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9.4 해외순회강연(4) 뮌헨(München)
“독일에 더 있고 싶은데 여자친구가 한국에 가자고 해요”

▲ 오디오로 듣고 싶은 분은 영상을 클릭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2023년 법륜 스님의 해외 순회강연 중 네 번째 강연이 독일 뮌헨(München)에서 열리는 날입니다.

어제 저녁 베를린에서 강연을 마친 후 스님은 성소현 님 댁에서 하룻밤을 머물렀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오전 10시에 맞춰서 전법회원 법회를 생방송을 해야 해서 잠시 눈만 붙인 후 새벽 2시에 기상했습니다. 세수를 하고 원고 교정과 업무를 보다가 새벽 3시 정각에 주간반 전법회원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이번에 새로 전법회원이 된 분들을 환영하는 영상을 함께 본 후 다 함께 스님에게 삼배의 예로 법문을 청했습니다. 전법회원들은 엊그제 정토불교대학 입학생 모집을 마감하고 새 학기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스님은 무더운 여름에 정토불교대학 홍보에 전력을 다해 준 전법회원들을 격려한 후 질문을 받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새 학기 수업 진행을 앞두고 네 명이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한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봄 불교대학이 끝나고 나서 잠시 휴식을 하고 싶은 분들도 계셨을 텐데 연이어 가을 불교대학 홍보를 하느라 휴식도 없이 동분서주하신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가을 불교대학을 시작하면 다시 여러분들이 진행자의 역할을 해야 됩니다. 여러분들이 말을 하지 않아도 불교대학을 진행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저도 잘 압니다. 가정생활 하는 것만 해도 힘든데 직장생활까지 하고 거기에 정토회 활동까지 하고 있으니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죠.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도움을 받고자 정토회에 왔는데 이제는 거꾸로 정토회 활동까지 맡게 되어 더 힘들다는 분도 있으실 거예요.

일의 양이 많아졌지만 예전보다 훨씬 가볍게

그러나 부처님의 법을 만나기 전에는 불평불만 속에서 사물을 부정적으로 보고 자기가 자기를 괴롭히는데 에너지를 사용했다면, 불교를 공부하고 난 지금은 사물을 긍정적으로 보게 되니 자신을 괴롭히는 것에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을 겁니다. 그래서 일의 양은 많아졌지만, 이전보다 훨씬 더 가볍게 일을 할 수 있게 된 측면도 있습니다.

저는 지금 유럽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데요. 스님의 법문으로 도움을 얻고 고뇌에서 벗어나 어려움을 극복한 사람들이 ‘제가 암에 걸렸는데 스님을 만나서 잘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가족 문제로 어려움이 있었는데 잘 극복했습니다’ 하면서 감사의 마음을 많이 표현했습니다. 저처럼 이렇게 직접 감사 인사를 듣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여러분의 전법활동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곳곳에서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강연장에 직접 와보면 금방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치 십년지기 친구를 만난 듯이 진심으로 반가워하고 고마워하는 마음이 박수 소리에서부터 느껴지거든요. 물론 힘들 때도 있겠지만 여러분 모두가 세상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자부심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당신이 있었기에 오늘날 정토회가 있습니다

이번 해외순회강연 기간에는 정토회를 처음 시작할 때 초기에 참여했던 분들을 만나 인사도 하고 감사를 표현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도 정토회에서 활동하고 계신 분들께는 1차 만일결사 회향식 때 일부 감사를 표하기도 했지만, 나이도 많고 건강도 좋지 않아 회향식에 참석하지 못한 분들께는 감사를 표할 여유나 경황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해외순회강연을 하면서 그분들을 만나 뵙고 감사 인사를 드리고 있어요. 강연에 못 오시는 분들께는 전화로 일일이 감사 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전화도 안 받겠다는 분이 계셔서 제가 직접 전화해서 감사 인사를 하니까 ‘스님이 제가 고생한 것에 대해 알고 계셨네요’ 이렇게 말씀을 하셨어요. 그래서 ‘당연히 알고 있죠. 그때 어렵게 활동하신 걸 제가 어떻게 모르겠습니까?’ 하면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초기 정토회 회원들은 아무래도 해외에서 외롭게 있다가 보니까 불교라는 이름만 듣고 종교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열기도 있었던 반면에 수행적 관점을 갖는 것에 대해 냉정함으로 오해해서 실망한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정토회가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해외사업 초창기에 많은 분들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에게 지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오늘의 정토회가 있기까지 애써주신 노보살님들의 노고를 잊지 않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새벽 4시 30분에 전법회원 법회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짐을 챙겨 기차를 타기 위해 베를린 중앙역으로 향했습니다.

성소현 님 부부가 스님 일행을 기차역까지 안전하게 배웅해 주었습니다. 베를린에서 숙소와 식사를 준비해 준 두 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기차에 올랐습니다.


아침 6시에 출발한 기차는 독일의 평원을 가르며 북쪽에서 남쪽으로 쉼 없이 달렸습니다. 기차 안에서 강연 담당자인 이희정 님과 어제 강연에 대한 평가를 하며 다음 강연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대화를 나누는 사이 창밖으로 해가 뜨고 기차는 점점 뮌헨에 가까워졌습니다.


1시간을 연착하여 11시에 뮌헨 중앙역에 도착했습니다. 기차에서 내리자 뮌헨 강연 담당자인 임혜지 님이 마중을 나와 스님을 반갑게 환영해 주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잘 지내셨죠?”

기차역을 나와 짐을 차에 싣고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숙소는 뮌헨 시내에 위치한 작은 호텔입니다. 호텔 1층에서 한국 식당을 운영하는 양미화 님이 스님 일행을 강연장과 가까운 곳에서 머물 수 있게 해드리고 싶다고 해서 오늘은 이곳에서 머물게 되었습니다. 숙박과 식사 일체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숙소에 도착한 후 점심식사를 하고 식당 한쪽에서 서둘러 온라인 생방송을 준비했습니다. 독일 시간으로는 낮 12시 30분, 한국 시간으로는 저녁 7시 30분에 맞춰서 저녁반 전법회원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주간반 전법법회처럼 네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여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식사 후에 급하게 법문을 시작했더니 음식이 체했는지 방송 중에 스님의 눈이 자꾸 감겼습니다. 스님은 혹시 대중이 걱정을 할까 봐 안심을 시켜주었습니다.


“스님이 무리하게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건강을 염려하는 분들이 계신데, 저는 괜찮습니다. 오히려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건강 상태가 안 좋았어요. 그런데 유럽에 와서 비행기 타고 기차 타고 이동하면서 휴식을 틈틈이 하고 있어서 건강이 조금씩 회복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염려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내일모레는 수행법회 생방송이 있는데요. 파리에서 새벽 3시에 다시 온라인으로 연결하여 만나기로 하고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오후 3시에는 스위스 심리학자인 피셔(Jeannette Fischer) 님과 문화예술 기획자인 길로 히어츠(Giloy-Hirtz) 님, 그리고 번역·신문학 전문 프리랜서로 스위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후남 님이 스님을 찾아와 미팅을 했습니다.

피셔 님은 ‘죄의식’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내년에 열 계획인데 스님을 꼭 초청해서 스님의 지혜를 스위스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요청했습니다.

“불교와 심리학은 공통점이 많고, 특히 법륜 스님이 강의하고 상담하는 방법은 매우 특이하기 때문에 스위스 사람들에게 스님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저는 심리분석학 측면에서 해법을 제시하고, 스님은 불교적인 측면에서 해법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그러면서 죄의식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스님은 죄의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지난 30년 동안 환자들과 심리 상담을 해오면서 죄의식이 굉장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죄의식이 작동하게 되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여 피해자가 힘을 얻게 되고 동등한 관계가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죄의식으로 뒤섞인 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비교적 정확한 관점을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본인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가해를 해도 된다는 힘을 얻게 된다는 시각에 저도 동의합니다.”

“스님은 죄의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죄라는 것은 본래 없다고 생각합니다. 죄라고 하는 의식이 형성되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왜 죄라고 하는 의식이 형성되었을까’ 이렇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 죄라고 하는 의식이 형성되었을까요?”

“남을 때리면 안 된다는 의식이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남을 때려도 죄의식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남을 때리면 안 된다는 기준을 잡게 되면 남을 때렸을 때 죄의식이 생기게 됩니다. 선행된 기준에 의해서 그 기준에 어긋나면 악행이 되고, 그 기준에 부합하면 선행이 되는 것입니다. 본래부터 선행이니 악행이니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자연생태계의 동물들은 인간처럼 선행된 기준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떤 행동을 해도 죄의식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피해자의 심리를 치료할 때는 선행된 기준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자각하도록 해야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선행된 기준을 누가 만들었을까요?”

“남성이든 높은 계급이든 주로 지배 세력이 그 기준을 만들죠. 그래서 우선 기준이 본래 없다는 관점에 서야 합니다. 그러나 필요에 의해서 그때그때 기준을 정할 수는 있죠. 문제는 그 기준을 자꾸 절대화시키기 때문에 괴로움이 생기는 겁니다. 사람마다 종교마다 나라마다 그 기준점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죄라고 하지만 죄라고 할 실체는 없습니다. 다만 어리석은 마음을 따라 죄가 생겨날 뿐입니다. 어리석은 마음이 사라지면 죄 또한 사라져 버립니다.”

스님의 답변에 피셔 님은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피셔 님과 길로 님은 스님이 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즉문즉설은 어떻게 열리는지에 대해서도 질문했습니다. 피셔 님은 스님이 강연료를 일절 받지 않고 강연을 한다는 이야기에 무척 놀라워했습니다. 불교와 심리학에 대해 더 많은 대화를 나눈 후 피셔 님은 다시 한번 내년에 스님이 꼭 스위스에 와서 강의를 해줄 것을 간절히 요청했습니다.

5시가 되어 기념사진을 찍고 미팅을 마쳤습니다. 피셔 님과 박후남 님 일행은 저녁에 즉문즉설 강연에도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저녁 식사를 한 후 6시에 강연장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오늘 강연이 열리는 곳은 아이네벨트하우스(Eine Welt Haus)입니다. 입구에서부터 많은 봉사자들이 참가자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봉사자들을 격려한 후 일찍 강연장에 도착한 참석자들과 반갑게 악수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두 시간 전부터 미리 와서 밖에서 기다리는 분들도 있었고, 강연장 세팅을 시작하기도 전에 강연장에 사람들이 마구 밀려들어와서 애초의 계획을 단숨에 접고 강연장의 입구를 오픈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이 되자 110명이 앉을 수 있는 강연장에 148명이 자리했습니다. 스위스에서 온 손님들은 무대 옆 통로에 앉아서 귓속말로 통역을 하며 스님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스님이 등장하자 청중들이 열렬히 환호했습니다. 스님이 웃으며 인사말을 했습니다.

“저는 8월 28일 밤에 한국을 출발하여 하노이, 콜카타를 거쳐 부탄을 방문했습니다. 부탄에서는 기후 위기에 대비하여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을 부탄의 한 개 지역을 선정하여 만들어 보자고 부탄 정부와 의논했습니다. 그리고 델리, 아부다비를 거쳐 9월 1일에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습니다. 프랑크푸르트, 뒤셀도르프, 베를린에서 강의를 하고 오늘은 뮌헨에 도착했습니다. 내일은 파리에서 강의를 하고, 모레는 런던에서 강의를 합니다. 매일 하루에 한 개 도시를 이동하면서 강의를 계속해나가고 있습니다.”

“피곤하시겠어요? 시차 적응은 어떻게 하세요?”

“저는 시차가 없어요. 졸리면 이동 중에 자면 됩니다.” (웃음)

스님의 근황을 가볍게 나눈 후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약 2시간 30분 동안 여덟 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웃음이 끊이지 않고 박수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중 한 명은 독일에 남고 싶은 본인과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여자친구 사이에서 생긴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질문했습니다.

독일에 더 있고 싶은데 여자친구가 한국에 가자고 해요

“저는 독일에 온 지 5년이 되었고, 독일에 온 지 3일째에 여자 친구를 만나서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저희가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제가 취직 비자를 받고 그동안 일을 못 찾다가 한 달 전에 일자리를 구해서 지금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자 친구는 얼마 전 학교를 졸업했고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고 합니다. 저는 이제 일을 막 시작해서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리려고 하고 있어서 지금 당장 독일을 떠나기보다는 여러 경험을 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독일에 있는 것이 더 좋더라도 그녀의 행복을 위해서 함께 한국에 가는 것이 옳을까요? 아니면 내가 원하는 것이 독일에 있다면 내 행복을 위해서 독일에 있겠다고 주장하는 것이 옳을까요?”

“진짜 고민이 되겠네요.”

“여태까지는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을 포기하는 결정을 많이 해 왔어요. 뮌헨으로 이사를 온 것도 여자 친구가 여기로 오게 되어 많은 것을 포기하고 같이 왔습니다. 여자 친구가 성당에 다니는데 나중에 결혼하면 세례도 같이 받아야 될 것 같습니다.”

“질문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주도권이 여자 친구한테 넘어가 있네요. 질문자가 여자 친구를 더 좋아하나 봐요. 내가 상대를 더 좋아하면 이렇게 주도권을 잃게 되는 거예요. 반대로 여자 친구가 나를 더 좋아하면 내가 주도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질문자는 이미 여자 친구에게 주도권을 빼았겼어요. 괜히 잔머리 굴리지 말고 그냥 여자 친구 따라 한국에 들어가면 어떨까요? 어차피 질문자는 평생 주도권을 잃고 살 것 같거든요. (모두 웃음)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는데 첫 단추를 이미 잘못 꿰었기 때문에, 헤어지든지 아니면 그냥 운명이려니 하고 살든지 두 길밖에 없어요. 이 상황에서 내 주장을 자꾸 내세우면 사랑이 갈등의 원인이 됩니다.”

“여자 친구는 한국에 가면 본인의 전공을 살려서 취직을 할 수 있나요?”

“철학을 전공해서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남성이 주로 돈을 벌고 여성이 집안일을 할 때는 주로 여성이 남성한테 주도권을 빼앗깁니다. 그럴 때는 남성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런데 두 사람의 관계는 지금 여자 친구가 주도권을 갖고 있어요. 이런 경우에는 남자 친구가 한국에 가서 직장을 변변히 못 구하더라도 여자 친구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괜찮아. 내가 돈 벌어서 먹여 살릴 테니 당신은 집에서 아기 키우고, 파트타임으로 적당히 일해. 내가 책임질게’

여자 친구가 이런 마음을 가져야 갈등이 없어져요. 여자 친구의 친정 집안은 형편이 좀 괜찮은가요? 남자 친구가 여자 친구를 따라 한국에 가면 먹고살만한지 묻는 겁니다. 옆에 앉은 여자 친구가 한 번 대답해 봐요.”

스님은 옆에 앉은 여자 친구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저보다 오빠가 경제적으로 훨씬 더 능력이 좋아요.”

“그럼 본인이 남자 쪽으로 붙어야죠. (모두 웃음) 본인은 능력도 없으면서 독일에 뿌리를 막 내리려고 하는 사람을 뽑아서 데려가면 어떡해요? 조금 더 현명한 결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두 사람이 조금 더 의논을 해보세요.

요즘은 부부가 어느 한쪽만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둘의 경제력을 비교해 봤을 때 남자 친구가 돈을 버는 조건이 낫겠다 싶으면 여자 친구가 불편을 좀 감수하고 남자 친구가 자리를 잡는 쪽을 선택해야 합니다.그러나 ‘나는 도저히 여기에서는 살 수 없고 한국에 갈 수밖에 없다. 당신이 안 가겠다면 헤어져야 하고, 당신이 한국에 오면 내가 책임질게’ 이런 마음이라면 둘이서 함께 한국에 들어가도 됩니다. 아니면 여자 친구는 한국에서 자리를 잡고, 남자 친구는 독일에서 자리를 잡고, 원거리 연애를 해야 합니다. 그러다가 마음이 바뀌면 헤어질 수도 있고요. 이렇게 따로 자신의 자리를 잡는 것을 선택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렇게 셋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해요.”

“저는 남자 친구가 한국에서 일자리를 제안받은 것도 있고, 충분히 한국에 갈 수 있는 능력이 된다고 생각해요. 남자 친구는 독일에서도 일할 수 있고 한국에서도 일할 수 있으니 같이 한국에 가서 살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그 얘기는 한국에 들어가고 싶은 내 욕구도 충족시키고, 한국에 들어갔을 때 경제적 책임도 남자 친구가 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 마음은 이기주의예요. 얄미운 생각입니다. 좋은 건 다 하려고 하는 심보예요. 그래서 충분히 의논해야 합니다. 본인은 ‘너는 여기 있으나 저기 있으나 다 괜찮지 않냐? 나는 한국에 꼭 가야 해’ 이런 생각이 들지만, 남자 친구는 ‘한국에 가도 되지만 여기서 좀 더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나는 지금 잔뿌리를 내리고 있으니 몇 년 후에 결정하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겁니다. 물론 남자친구가 동의하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동의하지 않는다면 남자친구의 제안도 선택해 볼 여지가 있어요. 아니면 각자 뿌리를 좀 내린 다음에 몇 년 뒤에 결합을 하자고 해도 됩니다. 한 명은 독일에 남고, 한 명은 한국에 들어가도 돼요. 이렇게 의논해서 합의를 보면, 둘 다 독일에 있어도 괜찮고, 둘 다 한국으로 들어가도 괜찮고, 따로따로 떨어져 지내도 괜찮아요. 합의가 안 되면 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헤어지는 건 싫어서 합의를 보겠습니다.”

“여자 친구도 약간 주도권을 빼앗겨 있네요. (웃음) 이럴 때는 남자 친구가 독일에 있어야 한다고 세게 강조하면 그렇게 결정이 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든 저렇게 되든 별일 아니에요. 내가 상대를 더 좋아하면 주도권을 잃게 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도 헤어지는 것까지는 감수하기 어렵다면 상대에게 주도권을 빼앗길 수밖에 없어요.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연애에는 밀당이 있다고 하잖아요. 둘이서 밀당을 한 번 해봐요. (웃음)

중요한 것은 합의를 해서 결정하는 것입니다. 꼭 한 가지 결정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결정도 있고, 저런 결정도 있고, 완전히 헤어지는 결정도 있고, 각자 떨어져서 미래를 계획하는 결정도 있어요. 모든 것을 검토해서 합의를 해보면 좋겠습니다. 스님이 보기에는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 다 좋아 보여요. 이것은 나쁜 결정이고, 이것은 좋은 결정이라고 보이지가 않아요. 어떤 결정을 해도 괜찮고, 했던 결정을 중간에 바꾸어도 괜찮습니다. 결혼해서 아이를 셋이나 낳고도 이혼을 하는 세상인데, 이런 정도는 아무 일도 아니에요.”

“잘 알았습니다.”

이어서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귀속말로 통역을 하시는 분들이 더러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일곱 명이 질문을 다 한 후에 멀리서 온 분의 추가 질문도 하나 더 받은 후 대화를 마쳤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재미있었습니까?”

“네.”

“재미가 있어야 지금 좋습니다. 아무리 좋은 얘기도 재미가 없으면 지루합니다.”

“유익했습니까?”

“네.”

“아무리 재미가 있어도 유익하지 않으면 문을 열고 나갔을 때 코미디 한 편 본 것 같은 기분이 들뿐이에요. 그러면 나중에 돌아봤을 때 시간을 낭비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재미도 있고 유익하기도 해야 합니다. 재미도 있고 유익해야 된다는 것을 조금 고상하게 표현하면 ‘지금도 좋고 나중도 좋다’입니다. 그런데 도덕주의자들은 나중을 위해서 지금을 너무 많이 희생합니다. 반대로 쾌락주의자들은 지금을 위해서 미래를 희생합니다. 그래서 나중에 후회하게 됩니다. 우리는 지금을 포기해서도 안 되고, 나중을 포기해서도 안 됩니다. 지금도 좋고, 나중도 좋아야 합니다.

진리의 네 가지 조건

그리고 나는 좋은데 상대에게는 손해인 경우에는 오래 지속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방금 질문한 분들처럼 나는 한국에 들어가고 싶은데 그것이 상대에게는 손해가 된다면 상대가 처음에는 좀 참지만 오래 참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관계가 깨지게 됩니다. 반대로 상대에게는 이익인데 나에게는 손해라면 그 관계도 오래갈 수가 없습니다. 어느 정도까지 참다가 ‘내가 이렇게 살면 뭐 하노?’ 이렇게 됩니다. 나도 좋고 상대도 좋을 때 지속 가능합니다.

첫째, 지금도 좋고, 둘째, 나중도 좋고, 셋째, 나도 좋고, 넷째, 너도 좋아야 합니다. 이렇게 네 가지 성질을 가지면 진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강의는 여러분에게만 좋았던 것이 아니고 저한테도 좋았어요. 여러분들을 위해서 제가 희생한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과 대화를 나누면서 저는 즐겁게 놀았어요. 여러분만 배운 것이 아니라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성격이 예민한 사람은 저런 고민을 하는구나’, ‘자식을 둔 부모는 저런 고민을 하는구나’ 이렇게 대화를 하면서 저도 많은 정보를 얻었어요. 저는 결혼생활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어디서 이런 정보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웃음)

미래사회는 데이터가 점점 중요해지는데, 저는 즉문즉설을 통해 엄청난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인생의 온갖 정보를 다 수집할 수 있는 기회가 즉문즉설입니다. 인생 고민에 대해서 저만큼 많은 정보를 가진 사람도 없을 거예요. 저는 온갖 종류의 질문을 다 받지 않습니까? 정치인부터 연예인까지, 밑으로부터는 온갖 서민들의 고민을 비롯하여 한국과 외국을 가릴 것 없이 온갖 종류의 고민들을 듣습니다. 이런 경험은 저한테도 유익하고 여러분들에게도 유익한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어떤 질문을 저한테 했는데 제가 모른다고 하면 그것은 누구한테 유익할까요? 저한테 유익합니다. 왜 그럴까요? 새로운 것을 알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여러분이 질문을 안 했으면 제가 무엇을 모르는지 몰랐겠죠. 반대로 여러분들이 저한테 질문을 했는데 제가 대답을 잘해주었다면 그것은 누구한테 유익할까요? 바로 여러분에게 유익합니다. 여러분들을 유익하게 했으니 저는 공덕을 쌓은 것이 되는 겁니다. 그러니 즉문즉설은 전혀 손해 나는 장사가 아닙니다. 그래서 제가 강사료를 안 받는 거예요.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어떤 자식을 두든, 어떤 부모를 두든, 여러분들은 행복할 권리가 있고 행복할 수 있습니다. 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부모도 행복할 권리가 있고 행복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장애를 가진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정상적인 아이가 되어야 한다고 집착하기 때문에 부모에게는 자녀가 평생 짐이 되고, 자녀는 평생 열등의식을 가지고 살게 되는 겁니다.

여러분들이 남을 돕는다거나 사랑한다는 것이 거꾸로 상대에게 오히려 엄청난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내 의도가 악의적이지 않으면 다 괜찮다’ 이렇게 생각하면 안 돼요. 수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의를 갖고 있느냐, 악의를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 아니고 ‘어리석은가, 어리석지 않은가’입니다. 악한 행동은 크게 보면 어리석은 행동에 들어갑니다. 왜냐하면 악한 행동은 길게 보면 자신에게 손해가 발생하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선악의 개념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아무렇게 행동해도 된다고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선악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이 어리석음입니다. 어리석음이 모든 고통의 원인이기 때문에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는 것을 깨달음이라고 하는 겁니다.

이런 원리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는 문제를 가지고 우리가 대화를 통해서 ‘자기 치유’를 하는 것이 즉문즉설입니다. 그 결론은 ‘별일 아니네!’입니다. 방금 전에 질문한 분들처럼 남자 친구와 여자 친구 사이에서 일어난 갈등도 한발 떨어져서 보면 별일 아닙니다. 둘이 독일에서 살든 한국에서 살든 크게 보면 별일 아닙니다. 인생에서 별일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별일 아닌 일들 가운데 상황에 따라 또 별일이 생기는 겁니다. 이것을 철학적으로 표현하면 ‘색’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별일 아닌 줄 알게 된 것을 ‘공’이라고 합니다. 별일 아닌 가운데 별일이 있고, 별일 같지만 잘 살펴보면 별일이 아닌 일이 있습니다. 이것이 ‘색즉시공’입니다. 이런 이치를 터득하면 삶을 조금 더 자유롭게 살아갈 수가 있습니다.

복을 비는 것은 종교로서의 불교입니다. 수행으로서의 불교는 ‘내가 어떻게 하면 괴로움 없이 살아갈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주 관심사입니다. 여러분들이 무슨 종교를 갖느냐는 개인의 자유에 속합니다. 여러분들이 ‘나는 기독교인이다’, ‘나는 불교인이다’, ‘나는 종교가 없다’ 하고 말하는 것은 즉문즉설과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어떤 종교를 갖든, 어떤 옷을 입든, 어떤 피부 빛깔을 갖고 있든, 누구나 다 자유로울 수 있고 행복할 수 있습니다.”

큰 박수와 함께 강연을 마쳤습니다. 약속한 시간보다 30분을 더 넘겼습니다.

스님은 강연장 문 앞에서 모든 청중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인사했습니다. 예전에 뮌헨에 정토회가 있을 때 나오셨던 노보살님들이 스님에게 다가가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강연을 준비한 봉사자들은 스님과 단체사진을 찍은 후 스님과 함께 앉아 한 사람씩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봉사자들은 대부분 정토회 회원이 아닌데도 모두 소감 나누기를 편안하고 진솔하게 해 주었습니다.


“유튜브에서 즉문즉설을 보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고 그래서 봉사를 신청했습니다.”

“봉사를 하는 일은 사실 나를 위한 일이라는 것을 정말 마음으로 깨닫고 갑니다.”

“스님을 직접 봬서 좋았고, 스님을 직접 봬서 즐거운 와이프를 보니까 더 좋았습니다.”


대부분 스님의 법문을 듣고 인생이 행복해진 분들이 자원봉사를 신청해서 왔습니다. 강연장 뒷정리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오니 밤 11시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긴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뮌헨을 출발하여 국경을 지나 프랑스 파리로 이동합니다. 하루 종일 기차를 타고 이동하한 후 저녁에는 파리에서 해외 순회강연 다섯 번째 강연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71

0/200

전미화

색즉시공에 대해서 다시한번 인식할수 있었습니다. 너도 좋고 나도 좋고, 지금도 좋고 나중에도 좋은것...좋은말씀 감사합니다^^

2023-09-15 20:28:38

보각

감사합니다

2023-09-09 18:37:08

홍숙이

감사합니다
눈물이 나도록 감사한 마음입니다

2023-09-09 17:52:10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