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
원하시는 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농사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문수팀 행자님들과 산윗밭으로 올라갔습니다. 문수팀 행자님들이 두 달 전에 풀을 싹 뽑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습니다. 먼저 스님과 행자님 두 명이 예초기로 풀을 시원하게 벴습니다.
도라지 사이사이 난 풀은 예초기로 벨 수가 없었습니다. 행자님들이 호미로 도라지만 남겨두고 풀을 싹 뽑았습니다.
두 시간 동안 풀을 베고 울력을 마쳤습니다. 밭을 내려가며 스님은 계속 풀을 벴습니다. 스님이 길 한쪽에 난 풀을 베고 내려가자, 행자님이 뒤이어 내려오면서 남은 한쪽의 풀을 벴습니다.
밭을 다 내려와 예초기를 내려놓고 앞치마를 벗었습니다. 작업복에 땀이 축축이 배어 있었습니다.
오전 10시 30분부터는 인도 성지순례 준비 회의에 온라인으로 참석했습니다. 내년 1월에 떠나는 인도 성지순례에는 수자타아카데미 개교 30주년 기념식이 함께 진행될 예정이어서 준비할 것이 많습니다. 행사 프로그램을 어떻게 준비할지, 순례자들은 어떻게 이동할지, 어떤 숙소에서 머물지 여러 가지 논의를 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오후에는 두북 수련원에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스님은 오후 내내 손님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두북 수련원의 농장을 함께 둘러보았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달에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열린 길벗 강연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방송 일을 다시 시작해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저는 경력 단절이 된 지 오래되었고, 요즘 방송 환경도 많이 바뀌어서 자신이 없습니다. 특히 유튜브에서 채널을 운영한다고 할 때 시청자들이 올린 비난 섞인 댓글을 대하기가 벌써부터 겁이 납니다. 어떻게 하면 용기를 내서 방송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요?”
“유튜브를 시작하려면 시청자의 댓글은 신경 쓰지 않아야 합니다. 시청자의 댓글이 많이 신경 쓰인다면 유튜브를 하지 않으면 됩니다. 유튜브에서 채널을 운영하면 댓글이 달리는 것은 피할 수가 없는 일이 아닙니까? 질문자 스스로 ‘나는 비난 섞인 댓글을 도저히 못 볼 것 같다’ 하는 생각이 든다면 유튜브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스님이 ‘굶주리는 북한 주민들을 돕자’ 하는 내용을 유튜브에 올리면 좋은 댓글만 달릴까요? 스님에게 ‘북한으로 가라’, ‘빨갱이다’ 하는 댓글도 같이 달립니다. 북한을 돕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북한 어린이들이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고 해도 ‘우리가 보낸 식량이 총알이 되어 돌아온다’ 하는 댓글을 답니다. 북한 돕기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비난할 수가 있는 거예요.
그동안 스님은 줄곧 ‘아기는 아기 엄마가 키우는 것이 가장 좋다’ 하고 말해 왔습니다. 엄마의 입장에서는 직장생활과 양육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 수 있지만, 스님은 말 못 하는 아기의 입장을 대변해서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육아 경험이 많은 대부분의 어른들은 스님의 말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직장에 다니면서 아기를 양육하는 일부 젊은 여성들은 ‘스님은 아기를 키워보지도 않았으면서 저런 소리를 한다’ 하고 비난을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 키우는 것이 너무 힘든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스님의 말을 비난할 수가 있는 겁니다.
나의 의견을 표현할 때는 비난도 감수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나에게 욕을 하지 않고, 댓글도 좋게 달면 정말 좋겠죠. 하지만 이 세상에는 사상의 자유, 이념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있지 않습니까? 그 자유가 인신공격이나 인격 모독에 해당할 만큼 지나치게 표현되면 고소를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자유가 보장된 사회가 싫으면 북한에 가면 돼요. 북한에 가면 지도자에 대해서 아무도 그렇게 댓글을 못 답니다. 그러니 유튜브를 정말로 하고 싶다면 댓글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고, 악플도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악플을 보면서 ‘아,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아니면 아예 댓글을 안 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만약 그 자체가 너무 충격이 커서 정신적으로 매우 힘이 든다면 유튜브를 하지 않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힘든 일을 왜 또 하려고 하나요?”
“너무 좋아서요.”
“그 일 말고는 하고 싶은 일이 없나요?”
“네.”
“그 일 말고도 세상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많아요. 시골에 가서 농사짓고 살면 누가 댓글 달고 욕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어떻게 생각해요?” (모두 웃음)
“스님들이 새벽에 일어나 예불을 하고 명상을 하면서 수행을 즐기는 것처럼 저도 영상을 만드는 일이 너무 좋아서 그 일을 계속하고 싶거든요.”
“그래요? 그럼 예를 들어봅시다. 스님이 새벽에 일어나 기도하면서 ‘졸려서 못 살겠다’, ‘절하니까 다리 아파서 못 살겠다’, ‘참선하니까 허리 아파서 못 살겠다’, ‘고기를 못 먹어서 죽겠다’, ‘여자가 생각나서 힘들다’ 이러면 되겠어요?”
“안 되죠.”
“스님이 그런 불평을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어요? ‘속퇴를 하세요’ 하고 조언을 할 겁니다. 그런 것처럼 악플이 달리는 게 힘들면 유튜브 운영을 안 하면 됩니다. 질문자가 그 일을 하고 싶다면서 악플이 두려워서 못 하겠다고 말하니까 예를 든 것이지 그 일을 무조건 하지 마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그 일을 꼭 하고 싶다면 악플이 달리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질문자가 만든 영상을 봐주려고 대기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영상을 만들면 보는 사람도 있고, 안보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악의적인 댓글을 달고 안 달고는 그 사람의 자유인 것입니다. 그 악플이 법에 저촉이 되면 신고를 하면 되는 것이고, 법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유의 영역이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예요.”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정신과에 한번 가봤어요?”
“네.”
“대화를 나눠보니까 질문자가 지금 정신적으로 좀 힘든 상황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럴 때는 아무리 각오하고 결심해도 실천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법문을 들을 때는 ‘그래, 뭐 까짓것 악플이 달려도 할 수 있어!’ 하고 생각하는데 막상 악플을 보면 가슴이 벌렁거리고 힘이 들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 도움이 좀 돼요.
만약 꾸준히 치료를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악플을 보고 여전히 힘이 든다면, 그럴 땐 그 일을 그만두는 게 좋습니다. 건강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그만두어야 해요. 다른 일을 하면서도 얼마든지 먹고살 수 있어요. 아무리 좋아하는 일도 나의 건강을 해친다면 과감하게 그만두어야 합니다. 그러니 정신과에 가서 약을 먹고 상담도 받으면서 그 일을 시도해 본 후 그래도 안 되겠다 싶으면 과감하게 직업을 바꾸셔야 해요. 미련을 딱 끊어버려야 합니다. 스님들도 ‘여자 생각이 자꾸 나서 힘들다’, ‘고기를 너무 먹고 싶어서 힘들다’ 하는 생각이 들면 혼자서 끙끙 앓지 말고 속퇴를 해서 살 수가 있는 것처럼 질문자도 삶의 방식을 분명하게 정하면 괴롭지 않게 살 수 있어요.”
“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54
전체 댓글 보기스님의하루 최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