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9.29. 워싱턴 D.C. 5일째, 미국 백악관과 의회 관계자 미팅
“금전적인 피해를 주는 남동생과 어떻게 지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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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워싱턴 D.C. 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미국 백악관과 의회 관계자를 만나는 5일째 날입니다.

스님은 미주 정토회관에서 새벽 4시 45분에 천일결사 기도와 명상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기도를 마친 후 아침 식사를 하고 8시에 워싱턴 D.C.로 출발했습니다.


오전 9시에 약속 장소인 NED(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 민주주의를 위한 국가 기금) 사무실에 도착하자 린 리(Lynn Lee) 부국장이 스님을 반갑게 환영해 주었습니다. 린 리(Lynn Lee) 님은 2008년 좋은벗들에서 오늘의 북한 소식을 발행할 때 꼬박 1년 동안 영어 번역을 감수해 주는 일을 도와주었던 인연이 있는 분입니다. 린 부국장과 티베트, 북한을 담당하는 페마(Pema)님도 동석했습니다.

그동안의 안부를 주고받은 후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을 비롯하여 궁금한 점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스님이 부탄을 방문하고 온 것과 지속가능한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하고, 린 리 박사님이 NED가 베트남, 인도, 대만, 중국, 티베트 등 세계 각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스님은 NED가 진정으로 각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활동하면 좋겠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실질적으로 북한 인권을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You visited many countries and talked with young people and many people. Is there a lesson you can give us?”
(스님께서는 여러 나라를 방문하시고 청년이나 많은 사람과 대화하셨는데요. 저희에게 주실 만한 교훈이 있을까요?)

“교훈이라고 한다면 NED의 자금이 정말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 쓰였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그동안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내세워서 상대국의 내정에 간섭하든지 정권의 변화를 추구한 적도 있습니다.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단기적인 지원을 하는 것보다는 좀 더 길게 보고 지원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나라 국민들에게 ‘미국이 정말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 지원하는구나!’ 하는 것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좀 더 장기적인 목표를 세워서 시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쪽으로 자금을 운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Thank you.”
(감사합니다.)

그리고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접근 방법이 달라져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가령 북한에도 법이 있고, 그 법에는 인권에 관한 조항도 들어 있습니다. 북한 정부가 그걸 지키지 않을 뿐이죠. 그들에게 우리 기준의 인권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북한 법에 보장되어 있는 인권을 북한 국민들에게 제대로 보장하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그래서 예전에 저는 북한의 헌법을 인쇄한 후 그걸 북한에 보내는 방법을 생각해 보기도 했어요. 그러면 북한 주민들 중 누군가가 그 헌법을 가지고 있더라도 경찰이 문제 삼지는 못할 겁니다. 나중에 부당한 피해를 보더라도 법에 이런 내용이 있다면서 항의할 수도 있고, 두려움도 덜 느끼게 될 겁니다. ‘공화국의 헌법을 보라’ 하고 말하도록 해서 북한 정부가 주민을 폭행하거나 감옥에 보내지 않도록 하면 북한 주민들 스스로 인권 의식을 일깨워 나갈 수 있습니다.

전태일 열사가 처음부터 박정희 정부를 타도하려고 노동운동을 한 게 아니잖아요? 노동 삼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노동운동을 이어서 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도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어떨까요? 만약 북한 법에 문제가 있다면 유엔 인권 헌장과 비교해서 그와 어긋나는 것을 개선하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북한이 제일 큰 거부반응을 보이는 단어가 ‘인권’입니다. 북한 정부를 비난하면서 인권을 주장하게 되면 북한 정부는 상대가 인권을 내세워서 자기들을 없애려고 한다고 오해하게 됩니다. 미국도 이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을 조금 달리해야 합니다. 북한 정부와 대화하면서 조금이라도 북한 주민의 인권이 개선되도록 만들어 가야 합니다. 북한을 비난하는 성명만 발표해서는 주민들의 인권이 개선되기 어렵습니다. 그러면 이런 기금들이 인권 운동가들의 회의와 집회에 다 사용될 뿐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데에는 사용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부분은 좀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기적으로 보면 법을 집행하는 관리들에 대한 교육훈련도 필요합니다. 북한에서는 법을 다루는 경찰이나 검사들이 굉장히 폭력적이거든요. 무슨 혐의가 있어서 잡히면 먼저 무조건 두들겨 패는 식입니다. 우리의 법을 지키라는 게 아니라 그들의 법을 좀 지키도록 교육훈련을 하는 게 제일 먼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 법에 관련해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신들부터 먼저 법을 지키도록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I think if we do what you say, it will actually have the effect of improving human rights.”
(스님의 말씀대로 하면 실질적으로 인권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 것 같아요.)

“북한의 관리소(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되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식으로 재판받고 수용된 사람들이 아닙니다. 충성심이 부족한 간부들을 잡아 가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정치범 수용소를 철폐하라고 하기보다는 북한 법에 입각해 정식으로 재판을 해서 그에 따라 처벌하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그러면 그중에 90퍼센트는 관리소에서 나오게 될 거예요.”

“We will try to approach it that way too. Thank you.”
(저희도 그런 방식으로 접근해 보도록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린 리 박사님은 스님의 아이디어를 구체화시켜 보겠다고 하며 스님이 직접 찾아와 준 것에 대해 무척 고마워했습니다. 스님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에 대해서도 NED가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하며 미팅을 마쳤습니다.


곧바로 다음 미팅을 위해 미국 국회의사당으로 향했습니다. '한반도 평화법안'을 발의한 미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 브래드 셔먼(Brad Sherman) 의원을 만나기 위해 국회의사당 옆 의원 사무실(Rayburn House Office Building)로 갔습니다. 11시 30분에 셔먼 의원을 만나기로 했지만 미국 의회가 비상사태에 돌입해 있었습니다. 새 회계연도 예산안 처리 시한을 이틀 남겨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접점을 좁히지 못하고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사태로 접어들 위험에 처하면서 임시 예산 통과를 위해 투표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셔먼 의원도 투표 때문에 미팅에 참석을 못한다고 갑자기 연락이 왔습니다. 대신에 동아시아 담당 보좌관이 나와서 스님의 뜻을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의원님께서 스님을 뵈려고 했지만 의회에서 투표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서 못 오셨습니다. 일단 동아시아를 담당하는 보좌관을 만나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스님은 보좌관에게 셔먼 의원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내용을 자세하게 이야기했습니다.

“먼저 셔먼 의원님께서 한반도 평화법안을 발의해 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이 법안이 몇 년 동안 계속 시도되었지만 결국 통과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애써 주신 점에 대해서 감사드립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한반도에 평화가 긴요합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나날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위협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입니다. 지금 미국은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멈추게 하지 않고 그냥 방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바이든 정부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적극적인 개입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희망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은 매우 실망스러운 상황입니다.

북한 문제에 대해 계속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건가요?

저는 지난 20여 일 동안 미국의 17개 도시를 순회하면서 강연을 했습니다. 강연을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 중 민주당을 지지했던 미주 한인들이 바이든 정부의 한반도 평화 정책에 대해 매우 실망하고 있었습니다. 평생 민주당을 지지했던 분들도 ‘이제 트럼프 후보에게 투표를 해야 하나?’ 하고 고민을 할 정도입니다. 미국 정부는 더욱 적극적으로 북한 문제에 개입해서 대량 살상무기의 확산을 멈추게 해야 됩니다. 가장 먼저 북한 핵을 동결시켜야합니다.

현재와 같은 소극적인 자세로는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북한의 처지가 옛날과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전까지만 해도 북한은 전 세계적으로 고립되어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들이 생존하려면 미국과의 대화가 꼭 필요했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와 러시아가 대립하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이라고 하는 배후가 생겼습니다. 그로 인해 국제적 고립에서 오히려 벗어나게 됐습니다.

지금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에 크게 목매달지 않고 있습니다. 대량 살상무기의 확산이 그냥 내팽개쳐져 있는 상태입니다. 어제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앞으로 핵을 대량 생산하는 체제로 돌입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더구나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통해 러시아의 앞선 군사 기술이 북한에 유입된다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확산이 될 것입니다. 북한의 행동을 비난하거나 한·미·일 군사 협력을 강화한다고 해서 확산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미국이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멈추게 해야 합니다.”

“What should we suggest to make it stop?”
(멈추게 하려면 어떤 제안이 필요할까요?)

“북한이 미국에게 줄곧 요구한 것은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폐하라는 것입니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폐는 곧 북미 관계의 정상화를 의미합니다.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고 관계 정상화를 하지 않으면서 ‘우리는 너희를 붕괴시킬 의향이 없다’ 하고 말하는 것은 북한으로서는 믿기가 어렵습니다.

북미 관계를 정상화하면서 북한에게 핵 동결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보다 더 소극적입니다. 샤먼 의원님께서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시지만 현재 바이든 정부가 너무 소극적이기 때문에 북미 관계 정상화가 전혀 진척이 안 되고 있습니다.”

“Okay, that's a very interesting and useful perspective.”
(매우 흥미롭고 유용한 관점입니다.)

스님의 제안에 매우 고무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어떡하죠?

"Yeah, okay. I still think the concern would be that what would be seen is the perception because that's definitely something that they would want. So I think that in order for something like this to happen, they would have to make a concession. The question is, what would that concession be, and could we trust them to implement whatever they promise?"
(만약 북한이 원하는 것을 해주면 그것이 하나의 타협이나 약점으로 비칠까 봐 그게 걱정입니다. 그들도 무슨 타협이나 우리한테 줘야 되는 것이 있는데 그걸 준다 해도 그들이 그걸 이행할지 그것이 미지수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그러나 일단 약속을 하고 나서 그 약속을 이행하라고 압박하는 것이 그냥 내버려두는 것보다 쉽지 않을까요?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됩니다. 약속이라는 것은 지킬 수도 있고 지키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약속을 해놓고 약속을 지킬 것을 계속 요구해야 상대보다 더 우위에 설 수 있습니다.”

"Okay, well, that's a lot of very cogent argumentation."
(매우 설득력이 있습니다.)

다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도 결국 성공하지 못했잖아요?

“I have a question for you. so the previous korean administration was president moon was more he was more interested in engagement and diplomacy with North Korea. Do you assess that was a good approach that it was worth while that didn't have that approach?”
(스님께 여쭤보고 싶은 것은 문재인 정권은 약간 더 유화적이고 좀 대화로 나가고자 하는 대북 정책을 썼지 않습니까? 그것이 좋은 접근 방법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것이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스님의 판단에는 문재인 정권의 대북 정책이 어떻습니까?)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So I ask you a question. In what ways is the policy you proposed different from the policy attempted and failed by the Moon Jae-in administration?"
(그래서 질문드립니다. 지금 스님이 제안한 정책과 문재인 정권이 시도했다가 실패한 정책이 어떤 점에서 다릅니까?)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까지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이 되어 있었습니다. 북한의 행보는 러시아와 중국을 부담스럽게 하였습니다. 북한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대화가 유일한 길이었습니다. 북한은 을의 위치에 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북한을 다루는 방법에 대한 두 가지의 견해 차이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북한을 더 압박을 하면 굴복을 할 것이라는 강경 정책입니다. 다른 하나는 북한이 곤궁하니 잘 달래면 자신들의 강경 정책을 포기한다는 유화 정책입니다. 그러나 지나 놓고 보면 두 정책 모두 실패했습니다. 과거에 실패한 이 두 가지 정책 중에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습니다.

지금은 북한의 위상이 바뀌었다는 걸 전제로 해야 합니다. 달라진 현실을 반영해서 이제 새로 접근해야 합니다. 북한이 핵을 폐기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협상은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단 중지를 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북미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북한의 핵 동결을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북한의 핵 폐기가 북미 수교의 전제 조건이었지만 그것을 계속 고집하면 아무런 진전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Right. interesting.”
(맞습니다. 매우 흥미롭습니다.)

“과연 북한이 대화에 나올 것인가 하는 우려도 하고 있을 겁니다. 옛날 같으면 북한에게 굉장히 좋은 조건이지만 지금은 북한이 썩 달가워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현재 북한의 외교적 입지는 좋아졌지만 경제적 어려움은 그대로 있습니다. 그래서 인도적인 관점에서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다소 완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생필품의 수출입을 허용한다거나, 북한의 수입원이 되는 석탄의 수출을 허용한다거나, 화물의 운반을 위한 기름의 수입을 허용하는 식으로 주민 생활과 관계되는 경제 제재를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조치는 오래전부터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하기 위해 제시한 조건이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거부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대화가 중단된 것입니다. 사실 이 정도의 제재 완화는 북한의 대량 살상무기 개발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또한 북한의 노동자들이 해외에 가서 일하는 것 역시 인도적인 차원에서 허용해야 합니다.

이와 같이 인도주의 차원에서 약간의 제재 완화 조치만 취해도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많이 개선될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 된다면 북한 정부도 구미가 당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미 어느 정도는 합의가 된 사항이니까요. 그러나 인도주의 차원이 아닌 경제적 지원에 대해서는 핵물질을 반출하는 조건과 교환하면서 점진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경제적 지원은 상호 이익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북미 관계 정상화와 북핵 동결 협상은 출발하는 측면에서 어느 누구도 경제적 부담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미국에서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북한도 핵이 자기 나라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뢰를 굳혀가면서 점진적으로 의논해 나가면 됩니다.”

“Your proposal is much more persuasive because it details the benefits for each country. I will make sure to convey your message well. Clearly there is a role for the U.S. Congress to play.”
(스님의 제안은 각 나라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주기 때문에 훨씬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스님의 뜻을 잘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분명 미국 의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습니다.)

보좌관은 스님의 명쾌한 해법에 연달아 감탄을 하며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질문들을 스님에게 했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서 보좌관은 스님의 설명이 너무나 구체적이고 참신해서 집중을 해서 듣느라 기록을 하지 못했다며 그 내용을 문서로 정리해서 다시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스님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 언제든 교류하고 소통하자고 한 후 의원실을 나왔습니다.



30분 뒤에 다음 약속이 잡혀 있었습니다. 차 안에서 간단히 빵으로 점심식사를 한 후 다음 약속 장소인 백악관으로 향했습니다.

오후 1시 30분에 백악관 옆 아이젠하워 행정동에 도착하자 아시아·태평양계(AAPI)를 담당하는 부보좌관인 에리카((Erika Moritsugu) 님이 스님을 반갑게 환영해 주었습니다. 안보 관계 담당자(NSC)와 종교 문화 관계 담당자도 동석했습니다.


한 시간 반 동안 한반도의 평화와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라도 미국의 대북 정책이 변화되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또 스님은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과 남북 이산가족 상봉, 그리고 살아서 만나지 못하면 죽어서 뼈라도 고향에 묻을 수 있게 해주는 평양 수목장 사업 추진 등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달랠 수 있는 일들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스님의 뜻을 충분히 설명하자 백악관 관계자들도 스님의 뜻이 반영될 수 있게 노력해 보겠다고 대답했습니다.

백악관 관계자 미팅을 끝으로 워싱턴 D.C. 에서 진행된 스님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여정이 모두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스님은 미국 싱크탱크 전문가부터 시작해서 미국 의회, 미국 정부 각 부서 관계자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똑같은 이야기를 수없이 반복했지만 조금도 지치는 기색이 없었습니다. 스님의 노력으로 인해 북한 주민들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덜어지고,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되고, 나아가 동북아시아에 평화가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워싱턴 D.C 일정을 모두 마치고 오후 5시에 다시 미주 정토회관으로 돌아왔습니다. 스님은 찾아온 손님과 저녁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눈 후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스님이 미국에 머무는 마지막 날입니다. 오전에는 지난 20여 일 동안 해외순회강연을 준비했던 북미유럽 지회 임원단과 온라인으로 간담회를 하고, 오후에는 국제지부 영어 정토불교대학 학생들과 온라인으로 간담회를 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주 뉴욕에서 열린 즉문즉설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금전적인 피해를 주는 남동생과 어떻게 지내야 할까요?

“저와 부모님에게 금전적인 피해를 주는 혈육과의 관계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형제예요, 친척이에요?”

“남동생입니다. 저는 뉴욕에 와서 일해 번 돈을 한국에 있는 제 방에 차곡차곡 모아두었는데 남동생이 그 돈을 훔쳐 가서 자기 빚을 갚는 데 다 써버렸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됐습니다. 그전에도 부모님께서 남동생의 빚을 이미 여러 번 갚아준 적이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제 달러를 훔쳐 간 죄로 집에서 쫓겨나 살고 있습니다. 남동생과 남처럼 살아야 할지, 그래도 혈육인데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남처럼 살아도 되고, 형제로 살아도 되고, 어떻게 살아도 됩니다. 혈육이라도 성인이기 때문에 독립해서 각각 남처럼 살아도 되고, 또 혈육이니까 좀 잘못했다 하더라도 서로 사정을 봐주고 형제로 지내도 됩니다. 어떻게 할지는 질문자의 선택이에요. 어떻게 해야 된다고 정해진 법은 없어요. 어느 쪽을 선택해도 다 법도에 맞습니다. 질문자가 더 나은 쪽을 선택하면 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질문을 한다는 것은 질문자가 어느 쪽을 선택할지 망설이고 있다는 거겠죠. 남동생이 내 돈을 가져간 것이 괘씸하니까 정을 끊고 싶은데, 정을 끊으려니까 부모님도 계시고 형제간에 어릴 때 우정도 있으니까 아쉬운 거예요. 그렇다고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려니까 괘씸한 겁니다.

첫째, 질문자는 내 돈을 동생이 가져갔다고 생각하지만, 동생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형제간에는 네 돈 내 돈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자기가 어렵기 때문에 네 돈이 내 돈이고 내 돈이 네 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갖고 잘잘못을 따지려 들면 질문자만 속이 뒤집어지는 거예요. 왜냐하면 돈을 가져간 남동생은 약간 미안한 정도이지 죄의식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질문자가 너무 화를 내면 오히려 거꾸로 동생이 실망해서 ‘누나가 미국 가서 살더니 사람이 변했다’ 하는 소리를 듣기가 쉽습니다.

둘째, 동생이 훔쳐간 돈을 실제로 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해 봐야 합니다. 훔쳐 간 증거가 있는지 살펴보고, 고소를 하면 그 돈을 받을 수 있겠는지를 계산해봐야 해요. 증거가 있어서 고소했다고 하더라도 남동생이 아무 돈이 없으면 못 받습니다. 우선 남동생이 돈을 갖고 있는지를 봐야 해요. 그리고 남동생이 돈이 있다 하더라도 내 돈을 돌려받으려면 남동생이 내 돈을 훔쳐 갔다는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증거가 없으면 동생 아니라 부모 아니라 친구 아니라 누구라도 돈을 못 받아요. 어떤 것도 질문자가 증명해 낼 길이 없다면 받을 수가 없습니다. 증명을 한다고 하더라도 남동생이 돈이 없으면 못 받습니다.

그런데 이 일에 자꾸 정신을 뺏기면 질문자의 현재 생활에 지장이 생깁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제가 보기에는 없었던 일로 생각하고 포기하는 게 좋아요. 그리고 지금부터는 동생이 돈을 훔쳐갈 수 없는 곳에 돈을 두면 됩니다.”

“그래서 금고를 새로 샀습니다.”

“금고를 사더라도 미국에서 번 돈을 미국에 두지 무엇 때문에 한국에 가져다 둡니까?”

“저는 한국으로 돌아가서 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미국에 두었다가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갈 때 가져가면 되잖아요. 지금 은행 이율도 한국보다 미국이 더 높아서 미국에 저축하는 것이 훨씬 더 이익입니다. 그래서 한국 돈을 미국으로 가져와서 저축하는 사람도 있어요. 바보가 아닌 이상 미국에서 번 돈을 무엇 때문에 한국에 가져다 둡니까? 잃어버릴 확률만 높아지는 거죠.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지금 상황은 질문자가 가슴을 세 번 치면서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이렇게 해야 할 일이지 동생을 미워해 봐야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그리고 엄마 돈을 동생이 가져갔다고 문제 삼는데 그건 질문자가 간섭할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부모 자식 간에 자식은 부모 돈을 다 자기 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혹시 질문자가 부모의 돈을 두고 동생과 경쟁하는 관계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엄마 돈을 자기 자식이 가져간 것은 엄마가 고발하지 않는 이상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그런 지나간 일에 미련을 갖는 것은 바보입니다. 지금부터라도 내 돈을 부모에게조차 맡기지 말아야 합니다. 부모는 돈을 잘 버는 자식한테 마음이 더 갈까요, 돈을 못 버는 자식한테 마음이 더 갈까요?”

“돈을 못 버는 동생한테 마음이 더 갈 것 같습니다.”

“맞아요. 왜냐하면 부모는 자식들이 모두 한 식구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연히 누나의 돈을 동생한테 줘야 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형제의 입장에서는 다른 살림이라고 생각하지만 부모의 입장에서는 한 살림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건 세상의 모든 부모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자기 돈을 자기가 지킨다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제 말은 이기주의적으로 살라는 뜻이 아니에요. 내가 내 돈을 보관하더라도 100퍼센트 지킬 수 있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잃어버릴 확률이 있어요. 이 일을 계기로 해서 ‘내 돈은 내가 잘 지켜야겠다’ 하는 교훈을 얻으면 됩니다. 만약 이런 일이 더 나중에 생겼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더 큰 손해를 입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를 두고 전화위복이라고 합니다. 작은 손실이 계기가 되어 큰 손실을 미리 막았기 때문에 지금 일어난 일은 하나도 손해가 아니에요. 학습비를 냈다고 생각하고 지나간 일은 털어버리세요. 앞으로 동생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는 질문자의 자유입니다. 안 만나고 살 때 내가 더 섭섭하다면 더 이상 동생을 문제 삼지 말고 그냥 형제로 지내는 게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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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근

감사합니다

2023-10-10 08:02:19

드림하이

만나는 사람마다 똑같은 이야기를 수없이 반복했지만 조금도 지치는 기색이 없었습니다. 스님의 노력으로 인해 북한 주민들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덜어지고,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되고, 나아가 동북아시아에 평화가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2023-10-07 16:52:42

해탈지

"북한 주민들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덜어지고,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되고, 나아가 동북아시아에 평화가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스님께서 많은 분들을 만나 북한 주민의 인권을 옹호하고 생계유지라도 해결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함이 느껴졌습니다. 보탬이 되는 깨어 있는 삶을 살겠습니다

2023-10-05 07: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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