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8.26 전법행자대회
"미래 30년 갈수록 심각해질 문제들과 그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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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하루 종일 정토회 전체 사업을 공유하고 제안하는 전법행자대회를 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9시부터 전법행자대회에 참석했습니다. 2차 만일결사를 시작하고 나서 두 번째로 열리는 전법행자대회입니다.

국내외에서 2100여 명의 전법회원들이 화상회의 방에 모두 입장한 가운데 전법행자대회를 시작했습니다. 대중이 삼배의 예로 스님에게 법을 청하자 스님이 입재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정토회는 수행공동체입니다. 즉 수행자들의 모임입니다. 수행자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첫째, 수행자를 지향하는 사람입니다. 둘째, 수행자인 사람입니다. 정토회의 일반회원은 수행자를 지향하는 사람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정토회의 전법회원은 수행자인 사람입니다. 수행자는 부처의 길로 나아가고자 서원한 사람이기 때문에 마땅히 수행을 해야 하고, 지금 이 시대에 정토회가 부처님과 같은 역할을 하려면 우리 모두가 수행자의 DNA를 똑같이 가져야 합니다. 오늘 전법행자대회는 우리 모두가 똑같은 수행자의 DNA를 갖기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공통의 수행자 DNA를 만들기 위해

그래서 첫 번째 프로그램은 정토회가 지난 상반기 동안 진행한 사업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나는 이 일을 하고 있고 이 지역에서 활동하지만, 정토회 전체는 지난 상반기 동안 무슨 일을 하고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를 공유해서 공통의 DNA를 함께 만드는 것입니다.

두 번째 프로그램은 정토회 전체 사업에 대해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입니다. 나는 한국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고 내가 속한 부서의 일을 하고 있지만, 세계 전법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갖고 있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 개개인이 갖고 있는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해 주시면 그걸 모두 취합해서 중지를 모으고자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가 오늘 하루 종일 시간을 내서 정토행자대회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긴 시간이지만 집중해서 프로그램에 참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개회를 선언하고 본회의에 들어갔습니다. 먼저 오전에는 2023년 상반기 사업보고를 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전법회원들은 상세하게 보고를 듣고 나서 외국어 전법, 청년 전법, 지역 실천, 온라인 플랫폼 개발 등 각 사업별로 여러 가지 질문과 제안들을 이야기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2시부터는 지부별 토론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토불교대학 홍보, 환경 실천 등 지부별로 다양한 주제에 대해 1시간 30분 동안 토론을 했습니다. 전법회원들은 열띤 토론을 마친 후 그 결과를 서로 발표하고 마지막으로 스님에게 정리 말씀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긴 시간 동안 집중해서 보고를 듣고 토론을 진행한 전법회원들을 격려한 후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누구든지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여러 가지 제안을 하는 사람도 있고, 궁금한 점을 묻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과로를 하다가 활동을 그만두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며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활동을 할 수 있을지 질문했습니다.

과로를 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일을 하려면?

“정토회 활동을 하면 할수록 우리 모두가 모자이크 붓다임을 실감하고 있는데요. 한편으로는 모자이크 조각의 크기가 조금 차이가 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열심히 봉사하시던 분들이 너무 고된 활동을 하느라 병을 얻어서 휴직을 하거나 아예 활동을 그만두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어떤 관점을 가져야 우리 모두가 모자이크 붓다가 되어 정토회 활동을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정토회 회원들이 직장을 다니고 가정생활을 하면서 정토회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과한 부담을 느끼거나 힘들어할 때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정토회 회원들은 수행적 관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 비해 스트레스를 좀 덜 받고, 많은 일을 해도 능히 이겨낼 수 있습니다. 매일 아침마다 명상과 기도를 한 시간 동안 하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한 시간 적지만 대신 스트레스를 덜 받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에 더욱 집중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긍정적 마인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자기를 괴롭히는 데 시간을 덜 사용합니다. 명상을 하기 때문에 잠을 한 시간 적게 자도 피곤함이 덜 합니다. 이렇게 수행을 하면 내 인생에 이익이 되기 때문에 수행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개인이 과로를 하게 되는 문제는 본인이 조절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3년 전에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하면서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가능한 겸임을 하지 않도록 하자는 원칙을 정했습니다. 활동을 하다 보면 겸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지만 본인의 건강이 안 좋다면 과감하게 ‘제가 건강이 안 좋아서 못하겠습니다’ 하고 말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건강할 때는 주어지는 대로 업무를 다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건강이 뒷받침해 주지 않으면 업무량과 강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정토회는 회사가 아닙니다. 정토회 활동은 월급을 받는 일도 아니고, 강제적인 의무도 아니고, 인생에서 덤으로 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직 자원봉사로 모든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근무 시간과 업무량을 강제로 조정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겸임을 안 할 수 있도록 정토회에서 조치를 취해줄 수는 있지만, 우선 본인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고려해서 과로하지 않도록 업무량을 조정해야 합니다. 여러분에게 정토회 활동이 약간 부담이 될 때가 있다는 사실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전법회원이 점점 줄어든다면 어쩔 수 없이 감수하고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법회원들이 현재 투여하는 시간보다 더 적은 시간을 투여하고도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잘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을 같이 모색해 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불교대학 수업을 리허설하고 진행한 후에 평가회의까지 하는 일정이 너무 빡빡하다면 좀 더 적은 시간을 투자하고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이에 대해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모둠과 지회에서 토론하면 될 것 같습니다. 모둠에서 먼저 토론해서 다수가 찬성한 사안이 있다면 지회에 상정하고, 또 지회에서 결정된 사안이 있다면 정토회는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아래로부터 대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위에서 누가 조종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지속가능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여러분 스스로 제안하고 논의해서 그 결과를 지회장 회의에 올리는 방법으로 대안을 모색해 보면 좋겠어요.”

“네, 잘 알았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2차 만일결사를 시작하고 나서 새롭게 시작한 온라인 플랫폼 개발 사업에 대해서도 많은 질문과 제안들이 나왔습니다.

온라인 시대에 정토회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온라인 플랫폼 개발 사업에 대해 정토회의 중장기적 방향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어떤 비전을 가져야 할지 궁금합니다.”

“저도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사회적인 추세가 점점 온라인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정토회도 장기적으로는 메타버스 기술을 이용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법회가 온라인 공간에서 진행되긴 하지만 마치 오프라인에서 열리는 것처럼 느끼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가상현실 기술을 도입해 나갈 수가 있을 겁니다. 마치 실제로 한 공간에 모여 얘기하는 것처럼 생생하고 실감 나는 온라인 플랫폼을 개발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대신에 온라인 공간에서 체험하기 어려운 인격적 감화는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통해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함께 연구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불사를 한다고 하면 건물을 짓는 것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불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한편으로 오프라인 공간에서 지부와 지회 단위로 친목을 도모하고 함께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을 더 확보해 나가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런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 시간 동안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대중이 제안한 내용들을 사무처에서 모두 수렴하여 정토회의 운영에 반영해 줄 것을 당부한 후 즉문즉설을 마쳤습니다.

오전 9시에 시작한 전법행자대회는 장장 9시간 동안 발표와 토론을 거듭한 끝에 오후 6시가 되어서 폐회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대중이 스님에게 회향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전법회원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하반기 활동을 이어나가면 좋겠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어느 사회이든지 그 시대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기 마련입니다. 한국 사회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그래도 전쟁이 일어나서 피난 보따리를 들고 다녀야 했던 시기에 비하면 지금은 많이 발전했습니다. 여전히 개선해야 하는 점들이 많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비정상적인 사회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한국보다 더 안 좋은 상황에 처한 나라도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조선시대에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1800년대 초반 대량 아사가 일어났을 때도 그렇고, 19세기 말엽 외세가 침략했을 때도 그렇고, 일본이 나라를 빼앗았을 때도 그렇고, 일제강점기에 학도병과 위안부로 끌려가야 했을 때도 그렇고, 그때와 비교하면 아직 우리 사회는 그렇게 비관적인 상황에 처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현재 우리가 처한 모습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도 보지 말고, 지나치게 긍정적으로도 보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도 그냥 하나의 사회이고, 다른 나라 또는 다른 역사의 시점에 비하면 그래도 괜찮은 사회라고 봐야 합니다.

앞으로 점점 심각해질 문제들

여기서 중요한 건 지금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지만, 앞으로 점점 심각해질 문제들입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환경문제입니다. 환경문제로 인한 위기는 앞으로 30년이 지나면 지금 우리가 상상도 못 할 만큼 심각해져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사람이 못 살 정도는 아닙니다. 그때도 사람은 살아가겠지만, 지금을 기준으로 해서 보면 많은 위험 요소가 나타날 것입니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문제는 세계적인 갈등입니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갈등을 보면 중동에서 가끔 분쟁이 생기거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지만, 30년 뒤를 내다본다면 지금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갈등이 일어날 위험이 있습니다. 그만큼 대규모 전쟁의 위험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습니다. 지금의 중동이나 우크라이나처럼 국지적인 전쟁이 아니라 아주 큰 희생을 치르는 대규모 전쟁으로 확대될 위험이 큽니다. 그동안 중동 전쟁도 있었고,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도 있었고, 이라크 전쟁도 있었고, 리비아 폭격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국지적인 전쟁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그에 비하면 큰 전쟁이긴 하지만 앞으로 일어날 전쟁들에 비하면 비교적 작은 전쟁에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만약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엄청난 규모의 살상이 일어나는 전쟁이 될 것이고, 만약 대만 해협을 두고 중국과 대만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면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과는 비교가 안 되는 규모의 전쟁이 될 것입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은 적절한 단계를 거쳐서 휴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고 확전이 된다면 폴란드와 벨라루스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고, 이것이 나토와 러시아 간의 핵전쟁으로 커질 위험도 있습니다. 만약 이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이 전쟁 역시 아주 큰 위험 요소를 안게 됩니다.

이러한 대규모 전쟁이 3년 안에 일어날 것인지, 5년 안에 일어날 것인지, 10년 안에 일어날 것인지는 단정 지어서 말할 수 없지만, 이렇게 위험 요소를 안고 있는 분쟁 중 몇 가지는 실제로 터질 가능성이 현재로선 아주 높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30년을 내다보면 평화 문제가 점점 더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갈등 역시 점점 더 심해질 것입니다. 국내에서의 정치적 갈등도 심해질 것이고, 남북 간의 갈등도 심해질 것이고, 세계적으로 겪는 계급 계층의 갈등, 국제적으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갈등, 인종과 인종 사이의 갈등, 문화와 문화 사이의 갈등도 점점 더 심해질 것입니다. 이러한 갈등 요인은 결국 개인의 삶에도 영향을 미쳐서 개인의 불안과 스트레스도 갈수록 높아질 것입니다. 결국 정신질환도 갈수록 많아지고, 묻지마 폭력 사건과 같은 일들도 갈수록 많아질 것입니다.

제가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이런 모습을 내다보면서 불안해하고만 있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을 예측하면서 뭔가 대책을 세우고 실천을 해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가 그런 위험 요소를 없애거나 줄이든지, 적어도 늘어나는 것을 막든지, 뭔가 대책을 세우고 실천을 해나가야 합니다.

갈수록 요구가 많아지게 될 일들

지금 당장 우리 사회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 건 아니지만, 십여 년 전에 비하면 많이 어려워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더 길게 내다보면 이 문제는 점점 더 확대되어 갈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걸 염두에 두고 실천 활동을 해나가야 합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이러한 문제들은 확대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나쁜 요소들만 확대되는 게 아니라 기술의 발달 등 편리함의 요소 또한 확대됩니다. 다만 기술의 발달이 우리의 갈등을 치유해주고, 환경 문제의 위험을 낮춰주고, 우리의 불안을 없애주는 게 아니라 위험 요소도 같이 늘어나게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꼭 기술의 발달 때문에 위험 요소가 발생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어떤 부분은 연관성을 갖고 늘어나고, 어떤 부분은 연관성 없이 늘어나기도 합니다. 그런 걸 보면 앞으로 GDP(국내총생산)가 늘어나고, 여러 가지 생활의 편리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인간의 고뇌는 전혀 해결될 수가 없고 도리어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행복을 위한 수행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겁니다.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인연을 맺어주는 전법, 그리고 갈등 문제, 환경 문제, 평화 문제 등 사회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실천, 이에 대한 요구는 갈수록 늘어날 것입니다.

문제는 엄청난 수요에 비해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기성의 종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역량이 안 됩니다. 심리 불안이 늘어나면서 정신과 의사들이 더 많이 배출되고, 사회 곳곳에 심리상담사가 더 많이 배치되긴 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늘어나는 심리 불안 문제를 감당하지 못할 것입니다.

세상에 매우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

이런 측면에서 현재 정토회에서 실천하고 있는 일들, 즉 검소하게 살면서 이웃과 나눠 쓰고, 겸손한 마음으로 타인과 함께하고, 욕심을 버리고 자기주장을 내려놓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수행은 세계 곳곳의 사람들을 위해서도, 사회적인 갈등을 해소하고 절대 빈곤을 퇴치하는 데 있어서도, 평화를 가져오는 데 있어서도, 지구의 환경 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서도 무엇보다 필요한 활동입니다. 지금 우리는 이렇게 세상에 매우 필요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상에 필요한 일은 정토회 회원들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역량을 투여해야 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병이 번져나가는 속도에 비해 치료 약품이 많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래도 절망할 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치료 약품을 생산해서 공급하는 사업의 전망은 더욱 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만큼의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정토회가 이 부분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면 그만큼 효용이 있습니다.

대안을 빠르게 제시하려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 실천의 수위를 높이면 참여하는 사람의 수가 줄어듭니다. 그렇다고 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하려면 적극성을 낮추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적극성을 낮춰버리면 그만큼 운동성이 떨어지고, 적극성을 높이면 그만큼 대중의 참여도가 떨어지는 모순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이 문제를 중도적으로 풀어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이것이 문제가 되니까 저렇게 하자거나, 저것이 문제가 되니까 이렇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요소를 어떻게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할 것인가가 우리의 과제입니다.

청년들이 이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좋겠지만 노령화되어 가는 한국 사회의 특성으로 인해 청년들의 사회적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게다가 청년들은 지금과 같은 한국 사회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정의감을 갖고 세상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인드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다수 청년이 이 운동에 참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오히려 대안이 될 수 있는 집단은 은퇴한 60대입니다. 앞으로 평균 수명이 90살까지 늘어나고 80살까지는 건강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에 이들이 남은 삶을 세상을 위해 봉사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개인이 수행을 통해 행복해지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면, 앞으로는 개인의 문제에는 힘을 덜 쏟고 남은 20년은 덤으로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역량을 사회에 환원하는 데에 사용한다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자꾸 남을 쳐다보지 말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해나가야 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들이야말로 앞으로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중요한 활동가들입니다. 그런 관점을 가지고 정토회 활동을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인류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삶의 모델

지금 정토회가 하고 있는 일은 인류가 처해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처방전입니다. 그러나 이 처방전은 욕망을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에 다수가 폭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환경 위기가 도래하거나, 전쟁이 일어나거나, 사회 불안이 점점 커지거나 하면, 다수 국민들의 참여가 지금보다 훨씬 많아질 것입니다. 지금은 우리가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쇠 귀에 경 읽기로 받아들이지만, 먼 훗날에는 우리가 걸어간 길이 선각자의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의 활동이 빛나려면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제가 부탄에서 만들어보려고 하는 지속가능한 개발 모델도 미래를 내다보고 인류가 나아가야 할 삶의 모델을 어딘가에 하나 만들어보기 위한 새로운 도전입니다. 성공할지 실패할지 아직은 모르지만 이런 시도들을 우리는 끊임없이 해나가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여러분들도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지금 지친다고 해서 물러서지 말고, 그렇다고 너무 과로를 하지도 말고, 꾸준히 이 일을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모자이크 붓다의 한 조각이 되어 함께 이 일을 해나갑시다.”

스님의 법문을 되새기며 사홍서원을 한 후 전법행자대회를 모두 마쳤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에는 원고 교정과 여러 가지 업무들을 본 후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평화재단을 찾아 온 사회 인사 분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눌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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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숙

스님 최고십니다. 세상을 위한 쉼없는 고민과 노력에 감동했습니다.

2023-09-02 09:30:20

드림하이

앞으로 GDP(국내총생산)가 늘어나고, 여러 가지 생활의 편리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인간의 고뇌는 전혀 해결될 수가 없고 도리어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행복을 위한 수행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겁니다.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인연을 맺어주는 전법, 그리고 갈등 문제, 환경 문제, 평화 문제 등 사회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

2023-08-31 18:03:03

무위성

그냥 살다 보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자꾸 잊어버리고 습관으로 살고 있는데, 오늘 스님 말씀을 듣고 지금 내가 행복하고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 해야 할 것을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08-31 06: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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