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9.20. 해외순회강연(21) 콜럼버스(Columbus)
“베풀고 나면 이용당했다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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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2023년 법륜 스님의 해외 순회강연 중 스물한 번째 강연이 미국 중서부 오하이오주의 주도인 콜럼버스(Columbus)에서 열리는 날입니다. 매일 도시를 옮겨 다니며 진행하고 있는 해외 순회강연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어제저녁 미니애폴리스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마친 후 김세희 션 부부의 댁에 도착한 스님은 밤 12시 정각에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오후 2시입니다.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생방송을 하려니 강연 시간과 겹치고, 저녁 7시 30분을 기준으로 생방송을 하려니 비행기 탑승 시간과 겹쳐서, 결국 오후 2시에 생방송을 녹화하기로 했습니다.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분들이 모두 입장하고 삼배의 예로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해외 순회강연을 다니며 느끼는 소감을 이야기하며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지금 미국 중부 오대호 연안에 있는 미네소타주에 와있습니다. 지난 일주일은 바쁜 일정 가운데에서도 특별히 바쁜 일정을 보냈습니다. 나흘 동안 밤에 한 번도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일정이 바빴습니다. 제 몸은 고단했지만, 강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정말 기뻐했습니다. 스님의 법문을 듣고 인생의 어려운 고비를 넘긴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기쁨을 표현했습니다. 스님이 직접 자신들이 사는 먼 곳까지 와준 것에 대해 고마워하는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인생이 행복해진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요즘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영어로 번역이 된 즉문즉설과 불교대학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강연에 참석하는 외국인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었고요. 특히 교포 2세들의 경우 스님의 법문을 통해 부모와 교감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모두 여러분들의 봉사 덕분입니다. 스님의 법문을 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리고, 정토불교대학과 경전 대학을 진행하는 여러분들의 노고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저는 이번 순회강연을 통해 직접 체험하고 있습니다. 정토회 활동을 하다 보면 무척 고단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의 활동 덕분에 정말로 인생이 행복해진 많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지난 일주일 동안 북미 서부 지역과 북미 동부 지역에서 강연했던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영상을 통해 스님의 법문을 듣고 행복해진 많은 사람을 눈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영상이 끝나고 스님은 세계 곳곳에서 강연을 준비해 준 봉사자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렇게 세계 전법의 여정이 가능했던 이유는 세계 곳곳에 있는 정토회 회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수고 덕분입니다. 운전해 주고, 식사와 숙소를 제공해 주고, 강연장을 대여하고, 홍보하고, 참가자를 안내하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자원봉사자에 의해서 세계 전법의 여정이 지금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네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고단한 일정 속에서도 질문자들의 고민에 대해 정성을 다해 답변해 주었습니다. 해외 순회강연을 다 마친 후 다음 주 수요일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새벽 1시 30분에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잠시 눈을 붙인 후 원고 교정 업무를 보고 새벽 4시 30분에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스님이 미니애폴리스에 머무는 하루 동안 숙박, 식사, 운전을 맡아서 봉사해 준 김세희 션 부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새벽 5시에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공항에 도착한 후 탑승 수속을 하고 나니 활주로 위로 해가 서서히 떠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아침 7시 15분에 미니애폴리스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2시간을 비행한 후 10시 15분에 콜럼버스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시차로 인해 1시간이 다시 늦어졌습니다.

공항을 나오자 정토회 회원인 이옥식 님과 고창미 님이 스님 일행을 반갑게 환영해 주었습니다. 차에 짐을 싣고 곧바로 콜럼버스 정토법당으로 향했습니다.


스님은 가장 먼저 법당을 참배한 후 콜럼버스 정토회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반갑게 안부를 주고받은 후 회원들이 정성껏 준비해 준 비빔밥으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법당 근처에는 울창한 단풍나무 숲으로 유명한 하이뱅크스 메트로 파크(Highbanks Metro Park)가 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곧바로 숲 속 길을 산책했습니다.


구불구불한 숲길을 따라 2.3마일을 걸었습니다. 등산객들이 거의 없어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조용한 숲길을 걸을 수 있었습니다.

“거의 한 달 만에 걸어보네요. 오랜만에 문화생활을 해봅니다.”


스님은 오랜만에 자연을 만끽했습니다.


다시 콜럼버스 법당으로 돌아와 오후 4시부터 강연을 준비한 봉사자들과 대화 시간을 가졌습니다. 봉사자들이 모두 법당에서 강연을 준비하고 있어서 운 좋게 스님과의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각자 자기소개를 한 후 코로나 팬데믹 동안 콜럼버스 법당을 어떻게 관리했는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나서 아직은 용도가 많지 않지만 앞으로 미국인 정토회 회원들이 점점 늘어나면 그들이 법당을 잘 활용할 수 있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 미국인들을 향한 전법을 적극적으로 해나가기로 다짐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강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오늘 강연이 열리는 곳은 유니테리언 유니버셜리스트 교회(Unitarian Universalist Church)입니다. 교회 입구 가로등에 걸려 있는 강연 포스터가 이곳에서 잠시 후 강연이 시작됨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강연장에는 홍보 포스터를 보고 온 미국인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스님이 해외 순회강연을 하는 여정을 영상으로 함께 본 후 7시 정각에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이 무대로 걸어 나오자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스님은 오늘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주제가 무엇인지 이야기하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모두에게 축복받으며 결혼을 합니다. 그런데 왜 결혼 생활이 괴로워질까요? 회사에 취직했을 때는 모두가 기뻐합니다. 그런데 왜 직장 생활이 힘들다고 할까요? 축하받으며 가게를 개업합니다.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는 다들 좋아하는데, 조금 있으면 운영하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왜 괴로움이 생길까요?

이에 대한 해답은 성경이나 불경에도 없는 내용입니다. 우리가 직접 탐구해 봐야 합니다. 처음에는 좋아해서 시작했는데 왜 괴로움이 생길까요? 오늘은 이 주제에 대해서 친구와 카페에 앉아 편하게 얘기하듯이 여러분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정해진 대화 주제는 없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관계된 모든 것들이 오늘 대화의 주제입니다. 꼭 질문이 아니어도 됩니다. 무엇이든지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해주시면 됩니다. 그럼 지금부터 여러분과 자유롭게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강연장 입구에서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분은 네 명이었습니다. 네 명과 대화를 나눈 이후 자유롭게 손을 들고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여러 사람이 망설임 없이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두 시간 동안 12명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11번째로 손을 들고 질문을 한 분인데요. 가족에게 베풀고 나서 이용을 당한 느낌이 들어 기분이 안 좋다며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베풀고 나면 이용당했다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안 좋습니다

“My question is about giving. Is there a line between giving of yourself and the giving of the point where you are taken advantage of? I have a relationship with a family member who I give a lot of time and energy to. It feels imbalanced. And I start to feel resentful for all that I am giving. I am feeling bad about the issue.”
(제 질문은 베푸는 행위에 대한 것입니다. 베푸는 것과 이용당하는 것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죠? 저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주어야 하는 가족과 관계를 맺고 있는데, 그것이 불균형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제가 주는 모든 것에 대해 분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우리는 상대에게 베풀 때 어떤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꼭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도 칭찬을 받겠다든지, 내가 베푼 호의를 알아봐 주기 바란다든지, 어떤 기대를 갖게 됩니다.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실망을 하게 되고, 상대방과 갈등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사랑이 미움의 씨앗이 되는 것입니다.

사랑이 고통으로 되돌아오지 않으려면 기대하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기대하는 마음을 내려놓지 않으면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괴로움은 내 호의를 몰라준 상대 때문이 아니라 상대의 반응이 내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생기는 것입니다.

즉, 서로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100을 해주었다고 생각하는데 상대는 50을 해주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내가 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할 때도 있고, 어떤 때는 부족하다고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여부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남에게 베푼 것만 생각합니다. 내가 준 것만큼 상대가 알아줄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베푸는 것은 좋습니다. 베풀면 내가 주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한번 들어볼게요. 두 사람이 일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은 주인이고, 한 사람은 노동자입니다. 당장은 누가 주인이고 누가 노동자인지 알 수 없는데 잠시 지켜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일이 끝나고 돈을 주는 사람이 주인이고, 돈을 받는 사람이 노동자입니다. 내가 가진 것을 베풀 게 되면 주인 의식이 생깁니다. 스스로 자존감이 생기게 되죠. 이렇게 베푸는 행동은 나를 존엄하게 만들어요. 내가 상대에게 감사 인사를 하면 내가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여기 꽃 한 송이가 있습니다. 이 꽃을 보고 예쁘다고 하면 꽃이 좋을까요, 내가 좋을까요?”

“It's good for me”
(내가 좋습니다.)

“꽃을 사랑하면 내가 좋듯이 가족을 사랑하면 내가 좋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미움이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받으려는 데서 미움이 생깁니다.

‘내가 이만큼 사랑했으니까 너도 이만큼 사랑해’

이런 마음을 갖게 되면 상대가 준 사랑을 계산해 보고 부족하면 섭섭해지는 거예요. 이렇게 우리는 기본적으로 주고받는 장사를 하며 사람을 만납니다. 이익을 기대하고 만났는데 손해가 생기면 미움이 생기는 거예요. 지금 질문자는 가족을 두고 열심히 장사를 하는 중입니다. 손익을 그만 따지고 장사를 멈추세요.”

“Thank you.”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질문들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스님이 대답하면 질문자들이 곧바로 알아들어서 빠른 속도로 즉문즉설이 진행되었습니다.

  • 불교에서는 기대하는 마음을 갖지 말라고 하던데 희망은 가져도 되는가요? 희망과 기대의 다른 점이 무엇인가요?

  • 저는 스승을 찾습니다. 내가 찾은 스승이 적절하고 좋은 스승인지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 아이를 독립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어떤 덕목이 필요할까요? 부모로서 간섭하지 않는 것이 어렵습니다.

  • 인공 지능이 많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기계가 살아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앞으로 인공 지능도 환생할 수 있는 세상이 올까요?

  • 지난주 예배에서 용서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용서를 통해 인간의 정신을 치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불교에는 욕망을 내려놓으라고 가르칩니다. 욕망이 없는데 어떻게 사랑을 할 수 있습니까?

  • 기도는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계약이며, 믿음을 가지면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명상을 한다고 해서 부처님이 주는 것은 없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치매, 뇌 손상 등 신경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불교의 알아차림은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 교육에 있어서 여성의 역할은 남성의 역할과 동등하다고 볼 수 있나요?

두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강연을 마쳤습니다.

“여러분과 대화해서 좋았습니다. 여러분들도 괜찮았나요?”

“Yes!”

무대에서 내려오는 스님과 원활하게 통역을 해준 제이슨 님에게 청중은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참석자 중에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온 분도 있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스님은 휠체어를 탄 분에게 가장 먼저 다가가 악수하고 포옹을 해주었습니다.


이어서 참가자 한 명 한 명과 악수하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몇몇 분들은 스님의 영문 책을 구입하여 사인을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참석자들이 강연장을 모두 빠져나가고 스님은 강연을 준비한 봉사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해외순회강연 중 영어 통역으로 진행된 일곱 번째 강연을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봉사자들은 뒷정리를 한 후 마음 나누기를 했고, 스님은 다시 콜럼버스 법당으로 향했습니다. 뒷정리를 마친 봉사자들은 다시 법당으로 와서 스님에게 인사를 한 후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어요.”

내일은 워싱턴 DC로 이동하여 워싱턴타임즈에 방문해 재단 이사장, 사무총장과 미팅을 한 후 저녁에는 버지니아주에서 해외 순회 즉문즉설 22번째 강연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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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왕

스님 , 잘 들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바라는 마음을 내려놓으니 삶이 편안합니다.

2023-10-07 09:40:24

현은숙

사람에게 손익을 따지는 장사를 멈추겠습니다
기대하는 마음을 내려 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09-30 07:30:30

세숫대야

저도 가족에게 장사를 해 왔던 1인 입니다.
장사를 접고 사랑을 하니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2023-09-27 12: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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