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4.5 베트남 호찌민 2일째, 베트남 청년 불자와의 만남, 호찌민 교민 즉문즉설
“육아를 하는 동안 경력이 단절되어 괴롭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베트남에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아침 9시, 스님은 틱광득(Thích Quảng Ðức) 스님의 소신공양 기념비를 참배했습니다. 틱광득 스님은 1963년에 남베트남 정부의 불교 탄압정책에 항의하는 뜻으로 캄보디아 대사관 앞에서 소신공양을 하신 분입니다.

틱광득 스님은 화염 속에서도 정좌자세로 조용히 죽음을 맞이했다고 합니다. 참배를 마치고 스님이 말했습니다.

“베트남 불교가 발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겠네요. 이 사건은 미국에서 베트남 반전 운동이 일어난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참배를 마치고 오전 10시부터는 빈응이엠 사원 (Vinh Nghiem Buddhist Temple)으로 가서 주지스님을 만났습니다. 주지스님인 틱탄퐁 스님(Ven. Thich Thanh Phong)은 베트남 승단의 경제부 부장입니다.


11시 30분에는 베트남 청년 불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질문도 받았습니다.


점심공양 후 2시부터는 루 디룽(lua dinhlong)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루 디룽 님은 베트남 청년들에게 영향력이 있는 작가이자 기자입니다. 자선활동과 환경실천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대화를 마치며 스님은 루 디룽 님에게 지속적인 실천을 당부했습니다.

5시 30분부터는 수행법회 생방송을 했습니다. 먼저 회원들에게 지난 하루 동안 베트남에서 있었던 일상을 나누고 질문을 받았습니다.

현지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아 중간중간 방송이 원활하지는 않았지만 무사히 마무리하고 즉문즉설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베트남 교민 즉문즉설

7시 30분부터는 호텔 강당에서 호찌민에 거주하는 교민을 위한 즉문즉설이 열렸습니다. 강연장은 교민 약 250여 명으로 가득 찼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질문을 받았습니다. 총 7명이 질문했습니다. 그중 한 명의 질문자는 울먹이며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육아를 하는 동안 경력이 단절되어 괴롭습니다

“저는 일과 승진에 목숨을 거는 여자입니다. 열심히 일을 하다가 결혼하고 나서 애를 둘이나 낳는 바람에 지금 경력이 단절된 상태입니다. 직장을 안 다니고 지금은 아기를 키우고 있습니다. 저도 한 손을 들면 한 손을 놓아야 한다는 걸 알고는 있어요. 그런데 채용공고를 볼 때마다 괴롭습니다. 스님, 저를 구해 주세요.”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되는데 사회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사회적으로 한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 게 중요합니까? 한 어린이가 상처 없이 자라는 게 중요합니까? 가령 어떤 사람이 판사가 되고 싶다고 할 때 사회 전체의 입장에서는 만약 A가 판사가 안 되면 B가 판사가 되면 되거든요. 내 자식이란 걸 떠나서 세상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갖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어느 게 더 중요할까요?”

“저한테는 아이가 중요하죠. 그래서 저는 직장을 포기했습니다.”

“그것은 포기가 아니라 더 중요한 걸 선택한 거죠. 옛날 속담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이런 말이 있잖아요. 그것을 요즘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아이가 태어난 후 만 세 살이 될 때까지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과정에서 자아가 형성된다는 뜻입니다. 세 살이 될 때까지 학대를 받고 자란 아이와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는 대뇌의 크기가 달라진다고 이미 의학적으로 연구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어릴 때 자아가 건강하게 형성이 되어야 가난해도 떳떳하게 살 수 있고 남한테 좀 비난받아도 이겨낼 수가 있는데, 자아가 약해져 버리면 돈이 아무리 많아도 인생이 괴롭습니다. 요즘 많은 정신질환이 나타나고 자살률이 높아지는 이유도 자아형성에 문제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아가 형성되는 세 살이 될 때까지는 아이를 사랑으로 돌봐주어야 합니다. 내 자식이라는 개념을 떠나서 우리는 성인으로서 이 땅에 태어난 한 아이가 한 사람으로서 잘 살 수 있도록 책임을 져야 해요.

이때 반드시 생모가 세 살까지 키워야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생모가 죽으면 다른 사람이라도 키워야 하잖아요. 아이를 기른 사람이 엄마입니다. 낳은 사람이 곧 엄마라는 뜻은 아니에요. 엄격하게 따지면 정신적으로는 기른 사람이 엄마입니다. 생모냐 아니냐는 정신적으로는 하등 중요하지 않습니다. 현실에서는 대부분 아이를 낳은 사람이 기르기 때문에 생모의 상태에 따라 아이의 상태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생모가 죽거나 없어서 딴 사람이 키우면 그 사람이 엄마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가 한국에서 태어났는데 생후 6개월 이내에 프랑스로 입양돼서 성인이 될 때까지 프랑스에서 자랐어요. 그러면 그는 프랑스 사람이지 한국 사람이 아니에요. 사람들은 자꾸 생물학적으로만 생각합니다. 그의 외형은 한국 사람이지만 사유체계는 한국과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옛날에 왕궁에서 왕후가 아이를 낳으면 다 유모가 키웠습니다. 유모는 대부분 신분이 하인이었어요. 그러면 왕자에게 하인이 가진 심성이 형성되는 거예요. 바깥으로는 왕자로 대우를 받습니다. 이 불균형 때문에 왕자들에게 대부분 다 정신분열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한 3대쯤 내려가면 왕 중에 제대로 된 왕이 거의 드물어요.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육아입니다. 어떤 아이도 세 살까지 사랑받고 자랄 수 있어야 해요. 이 문제는 더 이상 한 개인의 책임만으로 돌릴 수 없습니다. 사회 제도를 개선해야 해요. 아이를 낳으면 3년은 유급휴직을 줘야 합니다. (모두 박수) 정말 예산이 부족해서 3년 유급 휴직이 어려우면, 1년은 유급휴직을 주고 2년은 무급이라도 휴직을 줘야 해요. 무급 휴직이란 경력 단절을 막는다는 얘기예요. 휴직 후 언제든 복직이 가능해야 합니다. 그동안 자녀를 키우는 것은 개인 문제였습니다. 이제 출산율이 급격히 낮아졌어요. 출산과 육아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중요한 사회문제가 됐습니다.

청년들이 아기를 낳고 싶어도 키우기가 어려운 현실입니다. 첫째, 집이 문제예요. 청년에게는 시내 중심가에 수입의 10%만 내면 살 수 있는 집을 공급해줘야 합니다. 청년들은 자가용을 사기 어렵잖아요.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다닐 수 있도록 시내 중심가에 있는 집을 공급해야 해요. 자가용이 있는 중산층은 교외에 살고요. 그러려면 교통이 편리한 시내 중심에는 무조건 임대 아파트만 지을 수 있도록 하고, 교외에는 고급 아파트를 짓도록 국가 정책을 바꿔야 합니다. 두 번째, 사교육비 문제입니다. 지금 부모들이 사교육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에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가에서 사교육을 다 없애야 합니다. 그리고 중학교까지는 교육에 관련된 어떤 비용도 다 국가에서 부담을 해야 해요. 부유하든 가난하든 사춘기가 될 때까지는 평등한 환경에서 자라고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사회 문제는 분명히 개선해 나가야 하지만 지금 질문자는 이렇게 관점을 정리하는 게 좋습니다. 내가 직장을 포기한 게 아니라 더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서 선택을 한 거예요. 만약 세 살 이상이 되었다면 아기를 더 돌볼 것인지 안 돌볼 것인지는 선택이에요. 왜냐하면 그때부터는 자아가 형성되어서 학습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선생이 필요한 거예요. 엄마가 더 있어 주면 좋지만 반드시 있어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낮에는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직장 갔다 와서 저녁에만 아이를 보살펴 주어도 됩니다.

‘엄마는 천금을 줘도 네가 가장 우선이다’ 이런 마음속에서 아이가 자라야 아이에게 존엄성이 생깁니다. 우리 엄마는 돈 때문에 나를 팽개쳤다거나 직장 때문에 나를 팽개쳤다고 느끼게 되면 아이의 심성에 안 좋은 영향을 주게 됩니다. 직장을 나갈 수밖에 없다면 아기를 업고 직장에 나가야 합니다. 그러면 아무 문제도 없어요. 왜냐하면 엄마가 항상 아기를 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직장을 다니든 김밥 장사를 하든 갓난아기를 업고 그런 일을 하는 경우에는 아기의 심성에 큰 문제가 없어요. 옛날에 우리 어머니 세대는 아기를 업고 밭을 매고 논둑에 아기를 눕혀 놓고 논일을 했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아기와 같이 살기 위해서 밭을 매거나 부엌일을 하느라 아기를 떼어 놓았지 내 이익을 위해서 아기를 떼어놓은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 경우는 아기한테 아무런 상처가 안 생깁니다.

남녀평등 문제는 성인과 성인의 문제입니다. 아기와 성인 사이에는 아기가 우선입니다. 이것을 남녀평등과 연결시키면 안 돼요. 남녀가 아기를 똑같이 돌보자는 것에 대해 양쪽이 합의가 되면 가장 좋지만, 합의가 안 되면 아기를 키우는 문제는 협상을 해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아기를 가운데에 두고 이혼하는 두 남녀가 서로 가져가려고 싸우는 것도 올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아기는 엄마가 키우는 걸 우선적으로 하되 엄마가 못 키운다면 아빠가 키우는 순서로 논의를 해야 해요. 아이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이혼을 해서 엄마가 아기를 키우더라도 정기적으로 아빠와 만나게 할 때는 절대로 아기의 아빠에 대해 욕을 해서는 안 됩니다. 아빠도 아기의 엄마에 대해 욕을 하면 안 됩니다. 그러면 아이에게 정신분열이 일어납니다. 남이 욕을 하면 ‘그건 사실이 아니다’ 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내 엄마가 내 아빠를 욕하면 아빠가 확실히 나쁜 놈이 되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의 자존감을 떨어뜨립니다. 항상 ‘너의 아빠는 훌륭하다’ 하고 말해 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왜 이혼했는지 물으면 ‘엄마가 성격이 좀 모나서 그래. 하지만 너의 아빠는 훌륭하다’ 이렇게 대답해야 아이의 심성에 문제가 안 생겨요.

그래서 이혼을 하더라도 아이는 올바르게 자라도록 서로 협력해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이혼해서 원수가 되면 아이도 그냥 팽개치잖아요? 그것은 성인들의 아이에 대한 횡포입니다. 자살을 하는 사람들 중에도 아이를 데리고 같이 죽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안 돼요. 죽으면 자기 혼자서 죽지 왜 아이를 데리고 죽습니까. 아이는 독립된 생명이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에요. 아이는 존중받아야 할 한 인간입니다. 아이가 세 살이 넘었어요?”

“아니요. 11개월이 됐어요.”

“그렇다면 더욱더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돼요. 아기를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아이가 세 살이 넘거든 그다음에 직장을 생각해야 해요. 직장은 100만 원 받다가 50만 원 받으면 어때요?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는 것에 비하면 그건 하등 중요한 게 아닙니다. 어릴 때 정성껏 보살펴야 할 때는 내팽개쳐 놓았다가 나중에 사춘기가 되어서 자립하도록 도와주어야 할 때는 옛날에 잘못했다고 뉘우치면서 집착을 하고 난리를 치는데, 이게 바로 거꾸로 하는 겁니다. 겨울에 불을 때라고 할 때는 안 때고 냉방에서 아이를 벌벌 떨게 하다가 뒤늦게 여름이 되어 반성한 다음 불을 때서 아이를 더워 못 살게 하는것과 같습니다.

이런 현실이 여성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한다면 여러분들이 사회운동을 해야 돼요. 사실 여성이 아기를 키우는 것은 남자가 군대 가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입니다. 이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대통령 선거에서 떨어트려 버려야 해요.”

“아기는 꼭 여자가 3년을 키워야 되는 거예요? 남편이 3년을 키우면 아기의 인성에 문제가 생길까요?”

“남자가 키워도 괜찮습니다. 그러면 인간성이 현재의 보편적인 인간성과는 좀 다른 인간성을 가진 사람이 되겠죠.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인류는 엄마가 키워 온 것에 기반한 인간성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남자가 아기를 키우면 그에 기반한 또 다른 인간성이 만들어지게 되겠죠. 그렇게 자란 아이가 엄마가 키운 아이들과 같이 어울릴 때는 무의식적인 사유체계가 다르니까 사회적응에 조금 혼란이 올 것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다 남자가 키운다면 문제가 없어요. 그렇게 아기를 키우는 경우가 다수이면 문제가 없습니다. 항상 소수인 경우에는 적응하는 데 문제가 생기게 되죠.

어린아이는 판단을 해서 본인이 선택할 수가 없어요. 한국에서 키우면 한국인이 되고, 일본에서 키우면 일본인이 되는 겁니다. 어린아이가 한국 사람이 될 권리를 선택한 것은 아니잖아요. 무슬림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는 자신의 종교를 자기가 선택한 것이 아니잖아요. 어린아이는 주어진 대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에 있는 겁니다.

그런데 성인들은 결혼을 선택해서 하잖아요. 그러니 본인이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죠. 아기한테는 어떤 책임을 물을 수가 없습니다. 아기를 낳은 부모는 무한책임을 져야 돼요. 왜냐하면 아기에게 물어보지 않고 낳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빠가 가정일에 참여하는 것은 좋은 일이에요. 사회 전체가 아빠가 아기를 키우는 동일한 분위기 속에서 아기가 자라면 혼란이 적습니다. 남자가 아기를 키운다고 무슨 문제가 있겠어요? 그러나 무의식 세계가 달라지게 됩니다. 그래서 일단 어느 정도는 일반적인 기준에 맞춰주는 게 좋습니다. 그러나 이것조차도 개선하자고 사회 전체가 합의하면 괜찮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남성에게도 육아 휴가를 주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사회 전체가 바뀌면 괜찮습니다. 남자가 아기를 키우면 안 된다는 뜻이 아니라 그런 경우가 극소수일 때는 아이의 사회적응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아직 모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어쩔 수 없이 누구도 키울 수 없고 남자밖에 키울 수 없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잖아요. 그러나 아이들의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2시간이 지나 즉문즉설을 마치고 이어서 책 사인회도 했습니다.

사인회를 마치고 스님은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오늘 강연을 위해 하노이에서 호찌민까지 비행기를 타고 와서 강연 스탭으로 참여해주신 봉사자도 있었습니다

“강연 장소를 구하느라 애썼어요. 다음 강연은 절에서 할 수 있도록 해볼게요.”

봉사자들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고 10시가 넘어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내일은 태국으로 이동해 태국 교민을 위한 즉문즉설을 하고, 저녁에는 슐락 박사님과 만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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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블리

지금제마음이 이러한데 감사합니다 스님
제마음을다스리고다스려. 보겠습니다.

2023-04-26 21:44:12

선우

감사합니다🙏🙏🙏

2023-04-14 23:27:05

김희란

감사합니다.
스님의 하루로 아침을 시작합니다

2023-04-11 07: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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