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3.9 평화재단 미팅, 두북 수련원으로 이동
“힘들 때마다 도망을 쳐온 것이 후회가 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미팅을 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3시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하여 서울로 향했습니다. 오전 6시 30분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했습니다.

짐을 풀고 곧바로 정기 건강 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으로 갔습니다. 병원 진료를 받고 아침 식사를 간단히 한 후 평화재단으로 향했습니다.


11시부터 평화재단에 손님들이 찾아왔습니다. 손님들과 미팅을 하고,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다시 미팅을 하고 3시가 넘어서 서울 정토사회문화회관을 출발해 두북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가 넘어서 두북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두북 수련원 곳곳에 매화가 피어서 봄소식을 전해 주었습니다.

저녁에는 인도에서 들어온 보광 법사님과 인도JTS 사업에 대한 보고와 사업계획을 논의한 후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주 금요 즉문즉설에서 있었던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힘들 때마다 도망을 쳐온 것이 후회가 됩니다

“저는 인생에서 도망만 계속 쳐온 것이 걱정입니다. 고등학생 때는 입시에서 도망쳐 하고 싶은 일을 찾는다는 핑계로 학교를 그만뒀습니다. 뒤늦게 들어간 대안학교 생활도 잘 풀리지 않아서 도망치듯이 해외봉사활동을 떠났지만, 거기서도 2년 기간을 다 못 채우고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새롭게 구한 직장에서 업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수습 기간 중 퇴사하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워라밸이 괜찮다는 직장을 준비 중입니다. 그런데 새로운 직장을 잡는다고 한들 또다시 편해지기 위해 도망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지난 일들을 생각했을 때 좀 더 버텼으면 어땠을지 후회가 됩니다. 어떻게 하면 어려운 일을 도망치지 않고 잘 해낼 수 있을까요?”

“그 정도면 큰 병은 아닙니다. 현재 질문자가 가진 특성이 있는데, 그 특성을 거슬러서 세상이 원하는 쪽으로 갈 것인가, 세상이 뭐라 그러든 다른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고 내 특성에 맞게끔 살아갈 것인가, 그걸 본인이 결정하면 돼요.

세상 사람들은 안정된 것을 원해요. 직장도 한 군데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연애나 결혼도 한 사람과 오래 유지하는 것을 세상에서는 좋은 것으로 평가합니다. 그런데 질문자가 가진 특성은 어떤 것을 지속적으로 하는 일과는 좀 안 맞아요. 싫증이 나면 금방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어 집니다. 이런 특성은 세상의 주류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을 기준으로 보면 ‘도망 다닌다’, ‘문제아인 것 같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의 주류가 가진 가치관에 맞춰서 내 인생을 살 필요가 뭐가 있어요? 왜 연애를 할 때는 꼭 한 사람만 만나야 돼요? 왜 일을 꼭 한 가지만 계속해야 돼요? 왜 한 집에만 계속 살아야 돼요? 매일 다른 사람을 만나고, 매일 다른 일을 하고, 매일 다른 곳으로 다니면서 살면 안 돼요? 그렇게 사는 것도 얼마든지 하나의 인생이 될 수 있습니다. 음식을 왜 매일 똑같은 걸 먹어야 돼요? 매일매일 음식을 바꿔서 먹어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질문자의 특성은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에요. 그런데도 질문자에게 고뇌가 생기는 이유는 자신의 특성과 달리 주류 사회의 가치에 맞게 어떤 일을 지속적으로 하려고 하기 때문이에요. 자기가 원하는 것과 자신의 기질이 안 맞아서 생긴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 기질이 가능하면 혼자 있고 싶고, 남과 얘기하고 수다 떠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라면 그에 맞게끔 선택을 하면 됩니다. 직업 선택을 할 때 농사를 짓든지, 혼자 조각을 하든지, 이런 직업을 선택하면 되거든요. 결혼도 하지 말고 혼자 살면 됩니다. 그런데 이런 성질을 갖고 있으면서 사람들과 두루 사귀고 싶어 하거나, 큰 회사나 대기업에 취직하고 싶어 한다면, 내 조건과 내가 바라는 것이 안 맞게 되는 거예요. 이럴 때는 내가 원하는 쪽으로 내 기질을 바꾸든지, 아니면 내 기질에 맞는 선택을 해버리면 됩니다. 그래야 모순이 없어져요.

학교를 다니고 싶지 않아서 그만뒀다, 대안학교를 다니다가 그만뒀다, 해외에 봉사활동을 하러 갔다가 그만뒀다, 그게 뭐 어때요? 그래서 질문자는 일반학교도 다녀봤고, 대안학교도 다녀봤고, 해외도 가봤잖아요. 직장도 여러 개 바꿔봤다면 여러 가지 일도 해 봤을 겁니다. 스님이 봤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결혼 생활을 하다가 그만두는 것이 옛날에는 큰 문제였어요. 그때는 어떤 일이든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절대적 가치였어요. 변화하는 것은 변덕이라고 부를 정도로 아주 나쁘게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때요? 결혼을 두 번 하든, 세 번 하든, 크게 문제 삼지 않습니다. 그리고 변화를 빠르게 하는 것이 어떤 측면에서는 장점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옛날 가치로 보면, 질문자는 정신적으로 약간 문제가 있는 사람이 됩니다. 불안 심리가 있거나, 참아내는 힘이 약하다고 할 수 있죠. 이걸 극복하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첫째, 병원에 가서 불안 심리에 대한 상담치료를 받든 지 약물치료를 받는 겁니다. 기질에는 안 맞지만 어떤 것이든 지속할 수 있게 꾸준한 연습을 통해 극복하는 길이 있습니다. 이 방향으로 가려면 지금 질문자의 수준에서는 혼자 힘으로 극복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병원에 가서 의사의 도움을 좀 받아야 해요.

둘째, 수행을 해야 돼요. 앞으로 직장을 구하면 천일기도를 하는 것처럼 최소한 3년은 꾸준히 다니는 거예요. ‘회사에 부도가 나서 월급을 안 줘도 최소한 3년은 다닌다’ 이렇게 목표를 정하고 중간에 그만두고 싶은 순간들을 극복해 보는 거예요. 정토회 천일결사에 참여해서 ‘죽는 한이 있어도 하루도 안 빠지고 매일 108배를 한다’ 이렇게 해보든지요. 이렇게 자기 기질을 바꾸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겁니다. 중간에 어떤 핑계나 이유가 생겨도 그만두면 안 돼요. 이렇게 수행을 하면 어느 정도 자기 기질을 극복해서 세상 사람들이 원하는 쪽으로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꼭 기질을 바꾸는 길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내 기질에 맞게끔 사는 길도 있어요.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겠다는 생각을 버려 버리는 겁니다. ‘나는 일일노동자로 생활한다’ 이렇게 정하고 살면 돼요. 커피숍에 가서 알바를 하고 싶으면 그 일을 하고, 한 일주일 일하다가 그만두고 또 슈퍼마켓 가서 알바 좀 하고, 안 되면 또 그만두고 회사에 취직해서 한 달 동안 일을 하고, 또 그만두고 다른 데에 다니고, 이렇게 옮겨 다니면서 일하면 돼요. 직업이 끊어지지만 않으면 먹고살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평생 동안 한 집에 살잖아요. 매일 같은 집에서 잠을 잘 겁니다. 그런데 법륜스님은 매일 옮겨 다니면서 살아요. 코로나 덕분에 지난 3년은 한 군데 등을 붙이고 살았지만, 지난 50년 동안 저는 같은 방에 등을 붙이고 이틀 연속 자는 때가 거의 없었어요. 매일 옮겨 다니면서 사는 것도 하나의 삶의 방식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살면서 결혼하겠다고 하면 말이 안 되죠. 어느 배우자가 이걸 받아들이겠으며, 어느 아이가 이런 아버지를 좋아하겠어요. 이런 사람은 한 곳에서 오랫동안 일해야 하는 직장에 다니면 안 되겠죠. 자기 기질에 맞는 직업을 갖고 살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삶을 차 안에서 살거나, 비행기 안에서 자거나, 여기저기 다니면서 사는 삶도 있어요. 질문자도 그렇게 원하는 대로 살면 돼요. 일용직을 선택하면 됩니다. 아침에 나가서 건설회사에 일손이 필요하다면 거기 가서 일하고, 농사 일손이 필요하다면 농촌에 가서 일하고, 일감이 떨어지면 또 다른 데 가서 일하고요. 한 달이나 일 년 주기로 직장을 계속 옮겨가면서 살아도 돼요.

그런데 일을 하나 마치고 옮겨가는 중간에 일을 쉬게 되면 나한테 손실이 생기죠. 그런 손실을 막으려면 이 직장 다니면서 벌써 다른 직장에 원서를 내기 시작해야 합니다. 이 직장 입사한 첫날부터 다른 회사에 원서를 내놓고, 다른 직장에 합격하면 직장을 옮기고, 그러다 또 그 직장 들어가자마자 또 다른 회사에 지원하고, 이러면 직장이 쭉 연결이 되잖아요. 이렇게 살면 돼요. (웃음)

여자 친구나 남자 친구를 사귀더라도, 같은 사람을 지속적으로 사귀려고 하지 마세요. 일주일은 이 사람을 사귀고, 다음 주에는 저 사람을 사귀고, 이렇게 하면 돼요. 그런데 결혼을 하고 이렇게 살면 안 되겠죠. 그러니 결혼은 하면 안 돼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자기 기질에 맞게끔 사는 방식도 있다는 거예요. 어느 쪽으로 할래요?”

“... 글쎄요.”

“남들이 ‘왜 너는 직장을 자꾸 옮기냐?’ 이렇게 말해도 그런 말은 들을 필요가 없어요. 같은 일을 하고 월급을 받으나, 다른 일을 하고 월급을 받으나, 무슨 차이가 있어요. 직장을 옮겨 다니는 사람은 소수에 속할 뿐이지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세상이 원하는 지속적인 직업이나 지속적인 연인 관계 등을 원한다면 그렇게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속성을 갖는 훈련을 해서 기질을 바꿔야 돼요. 혼자서 못 바꾸면 의사의 도움을 얻어야 하고요.”

“저는 결혼도 하고 싶고, 주변 사람들에게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인정도 받고 싶습니다. 그래서 병원도 가보고 3년간 지속해 보는 연습을 좀 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인정받아서 뭐 하려고요? 그냥 자기 성질대로 살면 되죠. 그래도 결혼은 하고 싶어요?”

“네.”

“그럼 자녀가 볼 때 아버지가 매일 여기 갔다 저기 갔다 하거나, 부인이 볼 때 남편이 매일 이 여자 저 여자 만나고 다니면 어떻겠어요? 아버지가 바람을 피우거나 이 여자 저 여자 만나고 다니면 아내와 자녀에게 상처를 주잖아요. 여러분이 볼 때는 이런 행동을 하는 아버지가 도덕적으로 나쁘다고 하지만, 정신적으로 보면 다 불안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병이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지탄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에요.

어떤 사람도 문제가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기질이 다를 뿐이죠. 그런데 어떤 가치 기준에서 보면 어떤 기질은 소수가 됩니다. 소수가 되면 세상에서는 문제아나 병으로 취급하는 거예요. 강아지는 사람하고 영 다르잖아요. 그래서 강아지도 사람의 기준으로 보면 병으로 취급해야 되는데, ‘사람이 아니잖아’ 하고 아예 분류에서 빼버리니까 문제가 없는 거예요.

현대 사회에서는 꼭 주류대로 살아야 될 이유가 없어요. 유교가 주류인 사회에서는 천주교를 믿으면 죽였잖아요. 그러나 요즘은 천주교를 믿고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잖아요. 자기 스스로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질문자는 문제아가 아니에요.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세상 사람들이 인정하는 것은 주류예요. 그 주류에 들어가려면 질문자는 기질을 좀 바꿔야 되고, 병원에 가서 치료를 좀 받아야 하고, 월급을 따지지 말고 일단 직장을 구했다면 내 기질을 바꾸기 위해서 하늘이 무너져도 3년은 다녀야 합니다. 사람을 하나 만나면 어떤 문제가 있더라도 3년은 사귀고 헤어지는 겁니다. 이렇게 몇 가지만 해보면 기질이 바뀝니다.

그렇게 자신의 기질을 바꿔서 세상 사람들의 귀여움을 받는 사람이 되든지, 아니면 스님처럼 세상 사람들의 귀여움에 별로 신경 쓰지 말고 자기 기질대로 그냥 살아가든지, 자기가 선택하면 돼요.

세상의 기준에서 질문자를 평가하면 질문자는 약간 불안증이 있습니다. 어떤 장애가 오면 그걸 이겨내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고 도망가는 기질이 있어요. 그런데 이 세상에는 그런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닙니다. 엄청나게 많아요. 그런데 저는 그런 사람들에게 꼭 기질을 고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자기 기질에 맞게끔 살아버리면 되기 때문이에요. 예술가나 일부 사람들 중에 질문자와 비슷한 기질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자기 마음이 나면 자기 기질에 맞는 짧은 기간 동안 엄청나게 몰두하는 힘이 있기도 해요. 그래서 창의적인 경우도 많습니다.

질문자는 주류로 가고 싶다니까 심리치료도 받고 이를 악다물고 연습도 좀 해서 세상이 말하는 정상 범주에 들어가도록 한번 해보세요. 그런데 해보고 안 되거든 그냥 내 기질에 맞는 쪽으로 바꿔서 살아도 됩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중간에 끼어서 ‘나는 안 된다’, ‘나는 문제아다’ 이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벌레도 살고 귀뚜라미도 사는데, 사람 가운데 무슨 문제아가 있겠어요. 질문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자신의 선택에 따른 노력이 필요할 뿐입니다.”

“네, 스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본성을 고치기 위해서 3년 정도는 꾸준하게 해 보겠습니다.”

“질문자의 지난 경험을 들어보면 혼자서 이겨내기는 좀 힘들어요. 그러니 불교대학에 다니고 경전대학에 다니면서 천일결사를 해보면 좋겠어요.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108배 절을 해보세요. 종교와 관계가 없으니까 108배 정진을 3년 간 지속적으로 해보세요. 그리고 이번에 구한 직장은 무조건 3년을 다녀보세요. 이런 노력을 한쪽으로 하면서 동시에 다른 한쪽으로는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면 자신의 기질을 이기는 힘이 생겨서 좀 수월합니다. 치료를 안 받고 자기를 변화시키려고 하면, 불안증이 올 때마다 그걸 견디기가 힘들어요. 그러니 치료도 겸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농사일을 한 후 저녁에는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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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오늘도 감사합니다.()

2023-03-28 10:58:13

묘광(한인구)

현대 사회에서는 꼭 주류대로 살아야 될 이유가 없어요. 유교가 주류인 사회에서는 천주교를 믿으면 죽였잖아요. 그러나 요즘은 천주교를 믿고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잖아요.
잘 알았습니다.
잘 알았습니다.
잘 알았습니다.

2023-03-15 09:52:30

시명화

스님법문 고맙습니다~(())

2023-03-15 09: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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