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7.3 영어 천일결사 입재식, 전법회원 법회, 공동체지부 공청회
“수행이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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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외국인 수행자들이 천일결사 기도를 입재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잠깐 울력을 하다가 오전 7시부터 외국인 천일결사 입재자들을 위한 백일기도 입재식에 참석했습니다.

어제는 한국어를 사용하는 전 세계의 정토행자들이 백일기도를 시작했고, 오늘은 외국어를 사용하는 전 세계의 정토행자들이 백일기도를 시작했습니다.

“Welcome to the 2nd 100-Day Practice Opening Ceremony of the 1st 1000-Day Practice!”

외국인 정토행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사회자가 반갑게 환영 인사를 했습니다.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한국, 아일랜드, 영국 등 여러 나라에서 외국인 정토행자들이 2차 백일기도에 입재했습니다. 먼저 지난 100일 동안의 수행 소감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세 명이 자신의 수행담을 진솔하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먼저 보라(Bora) 님이 수행 소감을 발표했습니다.

“I joined 100 days ago and it was amazing. I'm so happy I found out about it and started practicing. I had personal family issues that had been haunting me for decades. When I started this practice, it just magically disappeared. It was amazing. It went away after practicing for maybe two to three weeks, and then I couldn't believe it. I don't think about it anymore, and I don't suffer from it anymore, so I was kind of high for a while, and then it kind of comes back. And if you keep practicing, it goes away. But it comes back. But I think the intensity of those waves is getting smaller and smaller, and then eventually, I hope that it's going to be very much like a calming state overall.”
(입재 후 100일이 지났는데, 그동안 정말 굉장했습니다. 이것을 알게 되고 실제로 수행정진을 시작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저는 수십 년 동안 저를 괴롭혀온 개인적인 가족 문제가 있었어요. 기도를 시작하고 나서 그런 괴로움이 마법처럼 사라졌습니다. 정말 놀라웠습니다. 2~3주 정도 정진 후에 사라졌는데 믿을 수가 없었어요. 더 이상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더 이상 고통 받지 않기 때문에 한동안 기분이 좋았었는데, 얼마 후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계속 연습하면 사라집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오죠. 그 파도의 강도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결국에는 전반적으로 평온한 상태가 되기를 바랍니다.)

다음은 클레타(Cleta) 님이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Before, I was so lazy. Before all these 100 days of practice, I was so lazy and I did nothing. When I enrolled in the 100 days of practice, after that I do my practice every day. I feel like I have a lot of energy to work and I started to help my mom and myself, it's a very big help for myself. I feel confident, and I like doing it because it's helped me physically and emotionally. I still do it.”
(예전에는 너무 게을렀어요. 100일 기도를 하기 전에는 너무 게을러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100일 기도에 등록하고부터는 매일 수행정진을 하고 있습니다. 일할 때 에너지가 많이 생긴 것 같고, 엄마와 저 자신을 돕기 시작하면서 저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자신감이 생기고 육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좋습니다. 지금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크레이그(Craig) 님이 100일 동안의 수행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I joined the practice in mid-March as someone who already considered themselves a practicing Buddhist, but I've found that participating with the members of the Jungto Society in its way has been kind of a new chapter or a new up my buddies part or it's giving me a new understanding of what it means to be a Buddhist. And it's helped me realize that other people look at the world
and look at their lives from their point of view. I wouldn't pretend that it hasn't been personally challenging for me, especially the lazy aspects of being consistent in my practice. But it's been a consistent and gradual path to an understanding of myself as a Buddhist practitioner. Thank you very much.”
(저는 이미 불교 신자라고 생각했던 사람으로서 3월 중순에 천일결사를 시작했지만, 정토회 회원들과 함께하면서 불교 신자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각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의 삶을 바라본다는 것을 깨닫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꾸준한 수행을 하는 데 자꾸만 게을러지는 것이 특히 개인적으로 힘들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불교 수행자로서 꾸준히 그리고 서서히 제 자신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소감을 이야기해 준 세 명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다 함께 스님에게 삼배의 예로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수행을 시작한 외국인 정토행자들을 위해 수행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오늘은 입재식을 맞이해 ‘수행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괴로움이 없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합니다. 괴로움이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삶을 사는 사람이 바로 수행자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괴로움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들에게 ‘왜 괴로운가요?’ 하고 물어보면 대부분이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고 대답합니다. 아내가 문제라고 하거나, 남편이 문제라고 하거나, 부모가 문제라고 하거나, 자식이 문제라고 하거나, 친구가 문제라고 하거나, 회사의 상사나 부하직원이 문제라고 하거나, 이렇게 다른 사람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세상이 문제라고 말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내가 알지도 못하는 전생과 사주가 문제라고 하거나, 하느님이 나를 미워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수행이란 무엇인가요?

그들에게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은 무엇인가요’ 하고 물어보면,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변화해야 한다고 대답합니다. 아이가 변화해야 하고, 남편과 아내가 변화해야 하고, 심지어 전생과 사주도 변화해야 하고, 하느님의 마음까지도 변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그런 조건들이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바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기준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도록 그런 조건들이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변화는 내 힘만으로 이뤄낼 수는 없기 때문에 힘 있는 누군가에게 부탁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부탁할 때는 주로 두 가지의 방식을 씁니다. 첫째, 어떤 물건이나 돈, 선물을 주면서 부탁합니다. 둘째, 도와달라고 굽신거리며 빌어서 부탁합니다. 이렇게 무언가를 신에게 선물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비는 행위를 하는 것이 바로 뿌자(Puja), 즉 제사입니다. 제사를 주관하는 사람이 제사장입니다. 종교를 가진 사람은 도움을 요청하는 상대에게 늘 고개를 숙이고 빌어야 합니다. 심지어 스스로 ‘저는 당신의 종입니다’ 하고 고백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붓다의 가르침은 이것과는 정반대입니다. 나의 괴로움은 바로 나의 어리석음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붓다의 가르침입니다. 나의 지나친 욕망과 내가 옳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괴로움이 발생했다는 것이지요. 즉, 괴로움은 밖으로부터 오는게 아니라 나로부터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만약 어리석음을 깨우쳐서 밝은 지혜를 갖는다면 누구나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나의 지나친 욕망을 자제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해서 내가 옳다는 주장을 내려놓으면 모든 사람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붓다의 가르침에 따르면 우리는 괴로움을 해결하기 위해서 누군가에게 빌거나 부탁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신의 문제를 자각해서 스스로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평화와 세상의 평화를 가져오는 길

수행을 하면 할수록 괴로움이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수행을 하면 할수록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어리석음을 깨우치고 지혜가 생겨남으로써 얼굴이 밝아지고 세상을 총체적으로 바라보는 힘을 갖게 됩니다. 수행을 하면 욕망을 자제하게 되기 때문에 무언가를 더 가지려 껄떡거리지 않게 됩니다. 설령 내가 돈이 많더라도 욕망을 자제하고 살기 때문에 검소하게 살게 됩니다. 검소하게 살면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가 있습니다. 검소하게 살면 소비가 적어지기 때문에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서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가 있게 되고, 서로 더 가지려고 다투지 않으니 평화를 가져옵니다. 내가 옳다는 주장을 하지 않고 나와 다른 생각을 인정하기 때문에 더 이상 갈등을 일으키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행은 마음의 평화를 가져오고 나아가 세상의 평화까지 가져오는 길입니다.

내가 옳다는 주장을 하지 않고, 내가 잘났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설령 지위가 높다고 해도 겸손합니다. 괴로움 없는 행복한 삶을 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베풀고 또한 겸손하기까지 하니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죽어서 좋은 곳에 간다거나 나쁜 곳에 간다거나 하는 생각도 할 필요가 없고, 더 많은 돈과 지위를 얻고자 누군가에게 빌어서 부탁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면서 일상의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하루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면 이 세상을 사는데 특별히 어려울 일이 없습니다. 이렇게 괴로움 없는 삶을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가는 것을 수행이라고 말합니다.

108배를 하는 이유

그러나 지금까지 어리석게 살아 온 습관 때문에 비록 자각한다 해도 금방 괴로움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동안 살아온 관성이 있어서 나도 모르게 괴로움에 빠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삶을 향해 하루하루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것이 수행입니다. 수행을 해서 변화가 일어나면 변화가 일어나서 좋은 거예요. 변화가 일어나지 않아도 지금까지 잘 살아왔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변화가 빨리 일어나야 된다고 욕심을 내면 변화가 빨리 일어나지 않는 것에 대해서 또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괴로움이 없는 쪽으로 나아가겠다고 삶의 방향을 선택했다면 이제는 꾸준히 해 나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아침에 일어나면 눈을 뜨자마자 적어도 한 시간은 살아있는 기념으로 자기 자신을 행복하고 자유롭게 하는 일에 가장 먼저 시간을 사용하는 겁니다. 가족을 위하고 사회를 위하는 것도 좋지만 제일 먼저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한 시간을 사용하는 거예요.

한 시간 동안 수행을 하는 방법은, 첫째, 수행문을 읽고 수행이 무엇이라는 관점을 분명히 해야 됩니다. 둘째, 어제 하루의 삶을 돌아보고 수행적 관점을 놓친 경우가 있었는지 떠올려 봅니다. 생각이 서로 다를 뿐인데 내가 옳다는 생각에 집착하면 짜증이 나거나 화를 내게 됩니다. 그 순간을 돌아보며 ‘서로 다를 뿐인데 내가 관점을 놓쳤구나’ 하고 뉘우치게 됩니다. 내가 어제 우울했다면 왜 우울했는지 살펴보는거죠.

‘친구들이 나보다 월급도 많고 재산도 많아서 마음이 우울했구나. 내가 욕망에 너무 끄달렸구나!’

이렇게 자각하면 우울감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항상 수행적 관점을 놓치지 않고 깨어있으면 괴로울 일이 없어요. 괴로움을 느꼈다는 것은 이미 수행적 관점을 놓쳐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아, 내가 수행적 관점을 놓쳤구나!’ 하고 원래 자리로 되돌아오는 것이 참회입니다. 가만히 앉아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망상에 빠지기 쉽기 때문에 ‘아, 내가 놓쳤구나!’ 할 때마다 절을 한 번씩 함으로써 더욱더 분명하게 자각을 하게 되는 거예요.

절을 하면 두 가지 효과가 있습니다. 첫째, 전신 운동이 되기 때문에 육체의 건강에 매우 도움이 됩니다. 특히 현대인들은 운동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침에 108배 절을 하는 정도만 해도 기본적인 운동을 하게 돼요. 둘째, ‘내가 옳다’ 하고 집착하는 교만심과 자기주장이 조금 수그러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것은 비굴한 것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스스로 잘못을 자각하고 자신을 낮추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수행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의 제자들아, 비굴하지 말고 당당해라! 교만하지 말고 겸손해라!’

그런데 우리는 당당함과 교만함, 겸손함과 비굴함을 자꾸 혼동해서 생각합니다. 당당하라고 하면 교만해지고, 겸손하라고 하면 비굴해지기가 쉬워요. 이것은 잘못된 관점입니다. 수행자는 누구에게도 빌 일이 없는 당당함을 갖되 모든 사람에 대해서 늘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불법을 직접 체험하는 방법

서양 문화에서는 신을 제외하고는 절을 하지 말라는 관념이 있어서 절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갖는 사람이 있을 수가 있습니다. 때로는 절을 하는 것이 비굴함의 상징처럼 비춰질 때도 있습니다. 여기에는 약간의 문화적 오해가 있습니다. 절은 신에게 비는 행위가 아니에요. 비굴한 동작이 아니라 스스로를 겸손하게 낮추는 동작입니다. 물론 오늘 처음 입재하는 분들은 절을 해보면 조금 어색하거나 약간의 거부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어요. 어떤 일이든 처음 하게 되면 서툴러서 약간 하기 싫은 마음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절을 꾸준히 해서 조금만 익숙해지면 삶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법문을 듣거나 불교대학을 다니는 것은 이치로 불법을 아는 것입니다. 그러나 매일 아침마다 하는 이 수행정진은 불법을 내 몸과 마음에서 직접 체험하는 것이에요. ‘부처님이 훌륭하시다’, ‘법륜스님이 훌륭하시다’ 하는 말은 모두 남의 얘기입니다. 내가 직접 경험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것만이 나의 자산이 되는 거예요. 그러니 오늘부터 100일 동안 매일 아침 눈뜨자마자 한 시간은 자신을 위해 정진하는 시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 백일 동안 수행하며 궁금한 점에 대해 자유롭게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한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눈 후 법문을 마쳤습니다.

이어서 신규 천일결사자 결의식을 했습니다. 스님이 천일결사자의 열 가지 약속을 지킬 수 있은 지 묻자 모두가 큰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As Jungto practitioners, we aim to live a life that is helpful to others and benefits the world by first becoming free and without suffering in order to create Jungto.”
(정토행자는 이 땅을 정토세상으로 만들기 위해서,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이웃과 세상에 잘 쓰이는 삶을 살고자 합니다.)

“First, will you practice at 5 AM every day to become the master of your own life?”
(첫째, 내 인생의 주인이 되고자 매일 새벽 5시에 정진하겠습니까?)

"Yes, I will practice at 5 AM every day."
(예, 매일 새벽 5시에 정진하겠습니다.)

“Second, will you do 108 bows of chamhoe every day to eliminate your karma?”
(둘째, 업장소멸을 위해 매일 108배 참회의 절을 하겠습니까?)

"Yes, I will do 108 bows of chamhoe every day."
(예, 매일 108배 참회의 절을 하겠습니다.)

신규 천일결사자들이 열 가지 약속을 하자 기존 천일결사자들이 힘찬 박수로 환영해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천일결사 명심문을 다 함께 외친 후 사홍서원으로 영어 천일결사 입재식을 모두 마쳤습니다.

"Together, we are a mosaic Buddha."
(우리는 모자이크 붓다입니다.)

생방송을 마친 후 스님은 잠시 쉬었다가 오전 10시부터 주간반 회원들을 위한 전법회원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전법회원들만 모여서 스님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먼저 정토회 대표님이 전국사업 정기회의 결과를 보고한 후 사무처장님이 부처님 오신 날 행사 평가를 보고했습니다. 이어서 다 함께 스님에게 삼배의 예로 법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지난 백일 동안을 돌아보며 전법 회원들의 노고를 격려한 후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오늘 아침 읽은 경전의 문구에 대해 궁금한 점을 질문했습니다.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는 수행의 경지는 어떤 것인가요?

“오늘 읽은 경전에 ‘태어남은 다했고 청정한 삶을 살았도다. 할 일을 다 마친 지금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도다’ 하는 문구를 읽으며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는 이 경지는 어떤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저는 매일 천일결사 기도와 명상을 하며 경전대학 진행도 하고 있고 주위를 보살피며 편안하게 살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넘어지고 일어나고를 반복하며 수행을 하지만 아직도 ‘나’라고 생각하는 아상을 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의 부족한 점을 남에게 드러내기가 어렵습니다. 어떻게 수행을 해야 할까요?”

“태어남이 다했다는 말을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그것은 인도 전통 사상의 관점에서 문구를 해석한 것입니다. 여기서 ‘태어남이 다했다’ 하는 말은 이제는 괴로움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욕망이 일어나지 않으니까 괴로울 일이 없고, 내가 옳다는 주장이 일어나지 않으니 성낼 일이 없어진 겁니다. 괴로움이 발생하는 것이 다 끝났다는 의미입니다.

청정하게 살았다는 말은 결혼을 안 했다 하는 얘기가 아니라 남을 해치는 삶을 살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살생하거나 폭력하거나 훔치거나 뺏거나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하거나 욕설을 하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술을 먹고 취하는 행동은 나쁜 행동입니다. 그런 행동을 하지 않으면 청정하다고 해요. 즉, 계율을 잘 지키면 청정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또한 검소하고 겸손하게 살고, 들뜨는 즐거움을 추구하지 않으면 그것 또한 청정한 삶이라고 합니다. 결국 계율을 잘 지켜서 청정하게 살았기 때문에 더 이상 괴로움이 생겨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할 일을 다 마쳤다는 말은 더 이상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없어졌다는 의미입니다. ‘나는 뭐 먹고 싶다’, ‘나는 어디 가고 싶다’, ‘나는 이러면 좋겠다’ 하는 욕구가 싹 없어져 버렸다는 것을 두고 할 일을 다 마쳤다고 표현하는 겁니다. 부처님은 깨달음을 얻기 전에 자재천왕이 원하는 것을 다 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다’ 하고 대답했습니다. 바라는 바가 없으면 할 일이 없어지는 거죠. 선불교에서는 이것을 ‘할 일 없는 도인이다’ 하고 표현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욕구에 끄달리는 존재이니까 뭔가 할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할 일이 없으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소가 목장에서 풀을 뜯는 모습을 가만히 살펴보세요. 배부르면 누워 있고, 꼬리로 파리를 쫓다가 다시 배고프면 일어나 풀을 뜯지요. 목장에서 한가하게 풀을 뜯는 소가 심심하거나 바쁠까요? 소는 바쁘지도 않고, 심심하지도 않고, 부지런하지도 않고, 게으르지도 않습니다. 그냥 배고프면 풀을 뜯고, 배부르면 누워 있고, 파리가 오면 꼬리로 파리를 쫓을 뿐이에요.

그것처럼 부처님은 아무런 할 일 없이 한가하셨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와서 괴롭다고 물으면 마치 거울처럼 비출 뿐이었습니다. 나무가 오면 나무를 비추고, 바위가 오면 바위를 비추듯이 그 괴로움을 벗어나는 길을 일러주셨죠. 중생을 구제하겠다고 서둘러 뛰어다니지도 않으시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귀찮다고도 내치지도 않으셨어요. 저기에 중생이 있으니 빨리 뛰어가서 구제하겠다고 서두른 적도 없습니다. 그냥 배고프면 밥을 얻어드셨고, 밥을 준 사람이 질문을 하면 대답을 해주었어요. 한 동네에서 계속 얻어먹으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어려워지니까 이웃 동네로 늘 이동을 하셨고, 비가 오면 한 곳에 머무르기도 하셨습니다. 마치 산에 사는 사슴이 인연 따라 이리저리 길을 가듯이 그렇게 평생을 사셨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도와주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무언가를 안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를 하겠다는 것도 아닌 경지입니다. 본인 스스로 무언가를 해야 될 일이 없어요.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안 하겠다고 하는 것 역시 아무것도 안 하는 할 일을 갖고 있는 것이에요.

부처님은 이렇게 한가한 가운데 만 가지 일을 하셨습니다. 만 가지 일을 해도 피곤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셨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나무 밑에 앉아있어도 심심하지 않습니다.”

“네, 잘 이해했습니다.”

이 외에도 정토회 운영과 불교대학 수업 진행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과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모든 질문에 대답을 한 후 12시가 다 되어 법회를 마쳤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2시부터는 사무처 국장단과 화상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여러 부서의 국장님들은 2차 만일결사를 시작하고 나서 지난 100일 동안 미흡했던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지, 하반기 유럽과 미국 순회강연 일정을 어떻게 준비할지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스님에게 자문을 구했습니다. 1시간 30분 동안 토론을 한 후 오후 3시 30분에 회의를 마쳤습니다.

곧이어 오후 4시부터는 공동체지부 공청회에 온라인으로 참석했습니다. 공동체지부의 구성원은 다양한 부서에 배치가 되어 여러 가지 실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지난 상반기의 성과를 공유하고 하반기 계획에 대해 서로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평화재단, JTS, 멀티미디어센터, 국제연대팀, 수련팀, 행자원, 농사팀, 유통팀 등 각 부서별로 사업 보고와 발표를 한 후 마지막으로 스님과 궁금한 점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간단한 질의응답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 주었습니다.

발표 내용을 경청한 후 스님은 공동체지부 성원들의 환경 실천 의식이 조금 더 고양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해 주었습니다.

“제가 서울에서 업무하고 있는 여러분들을 보면 혼자 있는데도 사무실 전등이 다 켜져 있을 때가 있습니다. 혼자 있을 때는 각자 자기 자리 위에만 전등을 켤 수 있게 한다든지, 개인적인 전등을 각자 켤 수 있게 하는 조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이 사무실에 있는 데도 무조건 전체 조명을 다 켜는 시스템은 에너지 낭비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조정이 되어야 할 것 같아요. ‘과연 우리가 환경 실천을 하면서 활동을 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을 각자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좋겠어요. 조금 더 에너지 절약을 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점검이 필요합니다.

정말로 환경 실천을 하고 있는가?

예전에는 쓰레기 제로운동을 통해 전등 끄기, 온도 조절하기를 열심히 했었는데, 요즘은 조명 사용에 대해서는 조금 무감각해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비용이 들더라도 조명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엘리베이터 사용 기준도 다시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일반 회사도 ‘3층까지 걸어 다니기’ 이런 캠페인을 하는데 현재 정토회관에서는 자원봉사자를 포함한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한 층을 올라갈 때도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 같거든요. 대중이 드나드는 7층까지는 대부분이 걸어 다니는 것을 주로 선호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보면 좋겠습니다. 최소한 1층에서 지하 3층까지, 1층에서 지상 3층까지는 무조건 걸어 다니게 한다든지, 엘리베이터를 홀수 층이나 짝수 층만 사용하도록 한다든지 해서 고층이라 하더라도 한 개 층이나 두 개 층은 걸어 다니는 것을 생활화하도록 하면 좋겠어요.

대중이 정토회를 방문했을 때 약간 불편해도 ‘정토회는 역시 다르구나’ 이런 것을 느낄 수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아무런 차이가 없는 상황이거든요. 이런 점을 고려하여 직접 실행해 보기도 하고 전반적인 검토도 해봐야 합니다. 직접 실행해 보니까 너무나 비효율적이라는 평가가 된다면 그때는 폐지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실행도 해보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여요.

태양광을 설치하자는 제안도 있는데, 문경같은 경우는 지리적으로 일조량이 적기 때문에 태양광 설치가 효율적인지 전체 일조량을 조사해봐야 합니다. 두북 수련원에도 옥상에 태양광을 설치한다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전기 정도는 자체적으로 생산하여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여러분들의 발표를 들으면서 우리가 정말로 환경 실천을 하면서 검소하게 살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님의 말씀을 명심하고 환경 실천을 위한 고민을 더욱 깊이 해보는 시간을 갖기로 하고 공청회를 마쳤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에는 저녁반 전법 회원들을 위한 전법회원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오전처럼 전국사업과 부처님 오신 날 행사 보고를 한 후 스님이 수고한 전법 회원들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이어서 현장에서 궁금한 점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을 받은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2차 만일결사가 시작되고 100일이 지났습니다. 어제는 새로운 100일을 시작하는 입재식을 잘 마쳤습니다. 1차 만일결사를 마치고 다음 2차 만일결사를 준비하려면 최소한 1년은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1차 만일결사의 마무리를 충분히 하지 못하고, 2차 만일결사를 시작하는 준비도 충분히 못한 채 2차 만일결사를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1차 만일결사를 마무리하는 일과 2차 만일결사를 준비하는 일을 함께 해나가야 하는 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1차 천일결사를 기준으로 보면 첫 100일은 준비 기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지난 백일 동안 여러분 모두 여러 가지 서투름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잘 해냈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다음 백일 때 보충을 하고, 잘못된 부분은 개선하면서 조금씩 다듬어나가면 좋겠습니다. 도반들 사이에 손발이 잘 안 맞는 것이 있었으면 앞으로는 손발을 조금 더 맞춰나가는 노력을 해나갔으면 합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생방송과 화상회의를 연달아 하다 보니 하루가 금방 지나갔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농사일을 하고, 두북 수련원을 찾아온 손님들과 시간을 보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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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나의 지나친 욕망을 자제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해서 내가 옳다는 주장을 내려놓으면 모든 사람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2023-08-26 15:22:52

이정선

나의 괴로움은 바로나의 어리석음에서 비롯되었다는것이 붓다의가르침이다

2023-08-10 07:03:24

진달래

오늘도 감사합니다.()

2023-07-19 1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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