을에 살고 계신 어르신들을 모시고 경주 기림사로 가을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스님은 해마다 봄에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나들이를 가고, 가을에는 마을 잔치를 열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나들이와 잔치를 못 열다가 4년 만에 나들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어둑한 새벽 6시, 두북 정토수련원에 경주, 수성, 포항, 남울산, 수영, 해운대 지회 봉사자들이 도착해 어르신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습니다. 봉사자들은 여는 모임을 한 후 어르신들을 두북수련원으로 모셔왔습니다.


스님은 일찍 도착하신 어르신 몇 분과 인사를 나누고, 오늘 어르신들에게 안내할 기림사를 둘러보기 위해 먼저 출발했습니다. 봉사자들이 어르신들을 모두 모셔오고 8시 30분이 되자 총 3대의 버스에 150여 명의 어르신이 함께 기림사로 출발했습니다.

한 시간 동안 가을 풍경 속을 달려 경주 기림사에 도착했습니다. 기림사에 도착하니 일부 봉사자들이 먼저 도착해 있었습니다.

“오늘 어르신들을 안전하게 모셔주세요.”

“네!”

봉자사들과 인사를 나눈 후 스님은 기림사로 올라가 어르신들을 어떻게 안내할지 살펴보았습니다.

곧 어르신들을 태운 버스가 도착했습니다. 일주문에서 경내까지 꽤 긴 오르막길을 걸어야 했습니다. 봉사자들은 버스에서 내린 어르신들을 사천왕문까지 차로 모셔다 드렸습니다.


스님은 사천왕문 앞에서 어르신들을 기다렸습니다. 차에서 내린 어르신들은 스님을 보자 너무 반가워했습니다. 스님도 환하게 웃으며 어르신들을 맞이했습니다.


“아이고, 스님 반갑습니다.”

“네, 잘 지내셨어요?”

“예, 스님 보러 왔어예.”

모든 어르신들이 사천왕문 앞에 도착할 때까지 어르신들은 따스한 볕발 아래 옹기종기 모여서 기다리셨습니다. 스님만 오랜만에 본 게 아니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어르신들은 서로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모든 어르신들이 사천왕문 앞에 도착하자 스님은 큰 목소리로 인사를 드렸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기림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원래 봄에는 낮이 길어서 나들이를 가고, 가을에는 낮이 짧아서 수련원에서 잔치만 했습니다. 그러다 코로나 때문에 4년 동안 만나지 못했잖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가을이지만 나들이도 할 겸 기림사로 왔습니다. 그런데 하필 오늘 날씨가 많이 춥네요. 다들 괜찮으십니까?”

“예.”

“코로나 시기에 여행을 못 시켜드려서 죄송합니다.”

스님은 꾸벅 절을 하고 기림사에 대한 안내를 시작했습니다.

”이곳 기림사는 지어진 지 1400년 정도 된 절입니다. 643년, 신라 27대 선덕여왕 12년에 절을 처음 지었습니다. 인도에서 오신 스님이 절을 지었다고 기록이 되어 있고요. 이후에는 원효대사가 이곳에서 중창(重唱)하여 머물렀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이 절은 임진왜란 때 진지 역할도 했습니다. 도량에 ‘진남루’라는 건축물이 있는데 남쪽에서 온 적을 막는 누각이라는 뜻이에요. 절인데도 불구하고 군사기지에 있을 법한 건물을 가지고 있습니다. 임진왜란 때는 스님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전쟁터까지 나갔기 때문에 그때 우리나라 절이 많이 불탔습니다. 스님들이 무기를 들고 싸우니까 일본군이 볼 때는 절이 아니라 군사기지로 보였기 때문이에요. 이후에 다시 절을 중건(重建)해서 지금의 모습에 이르게 됐습니다.

기림사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샘물’입니다. 처음 절을 지었을 때 절 이름을 ‘임정사’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숲 속의 샘이 아주 좋다고 해서 '수풀 림' 자에 '우물 정'자라고 붙인 거예요. 기림사에는 다섯 개의 샘이 있는데, 차를 마시는 사람은 샘마다 물맛이 다르다고 얘기합니다. 옛날에는 큰 은행나무가 있어서 기림사 염주도 아주 유명했어요. 그런데 은행나무에 벼락이 떨어지는 바람에 나무가 죽어버렸습니다.

기림사는 현재 불국사의 말사입니다. 원래는 기림사가 본사였는데 불국사를 새로 중건하고 관광객이 많이 모이다 보니까 불국사가 본사로 바뀌었어요. 원래 절 크기는 기림사가 불국사보다 큰 절이었어요.

기림사에는 국가에서 지정한 보물이 5개 있습니다. 첫째, 대적광전(大寂光殿) 건물이 보물입니다. 대웅전에 비로자나불을 모셔서 대적광전이라고 부릅니다. 둘째, 대적광전 안에 모셔져 있는 소조 비로자나 불좌상도 보물입니다. 셋째, 비로자나 부처님상 뒤에 있는 비로자나 삼불회도 역시 보물입니다. 넷째, 소조 비로자나 부처님 복장도 보물입니다. 복장이란 부처님 몸 안에 넣은 보화나 서책을 뜻해요. 다섯째는 건칠 보살반가상입니다. 이 불상은 나무로 불상의 골격을 만들고 종이로 감고 옻칠을 한 다음 바깥에 금칠한 겁니다. 이렇게 기림사에는 보물이 5개 있습니다. 그러면 들어가 보겠습니다.”

설명을 마치고 사천왕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갔습니다. 스님은 어르신들과 발맞추어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천천히 오세요.”

왜적을 막기 위해 세운 진남루를 지나자 대적광전, 약사전, 응진전이 한 곳에 모여 있었습니다. 고즈넉한 고찰에 형형색색의 국화꽃이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어르신들 사이에서 기쁜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아이고, 좋다.”




돌계단을 올라 삼천불이 모셔진 삼천불전으로 갔습니다.


삼천불전을 참배하고 있는데 기림사 부주지 염송 스님이 나오셨습니다.

“어르신들 모시고 조용히 다녀가려고 연락도 안 드렸는데 이렇게 나오셨네요.”

“괜찮습니다. 스님, 가시기 전에 잠깐 차 한 잔 대접해드리고 싶습니다.”

“예, 어르신들을 안내해 드리고 가보겠습니다.”

어르신들이 삼천불전 안에 들어와 자리를 잡으시자 스님은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절에 왔으니까 부처님께 기도를 드리겠습니다. 약사여래불은 살아 있을 때 건강을 발원하는 부처님입니다. 아미타 부처님은 극락세계에 머무시는 부처님입니다.


우리가 ‘나무아미타불’이라고 부르는 것은 죽어서 극락에 가서 편안하게 살기 위한 기도입니다. 나무는 인도말로 ‘귀의한다’라는 뜻이에요. 나무아미타불이란 ‘아미타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나무관세음보살은 ‘관세음보살님께 귀의합니다’라는 뜻입니다. 예로부터 ‘살아서는 건강하게, 죽어서는 극락에 가서 편안하게 살고 싶다’ 하는 염원을 담아 절에서 약사여래불도 모시고, 아미타 부처님도 모셨습니다.


같이 기도를 드리고 밖으로 나가서 꽃도 보고 사진도 찍고 경주 시내로 나가 점심을 먹겠습니다. 오늘은 날씨도 춥고 저녁에는 더 추워진다고 하니 일찍 집으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스님은 부처님을 바라보고 앉아 두 손을 모아 축원을 드렸습니다. 어르신들도 두 손을 모으고 정성스럽게 기도를 드리셨습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기를 기원합니다

“오늘 어르신들을 모시고 기림사를 방문하여 삼천불전에서 부처님께 두 손 모아 합장하며 간절히 발원하옵니다.

어르신들이 살아계실 때는 큰 병 없이 건강하게 사시도록 약사여래불께서 돌보아 주시옵소서. 늙고 병들어 몸이 아프더라도 잘 치료받고 간호를 받을 수 있도록 보살펴 주시고, 수명이 다했을 때 편안하게 삶을 마치게 해 주시옵소서. 삶을 마친 후에는 아미타 부처님이 계시는 극락세계에 왕생하여 다시는 생로병사의 괴로움이 없고, 가난에 시달리거나 차별당하고 멸시받지 않으며 고통과 번뇌가 없는 안락국토(安樂國土)에서 오래오래 사시기를 기원합니다.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자제들도 부모님을 공경하고 자식들을 잘 돌보며 화목한 가정을 이루어서 어르신들이 자식 걱정 없이 살도록 해주시옵소서.


지금 세계는 곳곳에 전쟁이 나고 피난을 가는 혼란 속에 있습니다. 저희가 사는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없게 해 주시고 평화로운 나라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농사는 나날이 순조롭게 풍년이 들게 하시고, 소박한 소원들도 모두 이루어지기를 발원하옵니다.”

축원을 마치고 스님은 삼천불을 설명해 드렸습니다.

“이제 법당을 한번 보세요. 이것이 삼천불(三千佛)입니다. 부처님이 많이 계시죠? 과거 세상에 천불(千佛)이 계셨답니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현재 세상에 네 분의 부처님이 오셨고, 앞으로 구백구십 여섯 분의 부처님이 더 오셔서 천불을 이루게 됩니다. 그다음에 이 세상이 사라지고 다시 생기는 미래 세상에도 천불이 출연하신다 해서 삼천불을 모셔 놓았습니다. 여러분들이 여기서 한 번 절하면 절을 삼천 번 한 셈이 됩니다. 삼천 부처님께 다 절을 올린 격이니까요. 절을 세 번만 하면 만 배를 한 공덕이 있게 되니 허리가 아프더라도 삼배를 드려보십시오. 오늘 날씨도 좋고 꽃도 예쁘니 이제 밖으로 나가 사진을 찍도록 하겠습니다.”

어르신들은 천천히 정성스럽게 삼배를 올리고 부처님 손에 천 원을 쥐어놓고 나왔습니다.


밖으로 나와 어르신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다리가 아파서 서서 찍을 수 없는 분이 많아 계단에 앉을 수 있는 만큼 앉아서, 여섯 차례로 나눠 사진을 찍었습니다.

어르신들은 고운 꽃 앞에서 삼삼오오 사진도 찍고 물맛도 본 후 다시 버스를 탔습니다.


어르신들은 버스를 타고 점심 식사 장소로 출발하고, 스님은 염송스님과 잠깐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염송 스님은 평소 스님의 활동을 존경해 왔다며, 어르신들의 식사비에 보태 쓰라고 보시도 했습니다.


기림사를 나온 스님은 장항리 사지 오층 석탑을 답사했습니다.

“이십 년 전에 이 탑을 참배했는데 세월이 많이 흘렀네요.”

차에서 내려 다리를 건너 높은 계단을 오르니 약 9m 높이의 화강암제 오층 석탑이 우뚝 서 있었습니다.


통일신라시대에 세워졌다고 추정된 탑은 일제강점기에 크게 훼손을 당했습니다. 절터 인근에 금광이 있었는데 1923년에 도굴꾼이 남아있는 서탑과 불상에 안치된 복장 유물들을 노리고 금광에서 쓰던 다이너마이트로 야음을 틈타 폭파했다고 합니다.


절터와 석탑을 둘러본 후 스님도 점심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식당에 도착하니 어르신들이 점심을 잡숫고 계셨습니다.


봉사자들은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이 맛있게 점심을 드실 수 있도록 서빙을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마을 이장님의 인사말을 들은 후 스님이 간단히 인사말을 했습니다.

“식사 잘 드셨습니까?”

“예!”

“화광 법사님이 어르신들을 잘 모시고 있는지요? 불합격이에요, 합격이에요?”

“합격이에요!”

“내년 봄에는 어디 놀러 가고 싶은 곳 있으면 미리 신청해 주세요. 오늘 오전에는 기림사로 그냥 바람 쐬러 다녀온 것이고, 본게임은 지금부터니까 재미있게 놀아주시길 바랍니다.”

이수진 님의 사회로 신나는 노래자랑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 한번 불살라 보실까요? 아직 청춘이 많이 남았습니다. 신명 나게 놀아 보입시다!”

술을 한 잔씩 걸치신 어르신들은 크게 환호하며 기뻐했습니다. 흥을 돋우기 위해 봉사자들의 댄스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이어서 사랑의 트위스트 노래가 나오기 시작하자 어르신들의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했습니다.



봉사자들은 어르신들의 손을 잡고 나와 덩실덩실 춤을 추었습니다. 한껏 열기가 달아오르자 이번에는 어르신들이 한 명씩 나와 애창곡을 불렀습니다.


60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150세에 저 세상에서 또 데리러 오거든
나는 이미 극락세계 와 있다고 전해라 ♬

섬마을 선생님, 내 나이가 어때서, 백세시대, 익숙한 노래들이 이어지고, 어르신들은 노래를 부르며 하나가 되었습니다. 옛날만큼 박자를 맞추는 것도, 음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지만 마음은 청춘으로 돌아갔습니다.


‘다리 아프다’ 하시면서도 기꺼이 앞으로 나와 춤을 추시는 어르신, 머쓱한 듯 앉아 계시던 할아버지들까지 어울려 한바탕 신나는 춤마당이 펼쳐졌습니다.


노래자랑을 마무리하고, 미리 준비해 둔 선물을 어르신들이 가는 길에 드렸습니다. 스님이 마을 노인회 회장님에게 대표로 선물을 전했습니다.

가을 나들이를 마무리하며 스님이 닫는 인사를 했습니다.

“내년 봄에는 날이 좀 기니까 조금 더 멀리 가서 즐거운 시간을 갖도록 준비하겠습니다. 건강 항상 주의하시고요. 해를 거듭할수록 한 분 한 분 우리 곁을 떠나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의 오늘 만남이 몇 분에게는 마지막이 될 것입니다. 다음에 또 만났을 때는 또 몇 분에게 마지막이 되겠죠. 인연을 따지면 섭섭하기도 하지만 이게 인생사이지 않겠습니까?

태어나고 늙고 또 나이가 들면 죽어가는 것이 인생이니까 너무 미련을 갖지 마세요. 가을이 되면 잎이 떨어지듯이, 또 내년 봄이 되면 새 움이 돋듯이, 우리는 새로 태어나서 또 살아가는 것이니까 편안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스님과 봉사자들이 함께 ‘어머님의 은혜’ 노래를 불렀습니다.

나실 때 괴로움 다 잊으시고 ♬
기르실 때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높다 하리요
어머님의 은혜는 가이없어라 ♬

어르신들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인사를 드린 후 기념사진을 찍고 가을 나들이를 마쳤습니다.

봉사자들의 손을 꼭 잡고 행복해하시는 어르신들의 얼굴은 맑고 청아한 가을 하늘을 닮아 있었습니다. 봉사자들은 어르신들을 차로 집까지 모셔다 드렸습니다.


두북 수련원에 도착하자마자 스님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모레부터 월요일까지 필리핀에 가야 하는데 일요일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고 해요. 화분을 실내에 들여놓읍시다.”

무거운 화분을 실내에 옮기고, 배추보다 더 풍성하게 자란 케일을 수확했습니다.


찬바람 속에서도 꿋꿋이 자란 상추와 고수도 수확했습니다.

“안 죽고 살아있는 게 기특하네요.”




수확을 마치고 배추밭에 씌워둔 한랭사를 벗겨냈습니다. 한랭사는 어린 배추가 자라는 동안 벌레를 막기 위해 씌워둡니다. 한랭사 가득 자란 배추가 더 자랄 수 있도록 한랭사를 벗겨주는 것입니다.




울력을 마치니 오후 4시가 넘었습니다. 간단히 씻고 다시 서울로 갈 짐을 챙겨 5시 30분에 서울로 출발했습니다.

고속도로 위를 4시간 달려 밤 9시 30분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해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인도 성지순례 실무준비회의를 한 후, 오후에는 내년도 일정에 대해 의논을 하고, 저녁에는 수행법회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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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녀

어르신들을 대하시는 스님의 모습을 뵙고 울컥한 마음입니다. 죽음이 닥쳐도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2023-11-14 22:37:26

이윤주(대정진)

어르신들 축원문에서 스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 되는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

2023-11-14 10:58:11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3-11-13 06: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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