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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울 정토회관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평화재단으로 향했습니다. 오전에는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미팅을 하고,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에도 연달아 손님들과 미팅을 했습니다.
오후 2시 30분에는 외부에서 사회 인사와 미팅을 한 후 다시 정토회관으로 돌아왔습니다.
오후 5시부터는 인도 성지순례를 준비하고 있는 법사단, 실무자들과 회의를 했습니다. 내년 1월에는 인도 성지순례 기간 중 수자타 아카데미 개교 30주년 기념식을 하게 되는데요. 행사 프로그램을 다 함께 검토하고, 기념식에 초대할 내빈들 명단, 기념 선물에 대해 점검했습니다.
이번 인도 성지순례에는 외국인 수행자들도 참여하여 영어 통역으로 함께 순례를 하기로 했습니다. 차량 배정과 스태프의 역할에 대해 의논하고, 15박 16일 동안 타고 다닐 버스를 무엇으로 할지 점검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에는 여러 가지 업무들을 처리하고 원고 교정을 본 후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논산 훈련소로 이동하여 군장병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한 후 오후에는 서울로 이동하여 동국제강 본사에서 초청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6일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열린 금요 즉문즉설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아들이 자폐증이 있었는데 아침이면 그냥 무조건 집을 뛰쳐나갔어요. 그러면 파출소에서 아이를 데려가라고 전화가 오곤 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내면서 힘들었는데, 어떤 사람이 아이에게 이름표도 붙이지 말고 전화번호도 붙이지 말고 내버려 두라고 해서 그렇게 했어요. 그랬더니 아이가 집을 나가 행불자가 되어서 경찰이 보호시설에 데려다주었습니다. 그 후 보호시설에서 지금까지 22년을 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보호시설마다 전단지를 뿌리면서 아이를 찾았는데 어느 시설에서 전화가 와서 가 보니 우리 아이였어요. 그때는 제가 형편이 어려워서 3년만 있다가 데려가면 안 되겠냐고 했더니 원장님이 그렇게 하라고 했어요. 그 당시에는 형편이 엄청 어려웠고 남편은 애가 그렇게 되고 나서 맨날 술만 마시고 직업도 변변히 없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딸 둘을 데리고 열심히 살아서 모두 시집을 보냈고, 지금은 저 혼자 아파트 하나를 마련해서 월세를 받으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들 때문에 항상 마음이 무겁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주위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보호시설에 부모가 나타나면 경찰 입회 하에 부모가 맞으면 손 붙잡고 아이를 데리고 집에 가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 나이가 75살이나 되어서 아들을 데리고 살기가 두렵습니다. 제가 아들에게 무엇을 해주고 죽어야 하는지 몰라서 항상 마음이 괴롭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스님, 저를 좀 살려주세요.”
“지금 살고 있는데 살려줄 필요가 뭐 있어요? (웃음) 앞으로 죽으려면 아무리 짧아도 10년, 길면 20년이나 더 살 수 있어요. 당분간은 죽을 일도 없고, 제가 애써서 살릴 일도 없습니다. 벌써 75세가 되었기 때문에 지금은 자폐증 아들을 질문자가 부양해야 할 아무런 의무가 없습니다. 보호시설에 면회를 가고 싶으면 가면 됩니다.”
“그런데 시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꾸 집까지 쫓아 오겠다고 합니다.”
“그러면 집 주소를 안 가르쳐 주면 되죠.”
“주민등록증을 내놓으라고 합니다.”
“안 내놓으면 되죠.”
“사실대로 다 밝혀지면 어떻게 해요?”
“사실대로 다 밝혀져도 질문자가 아들을 부양할 책임이 없습니다. 아들은 이미 자폐증이라는 장애가 있어서 시설에서 보호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보호시설에 지원금을 다 주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자기 돈을 내고 아들을 보살펴 주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시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미 아들의 호적도 다 만들었더라고요.”
“네, 호적이 만들어져 있으니까 그냥 ‘내가 아는 사람이다’ 하고 생각하고 아들을 만나면 됩니다.”
“그런데 아들이 저와 얼굴이 똑같아서 제가 부모라는 것을 다 아는 것 같아요.”
“괜찮아요. 설령 질문자의 아들이라고 밝혀지더라도 질문자가 부양해야 할 의무가 없습니다. 질문자 스스로 자식을 버렸다는 죄의식이 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자꾸 위축되는 것이지 사실대로 다 밝혀져도 질문자가 아들을 부양해야 할 의무가 법적으로든 윤리적으로든 전혀 없습니다.”
“부모가 나타나면 집으로 데려가야 한다고 하는데요?”
“아들이 아직 어린아이라면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질문자의 아이는 이미 성인이 되었고, 질문자도 늙어서 누군가로부터 부양을 받아야 되는 나이가 되었어요. 질문자는 지금 누구를 보살필 수 있는 나이를 넘어서 버렸어요. 그래서 아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보호시설에서는 자꾸 집에 찾아오겠다고 합니다.”
“집에 찾아와도 상관없습니다. 혹시 질문자가 재산이 좀 있으면 그 사람들이 돈을 내놓으라고 할지는 모르지만, 75세인 질문자가 자폐증이 있는 성인을 다시 데려와서 부양해야 할 책임은 없습니다. 그러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아이가 보고 싶을 때 보호시설에 찾아가 봐도 될까요? 아들이 먹는 것을 엄청 좋아해서 뭘 좀 사 먹이고 싶은데 그렇게 해도 될까요?”
“네, 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 사람들이 집에 찾아와서 질문자가 사는 것을 보았을 때, 혹시 집이 아주 넓거나 호화롭고 그래요?”
“아니요. 조그마한 집에 혼자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보호시설에서 집을 찾아와도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집을 보여주세요.”
“제가 재산은 조금 있거든요. 그것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재산을 갖고 있는 것은 미리 아들에게 주면 안 되고, 질문자가 나중에 죽을 때 유언으로 남겨서 아들이 생활하는 데 용돈으로 쓰라고 물려주면 됩니다. 재산이 있다고 해서 보호시설에서 가져가는 것은 아닙니다. 유언을 남겨 놓으면 모두 아들이 쓸 수 있도록 해줍니다. 필요하다면 무료 법률 상담을 하는 변호사와 상담을 하면 자세히 안내해 줍니다. 걱정을 안 하셔도 됩니다. 질문자가 죄를 지은 것 같은 마음이 있다 보니까 자꾸 두려움이 생기는 겁니다.”
“딸 둘이 경제 형편이 좋지 않습니다. 하나는 어린이집 교사를 하고 있고, 하나는 회사를 다니고 있어요. 그런데 딸들한테는 재산을 안 물려주고 모두 아들한테만 물려주면 또 문제가 생길 것 같아요.”
“질문자가 유언을 남겨 놓고 죽으면 자식들이 재산을 똑같이 등분해서 가져갑니다. 물론 질문자가 살아 있을 때는 재산을 아들한테 모두 줄 수가 있어요. 만약 죽은 뒤에 재산을 물려주려면 유언을 남겨 놓아야 합니다. 아들이 보호시설에 있고 행방불명자가 되어 있기 때문에 질문자의 호적에는 아들이 없어요. 그래서 그냥 죽으면 딸 둘이 재산을 가져가고 아들한테는 상속이 안 됩니다. 그래서 질문자가 유언을 남겨 놓아야 해요. ‘사실은 내 아들이 시설에 있는데 아들에게도 상속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내용으로 변호사와 상의를 해서 공증을 해 놓으면 죽고 난 뒤에 삼분의 일은 아들에게 가도록 할 수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스님! 정말로 고맙습니다.”
“지금은 걱정하지 마시고 아들을 만나러 다니시고요.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정토회에 연락을 주세요. 그러면 변호사들과 의논을 해서 안전하게 상속이 되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옛날 같으면 자식을 돌보는 것이 부모의 책임이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자식에게 장애가 있을 경우 부모라고 해서 자식을 전적으로 돌봐야 한다고 책임을 지우지 않습니다. 사회가 공동으로 돌봐야 한다는 정신에 입각해서 장애 등급에 따라 정부에서 재정 지원이 다 나옵니다. 장애인 보호시설에 있으면 정부에서 다 지원을 합니다. 그리고 자녀가 미성년자도 아니고 이미 성인이 되었으면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라 하더라도 아무런 책임 관계가 없습니다.”
“고맙습니다. 스님! 정말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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