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4.9. 담마디빠 절 답사, 방콕 JTS센터 부지 답사
“부처님은 어떻게 명상만 해서 지혜를 얻었나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핫야이에 있는 담마까말라 비구니 스님(Bhikkhuni Dhammakamal)이 운영하는 사찰을 둘러보기로 한 날입니다.

새벽 3시 30분에 공항으로 출발해서 6시 비행기를 타고 핫야이로 출발했습니다. 핫야이는 태국의 최남단, 말레이시아 가까이 위치한 도시라 방콕과 아주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스님은 비행기를 타고 가며 원고를 교정했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곧 태양빛이 눈이 부시게 창문으로 들어왔습니다. 스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교정을 했습니다. 교정을 마치고 잠시 눈을 붙이고 나니 착륙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핫야이 공항에는 담마까말라 스님이 마중 나와 있었습니다. 담마까말라 스님은 작년 INEB 콘퍼런스에서 인연을 맺은 비구니 스님입니다. 차를 타고 담마까말라 스님이 운영하는 담마디빠 절로 이동했습니다. 이동 중에 큰 열반상을 모신 사원을 참배하고 주지스님을 만났습니다. 주지 스님은 태국에서 드물게 비구니를 인정하고 후원하고 있는 분이었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주지스님과 전 세계적으로 종교인구가 줄어드는 현실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니 태국에서도 어서 비구니 제도를 인정해야 하지 않겠어요. 한국에는 오래전부터 비구니제도를 인정했습니다. 그런 한국에서도 예전에는 비구니 강원에 1년에 50여 명의 스님들이 입학했는데 이젠 6명도 채 안 된다고 합니다.”

대화를 마치고 주지스님께 작은 선물을 드렸습니다. 주지스님도 사리를 담는 작은 유리항아리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담마디빠 절에 도착하니 법당 입구에서 비구니 스님들이 모두 나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매우 더운 날이었는데도 스님들은 힘든 내색 하나 없이 한 명 한 명 정성스럽게 인사를 올렸습니다.


인사를 나눈 후 법당에서 비구니 스님들에게 법문을 했습니다. 스님은 왜 남방불교에서 비구니 제도가 없어졌는지 설명하고 앞으로 수행하고 활동을 잘해서 비구니 제도를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하자고 격려했습니다.

법문을 마치고 비구니 스님들은 작은 크리스털 조각으로 스님의 모습을 본뜬 액자를 스님께 선물했습니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점심공양을 했습니다. 발우공양 같이 법공양으로 함께 했습니다.


공양을 마치고 도량을 둘러보았습니다. 담마까말라 스님은 재가 신자가 보시해 준 숙소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스님들의 방은 꾸띠라고 하는데 한 평도 안 되는 작은 움막 같았습니다. 스님은 이렇게 검소하게 사는 게 출가 수행자의 길이라고 격려해 주었습니다.

비구 스님을 위해 비워둔 방도 하나 있었습니다. 담마까말라 스님은 다음에 스님이 오시면 이 방을 써달라고 청했습니다.

스님들이 학습하는 교육관도 둘러보고, 도량 앞에 있는 도네이션 박스에 기부도 했습니다.


새로 지은 큰 법당은 깨끗하고 시원했습니다.

담마디빠 절에 어느덧 5시간 넘게 머물렀습니다. 비구니 스님들은 마지막으로 스님에게 즉문즉설을 청했습니다.


즉문즉설을 마치고 비구니스님들과 인사를 하고 나왔습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바다를 둘러보고 가면 어떨까요?”

스님의 제안에 공항으로 가는 길에 있는 송클라 바다에 잠시 들렀습니다. 더위에 지쳐있던 일행은 시원한 바다에 발을 담그면서 피로를 풀었습니다.

바다를 둘러본 후 비행기를 타고 방콕 공항으로 돌아왔습니다. 스님은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껴 쓰기 위해 다음 일정을 제안했습니다

“방콕 JTS센터 부지는 이틀 뒤에 답사하려고 했는데, 지금 시간이 있을 때 가 보는 것이 좋겠어요.”

부지에 도착하니 풀이 무성해서 땅의 규모를 알아보기가 어려웠습니다. 스님은 구글맵으로 전체 면적과 JTS센터를 세울 위치를 확인하고 현지 동행자의 의견도 물었습니다.


곧 날이 어두워져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내일은 새벽 5시에 매 솟(Mae Sot)으로 이동해 하루종일 미얀마 난민 지원센터와 국경지역의 절을 둘러볼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주 수행법회 생방송에서 있었던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부처님은 세상일을 경험하지 않고 어떻게 명상만 해서 지혜를 얻었나요?

“부처님께서는 세상 사람들이 가진 괴로움을 단박에 깨우쳐 줄 수 있는 엄청난 지혜를 고행하면서 스스로 깨달으셨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런 지혜를 가지려면, 인간 정신에 관해 공부를 하거나 사람들과 많이 부딪혀가며 경험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부처님께서는 가만히 앉아서 명상을 하신 것만으로 지혜를 획득하신 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바닷물을 다 마셔봐야 바닷물이 짠 줄 아는 게 아니고 한 방울만 먹어봐도 바닷물이 짠 줄 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처럼 인간의 마음이 움직이는 원리를 알게 되면, 각각의 경우가 조금씩 달라도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첫째, 수많은 인간관계가 형성되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고 하는 근본 도리 측면에서는 똑같습니다. 보통 여러분들은 사람 관계에 있어서 천 가지 만 가지의 관계가 서로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결혼한 부부관계가 다르고, 부모와 자식 관계가 다르고, 또 친구 간의 관계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고 하는 근본 도리 측면에서는 똑같습니다. 다만 그 관계의 차이는 아주 미미합니다. 그래서 이치를 확연히 알게 되면 수많은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지혜가 열린다고 볼 수 있어요. 즉, 통찰지(洞察智)가 열리면 분별지(分別智)도 열립니다. 통찰지는 대상을 한꺼번에 꿰뚫어 보는 지혜를 말하고, 분별지는 그것의 세세한 차이를 다 아는 지혜를 말합니다.

둘째, 부처님은 세상에서 살면서 많은 고뇌를 하셨어요. 부처님은 왕자로도 살아봤고, 세상도 다스려봤고, 결혼 생활도 해봤고, 자식도 낳아봤고, 왕위를 버린 후 거지 생활도 해봤습니다. 그리고 출가한 뒤에는 밥도 굶어봤고, 엄청난 고행도 해봤습니다. 죽기 직전까지의 엄청난 고행은 오히려 수많은 번뇌가 왜 일어나는지를 아는 계기가 됐습니다. 부처님은 그냥 탁 깨달아서 아는 게 아니었고, 부처님의 삶 속에서 이미 수많은 과정을 겪으셨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이런 통찰지와 분별지를 함께 가지고 계신 분이셨습니다.

그리고 만약 통찰지가 있다면 여러 가지 상황에 놓인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분별지도 생겨납니다. 마치 카메라의 렌즈로 초점을 맞추듯이 먼저 큰 틀에서 꿰뚫어 알게 되면 대화할 때 상대방이 고통을 호소하는 과정에서 세세하게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중생의 고통을 다 알고 그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길도 다 안다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부처님께서 모든 것을 다 알지 못하셨을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모든 사람이 다 깨닫고, 모든 사람이 다 부처님의 법에 귀의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도 부처님을 해치려는 사람이 있었고, 심지어 제자가 된 사람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즉문즉설에서 많은 사람과 대화를 했어도 ‘스님의 하루’에는 그중에서 몇 개의 대화만 선별해서 실리게 됩니다. 이처럼 부처님 당시에도 부처님께서 매일 같이 법문을 하셔서 그 수가 매우 많았기 때문에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단박에 깨달은 사람들 위주로 경전을 편찬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깨닫지도 못하고 헤매는 사람의 이야기까지 일일이 다 경전에 담을 수는 없었을 테니까요. 그래서 경전을 보게 되면 부처님께서 모든 사람을 다 깨닫게 만드셨다고 보일 수 있는 것입니다.

첫째, 부처님은 통찰지와 분별지가 있어서 모든 사람을 다 깨우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 부처님은 6년 고행을 통해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고통을 다 겪어보았기 때문에 인간사를 다 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셋째,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모든 사람이 다 깨달은 것은 아니었지만 부처님을 만났던 수많은 사람의 기록을 다 남길 수가 없어서 오늘날 남아 있는 경전에는 그중에서도 깨달은 사람의 이야기를 주로 남겼기 때문에 마치 부처님을 만나면 모든 사람이 다 깨닫는 것처럼 보일 수가 있는 것입니다.”

“네. 잘 알았습니다. 경전에는 부처님께서 고행하시는 모습이 항상 앉아서 명상하듯이 표현이 되어서 제가 부처님은 깨달음을 쉽게 얻으셨다고 잘못 이해를 했던 것 같습니다. 부처님이 어쩌면 모든 걸 다 아신 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스님의 냉철하신 답변이 인상 깊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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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지

바쁜일정에 움직이는 동안에도 늘 교정을 보시는 모습을 뵈오며 저의 시간 씀씀이를 돌아봅니다. 감사합니다.

2023-04-18 10:15:42

이승욱

그릇이 깨어져서 수십개의 조각이 납니다
그 조각을 하나하나 맞추면 다시 그릇이되듯이 사람들이 이성과 저승에서 올때 가져온 비겁과 재겁은 미미하게 다르지만 결국에는 하나의 매개체가 됩니다
석존께서도 위와같은 이치의 깨달음을 얻으셨을 겁니다 전생사 이생사 내생사와 겁에따라 빨리가고 늦게가고의 차이가 있을뿐 언젠가는 성도가 되겠지요

2023-04-17 08:09:50

김동은

스님 건강 유념하세요~
스님을 경험하고 나면 늘 가슴이 먹먹해 지고 나는 참 못났구나...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듭니다.
잘 깨어 있지도 못하고...바로 알아차리지도 못하니....어쩌면 좋을까요...

2023-04-13 17:3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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