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4.25. 인도에서 부탄으로 이동, 주 방글라데시 한국 대사님과 만남
“수행을 제대로 못해서 괴로워요”

안녕하세요. 스님은 어제 인도 아삼주 럼딩에서 기차를 타고 밤새 부탄 국경 근처로 이동했습니다. 저녁 6시 30분에 출발한 기차는 잠깐 잠든 사이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잠도 자고 이동도 하고 일석이조네요.” (웃음)

새벽 4시 30분에 뉴알리푸르역에 도착해서 자동차를 타고 인도-부탄 국경으로 이동했습니다. 국경에 도착하니 새벽 6시가 되었습니다.

출입국 관리소에 남귈 비구니 스님과 쌍게님이 차를 타고 마중을 왔습니다. 남귈 스님은 지난 10월 정토회에서 주최한 INEB 행사로 인연이 되어 이번에 부탄을 방문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쌍게님은 부탄 일정 동안 운전지원을 해주시기로 했습니다.

인도 출입국 관리소가 문을 9시에 연다고 해서 계속 문을 두드리고 부탁을 했더니 잠을 깬 직원이 출국 수속을 해주었습니다.

“인도는 또 이런 유연함이 있어서 좋아요.”(웃음)

직원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 부탄으로 이동해서 입국수속을 했습니다. 수속을 기다리는 남귈 스님의 제안으로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스님 먼 길을 오셨으니 우선 공양부터 하시고 수속이 끝나면 출발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부탄 국경을 넘어서니 거리가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쌍게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부탄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부탄사람들은 웃는 사람이 많고 행복합니다. 부탄은 정부가 국민들과 나라를 잘 관리해주고 있습니다.”


9시 30분에 팀푸로 출발했습니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6시간 가량 이동했습니다.



스님은 차 안에서 풍경을 보기도 하고, 실무자와 인도 아삼주의 소수민족인 차크마족 지원에 대해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오랫동안 고산지대를 달렸는데도 불구하고 쌍게님의 능숙한 운전실력 덕분에 멀미하는 사람 한 명 없이 팀푸에 도착했습니다.

3시 30분에 비구니 센터에 도착하자 타시님과 비구니 스님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스님 어서 오세요!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차로 국경을 넘어오는 길이 많이 멀게 느껴지셨지요?”

“아닙니다. 눈 깜짝할 사이였어요.”(웃음)

“이번에 법당을 전부 리모델링하는 중인데 스님이 첫 번째 손님이십니다. 아직 정돈이 안 되었지만 이해해 주세요.”

“제가 온다고 급하게 정비하셨겠어요. 고맙습니다”

타스님은 스님에게 센터를 안내해 주었습니다. 센터 곳곳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그래도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었습니다. 스님은 법당을 먼저 참배하고 숙소에 짐을 풀었습니다.

4시에는 팀푸 시내 호텔에서 주 방글라데시 대사 이장근 님을 만났습니다. 이 대사님은 부탄대사도 겸임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한국 정부가 부탄에 쓰레기 수거차 3대를 지원했는데 그 기증식을 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합니다. 스님은 대사님과 부탄의 새로운 개발 모델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또 한국 정부와 국민들이 이 새로운 개발 모델을 지원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대사님을 만나고 돌아가는 길에 한국 교민이 운영하는 한식당 ‘산마루’에 들렀습니다. 식당을 운영하는 부부는 스님의 깜짝 방문에 반가워했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하고 간단하게 내일 일정을 논의하고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오전 7시에 수행법회 생방송을 하고 동쪽에 있는 왐룡으로 이동하기 위해 붐땅을 경유할 예정입니다. 부탄 서부는 어느 정도 개발이 되었는데 동부는 미개발 지역이라고 해서 일주일 동안 동부를 방문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주 수행법회에서 있었던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수행을 제대로 못하는 나 때문에 괴로워요

“제가 수행을 하기 전에는 다른 사람들 때문에 괴로웠는데, 수행을 하고 나서는 오히려 나 때문에 괴롭습니다. 한 직장을 오래 다니지 못하고 동료들과 자꾸 트러블이 생겨서 회사를 그만둔 후 정토불교대학을 다니면서 수행도 시작하고 괴로움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3개월 전부터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똑같은 상황이 또 발생했습니다. 동료들과 트러블이 생겼는데, 이번에는 그래도 내가 수행을 시작했으니까 수행의 방식으로 한번 풀어보자고 도전을 해봤습니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처음에는 엄청 힘들었지만, 매일 108배를 하면서 연습을 하니 괴로움이 조금 줄어들긴 했습니다. 처음에는 상대방 때문에 내가 괴롭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내가 원하는 만큼 내가 못하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번에는 그것 때문에 또 괴로워지더라고요.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이 들고 그 이유가 너무 궁금해서 질문을 드리게 됐습니다. 내가 왜 나 때문에 괴로운지 궁금합니다. 내가 괴롭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질문자가 괴로움이 생긴 이유는 상대편 때문도 아니고, 나 때문도 아니고, 내가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상대편이 내가 원하는 만큼 행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즉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되었기 때문에 상대편을 미워했어요. 그런데 불교 공부를 하면서 ‘괴로움은 상대편 때문이 아니고 나 때문에 일어나는구나’, ‘서로 다름을 인정하자’ 이렇게 관점을 바꾸니까 상대편에 대한 미움은 없어졌는데 나 자신을 바꾸는 것은 잘 안 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내가 나에 대해서 실망을 한 거예요. 내가 원하는 만큼 내가 탁 바뀌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까 괴로운 겁니다.

결국 수행을 하기 전과 후가 똑같은 겁니다. 예전에는 ‘상대방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하고 바랬는데 그 사람이 안 바뀌니까 내가 괴로웠고, 이제는 상대편은 놔두고 ‘내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하고 바랬는데 내가 안 바뀌니까 괴로운 거예요. 예전에는 상대편 때문에 괴로웠고, 지금은 나 때문에 괴롭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정반대인 것 같지만 근본적으로는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되기 때문에 괴롭다는 측면에서 똑같은 겁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되면 괴롭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런데 이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다 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내가 원하는 대로 다 되기를 바라죠.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내가 원하면 다 이루어져야 한다’ 하고 집착을 해요. 집착을 하니까 안 되면 괴로운 거예요. 그런데 조금만 살펴보면 내가 원하는 대로 다 될 수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대로 다 된다고 해서 그 결과가 반드시 좋다는 아무런 보장이 없습니다. 일시적으로 좋을 뿐이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서 실컷 먹었다면 그 결과가 좋을까요? 이튿날 아침에 배탈이 나거나, 과체중이 되거나, 자기 혼자 많이 먹었다고 다른 사람들한테 비난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잠깐은 좋은데 지나 놓고 보면 나쁘죠.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질 수가 없고, 또 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해서 반드시 좋다는 보장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내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는 이루고 싶으면 노력을 더 해야지 괴로워해서는 안 됩니다. 노력을 했는데도 안 되면 그만 두면 됩니다. 왜냐하면 내가 원하는 대로 다 될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괴로워하는 것은 원하는 대로 되는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그리고 원하는 대로 된다고 반드시 좋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몇 번 해보고 안 되면 그만두면 돼요. 그래도 해보고 싶으면 다시 노력할 뿐이지 괴로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연구해서 또 해보면 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안 된다고 괴롭다면 그 이유는 욕심을 내기 때문입니다. 열 번해서 될 것을 두 번이나 세 번 만에 되려고 하기 때문에 금방 실망하고 좌절하는 거예요. 원하는 것이 있으면 다만 최선을 다하되, 되면 다행이고, 안 되면 그만입니다. 되고 싶으면 연구해서 더 노력하면 되고, 그래도 안 되면 ‘이건 오히려 안 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그만두면 됩니다. 이런 관점을 가지면 훨씬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가 있어요.”

“네, 제가 나에 대해 집착을 한 것 같습니다.”

“내가 남이나 나에 대해서 ‘이렇게 변했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은 누구에게나 가질 수 있는 바람이에요. 그런데 ‘변해야 된다’ 하고 집착을 하면 안 될 때 괴로움이 생깁니다. ‘갔으면 좋겠지만 못 가도 그만이다’ 이런 마음 자세를 가지면 ‘갔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은 있지만 집착은 없기 때문에 괴롭지 않습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될 때 괴롭잖아요. 왜냐하면 원하는 대로 되어야 한다고 집착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하는 것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노력을 하면 됩니다. 다만 집착을 하면 안 됐을 때 괴로움이 생긴다는 거예요. 부처님의 가르침은 원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집착하지 말라는 것입니다.원하는 것이 있으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을 하면 돼요. 가고 싶으면 가면 되고, 못 갈 상황이면 안 가면 됩니다. 그런데 못 갈 상황인데도 ‘나는 가야 돼!’ 이렇게 집착하면, 상황이 못 가게 되었을 때 괴로울 수밖에 없는 거예요.”

“노력을 하되 그 결과에 집착하지 말라는 말씀이시죠?”

“질문자가 어떤 사람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변화시켜도 돼요. ‘제가 볼 때 이렇습니다’ 하고 제안하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내가 말한 대로 안 한다고 해서 ‘내가 몇 번을 얘기했는데도 너는 왜 안 하니?’ 이렇게 화를 낸다면 그 사람이 변해야 한다는 것에 내가 집착하는 거예요.”

“제가 상대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 것이 내 쪽으로 다시 넘어온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이 변하기를 원하는데 그게 안 되니까, 이번에는 내가 변해야 한다는 데에 또 집착한 것 같습니다.”

“내가 집착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에 집착하면 또 괴로운 거예요. 집착이 안 내려놓아지니까요. 물은 모양이 없습니다. 동그란 그릇에 담으면 동그랗게 되고, 네모난 그릇에 담으면 네모나게 됩니다. 그것처럼 모든 것은 인연을 따라서 이루어집니다. 네모난 그릇에 물을 담으면서 세모가 되길 바라면 그렇게 될 수가 없잖아요? 자식이든 남편이든 상대에게 ‘이렇게 해주세요’ 하고 요청하는 건 괜찮아요. 그런데 상대가 그렇게 안 한다고 내가 화를 내는 것은 집착을 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옳다’ 이렇게 주장을 하기 때문에 화가 나고 짜증이 나는 겁니다.

내비게이션처럼 한번 해보세요. 내비게이션이 ‘우회전입니다’ 했는데도 계속 직진하면, 내비게이션이 화를 벌컥 내면서 ‘오른쪽으로 가라는데 왜 안 가!’ 이렇게 안 하잖아요. 지금 위치에서 다시 계산해서 ‘오른쪽으로 가세요’, ‘돌아가세요’ 하고 계속 얘기만 할 뿐이지 화를 내지는 않습니다. 그것처럼 상대가 잘못했다 싶으면 ‘그러면 안 돼요.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하고 얘기하는 건 괜찮아요. 그런데 그게 안 된다고 화를 내는 것은 ‘내가 옳다’ 하고 집착을 하는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집착을 내려놓아야 된다’ 하는 것에 집착하면 집착을 내려놓지 못하는 나를 갖고 또 괴로워하게 됩니다. 이해가 됐어요?”

“네. 이해가 됐습니다. 속이 확 풀리는 것 같습니다. 상대방이나 나 때문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되어서 내가 괴로운 것이고, 또 집착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에 집착해서 괴로움이 생겼다는 것을 오늘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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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자식이든 남편이든 상대에게 ‘이렇게 해주세요’ 하고 요청하는 건 괜찮아요. 그런데 상대가 그렇게 안 한다고 내가 화를 내는 것은 집착을 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옳다’ 이렇게 주장을 하기 때문에 화가 나고 짜증이 나는 겁니다."

2024-08-08 18:01:45

정명옥

"부처님의 가르침은 원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집착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네~ 잘 알아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05-05 11:38:00

진달래

오늘도 감사합니다.()

2023-05-04 10: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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