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4.26 수행법회, 붐탕(Bumthang)으로 이동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것이 부담스러워요”

오늘은 부탄의 동북부에 위치한 마을을 방문하기 위해 먼 길을 나서는 날입니다.

아침 6시에 비구니 스님들이 준비해 준 밥과 야채, 과일로 아침 공양을 하고 7시에 수행법회 생방송을 했습니다. 한국 시각으로는 오전 10시입니다. 6시까지 인터넷 연결이 안 되어 애를 태웠는데 마침 한 비구니 스님이 가진 스마트폰이 인터넷 연결이 되어 겨우 법회를 할 수 있었습니다.

스님은 먼저 지난 일주일 동안 스님이 어떤 활동을 하고 보냈는지 사진을 한 장씩 보여주며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스님의 사진 설명이 끝나고 지난 주말에 각 으뜸절에서 정토회 회원들이 어떤 실천 활동을 했는지 영상을 보았습니다.

활동을 소개하는 시간을 마치고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네 명이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아침 기도를 마치고 마음 나누기를 하는 것이 부담이 된다며 어떻게 관점을 잡아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것이 부담이 됩니다

“정토회에서 마음 나누기를 하는 이유는 지금 여기 나의 마음 상태를 내어놓아 부정적인 마음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자신의 마음 상태를 타인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새벽 수행 후 마음 나누기를 공유하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오고 숙제처럼 느껴져 정확한 마음 내어놓기가 안 되고 있습니다. 어떤 관점으로 마음 나누기를 해야 좀 더 편안한 나누기가 될까요?”

“질문자가 마음 나누기를 안 하고 생각 나누기를 하려고 하니까 부담이 되는 거예요. 만약 기도하는 도중에 기도하기가 너무너무 싫었다면 이렇게 마음 나누기를 올리면 됩니다.

‘오늘 기도가 너무너무 하기 싫었는데 억지로 했습니다.’

반대로 참 좋은 느낌이 드는 부분이 있었다면 그걸 나누면 됩니다. 생각보다는 마음을 나누는 것이 더 간단하기 때문에 길게 적을 필요가 없습니다. 구구절절이 쓰는 것은 마음 나누기라기보다는 자기의 생각을 나누는 겁니다. 자기가 기도하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나누어도 되지만, 기본은 마음이 어땠는지를 나누는 거예요. 지금 여기 내 마음이 어떠한지를 알아차리고 간단하게 내어놓을 수 있습니다. 질문자는 자신의 마음을 내어놓기가 싫어서 마음 나누기 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겁니다. 기도하면서 내 마음이 좋거나 기쁘거나 기도가 잘될 때는 마음 나누기 하는 게 부담이 없는데, 기도한다고 되는 것도 없는 것 같아서 기도를 하기 싫었다면 마음 나누기를 사실대로 적는 게 좀 민망스러울 거예요.

질문자의 마음을 가볍게 드러내기보다는 자꾸 만들어서 쓰려다 보니 양심에 찔리기도 하고 부담도 되는 것 아닐까요? 남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질문자가 마음에 느낀 대로 쓰면 됩니다. 짧을 때는 한 줄도 쓰고, 두 줄도 쓰고, 세 줄도 쓰고, 그냥 간단하게 기도하면서 어땠는지 느낌을 적는 거예요. 마음 나누기는 소감나누기도 아니에요. 소감이라면 마음도 들어있지만 생각도 많이 들어있거든요. 질문자가 시간이 남으면 소감을 적어도 되지만, 오늘 아침 기도 중에 내 마음 상태가 어땠는지에 대해서만 그냥 편안하게 나누면 됩니다.

마음 나누기를 자꾸 하라고 하는 이유가 있어요. 첫째, 매일 기도하라는 의미예요. 기도는 한 번 빼먹으면 다시 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기도를 했는지 마음 나누기를 통해 점검하는 겁니다. 마음 나누기를 검사해서 평가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둘째, 기도할 때 자기 마음을 알아차리고 그 마음을 한번 드러내 보라는 의미예요. 우리가 마음을 알아차려도 드러내는 게 쑥스럽거든요. 특히 부정적인 마음은 드러내는 것이 굉장히 부담스럽습니다. 오히려 숨기고 싶죠. 좋은 마음을 드러내는 것은 누구나 잘합니다. 그런데 부정적인 마음은 드러내는 게 어렵기 때문에 부정적인 마음을 자꾸 가볍게 드러내는 연습을 해 보는 것이 필요해요.

남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너무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 자신의 마음 상태를 알아차리고 다른 사람과 나누며 서로 알고 지내는 게 좋죠. 마음을 숨겨서 뭐 하려고 그래요? 만약 정토회에서 누군가에게 잘 보이면 돈을 준다든지 출세를 시켜준다면 자기 마음을 숨겨서 잘 보이려고 할 수가 있겠죠. 그런데 정토회는 그런 곳이 아닐뿐더러 오히려 잘 보이면 일이 더 많아져요. (웃음)

그러니 일부러 잘 보일 필요는 없어요. 단지 가볍게 마음을 내어놓는 연습을 시키는 것이 목적입니다. 정토회에서는 왜 그렇게 의무처럼 마음 나누기를 시킬까요? 남편에게든 누구에게든 마음을 가볍게 내어놓는 훈련을 시키려고 그러는 겁니다. 아이들이 떼를 쓰면 아이들에게 짜증 내고 화내기보다는 ‘네가 그렇게 하니 엄마가 마음이 힘드네’ 이렇게 가볍게 마음을 내어놓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그런 연습을 하자는 거예요. 부정적인 마음이 안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부정적인 마음이 일어납니다. 그것을 억누르면 화가 되고 스트레스가 되어 나중에 터지거든요. 그러나 가볍게 마음을 내어놓으면 일상에서 편안함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세 명의 질문을 더 받고 답변을 한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법회를 마치자마자 미리 정리해 둔 가방과 짐을 챙겨 차에 싣고 길을 떠났습니다. 부탄의 수도 팀푸는 부탄의 서쪽인데, 부탄의 동쪽으로 넘어가려면 차로 꼬박 3일을 달려야 했습니다. 서쪽은 어느 정도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동쪽은 미개발 지역이 많아서 그곳을 일주일간 답사하기로 했습니다. 부탄 비구니 재단의 타시 님이 함께 동행하고, 쌍게 님이 운전을 지원해주기로 했습니다. 팀푸 시내를 달리니 눈앞에 꼬불꼬불한 도로가 보였습니다. 부탄은 저 구불구불한 산길이 중심 도로입니다. 차는 팀푸 시내를 벗어나 국도에 진입했습니다.


출발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히말라야를 볼 수 있는 장소가 있어 잠시 차를 세웠습니다. 구름이 많은 날씨라 길게 뻗은 히말라야산맥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행자님 한 명이 스님에게 히말라야의 위치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어디예요? 잘 안 보이는데 행자님은 어디를 보라고 하는 거예요”

“스님, 저기요. 저기 구름처럼 뭉게뭉게 있는 것 말고 눈이 덮힌 산맥은 약간 뾰족하게 올라온 것이요”

타시 님이 말했습니다.

“잘 안 보이네요”

“괜찮아요. 오늘 히말라야를 볼 수 있는 곳이 많이 있어요.” (웃음)

팀푸의 해발고도는 2,320m입니다. 오늘은 4,000m가 넘는 지역들을 넘어 자연경관이 아름답다는 붐탕으로 갑니다. 스님은 지도로 이동하는 지역과 해발고도를 확인하면서 부탄의 생활상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물었습니다.

“부탄은 보통 어떤 음식을 먹나요? 식량의 자급상태가 충분한 편인가요?”

“쌀과 야채는 충분하지만 다른 것은 많이 부족해요.”

“식품 중에 수입하는 것과 수출하는 품목은 무엇입니까?”

“산에서 나오는 것인데, 과일이나 버섯 종류를 수출합니다. 버섯 종류는 약으로 쓰기도 합니다. 수출량이 많지는 않습니다. 수입은 설탕이나 식용유 같은 것들을 합니다.”

“쌀은 자립이 안 되나요? 밀가루나 옥수수는 어떻습니까?”

“네, 쌀은 조금 수입합니다. 밀가루는 인도산을 수입하는 편이고, 옥수수는 부탄 생산품으로 주로 먹습니다. 이곳은 철따라 다 나오는데, 제 철이 지나면 자급이 안 되어서 수입합니다.”

“쌀은 어떻게 재배하나요? 저런 터는 다 쌀을 재배하는 곳인가요?”

스님은 계단식으로 일궈져있는 땅을 보며 물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쌀을 재배하는 곳이 마치 밭처럼 보였고, 우리나라 산지에서 이루어지는 계단식 농법과 비슷하게 보였습니다.

“쌀농사를 지으려면 물이 있어야 하는데 물은 어떻게 하나요?”

“물은 비가 올 때 빗물로만 농사를 짓습니다.”

“다른 관개시설은 없습니까?”

“강물이 아래 흐르는 논들은 펌프로 끌어올리기도 하지만, 강물이 없는 곳은 비가 올 때 빗물이 땅에 고이도록 땅을 만들어서 농수를 쓰고 있습니다. 주로 비가 오는 시즌에 맞춰서 쌀농사를 짓습니다.”

타시 님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산기슭이 계단식으로 많이 일구어져 있었습니다. 집 앞에 일구어져 있기도 하고, 대규모로 산기슭 전체가 계단식으로 만들어져 있기도 했습니다.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중간에 오두막이 보여서 그곳에서 간식을 먹기로 했습니다. 그곳에도 쌀농사를 짓는 논이 있고, 논 아래에는 강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간식을 먹으며 지형을 살펴보더니 말했습니다.

“저 아래 강물이 논보다 아래에 있으니까 조금 상류 쪽에서 파이프로 물을 끌어오면 비가 오지 않을 때에도 농사를 지을 수 있겠어요.”

타시 님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히말라야산맥이 보였습니다. 히말라야를 덮고 있는 눈에 햇빛이 반사되어 하얗고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차에서 잠시 내려 설산을 구경했습니다.

“행자님, 아까 왜 보이지도 않는 봉우리를 애써서 보라고 그랬어요. 이렇게 잘 보여야 ‘눈 있는 자, 와서 보라!’ 하신 부처님의 말씀처럼 볼 수 있잖아요. 아까 그 봉우리는 눈이 있어도 안 보였어요.” (웃음)

설산을 구경하고 다시 이동하다가 휴게소에서 오후 1시에 점심을 먹었습니다. 점심 메뉴로 쌀, 감자볶음, 버섯 음식이 나왔습니다.

“쌀은 부탄 쌀입니다. 맛보아 주세요.”

쌀이 인도 쌀처럼 흐드러지지도 않았고 한국 쌀처럼 아주 찰지지도 않았습니다.

“이 음식들은 전부 부탄 음식인가요?”

“아닙니다. 감자에 치즈를 넣고 탕처럼 만든 이 음식은 부탄 음식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차를 탔습니다. 한참을 가다 보니 도로에 소가 한두 마리씩 나와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야크였습니다.

“야크는 실물로 처음 보네요”

조금 더 이동하니 거대한 초원이 펼쳐졌습니다. 방금 이동할 때까지는 쌀농사 짓는 곳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사방이 초원과 목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스님은 야크를 보다가 타시 님에게 물었습니다.

“우유나 치즈는 자립이 되나요? 수출까지 가능한가요?”

“수출하기도 합니다”

“야크도 우유가 나오나요?”

“네, 매우 진합니다”

“팀푸에 들어갈 때는 근방에 나무가 하나도 없었어요. 팀푸 근교는 사람들이 벌목을 해서 그런가요? 아니면 산이 나무가 자랄 수 없는 척박한 곳인가요?”

“돌이 많은 산이고, 땅이 척박해서 그렇습니다.”

“나무를 한번 제거하면 돌산이라서 다시 자라기가 매우 어렵겠네요. 돌산이기는 해도 수백 년이 지나면 돌산에도 나무가 자랍니다. 그런데 팀푸 근교에는 나무가 하나도 안 보였어요. 돌산에 있는 나무를 잘라버리면 그곳에 나무가 다시 자라기까지 수백 년이 걸립니다. 제가 어릴 때도 산에 나무가 없고 돌만 보였는데, 이젠 돌이 안 보여요. 연탄 때고 가스 때면서는 나무 벌목을 안 했거든요. 둥게스와리도 마찬가지예요. 사람들이 벌목하지 않으면 곧 무성해질 텐데 사람들이 벌목을 하니까 나무가 못 자라는 거예요. 그래도 처음 시작할 때보다는 많이 무성해졌어요.”

설산이 머리 위를 에워싸고 있는데, 눈앞에 있는 산에는 초원이 있고, 꽃이 피고 있었습니다.

“부탄에도 봄이 오고 있어서 꽃이 피네요”


휴게소에 들르니 시장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잠깐 시장을 구경했습니다. 시장에는 갖가지 야채들이 있었는데 그중에 고비와 고사리도 있어서 부탄도 우리처럼 고사리를 먹는 줄을 알았습니다.

해가 질 무렵에 붐탕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오늘 하루 종일 운전을 해준 쌍게 님에게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타시 님이 예약해 둔 숙소에 들어가 간단한 차를 마시고, 짐을 풀고 원고 교정을 하고 하루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도 계속 부탄의 동쪽 지역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71

0/200

드림하이

남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너무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 자신의 마음 상태를 알아차리고 다른 사람과 나누며 서로 알고 지내는 게 좋죠. 마음을 숨겨서 뭐 하려고 그래요? 만약 정토회에서 누군가에게 잘 보이면 돈을 준다든지 출세를 시켜준다면 자기 마음을 숨겨서 잘 보이려고 할 수가 있겠죠. 그런데 정토회는 그런 곳이 아닐뿐더러 오히려 잘 보이면 일이 더

2024-08-09 18:35:44

큰바다

사람 사는 곳마다 비슷하기도 하고
또 다른 면도 있네요.
고맙습니다.

2023-05-07 13:55:14

진달래

오늘도 감사합니다()

2023-05-04 10:4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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