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4.8 INEB Institute 영어연수 종강식
“불교가 사회적 실천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

안녕하세요. 오늘은 INEB Institute(국제참여불교연대 연구기관) 영어연수 종강식에 참가하는 날입니다. 홍콩에서 온 기자가 스님을 뵙기 위해 아침 일찍 숙소로 찾아와 함께 아쉬람으로 출발했습니다.

INEB(국제참여불교연대)가 창립된 지도 30년이 되어 갑니다. 스님은 INEB를 수차례 지원해 왔습니다. 아쉬람에 도착해 스탭 숙소, 학생 숙소, 도서관, 기타 부대시설들을 돌며 시설 보수가 필요한 곳을 점검했습니다.




날씨가 많이 더웠습니다. 40분 정도 시설을 둘러보고 종강식 프로그램이 열리는 강당으로 이동했습니다. 오늘 졸업하는 학생은 총 16명입니다. 학생들은 한 명씩 영어로 3분간 졸업 소감을 발표했습니다. 티베트, 미얀마,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에서 온 학생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며 인생이 달라졌다고 소감을 발표했습니다. 그중 한 학생은 법륜스님의 희망편지를 읽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도 했습니다. 종강식 마지막에 스님이 축사를 했습니다.

“그동안 공부하느라고 수고하셨어요.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여러분들이 바로 부처님입니다. 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 여러분들의 마음이 부처님의 마음과 같기 때문입니다. 옛 선사께서 ‘내 마음 깨달으면 부처요, 내 마음 어리석으면 중생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라는 것은 고정되어 있고 불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이 괴로움이 없는 상태에 놓여있으면 그때의 상태를 부처라고 말합니다. 마음이 괴로운 상태에 있으면 중생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마음에 괴로움이 없도록 유지해야 합니다. 그래서 붓다는 마음이 괴로움이 없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여덟 가지 길을 늘 닦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팔정도입니다.

부처님 가르침은 세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바르다는 것입니다. 바르다는 것은 사실을 사실대로 알 수 있게 해 준다는 뜻입니다.

둘째, 쉽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실을 사실대로 아는 것이 가장 쉽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것은 붓다의 가르침이 아닙니다. 그래서 붓다는 ‘눈 있는 자, 와서 보라. 내 손아귀에 숨겨진 비밀 같은 가르침은 없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신비스러운 것은 불교가 아닙니다.

우리는 괴로워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괴로움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괴로움은 병든 마음입니다. 건강하다는 것은 어떤 육체적인 힘을 가진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아프지 않으면 건강한 것입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아프지 않으면 건강한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도 아프지 않으면 건강한 것입니다. 장애인도 아프지 않으면 건강한 것입니다. 그것처럼 괴롭지 않으면 그것이 니르바나입니다. 몸이 아픈 것은 신의 뜻도, 전생의 죄도, 사주팔자도 아닙니다. 몸에 고장이 났기 때문에 몸이 아픈 것입니다.

마음의 괴로움도 마찬가지입니다. 괴롭다는 것은 마음이 병들었다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원인이 있고, 그 원인을 찾아서 제거하면 괴로움이 사라집니다. 부처님은 괴로움 없이 사는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셋째, 부처님의 가르침은 일상 속에 있다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일상에 늘 적용되어야 합니다. 일상을 떠난 부처님의 가르침은 없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의 가르침은 후대로 전해져 오면서 많이 변질되었고, 어렵고, 허황해지고, 일상을 떠나버렸습니다. ‘붓다 담마’라는 이름을 갖고 있더라도 더 이상 붓다 담마라고 할 수 없습니다. 단지 불교라고 하는 하나의 종교가 되었을 뿐입니다. 여러분들은 불교라는 종교의 신자가 되기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해서 괴로움이 없는 행복한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불교가 사회적 실천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

마음이 병들면 병든 마음을 치료해야 합니다. 그것이 수행입니다. 사회가 병들면 병든 사회를 치료해야 합니다. 차별, 전쟁, 기아는 사회가 병들어서 생긴 것이기 때문에 치료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은 사회적 정의를 향한 길을 갈 수밖에 없습니다. 참여불교란 것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원래 불교 자체가 참여불교입니다. 불교가 사회적 실천을 외면했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온 것입니다.

과거에는 환경이 병들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히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환경이 병들었고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환경을 치료해야 합니다. 불교와 참여불교는 서로 다른 것이 아닙니다. 병이 들었기 때문에 치료한다는 관점입니다. 그 병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치료 방법이 다를 뿐입니다.

이러한 여러 병의 근원은 인간의 무지입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알지 못해서 병이 생긴 것입니다. 깨달음이란 다른 뜻이 아니라 그 무지로부터 깨어난다는 뜻입니다. 깨달음을 신비화해서는 안 됩니다. 무지를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지나친 욕망입니다. 지나친 욕망이 우리의 마음을 병들게 하고, 사회를 병들게 하고, 환경을 병들게 합니다. 두 번째는 자기 생각이 옳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은 서로 다를 뿐입니다. 그런데도 자기는 옳고 남은 그르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성냄이 일어나고, 이것이 모든 분쟁을 불러일으킵니다. 세 번째는 무지입니다. 많이 생산해서 많이 소비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여기는 물질적 가치관은 모두 인간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물질적 가치관은 자신과 세상을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런 무지가 고통의 원인입니다. 우리를 병들게 하는 세 가지 잘못된 마음을 세 가지 독심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이 세 가지를 제거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전생에 죄를 지어서 고통이 생긴다는 것은 고통을 합리화하는 것입니다. 전생에 죄를 지어서 가난하다는 것은 가난을 합리화하는 것입니다. 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서 여자로 태어났다는 것은 성차별을 합리화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붓다 담마가 아닙니다. 붓다 담마가 아닌 것을 붓다 담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불교로부터 떠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붓다 담마를 올바르게 알고 행동했으면 좋겠습니다. 붓다 담마는 나도 행복하고 남도 행복하도록 하는 가르침입니다. 그 길을 여러분도 함께 갔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번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축사를 마치고 아쉬람에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스님은 어제 방문했던 담마누락 재단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담마누락 재단은 산속에 있어서 물을 사용하기가 어려워 보였어요. 아이들에게 지하수를 하나 파주면 어떨까요?”

“그곳에는 깊은 우물이 있습니다. 지하수는 파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그러면 굳이 지하수가 없어도 되겠네요.”

스님은 어떤 것들이 현지 아이들에게 필요할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3시간을 달려 방콕 정토회원이 소유한 시골 부지에 도착했습니다. 땅의 소유자는 이 곳에 정토회원들이 편하게 쉬어 갈 수 있는 작은 공동체를 짓고 싶어 했습니다.

집은 비어 있었지만 어느 정도 관리가 잘 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지도를 보면서 부지를 확인하고 땅을 둘러보았습니다. 집 아래에는 큰 보리수나무가 있었습니다.

“보리수 잎사귀가 무척 크네요.”

집에서 내려오니 망고나무가 한그루 있었습니다. 스님은 망고를 하나 따보았습니다. 망고가 다 익진 않았지만 향기가 매우 진했습니다.

한참 답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소나기가 갑자기 쏟아지고 교통사고로 길이 막혀 밤늦게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내일은 새벽 3시에 일어나 비행기로 이동해 태국 남부 핫야이에 있는 비구니 절을 방문하고, 방콕으로 돌아와서 구입할 JTS 부지를 답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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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철

스님께서는 어떻게 가는곳 마다 소통이 잘되고 그 곳에 맡을 것을 척척해내고 있을까 잠간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를 내려놓는 연습을 어떻게 하면 나도 일상생활에서 사람들과 소통이 잘 될수 있을까 . 나를 완전히 내려 놓고 사람과 사람의 믿음과 집중으로 해나가면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인지 일단 판단중지인 에포켑을 생각하고 조금은 여유를 갖고 생각을.

2023-04-17 16:06:01

홍성호

나라, 인종, 성적차별을 넘어서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시는 스님의 모습에 말로 표현 못하는 감동을 느낍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조그마한 실천이라도 해보겠다고 다짐이 됩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2023-04-17 13:48:52

이충재

부처님의 말씀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합니다.

2023-04-13 1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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