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
원하시는 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도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농사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어제 풀을 매던 밭에서 마무리를 못했습니다. 호미, 엉덩이 방석, 예초기 한 대를 챙겨서 밭으로 향했습니다. 화엄반 문수팀 행자님들도 작업복을 입고 밭에 도착해 스님에게 아침 인사를 드렸습니다.
“우리는 모자이크 붓다입니다.”
명심문을 세 번 한 후 일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주변에 예초기를 먼저 돌리고 나서 결합할게요. 여러분들은 어제에 이어서 밭에 풀을 매는 작업을 먼저 하고 있으세요.”
스님은 예초기를 매고 비닐하우스 주변에 자란 풀을 베었습니다. 행자님 한 명은 낫을 들고 풀을 베었습니다. 바로 옆에 벌통이 있어서 조심스럽게 작업을 했습니다.
“벌이 많아서 해가 뜨기 전에 작업을 끝냅시다. 해가 뜨면 벌에 쏘일 수가 있어요.”
주변을 깨끗하게 예초한 후 스님도 들깨 밭으로 향했습니다.
행자님들은 어제 풀을 매다가 그만둔 자리에서 다시 풀을 매기 시작했습니다. 밭의 한쪽 편은 잡초가 너무 많아서 손으로 풀을 뽑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 같았습니다. 스님은 예초기를 이용하여 풀을 싹 베어냈습니다.
중간에 예초기의 배터리가 다 떨어져서 스님도 호미를 들고 풀을 매기 시작했습니다.
“들깨 모종을 많이 가져와야겠어요. 군데군데 죽은 게 많네요. 빈자리마다 모종을 보충해 주고 마무리합시다.”
행자님 한 명이 들깨 모종을 대야에 가득 담아 왔습니다. 스님이 모종을 심고 지나가면 뒤따라서 행자님이 모종에 물을 듬뿍 주었습니다.
“아침에 끝내려고 했는데 시간이 부족하네요. 사시예불 하고 와서 오늘은 낮에도 일을 해야겠어요. 12시에 다시 모여서 일을 합시다.”
빈자리마다 모종을 새로 심는 일은 오후에 하기로 하고 아침 울력을 마쳤습니다.
오전 9시부터는 정토회 해외지부 회원의 날 행사에 온라인으로 참석했습니다. 북미지회, 아시아지회, 호주유럽지회에서 130여 명이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가운데, 서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방송실에 설치된 모니터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 누가 참석했는지 일일이 확인하며 참석자 모두를 반겼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3년 동안 스님이 해외를 방문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부분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지회별 특색이 묻어나는 소개 영상을 재미있게 본 후 스님과의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해외지부 회원들을 반겨주는 인사말을 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온라인 정토회로 바뀌면서 가장 큰 혜택을 입은 사람은 해외에 계신 분들이라는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 반면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분들은 한국에 계신 80대 이상 노보살님 들입니다. 그분들은 정토회 초창기부터 많은 공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정토회로 바뀌면서 찾아갈 법당이 없어져서 보시금도 내기 어려운 형편에 놓여있습니다.
지구 반대편에 살더라도 이제는 온라인으로 바로 연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온라인 연결 방식은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되는데 시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아직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나라별로 발생하는 시차 때문에 어려움을 좀 겪어야 합니다. 특히 해외지부는 회원들이 살고 있는 나라가 전 세계로 흩어져 있고, 시차가 많게는 24시간이 나고, 회원 수는 적습니다. 그래서 한 개의 모둠조차 같은 시차로 구성하기가 쉽지 않은 형편입니다. 어느 장소에서든 동시 접속하는 것은 가능한데 주야가 바뀌는 시차는 극복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을 보완하려면 전 세계적인 행사는 최소한으로 줄이고, 시차가 비슷한 지역끼리 함께할 수 있는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을 탓하고만 있으면 어떤 일도 할 수가 없어요. 한계를 인정하고 현재 온라인 정토회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야 합니다. 옛날에는 먼 거리를 이동해서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많이 좋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온라인 방식의 좋은 점을 보면서 활동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해외에 계시는 여러분들은 한국과 불교가 그리워서 약간의 문화적인 향수를 찾다가 불교를 만난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정토회는 문화적인 요소보다는 수행적 관점을 더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분들의 문화적인 향수를 충족시키는 데는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거기다가 온라인 정토회로 바뀌고 나서는 더욱더 문화적인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더욱더 수행적 관점으로 돌아갈 때 온라인 정토회가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적인 요소는 온라인 방식으로 해결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그래서 오프라인 중심으로 운영될 때의 좋은 점에 대한 아쉬움은 남겠지만, 그것보다는 온라인 방식이 갖는 지역과 세대를 뛰어넘는 장점들을 더욱더 살려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계속 옛날의 향수에 집착하고 있으면 진퇴양난에 빠지게 됩니다. 옛날처럼 오프라인 행사를 늘리게 되면 온라인의 편리함은 사라지고 일이 더욱더 많아져서 오히려 더 지치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온라인이 갖는 장점은 살리되 부족함은 인정하고 조금씩 보완해 가면서 활동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한 후 궁금한 점이나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사전에 여섯 명이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교육을 받을 때마다 하기 싫은 마음이 일어난다며 어떻게 수행을 해나가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요즘 저의 마음 상태를 살펴보니 교육에 참가하기 전에 항상 싫은 마음이 올라옵니다. 그러나 교육을 마칠 때에는 교육에 참가하기를 참 잘했다고 느낍니다. 이런 패턴이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번에 전법활동가 교육을 받을 때 방대한 사전 학습 내용과 긴 회의 시간에 대해 싫은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전법활동가 교육을 마치고 나서는 교육받기를 참 잘했다고 느꼈고 감사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특히 도반들의 체험담이 감동적이었고 저한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은 불교대학 진행자 소임을 아주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하기 싫어하는 마음이 계속 일어날 때 어떻게 수행을 해야 할까요?”
“수행이라는 것이 다른 것이 아니에요. 수행을 거창하게 생각하거나 너무 신비주의적으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
외부적으로는 갈 수 있는 조건과 갈 수 없는 조건이라고 하는 두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가고 싶은 나의 욕망과 가기 싫은 나의 욕망이라고 하는 두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양쪽을 조합하면 경우의 수가 총 네 가지가 나옵니다. 가고 싶은데 갈 조건이 되는 경우, 가고 싶은데 갈 수 없는 조건이 되는 경우, 가기 싫은데 꼭 가야만 하는 경우, 가기 싫은데 안 가도 되는 경우, 이렇게 네 가지 경우가 발생할 수 있죠. 가고 싶은데 갈 조건이 되는 경우와 가기 싫은데 안 가도 되는 경우는 아무런 문제 자체가 안 됩니다.
문제가 되는 경우는 나머지 두 가지입니다. 가고 싶은데 갈 수 없는 경우와 가기 싫은데 꼭 가야만 하는 경우입니다. 두 가지 경우에 처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괴로워합니다. 갈 수 없는데 가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붙들고 있으니 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때는 가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모든 욕구를 다 내려놓아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욕구대로 할 수 없는 조건인데 욕구가 계속 일어나면 괴로움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그럴 때는 욕구를 내려놓아야 합니다. 가기 싫은데 가야만 하는 조건이라면 가기 싫은 마음을 내려놓아야 괴로움이 없어집니다.
만약에 하고 싶은데 능히 멈출 수 있고, 하기 싫은데 능히 할 수 있는 연습을 계속하면 어떻게 될까요? 모든 조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가고 싶으면 가도 되고, 갈 수 없는 조건이면 안 가도 되고, 하기 싫은데 해야 될 일이면 능히 해버리고, 안 해도 될 일이면 안 해도 되고, 4가지 조건에서 다 자유로워집니다. 이것을 해탈이라고 합니다.
아무런 수행을 안 해도 두 가지는 저절로 됩니다. 나머지 두 가지가 문제 되는 겁니다. 두 가지는 문제가 되고, 두 가지는 저절로 되기 때문에 즐거움과 괴로움이 되풀이되는 겁니다. 나머지 두 가지가 문제 되는 것을 해결해 버리면 괴로움이 사라져 버립니다.
아침에 잃어나기 싫으면 더 자도 됩니다. 그런데 일어나기가 너무 싫지만 벌떡 일어나서 기도를 하고 나서 돌아보면 ‘일어나기를 참 잘했다’ 하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하기 싫은 마음에 사로잡혀서는 안 되겠구나’ 하고 깨닫게 됩니다. 먹고 싶다고 먹었더니 배앓이를 했다면 ‘먹고 싶지만 능히 멈춰야겠구나’ 하고 깨닫게 됩니다.
수행이란 이렇게 경험을 통해서 하기 싫은 마음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일어나기 싫은 마음이 일어나지만 능히 일어나 버리는 것을 몇 번 경험하면 인생이 점점 자유로워집니다. ‘싫은 마음이 안 일어나도록 해주세요’ 하고 질문하는 분이 있는데 그건 불가능합니다. 습관이 이미 그렇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저항감이 늘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에는 하기 싫었는데 하고 나니 참 좋더라’
이런 경험들이 자꾸 쌓이면 하기 싫은 마음이 일어나도 거기에 별로 구애를 받지 않게 됩니다. 저도 매일 아침마다 풀을 뽑고, 수확을 하고, 농사일을 하고 있는데, 자고 일어나서 눈을 뜰 때는 항상 피곤합니다. 물론 잠을 더 자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일어나서 땀 흘리고 일을 하면 건강이 점점 좋아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병이 들 정도로 무리를 하면 안 되겠지만, 일상적으로 농사일을 하는 것은 정신 건강에도 좋고, 운동 효과도 있습니다. 그러니 조금 피곤해도 벌떡 일어나는 것이 낫습니다. 이런 경험들을 조금씩 체험해 나가는 것이 자유로 가는 길입니다.”
“네, 잘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2차 만일결사를 시작하며 해외지부의 정체성과 역할, 교민 전법과 외국인 전법이 분리될 수 없는 상황에서 국제지부와의 관계 문제, 종교의 자유가 제한되어 있는 나라에서 전법 활동의 어려움, 국내처럼 으뜸절이 없는 상황에서 실천활동의 제약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스님의 조언을 들었습니다. 스님은 부처님이 걸어가셨던 길을 이야기하며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당당한 자세로 전법의 길을 걸어갈 것을 당부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해외지부 회원의 날 행사를 모두 마쳤습니다.
방송실을 나온 스님은 다시 작업복을 입고 향존법사님과 함께 밭으로 향했습니다. 화엄반 문수팀 행자님들도 사시예불과 정진을 마친 후 밭으로 이동했습니다.
먼저 열무와 배추를 수확했습니다. 스님이 5일 전에 열무를 한 번 솎아 두었지만, 금세 자라 있었습니다. 명상수련과 안거를 다녀오면 수확할 시기를 놓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이 수확했습니다.
네 바구니 가득 열무와 배추를 수확해 밭을 내려왔습니다.
바로 김치를 담글 수 있도록 열무와 배추를 다듬었습니다. 두런두런 옛이야기를 하는 사이 다듬어진 열무와 배추가 쌓였습니다.
“아이고, 허리야.”
스님은 열무를 가지고 평상으로 가서 서서 열무와 배추를 다듬었습니다.
열무와 배추를 다 다듬고 큰 대야에 두 곳에 물을 받아 두 차례 흙을 씻어냈습니다.
채소를 씻은 물로 사용한 도구를 씻었습니다.
열무, 배추를 맑은 물에 한 번 더 씻은 후 소금에 절여두었습니다.
최보살님은 김치 양념을 만들고 스님은 행자님들과 들깨 모종을 들고 다시 들깨밭으로 올라갔습니다. 오후 2시였습니다.
스님과 행자님 한 명은 들깨 모종이 죽은 자리에 모종을 다시 심어주고, 나머지 행자님들은 계속 풀을 맸습니다. 이제 풀보다 맨땅이 더욱 많이 보였습니다.
드디어 들깨밭 한쪽에 풀을 다 맸습니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습니다. 반대편에도 매야할 들깨밭이 있었습니다.
“자, 빨리 합시다. 그래야 밥을 먹죠.”
모두 반대편으로 가서 풀을 맸습니다. 풀을 매다가 스님이 행자님들에게 물었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비가 와야 들깨가 살아요. 비가 오면 들깨도 살고 풀도 살고, 비가 안 오면 들깨도 죽고, 풀도 죽을 거예요. 뭐가 좋겠어요?”
“스님, 들깨보다 저희가 먼저 시들겠습니다.”(모두 웃음)
해는 나지 않았지만, 무척 습하고 무더웠습니다. 굶주린 모기는 계속 팔이며 다리를 물었습니다. 그래도 한바탕 웃은 힘으로 마지막까지 풀을 다 맸습니다.
“이제 들깨 밭이 됐네요. 내려갑시다!”
들깨밭을 내려오니 이번에는 풀이 무성한 참깨밭이 보였습니다. 스님과 행자님들은 참깨밭에 가서 또 풀을 맸습니다.
“여기는 풀을 뽑지 말고 호미로 긁으세요. 이러다 오늘 다 못하겠어요. 산밑밭에 가서도 할 일이 있어요.”
참깨밭에 난 풀을 다 매고 4시가 넘어 밭을 내려왔습니다. 2시간 동안 소금에 절여 숨이 죽은 열무와 배추를 물에 씻어 양념을 치댔습니다. 김치 두 통이 뚝딱 만들어졌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고 5시에 산밑밭으로 올라갔습니다. 명상수련을 가기 전, 오늘이 마지막으로 울력을 할 수 있는 날이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이 많았습니다.
“유기농 비료를 주고, 곁순도 따주고, 줄도 보완하고, 수확도 해야 해요.”
산밑밭에 도착한 스님과 행자님들은 일을 나누어 빠르게 해 나갔습니다. 스님과 향존법사님은 가지 곁순을 따고 수확을 했습니다.
행자님들은 밭 전체에 유기농 비료를 주고, 줄이 처진 곳을 다시 묶어주었습니다.
마지막엔 다 함께 수확을 했습니다.
“2주 넘게 밭에 올 수 없어요. 조금 덜 익은 것도 다 따주세요.”
평소라면 더 익도록 두었을 채소까지 싹 수확했습니다. 수확한 채소는 내일 서울에 가져갈 수 있도록 포대로 옮겨 담아 차에 실었습니다.
저녁 7시가 다 되어 드디어 울력을 마쳤습니다.
“여러분 일 시키려다 내가 먼저 쓰러지겠어요. (웃음) 그래도 여러분 덕분에 명상수련 전에 해야 할 일을 다 했어요. 수고했어요.”
새벽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울력을 한 스님은 평소보다 일찍 잠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하여 서울로 이동한 후 평화재단 실무자들과 회의를 하고, 오후에는 국립중앙의료원 초청으로 의료인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3
전체 댓글 보기스님의하루 최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