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5.22 인도네시아 ▶ 한국 도착
“분노 조절이 안 됩니다,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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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동남아 답사 일정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이동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3시에 일어나 원고 교정을 하고 아침기도를 한 후에 공항으로 출발할 준비를 했습니다. 5시 30분이 되자 이번 인도네시아 강연을 준비한 이인옥 님과 3일간 스님을 시봉하고 현장 통역을 해주신 김정민 님 부부가 스님을 공항으로 모시기 위해 숙소에 찾아왔습니다. 6시가 조금 넘어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에서 헤어집시다. 덕분에 일정을 잘 마치고 돌아갑니다. 고맙습니다”

스님은 두 부부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공항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오전 8시 비행기를 타고 11시 30분에 말레이시아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리려는데 그동안 쓰던 캐리어 가방의 손잡이가 부러졌습니다.

“가방 손잡이가 부러졌네요. 끝날 무렵에 부러져서 다행이에요.”

스님은 허리를 구부려 캐리어 가방을 끌고 비행기 탑승 통로를 통과해서 카트에 가방을 싣고 이동하여 테이블이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원고를 교정하고 한국과 소통하면서 업무를 정리한 후 함께 동행한 행자님들에게 두 달간의 답사 일정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세세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스님은 비행기 체크인 카운터에서 기다리면서 캐리어에 주황색 끈을 돌돌 말아 묶었습니다.


“이렇게 끈을 잡고 캐리어를 끌고 다니면 덜 불편할 것 같아요.”

스님은 테스트 삼아 끈에 묶인 캐리어를 움직여 보고는 만족해했습니다.


오후 3시 20분 비행기로 말레이시아를 출발해 밤 11시 20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내일은 새벽 2시에 서울을 출발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 14주기 서거일을 맞아 정토원과 봉하마을을 참배하고 두북 수련원을 둘러본 후 다시 서울로 올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금요 즉문즉설에서 있었던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분노 조절이 안 됩니다,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죠?

“병원에서 화병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분노 조절이 잘 안 되는 병이라고 합니다. 버스 기사와 싸운다거나 하는 일들도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일할 때는 상사의 공격적 말투나 강한 어조에 신체 고통을 느낄 만큼 영향을 받습니다. 화도 진정이 안 됩니다. 원래 군대에도 가면 안 되는데, 다녀오지 않으면 취직이 안 된다는 얘기가 많아서 그냥 다녀왔습니다. 군대에서 2년 정도 참다가 강박증에 걸렸습니다. 집에서 빚을 내어 치료비로 천만 원을 썼습니다.

제 어머니는 시집살이를 10년 정도 하셨습니다. 할머니의 정신병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셨다고 합니다. 저를 임신했을 때도 그러셨고요. 제가 한때는 쓸데없이 부모님도 많이 원망했습니다. 이제 원망보다는 해결책을 찾고 싶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상사에게 공격적인 말투를 듣거나 사람들에게 싸가지가 없다는 말을 들으면 화가 조절이 안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미 치료받고 있다고 하니까 특별히 더 드릴 말씀은 없어요. 만약 병원에 가지 않고 고통을 겪고 있다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라고 할 텐데 이미 병원 치료를 받고 있어서 꾸준히 치료를 받으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질문자는 쉽게 치료되지 않는 만성질환을 안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눈이 안 보인다거나 다리를 다쳐서 걷지 못하는 장애가 있듯이, 질문자는 정신적인 장애가 생긴 겁니다. 누구의 잘못인지 생각하는 것은 지금 치료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자동차 사고가 나서 다리가 부러졌을 때 운전자를 원망한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냥 사고가 났고, 이제 나는 걸을 수 없으니까 휠체어를 타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일을 한다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사고만 안 났으면 나도 등산을 할 텐데’ 이런 생각은 아무리 해봐야 질문자를 계속 비참하게 만들 뿐입니다.

할머니와 어머니 얘기는 이미 지나간 일입니다. 그런 일로 이런 장애가 생겼다고 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이 장애는 이제 질문자의 것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런 장애 속에서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아무 장애가 없는 사람들처럼 나도 살겠다는 생각은 병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병을 인정해야 합니다.

심장 질환을 갖고 있다면 일상적으로 활동하되 증상이 생기면 속도를 늦춘다거나 멈추어서 조절을 해야 하듯이 질문자는 분노조절 장애를 앓고 있으니까 그에 맞는 의사의 처방을 받아서 약을 먹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약을 언제까지 먹어야 하느냐고 묻는데, 밥은 언제까지 먹어야 하는지 묻지 않으면서 왜 약은 언제까지 먹어야 하는지를 묻습니까? 약은 아무리 많아도 밥 한 숟가락의 양도 안 됩니다. 그러니 밥 먹듯이 그냥 꾸준히 약을 먹으면 됩니다. 의사가 그만 먹으라고 할 때까지 먹으면 돼요. 어떤 약은 평생 먹어야 하고, 어떤 약은 장기간 복용하다가 끊어야 하고, 감기약 같은 것은 3일 동안만 먹으면 되듯이 약마다 다 다릅니다. 질문자가 앓고 있는 질환은 약을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병이에요. 의사가 끊어도 된다고 하지 않는 이상 약을 계속 복용하세요. 또 몇 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정기검진을 받고, 같은 약을 계속 타든지, 조금 다른 약을 타면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둘째, 질문자의 경우 직업을 선택할 때 많은 사람들과 부딪치며 하는 일은 피하는게 좋아요. 분노조절 장애가 있기 때문에 일하면서 자꾸 화를 내게 되면 나도 괴롭고 상대도 괴롭습니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별일도 아닌데 저 사람은 또 짜증 낸다.’ 이렇게 받아들여지거든요. 그래서 옳으니 그르니 시비를 따지는 일은 가능하면 안 하는 게 좋아요. 제일 좋은 건 농사일을 하는 겁니다. 물론 농사일도 하다 보면 짜증날 때도 있겠지요. 그래도 가능하면 사람들과 같이하는 일보다는 혼자 할 수 있는 단순한 일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질문자가 선택할 수 있다면 그런 일이 더 낫다는 겁니다.

셋째, 사람의 일이란 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사람들과 서로 다른 의견을 주고받으며 갈등하는 환경 속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면 분노가 일어날 때마다 ‘상대방 때문이 아니고 나의 병이다’ 하고 자각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마음에서 화가 일어날 때마다 ‘이건 나의 병이다’ 하고 주문을 외우듯이 자기에게 암시를 줘야 해요.

‘상사 때문에 화가 나는 게 아니다. 이것은 내 병이 발현하는 것이다.’

이렇게 알아차림으로써 발병을 멈추게 해야 합니다. 화가 일어나려고 할 때마다 이것은 나의 병이라는 것을 먼저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해요. 알아차림을 더 잘하기 위해서는 매일 아침마다 108배 절을 하면서 ‘화날 일은 없습니다’ 이렇게 기도를 해야 합니다. 실제로는 부딪히고 화날 일이 수도 없이 많이 일어나지만 그것은 나의 병 때문에 생긴 것이지 원래는 화날 것이 없다는 관점을 계속 유지해야 합니다. 그래서 매일 아침마다 절을 하면서 ‘화날 일은 없습니다’ 하며 기도를 해보세요. 만약 어제 화가 세 번 났다면 ‘어제는 내가 세 번 발병했구나’ 이렇게 알아차리면 됩니다. 자꾸 기도를 하다 보면 발병 횟수와 강도가 점점 줄어들면서 ‘내가 조금씩 치유가 되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어요. 병원 치료를 병행하면서 이런 수행을 해보면 조금씩 나아질 겁니다.”

“잘 알았습니다. 두 가지 말씀을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 우선 제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을 많이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병을 가지고 있는 것을 인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53

0/200

드림하이

‘화날 일은 없습니다’

2023-08-17 20:26:50

진달래

오늘도 감사합니다.()

2023-05-30 17:01:27

무구의

고맙습니다.

2023-05-27 21:2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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