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9.30 워싱턴 D.C. 6일째, 북미유럽지회 간담회, 국제지부 영어 간담회
"내가 잘못하지 않은 일로 비난을 받을 때 어떡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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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북미 유럽 지역 순회강연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워싱턴 D.C.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는 날입니다. 지난 30일 동안의 여정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기 위해 오전과 오후 연속해서 온라인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오늘도 새벽 4시 45분에 천일결사 기도를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아침식사를 한 후 곧바로 북미 유럽 지회 간담회를 준비했습니다.

원래는 이곳 미주 정토회관에서 1박 2일 수련을 하면 좋겠다는 계획이 있었는데 강연회 준비와 수련 준비로 바쁘고, 또 1박 2일로 수련을 하려면 비행기로 오고 가야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서 경비도 많이 든다고 해서 온라인 간담회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북미 유럽 지회 온라인 간담회

북미 유럽 지역에 살고 있는 해외지부, 국제지부, 행복본부, 청년지부 활동가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가운데 오전 9시 30분에 간담회를 시작했습니다.

참가자 소개를 한 후 지난 해외 순회강연 결과를 함께 공유하고 다 함께 스님에게 삼배의 예로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세계 곳곳에서 강연을 준비하기 위해 애써준 활동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해외순회 강연이 무사히 잘 끝났습니다. 여러분들께서 곳곳에서 수고를 해주셨기 때문에 무사히 잘 끝마칠 수 있었습니다. 지난봄에는 해외순회 강연이 주목적이 아니었고 동남아시아 구호 활동을 주목적으로 방문했지만, 호치민, 델리, 방콕, 자카르타, 4개의 도시에서 교민을 대상으로 오프라인 강연을 처음 했습니다. 하지만 해외순회 강연을 목적으로 진행된 것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 해외 방문 일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부탄을 방문하여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해 부탄 왕실과 의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둘째, 해외순회강연을 했습니다. 이번 순회강연은 유럽, 북미서부, 북미동부 지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또한 교민들을 위한 강연과 외국인들을 위한 강연, 이렇게도 나눌 수 있습니다. 셋째, 워싱턴 D.C. 에 일주일 동안 머물면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미국 조야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미국 워싱턴 D.C. 에 있는 미국 정부, 의회, 싱크탱크 전문가들을 만나는 일정도 어제 오후에 백악관을 방문하는 것을 끝으로 전부 마쳤습니다.

오늘 간담회가 끝나면 내일 새벽에 저도 한국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온라인 상이긴 하지만 이렇게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강연을 끝낸 소감도 나누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의논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누구든지 자유롭게 건의사항이나 궁금한 점을 묻고 답하는 대화 시간을 가졌습니다.

  • 이번 강연을 통해 모인 봉사자들이 앞으로 지역 실천 활동도 계속 이어서 해보면 어떨까요? 봉사자들이 지역 실천 활동을 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점들이 있을까요?
  • 프랑스에서 온라인 불교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어 합니다. 유럽은 으뜸절이 없으니까 한 달에 한 번씩 저희 집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해 봐도 될까요?

아이디어와 제안도 많이 나왔습니다.

  • 해외지부와 국제지부의 업무가 조금 더 통합적으로 진행되면 좋겠습니다.
  • 영어 정토불교대학도 포스터를 만들어서 정토불교대학을 홍보할 때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 세계 전법의 주체가 외국인 배우자와 사는 분, 외국계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 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 이런 분들이 세계 전법의 주체가 되면 좋겠습니다.
  • 해외도 국내처럼 실천 활동을 할 수 있는 으뜸절 공간을 마련해 주면 좋겠습니다.

특히 오프라인에서 모임을 가질 수 있게 공간을 마련해 달라는 요청이 많았는데요. 스님은 해외의 경우 회원 수가 적어서 자원봉사 방식으로 운영하려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 수준에서는 해외의 경우 오히려 지역 실천을 적극적으로 해보면 좋겠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두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이번에 해외순회강연을 하기 위해 국제지부와 해외지부가 함께 협력을 했고, 또한 청년지부와 행복운동본부에서도 소수이지만 힘을 합해 준 덕분에 21개 도시에서 23회 강연을 모두 잘 마쳤습니다. 여러분들도 강연장에서 직접 보셨다시피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사람들이 아닌 낯선 사람들이 강연장에 많이 참석했습니다. 또한 강연에 참석하는 연령층이 많이 젊어졌습니다. 외국인 즉문즉설에서는 교민 2세들이 많이 참여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꼭 서양 사람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계 2세들 중에도 한국말을 못 하는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도 세계 전법의 대상이 될 수 있겠죠.

지난 상반기에는 동남아를 답사하면서 동남아에서도 현지어로 전법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특히 동남아는 불교 신앙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불교 교리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도록 부처님의 일생과 실천적 불교 사상을 현지어로 번역해서 콘텐츠를 공급하는 방식이 전법의 기본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현장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문제들을 수렴하고 정리해서 앞으로 여러분들이 활동하는 데에 좀 더 효율을 기하도록 합시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두 화면을 향해 얼굴을 내밀고 기념사진을 촬영한 후 북미유럽지회 온라인 간담회를 모두 마쳤습니다.

워싱턴 D.C. 정토회 회원들과 미팅

곧바로 12시부터는 미주 정토회관 1층 법당에서 워싱턴 D.C. 근교인 메릴랜드와 버지니아에 살고 있는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서 점심 식사를 함께 하며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삼배로 스님에게 인사를 한 후 상을 펴고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회원들은 추석을 맞이하여 각자 음식을 한 두 가지씩 준비해 왔습니다. 모아 놓으니 푸짐한 한상이 되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각자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 명씩 돌아가며 소개를 하는데, 마지막에는 나이가 80이 넘은 노보살님 한 분이 일어나 아주 재미있게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스님께서 나이 80이 넘으면 귀신이라고 농담을 하셨는데요. 여러분들은 오늘 이 날짜를 기억하셔야 해요, 왜냐하면 살아서 귀신을 만나신 날이니까요. (웃음)

법륜 스님과 저는 띠동갑입니다. 앞으로 긴 시간이 남아 있는 여러분들이 계속해서 많은 수행을 하셔서 복도 많이 지으시길 바랍니다. 스님께서도 바쁘신 일정 가운데 끼니를 거르지 마시고, 주무실 때는 너무 푹신푹신한 침대는 치우고 바닥에서 주무셔서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제가 12살 위니까 선배로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웃음)

크게 웃으며 자기소개를 마친 후 스님과의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여는 인사를 했습니다.


“정토회가 온라인으로 모두 전환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수행하고 법문 듣는 것은 온라인으로 하더라도 주말마다 정토회관에 오셔서 봉사하고 기도하는 실천 활동을 틈나는 대로 해주십사 하는 요청을 드립니다. 불교대학을 진행하는 전법회원들은 너무 바빠서 이런 실천 활동을 하기가 어려워요. 그러니 회원 여러분들이 가능하면 시간을 많이 내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정토회는 자원봉사자에 의해서만 유지가 된다는 사실을 다 아시지 않습니까? 자원봉사자가 없으면 정토회는 유지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오늘 오랜만에 만난 것을 계기로 다시 회원 여러분들의 왕래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부탁 말씀을 드립니다.”

이어서 궁금한 점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누구든지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분은 스님이 연세가 많으신데 건강을 고려하지 않고 왜 저가 항공을 계속 타는지 궁금해했습니다.

왜 스님은 저가항공을 계속 타고 다니는 거죠?

“스님의 하루에 나온 것을 보니까 스님이 저가항공을 타고 다니시더라고요. 저도 그 회사의 비행기를 타봤는데 굉장히 불편하고 불친절했습니다. 그래서 도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미국 속담에 ‘Penny wise and pound foolish’(푼돈을 아끼려다가 천 냥을 잃는다) 하는 말이 있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스님께서 이제 나이도 많으시고, 스님이 건강하셔야 정토회가 더 발전할 수 있고, 저희들도 더 많은 지도를 받을 수가 있을 텐데요. 그래서 이제는 직항을 타고 다니시면 좋겠다는 제안을 드립니다. 항공료 비용을 조금만 더 쓰시면 더 많은 일을 하실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굳이 저가항공을 계속 고집하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걱정해 주시는 것에 대해 먼저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나 정토회의 원칙에 ‘식사는 얼마 이상 사 먹지 못한다’, ‘이동 경비는 최저가로 해야 한다’ 하는 규정들이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님부터 그 규정을 어기고 다니면 모범이 안 됩니다. 그러면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직위가 낮을 때는 규정을 철저히 지키다가 직위가 올라가면 규정을 안 지켜도 된다는 관습이 생기게 돼요.

식사 초대에 응해도 되지만 대부분 제가 거절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식사 초대에 응해보니까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뒷사람이 앞사람한테 물어보는 일이 생겼습니다. ‘스님이 무슨 음식을 좋아하던가?’ 이렇게 물어서 음식을 하나 추가하고, 또 추가하고, 이런 식으로 뒤로 갈수록 점점 가지 수가 많아졌어요. 된장하고 밥만 주면 아무런 부담이 안 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음식의 종류가 늘어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뒤로 갈수록 점점 부담이 가중되는 거예요. 그래서 식사 초대를 없애도록 한 겁니다.

그래서 몇몇 분들은 ‘스님이 너무 깐깐하지 않으냐’ 이런 생각을 하는데, 오래도록 원칙이 유지되는 정토회를 만들려면 저부터 조금의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정토회의 원칙이 오래도록 지켜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금 당장 편안한 것보다 더 중요합니다.

물론 앞에서 소개한 노보살님처럼 저도 나이 80이 넘은 귀신이 되면 예외로 인정을 받든지 해야겠지만 아직은 그럴 만한 상태가 아닙니다. 시간이 많이 들긴 하지만, 가는 동안 오는 동안에 앉아서 연구도 하고 풍경도 보고 하면 좋잖아요. (웃음)


지난봄에는 베트남에 갔는데 베트남 스님들이 저를 국빈 대우하려고 공항에 마중을 나왔는데 제가 저가항공을 타고 온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했습니다. 그런데 저가항공이라고 해서 비행기가 더 나쁜 것도 아니에요. 똑같은 회사에서 만든 비행기인데 간판만 다르게 붙였을 뿐이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약간 불편이 있다고 하면 저가항공 중에서도 최저가로 끊으니까 항상 맨 뒷자리에 앉는 겁니다. 맨 뒷자리가 화장실 옆이라서 편리하긴 해요. 그런데 시간이 급할 때는 내릴 때 빨리 내릴 수가 없습니다. 지난번에 토론토에 갈 때는 강연 시간에 늦어서 사람들한테 양해를 구하고 비행기가 서자마자 뒤에서 앞으로 달려 나갔는데, 그것도 쉽지 않아서 겨우 뚫고 나왔어요. 그럴 때 약간 불편함을 느끼지 그 외에는 특별히 불편한 점이 없습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남이 나를 더 아껴 줄까요? 자기가 자기를 더 아낄까요?”

“자기가 자기를 더 아끼죠.”

“그러니 걱정 안 해도 됩니다. 도저히 불편하면 제가 알아서 조정을 할 거예요. 그 정도가 되면 아예 해외를 안 나가든지 하겠죠.” (웃음)

“그럼 건강이 조금 더 안 좋아지시면 직항을 타시는 걸로 하면 좋겠습니다.”

“예, 그러겠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 번역 봉사가 힘들어서 그만두었는데 이번 영어 통역 강연을 보면서 다시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 미국에는 어렵게 사는 유색 인종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전법을 하고 싶은데 스님의 전법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곧이어 다음 일정이 있어서 여기까지 대화를 나누고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모임을 마쳤습니다.


국제지부 영어권 간담회

곧이어 오후 2시부터는 국제지부 영어권 회원들과 온라인 간담회를 시작했습니다. 영어 정토불교대학 코스 1을 수료하였고, 수행법회와 천일결사에 동참하고 있는 외국인 정토회 회원 17명이 화상회의 방에 참석했습니다.

라파엘 님의 기타 연주를 시작으로 각자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어서 누구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사람은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1분 스피치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인도 출신의 프린스(Prince) 님이 가장 먼저 손을 들고 발언을 했습니다.

“저는 인도 사람인데 이탈리아에서 자랐고 지금 베네치아에 살고 있습니다. 만나 뵙게 되어 기쁩니다. 저는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로 3년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로 제 성격이 많이 변했고,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습니다. 불교를 공부하면서 제가 태어난 곳이 불교가 시작된 역사적인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불교가 매우 실용적인 종교라고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몇 년 동안 분노하고 화를 잘 내는 성격으로 힘들었고, 그것을 해결하고 싶었는데 명상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또 어머니가 개인적인 고민으로 힘들어하셨는데 어머니에게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하면서 스님의 법문을 전해 주었습니다. 한국어를 모르지만 여러 봉사자들 덕분에 지난 1년간 불교를 배울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언젠가는 스님을 직접 만나 뵙고 싶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밀라노에서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요. 그때 베네치아에서 밀라노로 오세요.” (웃음)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지난 20일 동안 진행된 영어 통역 강연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영상이 끝나고 모두 스님에게 삼배의 예로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환한 웃음과 함께 외국인 수행자들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동안 늘 온라인으로만 보다가 이번에는 각 도시마다 제가 직접 방문해서 오프라인으로 여러분들을 직접 뵙고 나서 다시 온라인으로 뵈니깐 더욱 반갑네요. 파리, 런던, 시애틀, LA, 보스턴, 미니애폴리스에서 여러분들을 직접 만났습니다. 스위스, 이탈리아, 함부르크에 계시는 몇몇 분을 빼고는 다 뵌 것 같네요. 반갑습니다.”

이어서 지금 배우고 있는 영어 정토불교대학 코스 1과 코스 2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 이번 영어 통역 강연을 하고 나서 스님이 느낀 점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여러분들 중에는 지금 불교대학 코스 1을 공부하고 있는 분도 계시고, 코스 1을 마치고 코스 2를 배우는 분들도 계십니다. 코스 1은 주로 불교의 근본 가르침에 대한 공부이고, 코스 2는 부처님의 일생에 관한 공부입니다. 불교를 이론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이 코스 1이라면, 코스 2는 부처님이 구체적인 사회 현실 속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그 삶을 배웁니다. 여러 가지 사회 문제와 사회 정의에 대해서 붓다가 어떤 관점을 가지고 실천했는지 배울 수 있습니다. 그냥 단순히 한 사람의 삶을 조명하거나 역사적 사실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고, 불교는 사회 문제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는지 알아 나가는 공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일생을 공부한 뒤에는 여러분들도 인도 성지순례에 참여해서 그분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현장 학습을 하면 더욱더 감동이 클 겁니다. 나중에 그런 시간도 꼭 가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제가 미국에서 영어 통역으로 진행한 강연이 여덟 번 있었습니다. 강연을 해보니 나라, 인종, 문화가 달라도 인간이 고뇌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문제를 갖고 대화하는 것은 모두 똑같다고 느꼈습니다. 그동안 서양에서는 개인의 고민은 사생활에 해당하기 때문에 남에게 공유하기 어렵고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담마 토크를 해보면서 사회적인 이슈나 지식적인 것뿐만 아니라 개인의 고민에 대해서도 가볍게 내어놓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참가한 사람들의 소감, 견해, 질문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누구든지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여러 명이 질문을 했는데요. 그중 한 명은 내가 잘못하지 않은 일에 대해 남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내가 잘못하지 않은 일로 비난을 받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죠?

“제가 잘못하지 않은 일로 인해 남들에게 비난을 받았을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사람들이 왜 그런 비난을 하는지 이해는 되는데, 어떤 경우에는 공격처럼 느껴져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대화 중에 주제를 바꾸거나, 갑자기 대화를 끊어버릴 수도 없습니다. 제가 해명을 하면 변명하는 것처럼 들리거나 화가 났다는 것처럼 보일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요?”

“큰일이 아니면 그냥 잊어버리세요. 그것을 계속 생각하면 나만 손해입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될 것 같아서 해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해명을 하세요. 상대가 변명을 한다고 느끼면 또 어떻습니까? 좀 오해를 받으면 됩니다. 어차피 상대방은 오해를 하고 있는데, 거기서 오해가 하나 더해진다고 해서 뭐가 큰 문제일까요? 상대가 나를 알아주길 바라기 때문에 괴로워지는 겁니다. 상대가 나를 알아주길 바라면 내가 상대에게 속박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그가 나를 알아주든 안 알아주든 그것은 그의 일입니다. 내가 계속 상대의 권리에 간섭하는 거예요. 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고 그냥 두세요. 그리고 질문자가 해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그냥 해명을 하면 됩니다.”

“그 사람이 저에게 ‘지난번에 이렇게 해준다고 하지 않았냐?’라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습니다. 그럴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럴 때는 그냥 이렇게 말하면 돼요.

‘당신은 그렇게 이해했나요? 저는 그렇게 이해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이 문제에 대해 서로 이해한 게 다르네요.’

누구의 잘못이라고 따지지 말고 그냥 객관적으로 서로 이해한 것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면 됩니다. 질문자는 지금 본인은 제대로 이해했고, 상대방은 잘못 이해했다는 것을 붙들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질문자가 괴로운 겁니다. 서로 다를 뿐이에요. 누가 옳고 그르다는 것을 따지지 말고 ‘서로 다르게 이해했구나’ 하고 끝내세요.

믿음에 대한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믿음이 서로 다를 때도 ‘너는 그렇게 믿는구나. 나는 이렇게 믿어’ 이렇게 얘기하고 끝내면 됩니다. ‘너는 그렇게 이해했니? 나는 이렇게 이해했는데, 서로 다르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돼요. 지금 질문자는 ‘내가 옳다’ 하는 생각을 붙잡고 있기 때문에 이런 번뇌가 생기는 것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스님이 말씀하신 게 너무 좋고, 그렇게 한번 해보겠습니다.”

대화를 다 마치고 나니 약속한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닫는 인사를 했습니다.

“저는 지금 워싱턴 D.C. 에 있습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미국 정부, 의회, 싱크탱크에서 일하는 전문가 등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한반도가 평화로 나아가기보다 긴장이 고조될 확률이 더 높네요. 그러나 저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계속 노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한반도에 살고 있고 전쟁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노력하는 것이 평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러분들도 함께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보스턴에서 토론토로 갈 때 항공편이 결항되어 갑작스럽게 수백 킬로미터를 운전해 준 리(Lee) 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당신 덕분에 토론토에서 제 강연을 기다리던 400여 명이 행복해졌어요. 감사합니다.”

사홍서원과 함께 오후 4시에 국제지부 영어권 간담회를 모두 마쳤습니다.

저녁에는 미주 정토회관에 상주하는 활동가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그동안 일정을 짜고, 각 담당자와 연락해 약속을 잡고, 운전을 하고, 식사를 준비해 주고, 미팅한 결과를 정리하고 공유하는 등 실무적으로 수고가 많았던 미주 정토회관 상근 활동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모두 수고 많았어요.”

“스님께서도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로써 지난 8월 28일부터 시작한 스님의 해외 순회 대장정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내일은 새벽 5시 20분에 미주 정토회관을 출발하여 공항으로 이동한 후 아침 9시에 워싱턴 공항을 출발하여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할 예정입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비행기 안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네요. 한국에 도착해서 다시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전체댓글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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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근

감사합니다

2023-10-11 06:30:47

최평화

누구의 잘못이라고 따지지 말고 그냥 객관적으로 서로 이해한것이 다르다는것 확인하기.
서로 다르게 이해했구나 라고 하고 끝내기.
현실에서 잘 안되는 부분인데요ㅠ
가르쳐주신 방법대로 연습합니다.^^

❤️스승님 감사합니다.❤️

2023-10-08 14:35:55

드림하이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노력하는 것이 평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러분들도 함께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2023-10-07 17: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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