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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부산에서 평화 2.0 포럼을 하고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즉문즉설 강연을 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아침 7시에 서울을 출발해 부산으로 향했습니다. 고속도로 위를 4시간 30분 달려 오전 11시 30분에 행사가 열리는 부산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에 도착했습니다.
근처 식당에서 스님의 고등학교 동창분들을 만나 점심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오랜만에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식사를 하며 가볍게 대화를 나눈 후 행사가 열리는 동아대학교로 걸어갔습니다. 오후 1시 30분부터 동아대학교 김관음행홀에서 ‘글로벌 복합 위기와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평화재단 심포지엄을 시작했습니다. 평화재단에서는 올해부터 지역 민간 학술연구기관들과 연대하기 위해 ‘평화 2.0 포럼’을 기획했습니다. 그 첫 행사를 지난 5월 광주에서 진행했고, 오늘 두 번째 행사를 부산에서 이어갔습니다.
부경대 글로벌지역학연구소, 동아대 국제전문대학원, 인제대 통일학부, 창원대 국제관계학과 등 부산 지역의 학술연구기관에서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먼저 스님이 행사를 시작하며 인사말을 했습니다.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뿐만 아니라 중동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에 와서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는 큰 전쟁이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했지만, 현재의 국제 정세는 우리가 설마 했던 일이 현실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반도에서도 분쟁이 생길 위험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늘 이 행사를 계기로 우리가 지금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하는 ‘코리아 리스크’를 우리 모두가 자각해서 전쟁을 미연에 막는 노력을 했으면 합니다.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잘 들으시고 여러분들도 마음껏 질문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지난 70년간 일구어놓은 경제 개발, 민주주의, 한류 등 이런 성과들이 바보 같은 행위에 의해서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일구어놓은 성과들을 앞으로도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는 현명한 국민이 되도록 함께 노력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오늘 발표해 주실 분들의 말씀을 경청하겠습니다.”
이어서 큰 박수와 함께 본격적으로 심포지엄을 시작했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님이 오늘의 주제인 ‘글로벌 복합 위기와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기조 발제를 했습니다.
“지금 세계는 위험으로 연결된 초연결사회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여기서 기침을 하면 남미에서 나무가 쓰러지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렇게 세계는 점점 위험으로 연결되어 나가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우리는 이미 경험했습니다. 기후 위기, 핵 실험, 사이버 테러, 인공 지능 등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리스크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 개인을 넘어서서 인간 종 전체가 멸종할 위험에 처했습니다. 이것을 저는 전통 안보와 인간 안보를 넘어서서 ‘생명안보(Life security)’라는 개념으로 정의했습니다.”
조 박사님은 생명 안보가 중요해지는 시대에 한반도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여러 가지 제안들을 해주었습니다.
이어서 고경빈 평화재단 연구위원장의 사회로 백두주 부경대학교 글로벌 지역학연구소 전임 연구원, 임석준 동아대학교 국제 전문대학원 교수, 진희관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교수, 홍석훈 창원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의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 심화를 비롯해 북한, 러시아, 중국의 삼각 동맹의 강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방안, 남북 관계의 전망, 남한 정부의 역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등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해 보았습니다.
한 시간 반 동안 토론을 한 후 무대 위에서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1부 프로그램을 마쳤습니다.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지며 오카리나 연주가 박행숙 님의 공연을 함께 보았습니다.
오후 3시 30분부터는 2부 프로그램으로 법륜 스님과 함께 하는 ‘평화’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지난 일주일 동안 미국 워싱턴 D.C. 에서 미국 정부, 의회, 싱크탱크 관계자들을 만나 한반도 평화에 대해 대화하고 온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큰 박수를 받으며 무대로 올라왔습니다. 스님은 미국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대화를 하고 왔는지 가볍게 공유를 해주었습니다.
“저는 지난 일주일 동안 워싱턴 D.C. 에 머물면서 미국 정부, 의회, 싱크탱크 관계자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에게는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야 대화가 되므로 그런 관점에서 저 나름대로는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상당히 합리적인 방법으로 대화를 했지만, 바이든 정부의 집권 기간에는 한반도의 긴장 상황이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물론 우리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을 해야 되겠지만요.
한반도의 평화는 사실 한국 정부가 나서서 역할을 하면 제일 좋습니다. 하지만 현재 남한 정부의 국내외 정치적 상황에서는 그렇게 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미국이 물꼬를 터주면 좋겠지만, 미국 역시 이 문제에 대해서 별다른 대책이 없는 것 같습니다. ‘조건 없이 대화하자’, ‘문은 열어놓았다’ 이런 말만 하고 있지 북한을 견인해 낼 정도의 적극성은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내년 미국 선거로 정권이 바뀌어서 대북 정책에 변화가 있기까지 앞으로 1년 6개월은 한반도의 평화 관리에 굉장히 유의해야 할 시기라고 봅니다.
오히려 그동안 일본은 한반도 정세에서 소외되어 있었는데, 현재는 거꾸로 일본이 북한과 대화하기에 비교적 유리한 조건에 놓이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일본이라도 나서서 북일 관계를 개선하고 동아시아의 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일본의 역할을 좀 더 적극적으로 견인해 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북한은 인도적 위기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북한을 떠올릴 때 핵, 미사일, 독재만을 생각하지 말고 그곳에는 우리와 같은 2천5백만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들은 식량 부족과 의약품 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계속 외면하고 있는 것은 인간을 중요시하는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정치적인 갈등부터 해결되면 가장 좋겠지만, 정치적인 갈등이 풀리지 않더라도 인도적 지원은 신속하게 재개하는 것이 민주주의 가치를 오히려 강화시키는 것입니다.
얼마 전 미국 의회에서 ‘이산가족 상봉 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미국에는 2백만 명의 한국 사람이 살고 있고, 그중 시민권을 가진 사람이 1백만 명, 그중 이산가족이 10만 명 정도 됩니다. 미국 시민 중 10만 명이 장기간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고통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 의회에서 이산가족 상봉 법안이 통과되었으니 행정부는 이것을 방치하지 말고 신속히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이것은 살아서 만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정책을 펴는 것입니다. 만약 살아서 못 만나면 죽어서 뼈라도 고향에 묻힐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죽은 뒤에 뼈라도 고향에 가서 묻을 수 있도록 해주자는 정책이 바로 ‘평양 수목장’ 사업인데, 이런 사업이 적극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미국 의회를 찾아가서 협조를 요청하고 왔습니다. 70년 전 미군 유해도 다 찾아오는데, 실향민들이 고향에 뼈를 묻을 수 있도록 하는 길은 충분히 열어줄 수 있잖아요. 그렇게 해서 뼈라도 고향에 돌아간다면 남한에 있는 이산가족들에게도 그런 길이 열리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이산가족들의 한이라도 풀어주자는 거죠.
사실 이런 문제는 한국 정부와 얘기를 해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한국 정부는 놔두고 남의 나라에 가서 얘기하는 저도 자존심이 상했어요. 그들도 말은 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이런 얘기는 너네 나라 정부와 얘기하지 왜 남의 나라에 와서 얘기하느냐’ 하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요즘은 글로벌 시대이니까 어느 정도는 우방국들이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믿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왔습니다.”
이어서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1부에서 발표와 토론을 맡았던 전문가들도 앞자리에 앉아 스님의 강의를 경청했습니다. 대화를 나누는 중에 전문가의 의견이 필요할 때는 스님이 마이크를 전문가에게 넘겼습니다.
그중 한 명은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어떤 대북 정책을 취하면 좋을지 질문했습니다.
“스님께서 말씀하신 통 큰 대북 외교 정책은 지금 한국 정부로는 실행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취해야 할 적합한 대북 정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또한 이 상황에서 국민들이 남북 관계를 바라보는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할까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방법을 추진할 집단이 현재 없을 뿐입니다. 국민들은 각성이 덜 되어 있고, 여야 정당은 권력을 잡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현재 한국 정부는 예전에 시도했던 대북 강경 정책을 재추진하면서, 과거에는 효과가 나기 전에 멈추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효과가 날 때까지 더 세게 압박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현재 북한 문제를 풀려면 북한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는 쪽으로 가야 하지만, 그렇게 하면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방법이 있어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 빅딜을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약간 상식 밖의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트럼프 전 대통령 같은 사람은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고 그냥 추진해 버립니다. 이런 방식이 아니라면 북한은 다루기가 굉장히 어려운 나라입니다. 우리는 때로 ‘북한이 벼랑 끝 전술을 펼치는 것 아니냐’ 하고 생각하는데, 우리에게는 여러 선택지가 있지만 북한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 오직 외통수만 남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을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든지 안 들어주든지 두 길밖에는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면 ‘북한에 굴복했다’, ‘북한에 끌려다닌다’ 하는 비판이 생기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는 사실 선택지가 없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치적 관점을 벗어나서 남북 관계를 바라봐야 합니다. 먼저 북한의 핵 대량 생산이 우리의 안보에 위협이 되느냐 아니냐를 판단해야 합니다. 북한이 핵을 만들기 전에는 북한 핵이 엄청난 위험이라고 하면서 6자 회담도 추진하고 적극적으로 나섰던 미국이 지금은 북한이 핵을 대량 생산하겠다고 하는데도 방관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위험하지 않다면 옛날에 위험하다고 판단했던 것이 틀린 것이고, 옛날에 위험했다는 판단이 맞았다면 지금은 그보다 열 배는 더 위험한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일단 급한 불을 꺼야 하기 때문에 핵 동결을 위해서는 북한의 요구도 어느 정도는 들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은 줄기차게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의 철폐를 미국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즉, 북미 관계 정상화를 바라고 있습니다. 북미 관계 정상화는 양쪽에 손해가 없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돈이 들지 않아서 손해가 없고, 북한의 입장에서는 핵을 동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핵이 북한 밖으로 유출되지 않아 손해가 없습니다. 관계가 틀어질 경우 북한은 여차하면 핵을 다시 사용하면 되고, 미국은 관계를 끊으면 됩니다.
지금 미국과 북한은 서로 불신 관계에 있기 때문에 서로 비용이 들지 않는 선에서 합의를 보고 신뢰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협상을 하기가 쉽습니다. 만약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한다면, 그때는 핵 동결이 아니라 핵 폐기로 관계를 진전시키면 됩니다. 협상은 서로 주고받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때부터는 북한이 경제 개발을 위해서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면 미국은 지원을 해주는 대신에 북한에게 핵 폐기와 같은 행동을 요구하면 됩니다. 지금껏 북한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줄 테니 핵을 폐기해라’ 하는 제안을 해도 소용이 없었던 이유는 북한 입장에서 안전이 담보되지 않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핵을 보유하게 된 지금의 북한을 상대로 할 때는 먼저 북한의 안전을 담보해 주고 그다음에 핵폐기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북미 관계에서 과거의 정책을 고집하면 ‘북미 관계 정상화는 핵 폐기의 마지막 단계에 가능하다’ 하고 생각이 고착화됩니다. 핵 폐기보다 북미 관계를 먼저 정상화하는 것을 두고 미국이 북한에게 양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는 북한이 핵을 개발하기 전의 얘기입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현재는 러시아가 전쟁을 하면서 유엔 안보리도 분열이 되었기 때문에 북한은 아무런 제재 없이 핵을 마음껏 만들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지금이 과거 어느 때보다 위험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과거의 정책을 고수한다면 그것은 매우 모순적인 판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제안을 해도 북한이 수용할지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에게는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뒷배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경제적으로 곤궁해서 주민들이 굶어 죽는 것은 북한의 약점이지만, 유엔 안보리가 분열되어 있어서 외교적으로는 고립을 면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미국과 중국의 충돌로 인해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뒷배가 생겼습니다. 과거에는 미국과 중국이 결합해서 북한을 압박했는데, 현재 북한의 상황은 경제적인 곤궁을 제외하고는 과거보다 훨씬 더 상황이 좋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북한을 다루려면 과거의 정책을 답습하기보다는 지금 상황에 맞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접근법은 간단합니다. 이럴 때는 합리성을 세세하게 따지거나 전문가의 이야기를 자세히 듣기보다는 통 크게 밀고 나가서 문제를 푸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지금 한국의 대통령도 약간 그런 자질이 있으니까 아직은 가능성이 있어요. 합리적이지 않은 것이 이런 문제를 풀 때는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지금까지는 남한이 주도권을 갖고 남북 관계를 푼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참가해서 물꼬를 트고, 북한 정부가 대남 정책을 바꾸어서 관계가 풀린 것입니다.
이제는 한국 정부가 북한에 끌려 다니지만 말고 국제 정세를 보면서 먼저 미끼를 던져 북한이 물도록 하는 보다 주도적인 해법을 시도하면 좋겠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이 가진 힘이 결코 작지 않습니다. 눈치 보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한반도의 평화를 관리해 나가야 합니다.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과의 관계를 풀었듯이 북한과의 관계도 그렇게 과감하게 풀어야 합니다. 미국이 원하는 대로 일본과의 관계를 풀어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했으니, 이제는 우리도 미국에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의 위기관리 방안에 동의해 달라’ 하고 요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습니다. 한국 정부만 과감하게 상황을 끌고 나가면 북한 문제를 쉽게 풀 수가 있습니다. 특히 바이든 정부는 동맹을 굉장히 중요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정부만 북한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가겠다고 하면 바이든 정부도 동의를 해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한국 정부가 과감하게 정책을 추진하면 좋겠지만 현재는 그렇게 진행이 안 되고 있습니다. 제가 워싱턴 D.C에서 미국 국무부 정보국에서 일했던 분과 만나서 대화를 해보니 ‘기회를 다 놓쳤다’, ‘이제 끝이다’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미국에 사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고, 저는 한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이 위기를 극복해야만 합니다.
미국이 대량 살상 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북한에 경제 제재를 해왔지만 결과적으로 효과가 없었습니다. 역사적으로 경제 제재는 적대국에게는 효과가 없고 동맹국에게만 효과가 있다는 것이 이미 입증이 되었습니다. 미국이 만약 남한에 경제 제재를 가한다면 효과가 클 것입니다. 우리는 금방 항복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이 이미 적대국이 되어버린 북한에 경제 제재를 가하는 것은 효과가 없습니다. 북한에 경제 제재를 가했지만 대량 살상 무기의 개발을 막지 못한 것이 그 사례입니다.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는 결국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실패했다고 평가해야 합니다. 물론 경제 제재를 계속 유지하는 목적이 만약 북한 주민들을 괴롭히는 것이라면 성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굶어 죽고 병들어 죽은 주민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저는 미국 정부 관계자를 만나서 북한 경제 제재의 목적을 분명히 했으면 좋겠다고 요구했습니다. 경제 제재의 목적이 북한 주민들을 괴롭히는 것이라면 성공적이지만, 대량 살상 무기의 확산을 막는 것이라면 명백히 실패했습니다. 그런데도 경제 제재를 계속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미국 의회 관계자를 만나서 대화를 해보니 ‘북한과 약속을 해도 북한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 아닌가?’ 하고 말했습니다. 저도 북한이 어떤 약속을 해도 약속을 잘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데 동의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북한과 약속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내버려 두는 것보다는 약속을 해놓고 약속을 지키라고 계속 압박을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놓아두는 것보다는 약점을 잡고 계속 압박하는 것이 낫지 않나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맞습니다.”
“약속을 해 놓고 계속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게 되면, 횟수가 줄든 범위가 줄든 뭐가 줄어도 줄어들기 마련이기 때문에 실용적인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에 대사관을 내서 현지 감시망을 갖고서 계속 조사를 해나가면서 북한을 압박할 수 있습니다. 약속을 했기 때문에 계속 문제 제기를 하면서 ‘여기도 조사해 보자’, ‘저기도 조사해 보자’ 이렇게 요구하면 북한이 숨어서 몰래 무기를 개발하더라도 가만히 놔두는 것보다는 억제 효과가 있습니다. 마음껏 드러내 놓고 대량 살상 무기를 개발할 때보다는 그 속도를 늦추거나 멈추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명분에 사로잡혀서 항상 관념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기회를 계속 놓치고 있습니다.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첫째,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해야 됩니다. 남편과 아내 부부지간에도, 부모와 자식 간에도, 갈등을 없애려면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됩니다. 항상 내 기준으로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면 부부간에 갈등이 생기고, 부모 자식 간에 갈등이 생기고, 친구지간에 갈등이 생기고, 나아가 국가 간에도 갈등이 생깁니다. 그래서 평화로 가기 위해서는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됩니다.
‘존중’이란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한다는 뜻입니다. 상대를 존중한다는 것은 상대를 떠받든다는 뜻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나는 부처님을 믿는다’, ‘너는 하느님을 믿는다’ 이렇게 믿음이 다름을 알았을 때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존중’입니다. ‘당신의 믿음은 그렇군요’, ‘당신의 생각은 그렇군요’, ‘당신의 취미는 그렇군요’ 이렇게 믿음, 생각, 취미가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는 것이 존중입니다. 존중은 특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둘째,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이해를 해야 합니다. 이해 없는 사랑은 폭력입니다. 상대에 대한 이해 없이 자기 생각대로 ‘네가 좋다’ 하고 말하면 상대의 입장에서는 성추행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상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상대에 대해서 속속들이 알아야 하는 것이 이해가 아닙니다. 이해란 상대가 어떤 행위를 하든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가 있겠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러면 화가 나지 않습니다. 내가 동의는 못하더라도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이렇게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에 대해서도,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각자의 입장을 우리가 이해는 할 수가 있습니다. ‘상대가 옳다’ 하고 받아들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이해를 할 수가 있어야 화가 나지 않는 상태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조율해 나갈 것인지 방법을 찾을 수가 있습니다. 화가 나면 폭력으로 제압하는 쪽으로 나아가게 되지만, 이해를 하게 되면 ‘어떻게 문제를 풀 것인가?’ 하고 탐구하는 자세로 나아가게 됩니다. 이런 관점을 가질 때 우리는 평화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남한이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함으로 해서 북한과 러시아와의 관계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남한이 중립을 지키는 것은 어려운 일인가요?
현재 북한과 러시아가 서로 협력하여 남한이 더 위험해진 것 같습니다. 이 위기 속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는 무엇일까요?
미중 대립이 격화되는 가운데 물밑 접촉은 쉼 없이 이뤄질 것이고, 국지전은 있을지언정 3차 세계 대전은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스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기후 위기로 인해 수많은 재해가 일어나면 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 간 협력이 더욱 절실해집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평범한 시민들은 어떤 실천을 해나가야 할까요?
일본 오염수 방류 등 부산과 일본은 가까이 있지만 그런 만큼 관계가 참 불편합니다. 제대로 소리를 내지 못하는 한국 정부를 보면 힘이 빠집니다. 그냥 무관심하고 즐겁게 사는 것이 평화에 더 기여하는 것인가요?
한반도 평화와 세계 평화를 위해 세계 인류 모두가 가져야 할 가치와 신념은 무엇인가요?
한국, 중국, 일본이 함께 상생하고 협력해 나가기 위해서는 기업을 하는 한국인으로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질문을 하고 싶은 분들이 더 있었지만 약속한 두 시간이 다 되어 여기까지 질문을 받고 대화를 마쳤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닫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그동안 평화재단에서는 주로 서울에서 심포지엄을 많이 했습니다. 그렇지만 지방에도 훌륭한 학자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을 항상 서울로 불러 모아서 발표를 하도록 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서울에만 사는 건 아니잖아요. 인구의 절반은 지방에서 사니까 평화재단이 지방으로 가서 그곳에 계시는 훌륭한 분들을 모시고 많은 대중과 함께 대화를 나눠보자는 취지에서 오늘은 부산에서 자리를 마련해 보았습니다.
오늘도 훌륭한 학자분들의 발표를 보셨듯이 비수도권 지역에도 전문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늘 정치든 문화든 다 서울 중심이잖아요. 요즘은 의사들도 지방 의대를 나왔지만 병원은 다 서울에서 여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서울에서 병원을 열어야 돈벌이가 되니까요. 평화재단도 그렇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하는 차원에서 이렇게 지방을 순회하고 있습니다.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평화에 대한 문제 의식을 확산해 보자는 취지이니까 앞으로도 많이 응원해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큰 박수와 함께 평화 2.0 포럼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참석한 전문가 분들에게 다가가 악수를 나누며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심포지엄과 강연을 준비한 봉사자들과 무대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부산, 파이팅!”
며칠 전에는 서울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오프라인 강연이 열렸고, 오늘은 부산에서 성황리에 오프라인 강연을 마쳤습니다. 지난 해외순회강연의 열기를 이어서 국내에서도 오프라인 강연의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는 것 같습니다.
부산을 출발한 스님은 곧바로 두북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차로 한 시간을 달려 저녁 6시 30분에 두북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에는 원고 교정과 여러 가지 업무들을 본 후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아도모례원에서 용성조사 오도일 기념법회를 한 후 오후에는 대구경북 지부 회원의 날 행사를 하고, 저녁에는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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