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7.25 JTS 임시총회, 평화재단 북한 대토론회
“어떻게 하면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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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울 정토사회문화회관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스님은 3층 설법전에서 서울 공동체 대중들과 함께 새벽 예불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천일결사 기도를 마치고 6시 20분에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스님이 엊그제 두북 수련원 농장에서 수확해 온 채소가 반찬으로 올라왔습니다. 대중들은 감사한 마음으로 공양을 했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오전 8시에는 JTS 임시 총회에 온라인으로 참석했습니다. 곧 임원들의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에 총회 구성원의 과반 이상이 참석한 가운데 다시 임원을 선출하는 의결 절차를 가졌습니다. JTS 이사장으로는 스님이 다시 선임되었습니다. 큰 박수와 함께 임시 총회를 마쳤습니다.

12시에는 평화재단 주최 토론회에 참석하는 평화재단 연구원들을 비롯하여 북한 및 통일 문제 전문가들과 지하 1층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눈 후 오후 1시에 정전협정 70주년 북한 대토론회를 시작했습니다. 평화재단에서는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북한 및 통일 문제 전문가들을 모시고 남북 관계의 발전 방향에 대해 대화하는 토론회를 마련했습니다.

평화재단 연구원장을 역임한 김형기 전 통일부 차관님의 개회사와 함께 본격적으로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1세션에서는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2세션에서는 남북 관계의 발전 방향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맨 뒷자리에 앉아서 전문가들의 발표 내용을 경청하고 메모했습니다.

전문가들은 5시간 동안 토론을 한 후 마지막으로 스님에게 마무리 말씀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긴 시간 동안 발표하고 토론해 준 전문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스님이 생각하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긴 시간 동안 대화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기진맥진하실 텐데 좋은 의견을 많이 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북한과 대화를 통해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유화 정책이 일부 성과가 있었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평가해 보면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고 봐야겠지요. 또한 북한을 압박해서 북한 체제를 변화시킴으로써 비핵화 문제를 풀겠다고 하는 강경 정책도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과거 대북 정책에 대한 평가

우리는 지난 30년간 편을 나누어 두 가지 방법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해 왔습니다. 하지만 계속 이런 방식으로만 나아가는 것은 낭비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방금 토론한 분의 말씀처럼 유화 정책을 쓰려면 진짜 화끈하게 한번 써보든지, 강경 정책을 쓰려면 전쟁 빼고는 다 한번 해보든지, 그랬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유화 정책은 북한이 기꺼이 받아들일 만큼 화끈하게 쓰지 못하고 중간에 멈춰버렸기 때문에 그 정책이 과연 성공할 수 있는 정책인지 평가할 수가 없었습니다. 강경 정책도 북한이 뜨끔할 정도로 아주 세게 나가봤으면 북한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양쪽 모두에 미련을 두고 갈팡질팡하면서 뜨뜻미지근한 정책을 펼쳐 왔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한반도 문제를 푸는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 시점에서 유화 정책과 강경 정책 둘 다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평가가 되고 있다면, 이제 진영과 정책에 한계를 두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설령 내가 유화 정책을 지지한다 하더라도 강경 정책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을 충분히 들어보는 겁니다. 반대로 내가 북한에 대해 강경 정책을 취한다 하더라도 유화 정책을 쓰는 것도 좀 더 고려해 보는 것입니다. 또한 제3의 길도 귀담아 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지금 시기는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저도 오늘 여러분이 해주신 얘기를 경청했습니다. 남북대화를 할 때는 북한의 입장도 충분히 들어야 하는 것처럼 우리 안에서도 충분히 서로의 의견을 듣고 새 길을 모색해 보자는 관점에서 이 자리가 마련이 됐습니다. 모두 충분히 얘기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한반도의 평화로 가는 길

제가 종교인들과 대화를 해 보면, 다들 지금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당장 발발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어느 때보다도 전쟁이 날 위험이 높아졌습니다. 지금 전쟁이 난다면 대량 파괴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상태입니다.

옛날에는 남북이 티격태격해도 배후에 있는 강대국들이 남북의 행동을 말리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과 중국이 갈등하고, 러시아와 EU가 갈등하고, 일본까지도 개입하게 되면서 남북관계의 갈등을 조율해 줄 국가가 없어졌습니다. 북한의 도발이 과거에는 중국과 러시아의 골치 아픈 일이었다면 지금은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에서 봤을 때 괜찮은 상황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오히려 남북 갈등을 부추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북한 내부적으로는 경제적 어려움과 체제의 불안정을 여전히 갖고 있지만, 외교적으로 볼 때는 북한 정부가 수립되고 나서 가장 안정적인 배후를 갖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핵 확산을 아무리 해도 제재를 더 이상 받지 않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북한 주민 일부가 굶어 죽는다는 것을 근거로 북한 체제가 곧 붕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현 상황과 맞지 않습니다.한반도 전쟁의 가장 큰 위험은 북한의 핵 확산입니다. 핵 확산에 대한 규제나 제한 없이 기술 개발과 핵 운반 체제의 개발이 계속되고 있고, 핵 물질을 늘리는 것도 자유롭게 진행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북한의 핵 확산에 대해 남한은 한미일 군사협력을 통해 핵 확장 억제 정책을 펼치겠다고 하는데, 이것은 다시 북한의 핵 확산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있습니다. 그래서 당장은 안보적 대응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한반도의 평화 전략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가장 큰 손실은 전쟁으로 인한 대량 파괴입니다. 가장 큰 위협은 북한 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 핵을 빨리 폐기시키거나 확산을 멈춰야 합니다. 폐기시키는 것이 당장 어렵다면 우선 북한 핵개발을 동결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결 조치를 한 후에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핵을 동결한다는 것은 결국 북한의 핵을 인정하자는 것 아니냐?’ 하고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총과 칼을 들고 설치면 우선 총부터 내려놓게 해야 하듯이 일단 동결 조치를 한 다음에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 하에 두는 방식의 응급 치료를 먼저 해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방식을 지금의 북한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의 외교적 입지인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가 비교적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동결 조치를 이루기 위한 조건으로는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북한 핵 동결과 북미관계 정상화부터

90년대 초 남한이 중국, 러시아와 수교를 할 때, 북한은 일본, 미국과 수교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을 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북한이 핵을 개발하게 되는 원인이 되었고, 북한의 핵 개발이 시작된 시점이라고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북미 관계 정상화, 북일 관계 정상화라고 하는 카드만이 북한의 핵을 동결시킬 수 있는 조건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기 전에는 북미 관계 정상화를 비핵화의 출구 전략으로 썼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북미 관계 정상화를 비핵화의 입구 전략으로 써서 북한 핵에 대한 동결 조치를 먼저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선 응급 처치로 북한 핵을 동결시켜 놓고 나서 문제를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합니다. 위험을 방치한 상태에서 계속 방어 전략만 갖는 것은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문제에 대해서 ‘그러면 또 북한에 끌려가는 것 아니냐?’, ‘북한 핵을 인정하는 것 아니냐?’ 하는 일부의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화재 위험이 있다면 화재 위험을 빨리 없애놓고 나서 다음 단계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종교계 원로들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이와 같은 내용을 제안할 생각입니다. 저희는 이 문제가 우리 국민의 안위에 관계되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산가족 상봉과 북한 주민들을 돕기 위한 인도적 지원 문제는 정치적인 변화와 관계없이 신속하게 재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이산가족 상봉과 인도적 지원 문제는 약간 뜬금없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지만 최근 들어 가치동맹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실질적으로 사람의 생명을 존중하고 아끼는 방식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뚫어나갈 필요성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적어도 인도주의 가치가 아주 분명한 나라라는 것을 국제사회에 보여줌으로써 신뢰를 쌓아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 자리는 현 정부의 통일 정책을 비판하려고 마련한 자리가 아닙니다. 비판해서 해결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지금 더욱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함께 모색해 보는 것입니다. 오늘 여러분들이 해주신 귀중한 말씀들을 하나하나 잘 정리해서 다시 공유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발표해 주시고, 사회를 맡아주시고, 함께 토론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스님의 닫는 인사를 끝으로 정전협정 70주년 북한 대토론회를 모두 마쳤습니다. 스님은 긴 시간의 토론을 마치고 일어선 전문가들과 악수를 나누며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표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에는 원고 교정과 내일 있을 종교인 평화선언문 발표에 대한 업무 점검을 한 후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주간반 수행법회 생방송을 하고, 오후에는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프레스센터에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 주관으로 종교계 원로 33명이 서명한 종교인 평화선언을 국민들에게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한 후, 저녁에는 저녁반 수행법회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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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한반도에 평화를

2023-08-29 22:37:46

화요비

화재위험이 핵확산이다. 핵동결이 최우선

2023-08-14 20:59:27

보각

한반도의 평화 북한과의 통일이 하루빨리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2023-08-06 19: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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