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4.6 태국 방콕 1일째, 교민 즉문즉설, 술락 박사와 미팅
“코로나 때 죽은 지인들 생각에 잠을 못 잡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베트남에서 태국으로 이동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5시 30분에 공항으로 이동했습니다. 숙소에서 나와 차를 타려고 하니 베트남 정토회 회원들이 스님을 배웅하기 위해 새벽부터 나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토회 회원들과 함께 공항으로 이동했습니다. 스님은 회원들에게 베트남 일정 중에 느낀 점들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베트남 불교의 활기찬 분위기, 청년 불자들이 많지만 아직 사회활동까지는 못하고 있는 점, 베트남 청년들과 교류를 해보면 좋겠다는 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비행시간이 가까워지자 스님은 앞으로 활동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베트남 절 안에 마련해 보자고 하며 작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8시 45분 비행기를 타고 태국으로 이동했습니다. 태국에 도착하자 황소연 님이 남편분과 함께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반갑게 인사를 하고 태국 교민법회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태국은 4월이 가장 더운 시기인데 오늘은 36도까지 기온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황소연 님은 날도 덥고, 약 2주 정도의 휴일을 앞두고 있어서 오랜만에 열리는 오프라인 법회에 태국 교민이 어느 정도 참석할지를 염려했습니다.

스님은 법회가 열릴 한국문화원에 도착했습니다. 현지에 있는 활동가들이 법회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법회가 시작되기 전에 한국문화원 원장과 교민 지도자 및 대사관 관계자 5명이 스님께 인사드리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한국문화원 관계자들은 스님의 태국 방문을 환영하면서 이번 스님의 동남아 일정에 대해 궁금해했습니다.

한국문화원이 태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을 설명하면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행복을 전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강연 시간이 되어 강연장에 도착하니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약 100여 명의 교민들이 법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7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에 한 명은 코로나 시기 때 친구들이 갑자기 죽은 이후 밤에 잠을 자지 못한다며 어려움을 이야기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죽은 지인들 생각에 잠을 못 잡니다

“저는 2019년도에 정년퇴직을 했습니다. 제 아내와 아이들은 모두 한국과 독일로 나가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후 코로나가 터져서 저는 혼자 태국에 남아있는 상황이고요. 저와 친하게 지내던 후배 세 명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시기 때 한 명은 뇌에 문제가 생겨 죽고, 두 명은 심장마비로 죽었습니다. 그 이후로 제가 잠을 못 잡니다. 의사 선생님이 저녁에 졸리면 그냥 자라고 하셔서 누워 있기는 합니다만, 새벽 3시까지 잠을 못 잡니다. 꿈을 꾸면 죽은 후배들이 나타나서 무서워서 일어나기도 하고, 갑자기 깼다가 다시 잠이 안 오기도 하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질문자의 얘기를 들어보니 마음이 많이 아프셨겠네요. 그러나 이런 증상은 정신질환입니다. 병원에 가서 약을 먹고 치료를 받으면 좋아집니다. 그러면 왜 이런 정신질환이 생겼을까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자기의 심성에 처음부터 약한 고리가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이 이런 충격에 의해서 발병했다고 볼 수 있어요. 둘째,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해서 그 상실감에 따르는 충격이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문제를 내 친구가 죽었으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좁은 시야로 볼 수도 있어요. 그러나 지구라는 큰 틀에서 본다면 마치 바다에서 파도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사라지듯이 수많은 생명이 태어나고 죽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봄이 되면 수없는 싹들이 돋아나고, 가을이 되면 수없는 잎들이 사라지는, 그냥 자연계의 커다란 흐름에 불과한 거예요.

하루살이가 아침에 태어나서 하루 종일 날다가 저녁이 되면 죽는다고 합니다. 그 하루살이를 관찰해 보면 저녁에 죽어야 되는데 소수이지만 오후 2시에 죽는 것도 있고, 3시에 죽는 것도 있어요. 그리고 저녁이 되어서 다 죽었는데 밤 10시가 되어도 일부는 안 죽고 몇 마리가 남아 있기도 합니다. 이런 것은 하나님의 뜻도 아니고 전생의 죄도 아니고 그냥 확률적인 현상이에요. 여기서 제가 바닥에 콩을 한 움큼 던지면 대다수가 이 무대 위에 있지만 어떤 것은 무대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질문자가 그 일에 너무 집착되어 있었기 때문에 잠을 잘 못 자고 있는 거예요. 지금까지 발병을 안 해서 그렇지 처음부터 약한 고리가 무의식에 내재되어 있다가 이번 일을 계기로 발병을 한 겁니다. 연애하다가 헤어졌다든지, 사업하다가 실패했다든지, 이런 충격을 받게 되면 지금처럼 발병을 하게 됩니다.

사업을 실패했기 때문에 정신질환이 생긴 것만은 아니에요. 정신적으로 약한 고리를 이미 갖고 있었기 때문에 발병하게 된 겁니다. 설령 약한 고리가 있더라도 충격적인 계기가 발생하지 않으면 별일 없이 지나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친구와 사귀다가 헤어진 이후나 학교 선생님한테 야단을 맞은 이후에 정신적으로 방황하게 되면, 친구를 잘못 사귀어서 그렇다거나 선생님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그것은 하나의 계기에 불과합니다. 근본 원인은 정신적으로 약한 고리에 있는 것입니다.

발병한 것은 치유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치를 자각해서 꾸준한 노력으로 자신의 병을 스스로 치유해 나가는 것을 수행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증상이 심한 초기 응급상황에서는 자가 치유가 힘들 수 있으니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현재 정신과의 치료법이 아직 완치를 이끌어 내기에 부족함이 많지만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굿이나 구병시식(救病施食)을 한다거나 안수 기도를 하는 것보다는 현재의 정신과 치료법이 치료 효과가 더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검진이 필요합니다. 치료를 받으면서 동시에 운동을 하고 잠을 푹 자야 합니다. 하루에 2만 보 이상을 걸어서 푹 잠들면 신경의 긴장도가 떨어지거든요. 가능한 정신적인 노동보다 육체적인 노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명상이나 불교 교리를 공부하는 것보다 절이나 염불을 하는 쪽이 치유에 도움이 됩니다.

여러 운동 중에 정신 치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는 절하는 것과 걷는 것이 있습니다. 많이 걷고 피곤해서 푹 자는 것과 절을 하루에 300배에서 500배 정도 하는 것은 치료에 큰 도움이 됩니다. 절을 할 때 횟수를 채우기 위해 빠르게만 하는 것은 극기 훈련일 뿐이니까 천천히 절을 하는 게 좋아요. 산책하는 것보다는 약간 빠른 걸음으로 몸에 땀이 날 정도의 속도로 많이 걷는 것이 건강에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운동 열심히 해서 잠을 잘 자도록 하겠습니다.”

법회 후에는 책 사인회가 있었습니다.

스님은 문화원 관계자들에게 장소 대여에 대해 감사 인사를 나누고, 봉사자들과 함께 뒷정리를 했습니다.

법회를 마치고 스님은 슐락 박사와의 저녁 약속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슐락 박사는 INEB(국제참여불교연대) 창립자로 스님과 오랜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스님은 슐락 박사의 90세 생신을 기념하고 건강을 기원했습니다.

슐락 박사와의 시간을 마치고 스님은 숙소로 돌아와 원고를 교정했습니다. 내일은 태국의 비구니 스님 사찰을 둘러보고, 금요 즉문즉설 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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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윤

따뜻한 법문 후 함께 뒷정리 하시는 스님 모습이 감동적으로 느껴지네요

2023-04-13 13:04:49

지명화

감사합니다

2023-04-13 06:57:29

김애자

자연스러운 일 인 줄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04-11 06:5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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