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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작업복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산윗밭에서 울력을 했습니다. 문수팀 행자님들과 함께 예초기를 울러 매고 밭으로 올라갔습니다.
“이번 주에 스님과 함께하는 마지막 울력이네요. 저희는 문경에 가서 화엄반 수련하고 다음 주에 다시 오겠습니다.”
“그래요. 수고했어요.”
명심문을 세 번 외우고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행자님 두 명과 모란과 도라지를 심어놓은 윗단에 올라가서 예초기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밭 가장자리에 난 풀을 벴습니다.
물탱크와 도구 사물함 주변에도 풀을 시원하게 깎아주었습니다. 한참 풀을 베는데 예초기 시동이 꺼졌습니다. 예초기가 열을 받아서 잠시 기다려야 했습니다.
스님은 예초기의 열이 식는 동안 다른 행자님의 예초기를 받아 계속 풀을 벴습니다. 이번에는 모란밭 사이에 난 풀을 베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도라지밭 주변도 싹 벴습니다.
무성했던 풀밭이 시원해졌습니다.
아랫단에서는 행자님 세 명이 도라지밭 사이에 난 풀을 손으로 뽑았습니다. 숨어 있던 도라지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스님은 쉼 없이 풀을 베다 1시간 20분이 지나 예초기 시동을 껐습니다.
“저는 손님과 아침 식사를 함께 해야 해서 먼저 내려가야 합니다. 내려가면서 길에 난 풀을 마저 벨게요.”
스님은 밭을 내려가며 예초기로 계속 풀을 벴습니다. 그런데 줄이 다 떨어져 버렸습니다.
“길가에 풀을 다 베고 가려고 했더니 안 되겠네요.”
스님은 문수팀 행자님에게 전화해서 뒷마무리를 부탁하고 예초기를 트럭에 실어놓고 내려왔습니다.
손님들과 아침 식사를 한 후 스님은 두북 수련원과 농장 곳곳을 손님들에게 안내해 주었습니다.
손님들을 배웅해 드린 후 스님은 방송실로 향했습니다. 오전 10시부터는 백중 입재 특별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백중을 49일 앞두고 백중 기도를 시작하는 날입니다. 전국 으뜸절에서는 백중기도 입재일을 맞아 곳곳에 영가 등을 설치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생방송에 접속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동남아 순방으로 두 달 동안 농사일을 못 했더니 밭 곳곳에 풀이 숲을 이룰 정도로 울창하게 우거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한 주 동안은 풀을 맸는데 공동체 인원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었어요. 처음에는 화엄반 행자님들에게 긴급히 도움을 요청해서 풀을 매다가 결국 지난 주말에는 드디어 일반 회원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해서 90여 명이 와서 함께 풀을 맸습니다. 그제야 땅콩 밭에 난 풀을 모두 뽑을 수 있었습니다. 어제 아침에도 예초기를 돌렸고, 오늘 아침에도 예초기를 돌렸는데, 요즘은 풀과의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웃음)
이어서 스님과 대중들이 풀매기를 했던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영상을 보고 나서 스님이 웃으며 말을 이었습니다.
“여러분도 풀 뽑으러 많이 오세요.”
다음은 백중 기도 입재일을 맞이하여 스님이 백중 기도를 하는 의미에 대해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오늘은 백중(百衆) 입재일입니다. 인도에서는 음력 7월 15일에 조상의 넋을 기리는 행사를 합니다. 그것이 불교로 들어와서 조상을 천도하는 백중 기도가 되었습니다. 백중을 인도말로 ‘우란분재(盂蘭盆齋)’라고 합니다. 번역하면 ‘거꾸로 매달린 사람을 바로 세운다.’ 하는 뜻입니다. 어떻게 하면 거꾸로 된 것을 바로 세울 수 있을까요? 베풀어야 합니다. 많은 사람에게 공덕을 베풀어서 거꾸로 된 삶을 바로 세우는 것이 바로 백중 기도를 하는 이유입니다.
거꾸로 되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과거보다는 지금이 더 좋은 삶을 원합니다. 또 지금보다는 미래가 더 좋은 삶이 되기를 원합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부지런히 살아가지만, 그 결과는 거꾸로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천상에 가려고 열심히 노력했는데 결과는 지옥에 떨어진 거죠. 그 이유는 거꾸로 된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부모는 자식을 위해 많은 것을 해주려고 열심히 노력합니다. 그러나 나중에 보면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상처가 아주 커서 부모를 원망하고 있습니다. 결국 주위로부터 자식 농사 잘못 지었다는 말까지 듣게 됩니다. 남편을 걱정해서 잔소리도 많이 하고 자기 나름대로 애를 썼는데 그것이 오히려 남편을 더욱 짜증 나게 만들어서 헤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원래 따로따로 살던 사람이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결혼을 했는데 결혼이 불행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돈을 벌려고 사업체를 차렸는데 있던 돈마저도 잃는 일도 생깁니다. 이것은 모두 거꾸로 된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거꾸로 된 삶을 바로 세우는 것이 백중(百衆)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거꾸로 된 삶을 바로 세울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사람이 살아생전에는 욕망에 사로잡히거나 자기 성질에 사로잡히거나 무지해서 거꾸로 살아가게 됩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 중에 ‘화가 나면 눈에 뵈는 게 없어진다.’ 하는 말이 있습니다. 눈에 뵈는 게 없다는 것은 아는 게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거꾸로 가기가 쉬워요. ‘욕심에 눈이 어두워’하는 말도 있습니다. 욕심이 차면 눈에 뵈는 게 없어집니다. 그래서 화를 자초합니다. 무지하면 거꾸로 된 행동을 하게 됩니다.
쥐가 쥐약을 먹는 이유는 전생에 지은 죄 때문도 아니고, 하느님이 벌을 내린 것도 아니고, 사주팔자 때문도 아닙니다. 그냥 쥐약인 줄 모르고 먹은 거예요. 어리석기 때문에 결국 죽게 된 겁니다. 이런 것이 거꾸로 된 삶입니다. 이렇게 삶을 거꾸로 살아가도록 부추기는 것이 탐진치(貪瞋癡), 삼독(三毒)입니다. 탐진치 삼독을 제거하면 거꾸로 가는 삶을 바르게 살아가도록 할 수 있습니다.
탐진치 삼독을 제거하려면, 살아있는 사람은 부처님의 법을 만나 바른 이치를 깨닫고 해탈과 열반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미 죽어버린 사람은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사람이 죽은 사람을 위해서 공덕을 좀 베풀어야 합니다. 죽은 뒤에 무슨 내생이 있냐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겠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백중 기도에 참석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런 문화가 생긴 이유는 삶이 죽은 뒤에도 없어지는 게 아니고 지옥을 가든지 천상을 가든지 뭔가 계속된다는 믿음 위에 나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부모님이 잘못 살아서 지옥에 떨어져 있다면 고통받도록 내버려 둘 것이 아니라 백중 기도를 통해서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해주는 것이 죽은 부모님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하나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부모에 대해 효도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백중 기도가 나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목련경’ 또는 ‘우란분경’이라고 하는 경전에는 어떻게 베풀어야 하는지에 대한 얘기가 자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목련존자(目蓮尊者)가 지옥에 있는 어머니를 구제하는 방법을 부처님께 물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베풀어라! 이 세상에서 가장 배고픈 자에게 음식을 베풀고, 목마른 자에게 물을 베풀고, 헐벗은 자에게 옷을 베풀고, 아픈 자에게 약을 베풀어라.’
그러면 당시의 세상에서 누가 제일 배고프고 헐벗었을까요? 바로 수행자들입니다. 당시 수행자들은 걸식을 했습니다. 걸식이란 거지처럼 밥을 얻어먹는 것을 뜻합니다. 거지들은 밥을 얻을 때 하루에 두 번 얻을 수도 있지만, 수행자는 하루 한 번만 얻을 수 있었습니다. 움직이지 않고 한 곳에 머무르는 우기 때에는 매일 같은 지역에 걸식을 갑니다. 주는 사람도 부담이 되겠죠. 그래서 수행자들은 보통 굶주리며 안거를 보냈습니다. 안거가 끝날 때 안거에 참여한 대중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배고픈 사람이었습니다. 그들에게 베풀면 공덕이 큽니다. 똑같이 베풀어도 더 배고픈 사람에게 베푸니 공덕이 더 클 수밖에 없죠.
어떻게 베풀어야 할까요? 잘 베풀어야 합니다. 잘 베푼다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백중(百中)을 백종(百種), 즉 ‘백 가지 종류’라는 의미로 해석하면 백 가지 음식을 베푼다는 뜻이 됩니다. 풍성하게 음식을 차려 베풀어야 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둘째, ‘백중(百中)’을 ‘백중(百衆)’, 즉 ‘백 명의 사람’으로 해석하면 많은 사람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가장 가난한 사람에게, 가장 푸짐하게, 가장 많은 사람에게 베풀 때 그 공덕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 초에 정토회에서는 인도 성지순례를 하면서 인도의 불가촉천민들이 주로 사는 둥게스와리 주민 일만 명을 초대하여 만인 공양을 올렸습니다. 만일결사를 회향하면서 쌀도 주고, 도시락도 주고, 아주 풍성하게 베풀었습니다.
이런 의미가 있기 때문에 옛날에는 보시한 돈으로 음식을 차려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었지만, 지금은 음식을 차려도 먹을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낸 기도비를 정토회에서는 파키스탄 홍수 피해 주민들에게 식량으로 지원하고, 지진으로 고통받고 있는 터키 주민들과 시리아 난민들에게 식량과 생필품으로 지원합니다. 태풍 피해를 심하게 입은 미얀마 주민들에게 식량을 지원하고, 국가 부도로 고통받는 스리랑카 주민들에게 식량을 지원합니다. 여러분이 백중 기도에 보시한 돈은 이런 식으로 쓰입니다. 여기서는 적은 금액이지만 거기서는 한 달 동안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소중한 양식이 됩니다.
미얀마에는 1차 식량 지원을 이미 했고, 앞으로 더 지원할 예정입니다. 스리랑카에는 2차까지 식량 지원을 했습니다. 시리아에서도 2차에 걸쳐서 식량 지원을 했습니다. 파키스탄에서는 7차에 걸쳐서 식량 지원을 했고, 앞으로도 8차, 9차에 걸쳐서 계속 지원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보시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보시하게 되면, 첫째, 보시를 한 사람의 공덕이 제일 큽니다. 둘째, 보시를 받는 사람들은 가장 어려울 때 가장 필요한 것을 받았기 때문에 감사하는 마음이 듭니다. 셋째, 중간에서 전달하는 사람 또한 기부를 받아서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을 찾아 전달했기 때문에 매우 떳떳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이렇게 서로서로 공덕을 짓게 되는 것이 백중 기도입니다.”
입재 법문을 마치고 수행하는 중에 생긴 의문을 풀어보는 즉문즉설 시간을 짧게 가졌습니다. 사전에 두 명이 질문을 신청해서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엄마가 한 말과 행동에 상처를 받았다며 어떻게 관계를 풀어나가야 하는지 답답한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엄마를 어떻게 편안하게 대할 수 있을지 여쭙고 싶습니다. 엄마와의 일들로 인해 불안증이 생겨서 불교대학, 경전대학, 깨달음의 장에도 참여했고, 심리 상담도 받고 있습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천일 가까이 기도한 덕분에 불안증은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엄마를 대할 때는 여전히 싫은 마음이 들어서 고민입니다. 기도 하면서 내가 원하는 대로 엄마가 해주지 않아 화가 났다는 것, 앞으로도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엄마가 과거부터 현재까지 저에게 한 말과 행동이 상처가 되었지만, 여전히 엄마를 미워하고 있는 것에 대한 죄책감도 자주 듭니다.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서 엄마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까요?”
“어릴 때 엄마가 한 말이나 행동이 지금도 상처로 남아 있다면 그것은 트라우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첫째, 트라우마는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심각한 경우 약물치료를 받아야 되고, 심각하지 않다면 심리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깨달음의 장에도 참여했고, 심리치료도 받고 있다고 하니, 잘하고 계신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한꺼번에 좋아질 수는 없습니다. 어릴 때 입은 상처일수록 치료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른이 되어 입은 상처는 자각하면 금방 치유가 되지만, 어릴 때 입은 상처는 치유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하는 말이 있는 겁니다. 어릴 때 생긴 버릇은 어떤 버릇도 잘 안 고쳐져요. 그것처럼 어릴 때 입은 상처도 치료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상처란 본래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치유가 가능합니다. 대신 조급한 마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둘째, 엄마와 아빠가 어린아이에게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어야 했습니다. 대부분의 어른들이 내가 한 말과 행동이 어린아이에게 큰 상처가 된다는 것을 잘 몰라요. 어른들 사이에서는 화를 내기도 하고 욕을 할 수도 있지만, 어린아이에게는 그것이 큰 상처가 됩니다. 그래서 이 법문을 보고 있는 여러분들도 질문자를 보면서 어른이 한 말과 행동이 어린아이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합니다.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는 항상 자기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해야 합니다.
질문자의 입장에서는 엄마가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엄마도 성인군자가 아니잖아요. 엄마는 나쁜 사람이라기보다는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자가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을 엄마는 모를 수도 있어요. 엄마 입장에서는 질문자를 키우기 위해 자신이 희생을 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질문자가 상처를 입었다고 얘기하면 엄마는 억울해할 수 있어요. 엄마가 자신의 잘못을 자각한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질문자도 아이를 키우면서 자기도 모르게 화를 내기도 하고 짜증을 낼 겁니다. 하지만 지나가면 다 잊어버립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나중에 커서 엄마가 언제 야단을 쳤고, 언제 차별을 했고, 꼬치꼬치 따질 수 있습니다. 그럴 때 ‘내가 너에게 해준 게 얼마인데 은혜를 모르고 사소한 것을 갖고 원망하냐’ 하며 억울한 마음이 들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직접 아이를 키워보니 엄마도 나를 키우느라 힘들었다는 걸 이제 알겠다’ 하고 엄마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엎드려 절하면서 이렇게 기도해 보세요.
‘엄마, 키워줘서 감사합니다. 엄마도 그때 힘들어서 그렇게 악을 쓰셨을 텐데, 제가 어려서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많이 원망했습니다.’
엄마의 처지를 이해하고 자각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어릴 때 입은 상처라서 법문을 들을 때는 이해가 되어도 막상 상황에 딱 부딪히면 원래대로 감정이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꾸준히 수행정진을 해야 합니다. 나눔의 장에 가서 자신의 억울함과 상처를 한 번 더 내어놓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은 깨닫고 보면 억울할 게 없음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지금 질문자의 상황에서는 아직 억울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드러내놓고 살펴서 ‘별것 아니었구나’ 하고 자각해야 합니다.
첫째,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둘째, 매일 기도를 해야 합니다. 내가 그때 상처 입은 것은 맞지만 엄마가 일부러 나를 상처 주려 했던 것은 아니에요. 기도를 하면서 ‘엄마의 살기 위한 몸부림이 옆에 있던 나에게 상처를 주었구나’ 하고 이해하면 상처를 치료하는 데에 조금 도움이 될 겁니다.”
“저는 지금 해외에 살고 있고, 엄마는 한국에 계십니다. 엄마가 연락을 주시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너무 불편한데, 연락을 하면서 지내도 될까요? 심리치료사는 엄마와 연락을 끊고 지내라고 합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전화 통화로도 마음에 상처가 덧나는 수준이라면 당분간 연락을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엄마에게 이렇게 말씀을 드리면 됩니다.
‘엄마가 나 어릴 때 야단친 게 상처가 돼서 지금 정신과 치료를 받는 중이야. 엄마는 반갑다고 전화를 하는데 나는 엄마랑 통화하는 게 두려워. 그래서 의사는 내가 치료될 때까지 엄마랑 연락 안 하고 지내는 게 좋겠다고 하니까 엄마가 이해해 줘. 미안해.’
이렇게 말하고 치료를 받으세요. 그런데 어느 정도 치료가 된 후에는 내가 치유가 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하잖아요. 그럴 때는 엄마에게 연락을 해봐야 합니다. 전화 통화를 할 때 엄마가 악을 쓰더라도 ‘엄마가 힘든가 보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정도가 되면 치료가 많이 됐다고 볼 수 있거든요. 2년간 치료를 받았는데도 엄마랑 통화만 해도 가슴이 답답하다면 아직 치료가 덜 됐다고 할 수 있어요. 치료가 됐는지 검증을 하려면 엄마와 연락을 해봐야 합니다. 연락 안 하고 지내서 괜찮은 정도는 아직 치료가 되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냥 덮어둔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엄마와 온갖 말을 해도 내가 괜찮아야 비로소 치료가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엄마는 내 상처가 치유되었는지를 검증해 주는 1호 검증사라고 생각하세요. 엄마하고 대화할 때 내 감정이 흔들리는지 확인하는 평가를 하기 위해 엄마의 전화를 받아보는 겁니다. 마음이 불편해질 때마다 ‘아직 치유가 덜 되었네. 상처가 깊긴 깊었나 보다’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엄마와 전화 통화를 해도 됩니다. 그게 어려우면 당분간 엄마와 연락을 끊어도 되고요. 연락을 끊을 때도 일방적으로 끊지 말고 엄마한테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하는 게 좋습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에 감사할 줄만 알면 어떤 일이 일어나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해결하면 됩니다. 도저히 치유가 안 되면 핸드폰을 꺼놓으면 돼요. 아무 문제도 아니에요. 그런데 엄마와 전화하면 상처를 받고, 전화를 안 하면 엄마가 그립고,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병이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도 괜찮고, 저렇게 해도 괜찮아야 병이 치료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 꾸준히 수행 정진하겠습니다.”
이 외에 한 명의 질문을 더 받고 대화를 나눈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닫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백중 기도 기간에는 내 조상들의 천도뿐만 아니라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희생한 수많은 분들에 대한 고마움도 가지고 그분들도 편안히 쉬시라는 마음을 내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어갔습니까? 그들의 억울함을 알아주고 그들이 편히 쉬도록 자비심을 내어서 다시는 그런 희생이 생기지 않도록 발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전쟁으로 인한 재산 파괴와 인명 살상, 그리고 이산가족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6.25 전쟁이 끝나고 70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이산가족 문제가 해결이 안 되고 있잖아요. 그들의 아픔을 감싸 안으면서 그들에게도 마음의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하는 천도 의식을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두 번 다시 이런 불행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반도의 평화를 간절히 기도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어서 곧바로 백중 기도 초재를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49일 동안 7재를 지낼 예정입니다. 백중 기도를 하는 모습이 생방송으로 전송되는 동시에 대중은 각자 자신의 방에서 생방송을 보며 차 한 잔씩 간단하게 올려놓고 다 함께 백중 기도를 했습니다. 각자의 마음속에 돌아가신 분을 떠올리며 간절한 마음으로 장엄염불을 하고 온라인 백중 기도를 마쳤습니다.
오후 2시에는 두북 수련원에 손님들이 찾아와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서 오후 3시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서울로 향했습니다.
고속도로 위를 4시간 달려 저녁 7시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했습니다. 저녁에는 원고 교정과 업무를 본 후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하고, 불교언론 기자들과 동남아 순방을 하고 온 것에 대해 공유하는 간담회를 한 후, 오후에는 신 한국포럼 초청강연에 참석해 ‘한반도 긴장고조 어떻게 평화를 이룰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을 한 후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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