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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2023년 법륜 스님의 해외순회강연 중 다섯 번째 강연이 프랑스 파리(Paris)에서 열리는 날입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새벽 5시 30분에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숙박과 식사를 준비해 준 양미화 님과 화가 이명옥 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뮌헨 중앙역으로 향했습니다.
기차를 타기 전 운전 봉사를 해 준 김현정 님과 강연 총괄을 맡은 임혜지 님에게 스님의 책을 선물하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아침 6시 50분에 뮌헨 중앙역을 출발한 테제베(TGV) 기차는 독일 국경을 지나 프랑스로 접어들었습니다. 창밖으로 넓은 초원과 파란 하늘이 그림처럼 펼쳐졌습니다. 독일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습니다.
스님은 기차 안에서 부족한 잠도 자고, 신간 출판을 위해 원고 교정을 보았습니다. 꼬박 5시간 40분을 달려 12시 30분에 파리 동역에 도착했습니다.
기차에서 내리자 정토회 회원인 권정화 님과 최선영 님이 마중을 나와 스님 일행을 반겨 주었습니다. 파리 역에 내리자 더운 공기가 훅 몰아쳤습니다. 독일에 있는 동안 내내 날이 추워서 옷을 많이 껴입었더니 몹시 더웠습니다.
베를린에서 뮌헨을 거쳐 파리까지 동행해 준 이희정 님은 베를린으로 돌아가야 해서 기차역에서 아쉬운 작별을 했습니다.
짐을 차에 싣고 곧바로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오늘은 강연장과 숙소가 모두 ‘피아프 장 모네(FIAP Jean Monnet)’라고 하는 게스트하우스입니다. 파리 강연 담당자들이 스님을 찾아와 삼배로 인사를 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숙소에 짐을 풀고 스님은 원고 교정을 하고 휴식을 했습니다. 한편 봉사자들은 강연 준비를 하나씩 해나갔습니다. 이른 시간부터 사람들이 강연장에 도착해 기다리기 시작했습니다.
강연을 시작하기 전 오후 6시 30분에 영어 정토불교대학 수료생들이 스님을 찾아와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 법문은 오래 전부터 유튜브로 봤습니다. 그리고 정토불교대학에 들어와서 깊고 풍성하게 나누기를 하면서 더 많이 배웠습니다.”
스님은 불교대학을 공부해 보니 어땠는지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불교대학을 공부해 보니까 어때요?”
알렉시스 님은 매주 진행된 수행 연습이 너무 좋았다고 웃으며 이야기했습니다.
“수업에 참여하면 북미, 유럽, 아시아 대륙의 학생들이 모여서 하는 마음 나누기를 합니다. 사는 곳이 달라도 공감이 되어 참 좋았습니다. 매주 수행 연습하는 것이 너무너무 좋았는데 지금은 수업이 끝나서 연습을 하지 않으니 너무 허전하고 그립습니다.”
조금씩 삶이 변하고 있는 두 분의 이야기를 듣고 스님도 환하게 웃었습니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강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저녁 7시 정각에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의 소개 영상이 끝나고 무대 뒤쪽에서 스님이 걸어 나오자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습니다.
100명이 앉을 수 있는 강연장인데 14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자리가 꽉 차자 사람들은 강연장 측면에도 앉거나 뒤쪽에 서서 강의를 들었습니다.
참가자의 대부분이 젊은 청년들이었습니다. 그동안 연세가 많은 분들이 주축이었는데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많이 달라진 상황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스님은 부탄을 방문하고 온 소감을 이야기하면서 기후 위기와 지속가능한 개발, 적게 소비하는 삶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 후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질문을 신청한 사람은 15명이었는데 2시간 30분 동안 10명이 스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강연을 마쳐야 할 무렵 마지막 질문자가 손을 번쩍 들고 스님에게 질문했습니다.
“제가 결혼한 지 몇 년 되었는데요.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남편의 일자리가 없어졌습니다. 그러면서 매일 집에 있게 되니 결혼 전에 알지 못했던 남편의 생활 습관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가장 힘든 것은 남편이 씻지 않는 것입니다. 겨울에는 열흘이 다 되도록 씻지 않고, 여름에는 더운 데도 일주일이 넘도록 씻지 않습니다. 함께 지내려니 한 공간에서 생활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그렇다고 남편이 싫은 건 아닙니다. 그 부분만 좀 고쳐주면 좋겠는데 바꿀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가끔은 너무 화가 납니다. 정말 치사하지만 씻지 않으면 밥을 주지 않겠다고 협박도 했는데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그건 해결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남편이 훌륭하다고 생각하세요. 기후 위기 시대에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죠. 매일 씻게 되면, 물도 많이 낭비하고, 비누도 많이 낭비하고, 에너지도 많이 낭비하게 돼요.”
“남편도 그렇게 말해요.” (웃음)
“남편의 말이 맞아요. 제가 아는 독일 교민의 아들이 중학생인데, 기후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면서 일절 옷이나 운동화를 사지 않고 해진 옷을 입고 떨어진 운동화를 신고 다닌다고 합니다. 물론 잘 씻지도 않고요. 며칠 전에는 뒤셀도르프에서 강연을 하는데 중학생 아이가 기후 위기에 대응한다면서 엄마가 해 주는 음식을 먹지 않고 소박하게 먹고 옷도 간단하게 입는 실천을 하고 있다며 걱정하는 엄마를 만났습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 맞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도 엄마는 그게 걱정이 되어 아이를 가만히 놔둘 수가 없다고 질문을 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좋은 일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많이 나와야 기후 위기 문제가 해결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이 왕위를 버리고 출가했을 때 부처님의 아버지는 부처님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을 겁니다. 부인이 볼 때도 부처님이 이해되지 않았을 겁니다. 먹고살기가 어려워서 출가를 했다면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아니니 더욱 이해하기 어려웠겠죠. 그러나 부처님의 삶과 실천은 우리 인류에게 희망을 주고 있잖아요?
질문자의 남편은 습관이 좀 문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바람을 피운 것도 아니고, 술을 많이 마시는 것도 아니고, 그저 안 씻는다는 거잖아요. 안 씻으면 물도 아낄 수 있고, 비누도 아낄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그러니 남편에게 밥도 더 주면서 격려를 해주어야 합니다. 질문자가 이 상황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필요해요.”
“지구 환경을 생각해서 안 씻는 거면 괜찮은데요. 제가 보기에는 게을러서 안 씻는 것 같거든요.”
“게을러서 안 씻어도 결과적으로 지구 환경을 보호하는 거잖아요. 지구 환경을 위해 안 씻는 것은 이해가 되고, 게을러서 안 씻는 것은 왜 이해가 되지 않을까요? 결과는 똑같잖아요. 그 말은 남편이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안 씻는 사람과는 한 집에서 살기 싫다는 질문자의 기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편의 그런 습관이 본인의 건강에도 나쁘지 않을까요?”
“자기 인생이니까 알아서 살겠죠. 남편이 어떻게 살든지 질문자가 걱정할 게 뭐가 있어요?”
“양치질도 하지 않고 자면 이빨이 썩는데...”
“제가 어릴 때는 칫솔이 없었어요. 여름에 개울에 가서 씻는 것 말고 겨울에는 딱 한 번 목욕을 했습니다. 설 전날에만 목욕을 했어요. 그래서 손등이 갈라지고 터져서 피딱지가 덕지덕지 내려앉고 내복에도 비늘이 잔뜩 묻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때가 계속 나오는 게 아니에요. 씻지 않고 한 달쯤 지나면 때가 나무껍질 벗겨지듯이 저절로 떨어집니다. 겨울에는 방에서 내복을 벗으면 하얀 각질이 우수수 떨어집니다. 방을 쓸어 보면 가장 많은 먼지가 각질입니다. 이렇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피부 각질은 저절로 떨어집니다.
동물은 씻지 않아도 깔끔합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몸에서 기름기가 나오기 때문에 때가 저절로 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네팔이나 티베트에 가보세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여자든 남자든 거의 씻지 않습니다. 대신 몸에 기름을 바릅니다. 그러면 피부에 막이 형성되어서 여름 햇살에 노출이 되어도 괜찮습니다. 그러니 안 씻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모든 동물이 씻지 않습니다. 더위를 피해서 물에 들어갈 때가 가끔 있지만 씻지는 않습니다. 저절로 몸이 적응하게 되어 있어서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씻지 않는 남편이 질문자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함께 살기가 너무 힘들어요.”
“그러면 이혼을 하면 돼요. 질문자는 지금 상대가 나에게 맞추라고 강요하고 있는 겁니다. 반대로 질문자가 상대에게 맞추는 방법도 있어요. 물론 안 씻는 사람과 함께 사는 고충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그것이 문제는 아닙니다. 남을 해치는 게 아니잖아요. 오히려 하루에 세 번 씻는 것이야말로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행동입니다. 안 씻는 것은 문제로 삼을 일이 아니에요, 만약 잠자리를 할 때 불편하다면 그때만이라도 씻도록 이야기를 해보면 됩니다. 그런 정도는 서로 맞출 수 있는 일이지 문제로 삼을 일은 아닙니다.
저는 요즘 농사를 짓고 사는데, 농사일을 하고 나면 땀이 물 흐르듯 나서 옷이 다 젖습니다. 제 생각에는 땀을 흘렸을 뿐이지 옷이 더러워진 것은 아니니까 널어뒀다가 밥 먹고 나서 또 농사일을 나갈 때쯤 다시 입습니다. 그런데 시봉 하는 사람은 세탁기에 돌리면 금방 되는데 왜 말려서 또 입느냐고 그럽니다. 아마 냄새가 난다고 그러는 것 같은데, 작업복에 땀 냄새가 좀 나면 어때요? 그것처럼 남편과 질문자는 서로 생활 습관이 다른 것이지 남편이 문제는 아닙니다. 상대방의 습관이 나와 좀 안 맞을 뿐이에요. 물론 깔끔한 사람과 지저분한 사람이 함께 사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상대방의 생활 습관을 인정하고 ‘당신 습관대로 사세요’ 하면 문제가 될 일은 아닙니다. 도저히 못 견디겠으면 이혼을 하면 돼요.”
“이혼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이혼하기 싫다는 말은 결국 상대방이 내 취향에 맞춰서 생활습관을 뜯어고치라는 말 밖에 안 됩니다. 안 씻어서 냄새나는 것도 싫고, 이혼하는 것도 싫으니까 당신이 고치라는 말 아닙니까? 그것은 독재자의 마음이에요.”
“제가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 걸까요?”
“마음을 다스릴 것까지는 없어요. 요즘 아토피 피부 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제가 보기에는 현대인들이 너무 자주 씻어서 피부가 손상된 것도 한 원인인 것 같아요. 물론 식습관이나 체질적인 요인이 더 큰 원인이긴 하겠죠. 그러나 비누 없이 물로만 씻어도 처음에는 끈적끈적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몸이 적응을 합니다. 피부 각질층이 저절로 떨어지면서 피부가 전혀 상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머리를 샴푸로 안 감고 그냥 살았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자주 안 씻는 것 정도는 큰 문제가 아니에요.
지구를 살리는 환경운동 측면에서 보면, 태생적으로 지구를 살리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남편이 좋은 습관을 가지고 있으니 우리 집에 성인이 났다고 생각하고 감사하게 받아들이세요.”
“앞으로 남편을 성인으로 모시고 살겠습니다.” (모두 박수)
스님의 명쾌한 답변에 청중석은 온통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질문자의 얼굴도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위대하신 부처님은 옷은 분소의를 주워 입고, 음식은 얻어먹고, 잠은 숲 속이나 나무 밑에서 잤습니다. 목욕은 했을까요? 우리가 존경하는 부처님은 남편보다 백배는 더 목욕을 안 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분을 위대하게 생각할까요?”
“명심하겠습니다.”
마음이 가벼워진 질문자를 보며 스님도 환하게 웃었습니다.
강연을 마치며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지금 겪는 모든 일이 사실은 별일 아니에요. 온갖 일이 내 앞에 일어난다는 것은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런 게 인생이에요. 사람을 만났다가 헤어지고, 직장에 취직해서 기뻐하다가 잘려서 슬퍼하고, 돈을 벌었다가 까먹기도 하고, 그러면서 다들 살아갑니다.
윷놀이를 하면 말이 앞서가기도 하고, 죽기도 하고, 뒤서기도 하잖아요. 그게 윷놀이 아닙니까? 앞에 가는 말이 내내 앞으로만 가면 윷놀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내 말이 계속 앞으로만 가면 다른 사람들은 나와 같이 윷놀이를 하지 않고 집에 가버릴 겁니다. 내가 앞에 갈 때도 있고, 상대도 앞에 갈 때가 있어야 놀이가 되는 거예요. 스포츠 게임을 할 때 이 팀이 이기기도 하고 저 팀이 이기기도 해야 게임을 계속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프랑스에 와서 살면 여기에서 누릴 수 있는 좋은 점이 있고, 한국에 가서 살면 거기에서 누릴 수 있는 좋은 점이 있는 겁니다. 이런 사실을 여러분들이 수용할 때 이것저것 경험하면서 ‘오늘은 이런 것을 겪었네’ 하며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들과 즉문즉설을 하면서 ‘이런 고민도 있고, 저런 고민도 있네’ 이렇게 수용하면서 엄청난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인생 고민에 대해 저만큼 데이터가 많은 사람이 없을 겁니다. 미래 사회에는 데이터가 제일 큰 자산이에요. 오늘 저한테 많은 데이터를 제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서 제가 일절 강사료를 받지 않는 거예요. 오히려 데이터를 제공한 사람들에게 제가 답례를 해야 하니까요. (웃음)
이런 관점을 가져서 여러분 모두 프랑스에 사는 동안 타국 생활이 괴롭지 않도록 해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큰 박수와 함께 강연을 마쳤습니다.
곧바로 책 사인회를 시작했습니다. 참석자 대부분이 길게 줄을 서서 스님에게 사인을 받았습니다. 스님은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 건강하세요.”
대부분이 스님의 법문을 듣고 인생이 행복해졌다며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참석자들이 모두 강연장을 빠져나가고, 스님은 강연을 준비해 준 봉사자들과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습니다. 프랑스 사회 안에서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분들이었고, 모두 스님의 법문을 듣고 조금이라도 은혜를 갚고 싶은 마음에 봉사를 신청했다고 합니다.
“두 시간이 넘게 서서 강의를 했더니 허리가 좀 아프네요. 유럽에 오기 전에 한국에서 예초기를 많이 돌렸더니 허리를 삐끗했습니다. 마음 나누기까지 함께 하면 좋은데 저는 일찍 들어가서 좀 쉴 테니 양해를 해주세요.”
“나누기는 저희끼리 할 테니 빨리 쉬세요.”
봉사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나니 열 시가 넘었습니다. 스님은 늦은 저녁 식사를 하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내일은 새벽 2시에 기상하여 한국에 있는 정토회 회원들을 위해 주간반 수행법회 생방송을 하고, 곧바로 기차역으로 이동하여 파리를 출발해 런던으로 이동한 후 저녁반 수행법회 생방송을 하고, 저녁에는 런던에서 해외순회강연 여섯 번째 즉문즉설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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