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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울력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어제에 이어 비닐하우스에서 참깨 모종을 옮겨 심는 일을 했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베트남 출신 비구니 스님인 각려효 스님도 함께 했습니다.
각려효 스님은 베트남 불자 공동체 상임법사로 10년 이상 한국에 머물며 베트남과 한국 간 불교 교류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또 베트남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상담과 통역, 다문화가정의 자녀 교육 등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스님이 베트남에서 강연을 할 때 각려효 스님이 한국에서 베트남까지 와서 한국어를 베트남어로 통역해 주기도 했습니다.
스님은 각려효 스님에게 참깨 모종 옮겨 심는 법을 자세히 알려주었습니다.
“참깨 씨앗을 뿌렸는데 한 곳에 싹이 많이 난 곳도 있고, 싹이 안 난 곳도 있어요. 그래서 싹이 많이 난 곳에 모종을 뽑아서 빈 구멍에 심어주는 거예요. 모종을 뽑을 때는 잔뿌리를 다치지 않게 흙이 함께 딸려오도록 호미로 땅을 깊게 파서 뽑아야 합니다. 물을 준 다음 모종을 심고, 흙으로 북돋아주면 됩니다.”
스님의 안내에 따라 각려효 스님도 집중해서 참깨 모종을 옮겨심기를 했습니다.
1시간 30분 동안 참깨 모종 옮겨심기를 하고 울력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처음 두북 수련원을 방문한 각려효 스님을 위해 정토행자들이 농사짓고 있는 논과 밭을 소개해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스님, 잘 보았습니다.”
인사를 나눈 후 두북수련원으로 돌아와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공양을 마치고 각려효 스님은 아도모례원과 문경수련원을 답사하러 갔습니다.
스님은 두북수련원을 찾아온 손님과 점심 식사를 함께 하고 배웅을 했습니다. 오후에는 햇볕이 뜨거웠습니다. 울력을 할 수 없어서 스님은 실내에서 업무를 보았습니다. 저녁에는 국제지부, 해외지부 관계자들과 온라인으로 하반기 북미유럽일정 관련 회의를 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정토행자 여러분. 장마철이라서 무덥고 습도가 높습니다. 일부 지역에는 집중호우가 쏟아져서 산사태가 나고 수해를 입기도 했습니다. 영천-상주 간 고속도로 옆 야산에서 산사태가 나서 도로가 막히기도 했는데요, 특히 농촌에 사시는 분들은 아직 장마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수해에 조금 더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통계로 보면 전체 연 강수량에는 큰 변화가 없는데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는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집중호우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한 것 같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태풍, 허리케인, 사이클론 등으로 인한 피해도 크지만,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도 매우 큰 것 같습니다.
지난 주말에 서울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는 봉사자들이 초파일에 달았던 연등을 떼어내느라 수고가 많았습니다. 먼저 지난 주말에 여러분이 으뜸절과 실천장소에서 봉사한 모습을 영상으로 보겠습니다.”
지난 주말에 전국 으뜸절에서 대중들이 봉사활동을 한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본 후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네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돌보는데 칭찬 한마디 없는 남편에게 서운하다며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저는 치매이신 시어머님을 수행 삼아 모시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어머니를 돌본 지 3년째가 되어가니 공감 능력이 없는 시어머님과 표현력이 없는 남편에게 자꾸 생색을 내게 되고 대가를 바라는 마음이 생깁니다. 남편은 수고한다는 말 한마디 없어요. 저는 분별심이 점점 늘어납니다. 이런 제 마음을 어떻게 달래야 할까요?”
“요즘 같은 세상에 치매가 있는 시어머니를 모시는 분은 열에 한 명 있을까 말까 한데 아주 훌륭한 일을 하고 계십니다. 칭찬받을 만 합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든 어쩌다가 한 번 하면 칭찬을 받는데 일상적으로 하면 당연한 일이 됩니다. 일상적으로 하는 일을 계속 칭찬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옛말에 부모를 항상 모시고 사는 큰며느리는 칭찬을 못 듣고, 명절이나 기념일에 선물 사 들고 와서 잠깐 잘하는 며느리는 칭찬 듣는다는 얘기가 있잖아요. 질문자의 시어머니나 남편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래요. 매일 옆에서 잘해주는 사람에게는 칭찬이 잘 안 나옵니다. 그냥 밥 먹는 것 같은 일상이니까요, 그런데 어쩌다가 한 번씩 있는 일에 대해서는 특별하기 때문에 감사 인사를 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부부동반으로 단체 여행을 갔다고 합시다. 남편이 평상시에 나와 둘이 다닐 때는 짐 들어주는 일이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단체 여행을 갔더니 남편이 다른 여자들 짐은 잘 들어주는 겁니다. 이런 남편의 행동을 보면 속으로 아주 괘씸하잖아요.
‘아니, 내 짐은 안 들어주더니, 남의 여자 짐은 잘 들어주네!’
이렇게 생각하면서 기분 나빠하는데, 그것은 오해에 불과합니다. 왜냐하면 남의 짐을 들어주는 건 딱 하루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일이든 일상이 되면 고마움을 느껴도 표현을 잘 안 합니다. 또 만성이 돼서 고마움 자체를 잘 못 느껴요. 치매 시어머니를 모시는 일도 집안에서는 일상이 됐습니다. 그런데 일상이 된 일을 가지고 자꾸 남편에게 칭찬받으려고 하면 서로 피곤해져요. 칭찬이 듣고 싶으면 질문자가 집을 떠나서 좀 사라졌다가 오면 됩니다. 가족이 모르는 곳에 가서 서너 달 있다가 오면 질문자에게 고마움을 느끼죠. 우리가 매일 먹는 밥을 두고 고맙다는 생각을 안 하잖아요. 직접 농사를 지어보면 내가 먹는 밥 한 그릇에 엄청난 노고가 들어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절로 감사하는 마음이 들어요.
자식들도 대부분 부모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잘 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 받기만 하다 보니 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식은 부모에게 부족한 것만 계속 얘기를 해요. 불평만 하죠. 부모는 진짜 있는 힘, 없는 힘 다 짜내서 자식을 키웠는데 아이들은 고맙게 느끼기보다는 불평이 많습니다. 그게 자식이 나빠서 그런 게 아니에요. 인간의 심리 자체가 그렇게 작용하는 거예요.
그러니 내가 할 도리를 하면 되지 칭찬을 들으려고 하면 결국 번뇌만 생깁니다. ‘언제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고 괴로워져요. 칭찬이 꼭 듣고 싶다면 멀리 좀 다녀오세요.”
“이번에 6박 7일 여름 명상을 신청했습니다.”(웃음)
“질문자가 없어지면 가족들은 두 가지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첫째, 엄청나게 불평을 합니다. 잠시 나갔다 오면 대부분 불평을 합니다. 질문자가 없으면 본인이 불편해지니까요. 따라서 질문자가 6박 7일 동안 명상수련을 다녀온다면 가족들이 불평할 확률이 높습니다. 둘째, 반가워합니다. 오랫동안 나갔다 오면 반갑게 맞이할 확률이 높아요. 처음 며칠은 남은 가족들이 불편하니까 화를 냅니다. 그 고비를 넘으면 ‘우리 마누라가, 우리 며느리가 평소에 정말 고생이 많았구나!’하고 느껴요. 그러니 칭찬을 들으려면 6박 7일로는 안 되고 한 3, 4개월은 나갔다 와야겠죠.”
“제가 그런 마음이었으면 벌써 집을 나갔을 겁니다. 마음이 약하다 보니까 결심을 못 하는 것 같아요.”(웃음)
“그러니까 칭찬 들을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겁니다. 일상적인 일은 누구나 칭찬을 잘 안 합니다. 일상이니까 무감각해지는 거죠. 우리도 살아있으니까 살아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잖아요? 그런데 교통사고가 나서 나 혼자만 살아남았다면 살아 있는 걸 엄청난 행운으로 느끼겠죠. 아침마다 일어나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일상에 감사하면 괴로울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주어진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부족한 것만 계속 이야기하죠. 그래서 아무리 잘해줘도 불평이 생기는 겁니다. 잘해주는 게 일상이 되면 더 큰 걸 원하게 되고, 그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평을 하는 거예요.
남의 칭찬에 구애받으면 나만 괴롭습니다. 치매에 걸리면 칭찬이나 긍정적인 표현은 하기 어렵습니다. 예전에 받은 마음의 상처만 계속 드러내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욕하고 불평하기 쉽죠. 제가 아는 분도 치매에 걸린 가족을 모시고 있는데, 집에 다른 사람만 오면 ‘쟤가 밥도 안 주고 반찬도 안 준다’라고 불평해서 속이 뒤집힌다고 합니다. 그분도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치매에 걸려서 그러시는 거죠. 고마운 걸 다 알면 치매에 걸렸다고 말할 수 없겠죠. 시어머니는 환자니까 말할 것도 없고, 남편은 자기가 선택한 남자이니 남 탓할 수 도 없습니다. 질문자가 지은 인연의 과보이니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네, 시어머님이 단기 기억력은 약하시지만 폭언을 하시거나 집을 나가시지는 않아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스님 말씀 덕분에 제가 지은 과보라는 관점을 잘 잡을 수 있었습니다. 스님의 따뜻한 말씀에 위로가 많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남편이 칭찬해주지 않아서 기분이 나빴다가 겨우 내 칭찬 한 번 듣고 위로를 받았다는 거예요? (웃음) 자, 좋은 일 하고도 칭찬을 받지 못한 질문자에게 우리 모두 박수를 한번 쳐 줍시다! 잘했다고 칭찬 좀 해주죠.” (모두 박수)
박수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화면 속에서 사람들이 힘껏 박수로 격려해 주었습니다. 스님이 웃으며 한마디 했습니다.
“애도 아니고 수행자가 칭찬을 먹고살려고 해요? (웃음) 그래도 칭찬받을 만한 사람에게는 칭찬해 줘야겠죠.”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남편보다 다 큰 아이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져요. 자식에 대한 집착을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과거 일곱 분의 부처님은 누구이신지, 스님께서는 전생을 믿는지 궁금합니다.
인간에 대한 실망을 반복하면서도 또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내일은 농사일을 하고 두북수련원을 찾아온 손님과 대화를 나눌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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