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8.15 정토경전대학 졸업 특강
“자기 변화가 일어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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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도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예초기를 돌렸습니다. 연일 풀 베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휴일이라 향존 법사님도 와서 행자님들과 함께 뒷산에 있는 산소로 갔습니다. 입구에 도착하니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습니다.


풀이 많이 자라 있어서 한 차례 풀을 베고, 한 번 더 짧게 풀을 깎았습니다.




산소 주변은 물론이고, 산소에 오르는 길까지 시원하게 풀을 벴습니다.


주변 나무도 깔끔하게 가지치기를 하고 깎은 풀을 가장자리에 있는 나무 밑으로 모았습니다.


1시간 30분 만에 깔끔히 풀을 다 벴습니다.



산을 내려온 스님은 텃밭으로 갔습니다. 안거를 하기 전에 배추를 심어놓았는데 돌아와 보니 애벌레들이 배추를 싹 먹어치웠습니다. 모두 배추 줄기만 앙상하게 남아있었습니다.


“아니, 어쩜 이렇게 싹 먹어버렸을까. 벌레도 밭주인을 닮아서 빈 그릇 운동을 하나 봐요. 그런데 저절로 자란 잡풀은 하나도 안 먹었네요.”(웃음)

“애벌레도 우리랑 입맛이 비슷한가 봐요.”

스님은 웃으며 배추를 싹 뽑아 퇴비장에 부렸습니다. 여기까지 울력을 하고 뙤약볕을 피해 낮에는 실내에서 업무를 보았습니다. 오후 5시가 되어 해가 조금씩 기울기 시작하자 스님은 다시 향존법사님, 문수팀 행자님들과 함께 산윗밭으로 올라갔습니다.


역시나 산윗밭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풀이 가득 자라 있었습니다.

“언제 풀을 벴나 하는 것 같네요.”(웃음)


모란밭에는 꽃이 진 자리에 불가사리 같은 씨앗주머니가 달려있었는데, 씨앗주머니가 터지고 있었습니다. 윤기 나는 까만 씨앗이 가득 들어있었습니다.


행자님 두 명이 모란 씨앗을 채취하고, 스님과 나머지 행자님들은 예초기로 윗단부터 풀을 벴습니다.




윗단에 풀을 다 베고 아랫단으로 이어지는 길도 풀을 싹 깎았습니다.



한 번도 쉬지 않고 1시간 30분 동안 예초기를 돌렸습니다. 아랫단 가장자리까지 풀을 베고 울력을 마쳤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에 또 합시다. 도라지밭에 난 풀을 공동체 법사단이 오면 매야겠어요.”

8시에 정토불교대학 졸업특강이 있어서 풀이 남았지만 울력을 마쳤습니다. 예초기를 내려놓고 나니 옷이 땀으로 온통 젖어있었습니다.


땀을 씻어낸 후 저녁 8시부터는 정토경전대학 졸업 특강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3월에 입학한 경전대학 학생들은 이제 졸업식을 나흘 앞두고 있습니다. 오늘은 졸업을 앞두고 이후에는 어떻게 수행을 해나가야 할지 대화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먼저 스님이 교과 과정을 만든 취지와 더불어 앞으로 경전대학 학생들의 졸업 후 수행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저는 원래 과학자가 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학교 옆에 절이 있었고 그 절에 훌륭하신 스님이 머물고 계셔서 고등학교 1학년 때 절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절에 들어가 보니 불교의 가르침은 참 좋았는데 절에서 하는 종교 행위는 과학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좀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습니다. 허황된 이야기를 하며 복을 빌어주거나, 죽은 사람을 위해 천도 기도를 해주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굉장한 환희심을 갖고 불교 공부를 했지만 점점 회의가 들기 시작했습니다.

불교를 바르게 이해하고 실천하기 위해

‘원래 불교는 어떤 것이었을까’ 하는 의문을 품고 부처님의 일생에 대한 공부부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불교가 원래 종교로 시작된 것도 아니고, 철학으로 시작된 것도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괴로움에서 벗어나 열반을 증득하는 것과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해탈을 증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바로 초기 불교의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현재도 불교는 수행을 많이 강조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소수의 선방에 있는 스님들에게나 해당되는 일입니다. 대부분의 재가 신도들은 절에 와서 종교적인 구복 행위를 하고, 대다수의 스님들도 그런 복을 빌어주는 사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의 일생을 공부해 보니 소수의 스님들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서 괴로움 없이 살 수 있는 길을 제시한 분이 부처님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존의 절에서 나와 불교를 바르게 이해하고 실천하는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도 저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받아들여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학생들을 모아놓고 강의를 했습니다. 당시에 많은 대학생들이 제가 하는 강의를 들으러 왔습니다. 현재 정토회의 법사님들은 그때 만난 대학생들입니다. 그들의 참여로 정토회의 기초가 이루어졌습니다.

여러분들이 지금 듣고 있는 강의 역시 처음에는 그 내용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부처님의 일생도 세 시간 정도 하는 강의를 몇 개월 씩 할 정도로 내용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강의 내용이 좋아도 시대가 바뀌니까 ‘내용이 너무 길다’ 하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풍부하게 강의한 것을 편집하고 요약해서 줄이다 보니까 내용이 매끄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여러분들이 듣는 불교대학과 경전대학 강의는 내용을 더 줄여달라는 요청을 수용해서 제가 새롭게 요약 강의를 한 것입니다. 새로운 강의가 좋은 점은 내용이 축약됐다는 면에서 좋은 점이 있습니다. 다만 옛날에 강의를 들은 사람은 좀 아쉬워해요. 풍부한 내용을 들을 기회가 없어졌다고 얘기합니다. 아쉽지만 이게 지금 시대의 모습입니다. 새롭게 한 강의도 내용이 많아 더 줄여야 된다는 제안까지 있을 정도니까요. 대신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좋은 점은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접속해서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의 교과 과정은 부족한 면이 있지만 제가 50년 동안 공부하고 체험한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담아서 만들었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여러분들이 이 내용을 잘 공부해서 경전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혼자서 공부할 수 있는 기본 토대를 가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자기 변화가 일어나려면

이제 경전대학을 졸업하면 여러분들은 자발적으로 수행을 해야 합니다. 장점은 자발적으로 수행을 하기 때문에 더 진척이 있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이고, 단점은 자발적으로 하다 보니 하기 싫을 때는 수행을 포기해 버리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포기하려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루 빠지고, 이틀 빠지고, 그러다 보면 포기해 버리게 되죠. 그래서 세월이 흐르면 ‘아, 옛날에 나도 정토경전대학까지 다녔어’ 하고 추억거리로만 삼고 살아갑니다. 저를 만나면 많은 사람들이 ‘스님, 저도 정토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나왔습니다’ 하고 인사를 합니다. 정토회 회원이 아닌 사람들 중에도 이렇게 인사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요. 어쨌든 경전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많은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수행이란 지속적으로 할 때 자기 변화가 일어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경전대학을 졸업하면 정토회 회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정토회 회원이 되면 매주 열리는 수행법회에 정기적으로 참석할 수 있습니다. 매일 천일결사 수행 프로그램을 같이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 두 가지 활동에 참여하면 지속적으로 수행을 하게 되는 겁니다. 여기에 더해서 오프라인 상에서 진행되는 실천 활동까지 해나가게 되면 도반들과의 관계도 더욱더 돈독해질 수가 있습니다.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여러분은 지금까지 배우는 사람, 즉 공부의 소비자(학생)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고 싶다면 다른 사람들이 수행하는 것을 도와주는 생산자(안내자) 역할을 할 수가 있습니다.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의 진행자가 되어서 다른 사람들의 수행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싶은 사람은 전법 회원을 신청해서 교육을 받으시면 됩니다.

정토회 회원이 되어서 하는 봉사 활동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내가 시간 날 때 하는 자율 봉사입니다. 둘째, 정토회 활동의 한 꼭지를 맡아서 하는 책임 봉사입니다. 정토회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려면 책임 봉사를 해야 합니다. 책임 봉사를 하는 사람에게는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됩니다.

여러분 중에 많은 분들이 정토회 회원에 가입하고, 깨달음의 장에 다녀오고, 전법 회원 교육도 받으셔서 수행을 지속적으로 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한 후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세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지은 인연의 과보는 피할 수가 없다는 말과 좋은 일을 한다고 반드시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라는 말이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며 어떻게 관점을 가져야 할지 질문했습니다.

지은 인연의 과보는 피할 수가 없다, 정확한 의미는?

“스님께서 ‘지은 인연의 과보는 피할 수 없다’라고 말씀해 주신 것과 ‘좋은 일을 한다고 반드시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결과가 좋을 확률이 높아질 뿐이다’라고 말씀해 주신 내용이 서로 모순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고전 과학은 인과법칙이었고, 현대의 양자역학은 확률의 개념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과학의 흐름을 보아도 불교에서 가르치는 인연과보가 틀린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질문자처럼 생각할 수 있겠다고 공감이 됩니다. 그런데 인과응보와 인연과보는 좀 다른 개념이에요. 만약에 물이 담긴 컵에 젓가락을 넣어 저었을 경우,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운동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어서 물의 온도가 약간 올라가게 됩니다. 이렇게 인과 연이 만나면 반드시 결과가 생겨서 무언가가 남는다는 것이 인연과보입니다. 그 결과가 좋으냐 나쁘냐 하는 것이 ‘보’인데, 결과는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젓가락이라고 하는 원인인 ‘인’이 물이라고 하는 조건인 ‘연’을 만나 ‘인연’이 형성되었고, 물을 저어서 ‘온도가 올라갔다’ 하는 결과인 ‘과’가 생겨난 것이지요. 그 ‘과’가 좋으냐 나쁘냐 하는 것이 ‘보’입니다. 이처럼 인연에 따라 결과는 반드시 나오는데 그 결과는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습니다. 물의 온도가 오르는 것이 어떤 경우에는 좋고, 또 어떤 경우에는 안 좋을 수도 있잖아요.

다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내가 좋은 의도를 가지고 상대방에게 좋은 말을 하면 상대방도 좋게 들을 확률이 높지만, 반드시 좋게 들린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또 내가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고 좋은 마음으로 말을 해도 상대방 역시 반드시 좋은 말로 받아들인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상대를 좋아해 주면 대다수의 사람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성희롱으로 느낄 수도 있어요. 상대방은 내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좋은 의도를 갖고 말을 했다고 해서 상대방 또한 좋게 느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좋은 의도를 가지면 나쁜 의도를 가졌을 때보다는 결과가 좋게 나올 확률이 높아집니다.

인연과보에서 ‘과’는 항상 일어나는데 ‘보’는 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내가 상대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보다는 상대를 도와주는 것이 나한테 좋은 결과로 돌아올 확률이 높잖아요. 그러나 반드시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인연의 법칙’입니다.농사를 예로 들어 볼게요. 좋은 씨앗을 심으면 소득이 많아집니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거죠. 다만 나쁜 씨앗을 심었을 때보다는 좋은 씨앗을 심었을 때 소득이 많아질 확률이 높아집니다. 왜냐하면 ‘연’, 즉 밭이 어떠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인연’입니다.

인연과보를 너무 절대적으로 해석하면 ‘내가 쟤한테 좋은 말을 했는데 왜 쟤는 나를 욕하지? 이거 안 맞잖아!’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럴 때는 실험을 해 본 결과가 필요해요. 내가 칭찬했을 때와 비난했을 때를 비교해서 어떨 때 상대도 나에게 좋은 말을 할 확률이 높은지 연습해 보는 겁니다. 그러면 ‘칭찬했을 때가 비난했을 때보다는 칭찬받을 확률이 더 높다’ 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질문의 내용은 모순이지 않습니다.

‘지은 인연의 과보는 피할 수가 없다. 깊은 산속, 깊은 바닷속에 숨는다 하더라도.’

이 말은 행위의 결과가 반드시 남는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입니다. 좋은 인연을 지으면 그 과보도 반드시 좋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과보가 좋게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입니다. 이와 비슷한 말로 ‘공든 탑이 무너지랴’ 이런 속담도 있는데 여기에는 약간 윤리적인 개념이 들어있는 겁니다. 왜냐하면 공든 탑이 무너지는 일도 있으니까요.” (웃음)

“네, 잘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어서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이번주 일요일에 진행되는 경전대학 졸업식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학생들은 교실별로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여 마음 나누기를 이어나갔고, 스님은 방송실을 나왔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농사일을 한 후 저녁에는 수행법회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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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여러분은 지금까지 배우는 사람, 즉 공부의 소비자(학생)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고 싶다면 다른 사람들이 수행하는 것을 도와주는 생산자(안내자) 역할을 할 수가 있습니다.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의 진행자가 되어서 다른 사람들의 수행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싶은 사람은 전법 회원을 신청해서 교육을 받으시면 됩니다."

2023-08-30 22:32:32

문정화

스님 말씀 감사합니다.
인연과보의 참뜻을 알게되었습니다.

2023-08-22 07:05:29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3-08-21 15: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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