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10.9 영어 백일기도 입재식, 공동체 지부 공청회
“아침 일찍 일어나 수행하는 게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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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울 정토회관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외국인 수행자들이 천일결사 기도에 입재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7시부터 외국인 천일결사 입재자들을 위한 백일기도 입재식에 참석했습니다.

어제는 한국어를 사용하는 전 세계의 정토행자들이 백일기도를 시작했고, 오늘은 외국어를 사용하는 전 세계의 정토행자들이 백일기도를 시작했습니다.

“Hello and welcome to the third 100-Day Practice Opening Ceremony of the 1st 1000-Day Practice.”

외국인 정토행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사회자가 반갑게 환영 인사를 했습니다.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일본,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한국, 호주, 아일랜드, 영국 등 여러 나라에서 외국인 정토행자들이 3차 백일기도에 입재했습니다. 먼저 지난 100일 동안의 발자취를 영상으로 함께 본 후 몇몇 사람들의 수행 소감을 들어 보았습니다.

이어서 삼배의 예로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수행을 시작한 외국인 정토행자들을 위해 수행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천일결사자 여러분, 이제 200일을 넘기고 300일에 접어드는 첫 입재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수행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여러분과 다시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계속 반복해서 하면 습관이라는 것이 생깁니다. 습관이 되었다는 것은 거의 자동화되어서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습관화된 것을 바꾸려고 하면 저항을 받게 되고, 저항 받으면 힘이 드니까 몇 번 하다가 그냥 포기를 합니다. 그래서 원래 습관대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렇게 습관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옛날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 사람이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태어날 때 하늘로부터 부여받았거나, 또는 전생에 지은 과보를 이생에 받아서 이런 성격이 형성되었다고 이해했습니다. 즉, 그 사람의 성격과 기질은 이미 태어날 때 운명적으로 정해져 있다고 생각을 한 거예요. 인도에서는 이것을 ‘카르마(karma)’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카르마는 형성된 것이지, 원래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본래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라면 바꿀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바꿀 수가 있는 것입니다. 붓다의 가르침 중에 아주 중요한 내용 중 하나가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빨리어로는 ‘아니짜(Anicca)’라고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카르마는 바꾸기가 매우 어렵다는 겁니다. 바꾸기가 어렵기 때문에 옛날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다고 잘못 생각한 거예요. 그러나 붓다는 바꿀 수 있다고 가르치면서 우리에게 희망을 준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카르마를 바꾸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먼저 알고 시작을 해야 합니다. 정말 바꾸고자 한다면 꼭 바꾸겠다는 마음의 자세가 아주 견고해야 합니다.

백일마다 새로 출발하는 이유

카르마는 주의를 집중하지 않으면 원래대로 돌아가 버리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주의를 계속 집중해야 합니다. 그래서 한순간도 방심해서는 안 되고 순간순간 깨어있어야 합니다. 또한 카르마는 오랜 시간에 걸쳐서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바꾸려고 할 때도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하다가 중간에 그만두면 안 됩니다. 지속적으로 꾸준히 수행해야 바꿀 수 있습니다.

자신의 카르마를 바꾸어서 괴로운 인생에서 벗어나 괴로움 없는 쪽으로 가려면, 첫째, 수행의 관점을 분명히 해야 하고, 둘째, 수행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백일을 하고, 천일을 하고, 만일을 하는 방식으로 꾸준히 수행을 해나가도록 여러분에게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오늘 결심을 해도 내일 그만두어 버릴 수도 있고, 모레 중단할 수도 있어요. 우리는 꾸준히 하는 지속성이 매우 부족합니다. 그래서 백일마다 점검을 해서 잘했으면 계속하고, 중간에 그만두었으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집니다. 그것이 백일기도 입재식입니다. 백일마다 중간 점검을 해서 새로 출발하는 것이죠.

자기 변화를 위해 명심해야 할 두 가지

첫째, 내가 나의 카르마를 바꾸어서 괴로움 없이 살아가는 쪽으로 나아가겠다는 목표 의식, 즉 수행적 관점을 분명히 가져야 합니다. 둘째, 그렇게 되기 위해서 수행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자기 변화를 위해서는 이 두 가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수행의 목표 의식부터 분명하지 않다 보니 꾸준히 하지 못합니다. 조금 하다가 그만둡니다. 그래서 누구나 붓다처럼 괴로움 없이 살 수 있는 길이 있지만, 대다수 사람이 그 길을 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수행할 때도 노력은 조금 하고 결과는 많이 얻으려는 욕심으로 하기 때문에 ‘언제까지 해야 하느냐?’ 이런 질문을 자꾸 하는 겁니다.

건강을 위해 매일 아침 운동하기로 했으면 운동을 꾸준히 하면 됩니다. 하루에 10킬로미터를 걷기로 했으면 매일 10킬로미터를 걸으면 되는 것이지, 언제까지 걸어야 하는지 자꾸 묻는 것은 하기 싫다는 것입니다. 걷는 것이 건강에 좋으면 매일 꾸준히 걸어야 하는 거예요. 자기 변화를 하려면 분명한 의지와 목표 의식을 갖고, 조바심 내지 않고 꾸준히 해야 합니다. 이 점을 꼭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 백일 동안 수행하며 궁금한 점에 대해 자유롭게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아이들과 밤늦게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아침 일찍 수행하는 시간을 갖기가 어렵다며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수행하는 게 힘듭니다

“The first 100 days I was very consistent. I had a lot of time by myself so it was easier for me to organize my time. The second 100 days, I was with my 2 teenagers who have special needs. And there was a lot that they needed from me and continue to need from me. And I really struggled with practice and didn't practice. I'm not bowing but I am practicing. I have children who need my attention and every moment they interact with me. My question, you know, part of me was feeling. Oh, is it bad that I'm not bowing? Is it bad that I'm not getting up at 5 or 6 AM and doing it every day? But I also know if I get up that early, you know, teenagers sleep, they wake up later and they stay up later. So if I'm getting up early, and they stay up very late, and usually the time they really want to interact with me is later in the day than when I'm already asleep, I'm trying to figure out. Am I thinking about this okay or do I need to commit to 5 AM 6 AM doing this practice even if it means then maybe I'm more tired or I'm asleep in the evening when my children are wanting my conversation whatever?”
(첫 번째 100일 동안은 매우 꾸준히 기도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시간 내서 정진하기가 더 쉬웠어요. 두 번째 100일 동안은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두 명의 십 대 자녀와 함께 있었어요. 그들이 저에게 필요로 하는 것이 많았고, 계속해서 저에게 필요한 것을 요청했습니다. 저는 아침 기도에 정말 어려움을 겪었고 실제로 하지 못했습니다. 절을 하지는 않았지만, 수행 연습은 했어요. 제 아이들은 매 순간 저의 관심을 요구하고 상호 작용하기를 원합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매일 절을 하지 않는 게 나쁜 건가요? 그렇게 일찍 일어나면 좋다는 것은 알겠어요. 그러나 10대 아이들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습관이 있잖아요. 제가 일찍 일어나면 아이들은 아주 늦게까지 잡니다. 아이들이 저와 대화하고 싶어 하는 시간은 제가 이미 잠든 시간보다 늦은 시간이기 때문에 저는 고민이 됩니다. 이 방법이 괜찮을까요? 아이들이 대화를 원해서 제가 밤늦게 자느라 무척 피곤하지만, 새벽 5시에서 6시까지 기도를 해야 할까요?)

“세상 사람들 속에서 수행하려면 자꾸 세상살이와 타협을 하기 때문에 수행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직장도 버리고 가족도 버리고 지위도 버리고 저처럼 출가 공동체에 들어와서 수행하게 되는데, 이런 사람들을 ‘출가 수행자’라고 부릅니다. 대신에 출가 수행자는 세상 사람들처럼 생산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검소하게 살아야 합니다. 밥은 남이 버린 것을 얻어먹어야 합니다. 옷은 남이 버린 옷을 주워 입어야 합니다. 잠은 나무 밑이나 동굴에서 자야 합니다. 어떤 것도 남이 쓸 수 있는 것을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내가 아무런 생산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뭔가를 사용하는 것은 남의 노동을 착취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출가 수행자들이 일하지 않으면서 많은 것들을 사용하고 향유하는 것은 붓다의 가르침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들의 노동력을 뺏어서 사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많은 수행자가 붓다의 가르침을 자신이 필요한 쪽으로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가 수행자는 세상에 대한 욕심을 버렸기 때문에 돈을 벌려고 하는 어떠한 생산 활동을 하지 말라고 붓다는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처럼 재화를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세상 사람들이 버린 것이라면 주워서 쓰는 것은 괜찮습니다. 노동하지 않는 것은 붓다의 가르침대로 한다고 얘기하면서, 소비하는 것은 버린 것만 주워서 사용하라는 붓다의 가르침을 지키지 않고 온갖 것을 향유한다면, 자기 편리한 대로 붓다의 가르침을 적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족이 있거나 생산 활동을 해야 하는 사람은 수행을 못 할까요? 그런 사람도 수행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재가 수행자’라고 부릅니다. 다만 세상 사람들 속에서 가족을 거느리고 직장을 다니고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까 욕심을 버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주의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붓다는 다섯 가지 삼가야 할 것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세상에서 살아가더라도 절대로 남을 때리거나 죽이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둘째, 남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셋째, 결혼하는 것까지는 인정하지만 성적인 문제로 남을 괴롭혀서는 안 됩니다. 넷째, 남을 속이거나 욕설을 하거나 말로 남을 괴롭혀서는 안 됩니다. 다섯째, 술을 먹거나 마약에 취해서 다른 사람을 혐오스럽게 하거나 남을 괴롭히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세 가지를 더 말씀하셨습니다.

첫째, 설령 내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 하더라도 수행자라면 검소하게 살아야 합니다. 즉 얻어먹고 주워 입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가 노동해서 번 것이고 내가 부유하다 하더라도, 수행자라면 검소하게 살아야 합니다. 둘째, 내가 지위가 있다 하더라도 절대로 교만해서는 안 됩니다. 항상 사람들을 평등하게 대해야 하고, 겸손하게 대해야 합니다. 셋째, 내가 아무리 경제적으로 부유하다 하더라도 사치를 해서는 안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향락을 즐겨서도 안 됩니다. ‘마셔라!’, ‘부어라!’ 하는 즐거움을 지나치게 추구해서도 안 됩니다.

이렇게 여덟 가지를 지킬 수 있다면 꼭 출가 수행자가 아니라도 재가에서도 수행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루에 한 시간은 이 세상 그 어떤 것에도 관여하지 않고 출가 수행자처럼 딱 수행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이 정도는 지켜야 재가 수행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한 시간 수행할 때는 직장이든, 가족이든, 돈이든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안 돼요. 일단 먼저 한 시간은 나를 위해서 수행하는 데에 사용합니다. 그런 다음에 나머지 시간을 돈을 버는 데 쓰거나 아이들을 돌보는 데 쓰라는 거예요. 이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이름만 수행자이지 그냥 세상 속에서 가족에 집착하고 돈에 집착하고 지위에 집착하며 세상살이를 하는 사람일 뿐이에요. 그래서 아침에 눈 뜨자마자 한 시간만큼은 수행자의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세상 속에 살더라도 세상에 물들지 않고 수행자라는 정체성을 놓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만약 아침에 알람 소리를 못 듣고 조금 늦게 일어났다면, 늦었지만 일어나자마자 한 시간은 수행해야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불평을 듣게 된다면 그 불평을 들어야 하고, 회사에 지각하게 되었다면 그 손실을 감내해야 합니다. 이런 손실을 봐야 제시간에 일어나게 됩니다. 아이들이 계속 불평을 하면 이렇게 말해야 해요.

‘엄마는 출가해서 집을 떠나야 하는데 하루에 한 시간 수행하는 조건으로 너희들을 돌보는 것이니까 이 한 시간은 엄마에게 불평하지 마라. 자꾸 불평하면 엄마는 출가해 버린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원칙을 분명하게 가져야 합니다. 원칙을 분명히 하고 살면 가족이든 친구든 처음에는 불평하다가 시간이 흐르면 ‘저 사람은 원래 저렇게 산다.’ 하고 인정을 합니다. 그러면 주위 사람들이 거기에 맞춰서 나와 관계를 맺게 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자꾸 세상의 가치관을 갖고 생각을 하니까 번뇌가 자꾸 생기는 거예요. 수행적 관점에 서서 세상을 바라봐야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가질 수 있습니다.”

“Thank you.”
(감사합니다.)

“먼저 내가 수행자라는 관점을 분명하게 가져야 합니다. 이것이 되지 않으면 자꾸 핑곗거리가 생기고 흔들리게 됩니다. 수행자는 음식에 대해 불만이 없어야 합니다. 무엇을 먹든지 길거리에서 버린 음식을 주워 먹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어떤 옷을 입든지 버린 옷을 주워 입는 것보다는 좋은 옷이에요. 어떤 집에서 살든 동굴이나 나무 밑보다는 자는 조건이 낫습니다. 수행자라고 하는 사람이 자신의 스승인 부처님보다 훨씬 더 잘 먹고 잘 입고 좋은 집에 살면서 불만을 가져서는 안 되잖아요. 원래 출가 수행자라면 가족을 떠나야 하는데, 가족과 같이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감사한 일이잖아요. 원래 출가 수행자라면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데, 무슨 직장이든 다닐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감사한 일이잖아요.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면 세상살이에 두려움이 없고 괴로움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수행하면 굳이 출가 수행자가 되지 않아도 수행을 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에 재가 수행자의 길을 열어 주신 겁니다.

그래서 수행자의 관점만 분명히 갖고 있으면 세상 속에 산다고 해서 괴롭지 않습니다. 괴로운 이유는 세상살이 때문이 아니라 수행적 관점을 분명히 갖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속적인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기 때문에 자꾸 번뇌가 생기고 스트레스를 받는 거예요.

제가 너무 얘기를 강하게 했나요? 제 말의 요점은 수행적 관점을 분명히 갖고 있으라는 것입니다. 수행적 관점만 제대로 갖고 있으면 세상살이가 별로 힘들지 않아요. 아침에 너무 바쁘면 아이들과 역할 분담을 해서 일을 나누면 됩니다. 아이들을 꼭 내가 돌봐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아이들에게 ‘엄마가 바쁘니까 청소는 같이하자’ 하고 말한 후 일을 나눠서 같이 청소하면 됩니다. 갓난아기가 아닌 이상은 가족의 멤버라고 생각해서 항상 같이 의논하고 역할을 나누어야 합니다. 자꾸 아이들을 간섭만 하지 말고 가정사를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Thank you. I think I'm also recognizing how my perspective is tied to my habits. I'm also understanding how to make sure I'm having the right perspective and dedicating that first hour. To practice, that will change my habits and change my karma. So this is very helpful, thank you.”
(고맙습니다. 내 관점이 내 습관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인식이 되었습니다. 또한 올바른 관점을 가졌는지 확인하는 데에 하루의 첫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연습하면 업식이 바뀔 것입니다.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계속해서 궁금한 점에 관해 대화를 나눈 후 사홍서원으로 영어 백일기도 입재식을 모두 마쳤습니다.

잠시 쉬었다가 오전 10시부터는 정토회 각 단위 책임자들이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가운데 내년도 정토회 일정에 대해 회의를 했습니다. 각 단위마다 스님과 함께하는 행사들이 많아서 미리 조율해놓아야 합니다. 먼저 스님이 일정을 잡기 위해 참고해야 할 큰 방향을 이야기하고, 각 단위마다 의문이 드는 내용을 질문하고 서로 조율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1시부터는 내년 1월에 진행되는 인도성지순례 실무 준비 회의를 했습니다. 실무를 맡은 문수팀 행자님들과 법사님들이 모여 일정을 꼼꼼하게 점검했습니다.

곧이어 오후 4시부터는 공동체지부 공청회에 온라인으로 참석했습니다. 공동체 성원들이 다 함께 승인해야 할 안건들을 처리하고 10월에 진행되는 각종 행사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을 가진 후 스님과의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이 지난 38일 동안 부탄, 유럽, 북미 지역을 순회하고 왔기 때문에 공동체 성원들은 이에 대해 궁금한 점을 자유롭게 질문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이번 해외 방문 기간은 정말 살인적인 스케줄이었던 것 같다며 스님의 건강을 염려했습니다.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셨는데 건강은 어떠신가요?

“이번에 유럽과 북미 지역을 순회하는 일정을 보니 스님께서 정말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신 것 같습니다. 2014년 세계 100회 강연을 했을 때는 온라인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오프라인 강의만 하면 되었는데, 이번에는 온라인 생방송까지 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시고 밤새 강연해야 했던 것 같아요. 스님의 건강은 어떠하신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외국에 있다가 한국에 들어오거나, 한국에 있다가 외국에 가거나 하면, 많은 사람이 걱정하면서 ‘하루나 이틀은 쉬어야지 오자마자 어떻게 일을 합니까’ 이런 질문을 많이 합니다. 옛날에 귀족들은 어디 가면 간다고 쉬고, 오면 온다고 쉬었습니다. 그러나 하인들은 어디를 가도 도착하자마자 주인을 위해서 음식을 준비하고 허드렛일을 해야 했습니다. 먼 길을 가도 도착한 날부터 일하는 것이 당연했어요. 그래서 먼 길을 가면 좀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먹고살 만한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을 모시고 다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도착한 즉시 어떤 사람은 밥을 해야 하고, 어떤 사람은 빨래를 해야 하는 거예요.

스님이 특별히 강인한 체력을 갖고 있어서 그렇게 다니는 것이 아니고 보통 사람이라면 그렇게 다니는 것이 정상입니다. 스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다 그렇게 살아요. 그런데 스님이 세상에 조금 알려지고 하다 보니까 지위가 높은 사람들의 삶을 기준으로 비교를 하는 겁니다. ‘스님이 너무 무리한다.’, ‘오자마자 일하고 가자마자 일한다.’ 이런 얘기들은 보통 사람을 기준으로 하는 얘기가 아니에요. 하인이 시봉을 하러 가거나 노동자가 일하러 간다면, 아무리 먼 길을 간다고 해도 휴식 시간 없이 도착하자마자 밥을 해야 합니다. 저도 그들처럼 특별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저희도 모르게 귀족이라고 착각하고 살았구나 반성이 됩니다.”

계속해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부탄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해 논의한 내용이 무엇인지, 외국인 수행자들이 공동체 생활을 경험하게 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등 여러 질문에 대해 대화를 나눈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했습니다.

스님은 내년부터 변화되는 정토회의 운영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내년부터는 스님의 일정을 예년과는 다르게 조정을 많이 하려고 합니다. 스님이 죽고 난 다음에 스님의 빈자리를 보완하기 위해 애를 쓰는 것보다는 그래도 스님이 살아있을 때 미리 역할을 조정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합니다. 스님이 죽고 난 다음에는 장례 치르는 것 빼고는 정토회 운영에 아무런 차질이 없게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내년에는 한반도의 평화 문제, 국민 통합의 문제, 부탄 문제 등에 조금 더 자유롭게 제 시간을 배정해서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여러분이 중심이 되는 정토회를 향해

정토회가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나서 지금 스님이 너무 많은 역할을 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법회도 제가 직접 한 적이 거의 없고 대부분 녹화한 법문을 사용해서 제가 사회 변화를 위해 많은 활동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온라인으로 전환이 되면서 스님의 역할이 너무 많이 확대되어 있지 않나 싶어요. 이제 코로나 방역 지침도 많이 풀어지고 오프라인 활동도 활성화되다 보니 스님이 온라인 강의까지 하기에는 전체적으로 강의가 너무 많아지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일부에서는 사람들이 스님의 강의를 귀하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과잉 공급으로 여긴다는 지적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전반적으로 강의도 줄이고 역할도 줄이려고 합니다. 원래는 1차 만일결사가 끝나고 2차 만일결사를 시작하면서 제 역할을 많이 줄였어야 했는데,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청이 많아서 계속 역할을 해오게 되었는데요. 향후 3년 정도는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해야겠지만 내년부터는 과감하게 제 역할을 줄여 나가려고 합니다. 공동체에서도 이를 염두에 두고 스님이 꼭 해야 할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해서 행사 계획들을 잡아 주시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스님 대신에 법사단 중에 누군가가 스님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게 전체적으로 조정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JTS와 평화재단은 아직 스님의 역할이 더 필요하다고 하니까 조금 더 역할을 해야 할 것 같고요. 올해부터 저도 명예 결사행자로 물러났으니까 결사행자 회의든 기획위원회 회의든 대부분의 회의는 필참을 못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 여러분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정토회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내년도 일정을 잡을 때도 스님의 일정을 고려하지 말고 여러분들이 편한 대로 일정을 짜세요. 스님도 그 시간이 비면 참가를 하고, 시간이 안 맞으면 참가하지 않고,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야 여러분도 스님의 일정에 따라 여러분의 일정이 계속 바뀌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을 가지고 2차 만일결사를 하나씩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무언가 스님이 큰 과제를 던져주는 것 같았습니다. 스님의 뜻을 잘 받들어서 각자가 정토회의 중심이 되어나갈 것을 다짐하며 공동체 지부 공청회를 마쳤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에는 정토회관에 손님이 찾아와서 스님과 대화를 나누고 돌아갔습니다. 내일은 종일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연이어 미팅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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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저도 그들처럼 특별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2023-10-16 22:38:45

보각

감사합니다

2023-10-16 10:54:39

박철성

오늘도 생생명경 법문 감사히 잘 받습니다.
고맙습니다

2023-10-15 12: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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