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2.25 발심행자 수계식
“수행을 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일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지난 1년 동안 발심행자 교육을 수료한 분들을 위해 수계식을 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8시부터 2-1차 천일결사를 준비하는 결사행자회의를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회원운영규정 개정안, 조직운영규정 개정안, 청년특별지부 지원구조 개편안, 명예서원행자 제도, 행복운동본부 회계, 2-1차 천일결사 10대 목표, 2차 만일결사의 목적, 2-1차 으뜸절/실천장소 배정안 등 여러 가지 안건에 대해 4시간 동안 검토하고 논의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1시에 제4차 발심행자 수계식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192명이 발심행자 신청을 하고 교육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교육을 모두 수료한 분들이 정토회 18계를 받는 날입니다.

수계식은 각 지부별로 소규모로 모여서 전국을 온라인으로 동시 생중계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신규 발심행자들은 예불을 한 후 스님에게 수계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삼귀의와 오계 수계식이 생긴 연유와 앞으로 발심행자가 되면 어떤 실천 덕목을 지키고 살아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오늘 여러분들은 삼귀의와 오계를 받고 ‘수행자’라는 이름을 얻게 됩니다. 그래서 앞으로 받아 지녀 행해야 할 실천 덕목이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다시금 되새겨봐야 합니다.

2600년 전에 시작된 수행자의 길

수행자의 길은 지금으로부터 2,600여 년 전 인도 대륙의 북쪽 히말라야 산기슭의 카필라성에서 왕자로 태어난 고타마 싯다르타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싯다르타 태자는 서른다섯의 나이에 깨달음을 얻고 붓다가 되신 분입니다. 수행자의 길은 그분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고타마 싯다르타는 먹고, 입고, 자고, 생활하는 모든 면에서 부족할 것이 없는 왕자로 생활했지만 인생에 대한 깊은 고뇌가 있었습니다. 그는 이 고뇌에서 벗어나 괴로움이 없는 인생의 길을 찾아 왕위도 버리고 출가수행을 하셨습니다. 그 후 6년의 용맹정진 끝에 마침내 깨달음을 얻고 괴로움이 없는 ‘열반’과 속박이 없는 ‘해탈’을 증득하셨습니다.

게다가 이 법을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증득하여 자유롭고 행복하면 좋겠다는 큰 원을 세우고 바라나시 사르나트로 가서 과거에 자신과 함께 수행하던 다섯 친구들을 만나 교화를 시작했습니다. 그들 또한 붓다의 가르침을 듣고 깨달음의 눈이 열리고 괴로움이 없는 열반을 증득했습니다.

또한, 당시 바라나시 성에서 제일 부자인 구리가 장자의 아들 야사가 괴로움을 호소하다가 붓다의 가르침을 듣고 깨달음을 얻고 그 역시 열반을 증득했습니다. 그 후 야사를 찾으러 온 야사의 아버지도 붓다의 가르침을 듣게 되고 깨달음의 눈이 열렸습니다. 또 야사의 어머니와 그의 아내도 붓다의 가르침을 듣고 깨달음의 눈이 열리게 됩니다. 그런데 야사의 아버지, 어머니, 아내는 출가수행자가 되지 않고 재가수행자가 되었습니다. 그들로 인해 남자 출가수행자인 비구, 남자 재가수행자인 우바새, 여자 재가수행자인 우바이, 이렇게 세 가지 수행자의 길이 열리게 된 것입니다. 당시 그들은 깨달음의 눈을 뜬 그 기쁜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위대하셔라 세존이시여! 마치 넘어진 자를 일으켜 세워주시는 것과 같고, 길을 잃고 헤매는 자에게 길을 밝혀주신 것과 같고, 덮인 것을 벗겨내어 보여주신 것과 같고, 어두운 밤에 등불을 비춰주신 것과 같이 여러 가지 비유와 설법으로 저희를 깨우쳐 주셨습니다. 저는 오늘부터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거룩한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수행자들에게 귀의합니다.’

이렇게 스스로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자 부처님께서 ‘선재선재(善哉善哉)라’, 즉 착하고 착하구나 하고 칭찬하시면서 불법승 삼보에 귀의한 재가수행자는 마땅히 다섯 가지를 지켜야 한다고 하면서 다섯 가지 계율을 알려주셨습니다.

재가수행자가 마땅히 지켜야 할 다섯 가지

첫째, 살아있는 생명을 해치는 것을 함부로 하지 마시오.
둘째, 주지 않는 남의 물건을 함부로 갖지 마시오.
셋째, 삿된 음행을 하지 마시오.
넷째, 거짓말을 하지 마시오.
다섯째, 삿된 소견을 갖지 마시오.

이렇게 다섯 가지 계율을 제시하니 야사의 아버지, 어머니, 아내는 몸과 목숨을 마칠 때까지 기꺼이 받아 지니고 행하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삼보에 귀의하고 오계를 받아 행하는 것이 재가수행자가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남방불교에서는 모임이나 법회가 있을 때마다 항상 다섯 가지 계율을 지킬 것을 다짐하는 의식을 행합니다.

이렇게 부처님 당시에 재가수행자의 길이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세월이 흐르면서 재가수행자의 길은 점점 사라져 갔습니다. 결국 부처님을 신과 같이 여기면서 복을 받고자 하는 신자의 길만 남게 되었습니다. 즉, 부처님은 신과 같이 복을 주는 존재로 인식되었고, 불자는 그런 부처님께 복을 비는 신자가 되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불교는 조선시대 오백 년 동안 여러 가지 탄압과 억불정책으로 인해 수행자의 길이 없어지고 신자의 길만 남아 있었습니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용성조사님께서는 출가수행자뿐만 아니라 재가수행자의 길도 있어야 한다고 하시며 다시 삼귀의 오계를 복원하고 재가수행자들이 수행자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시민 선방을 개설하는 등 불교의 대중화에 힘쓰셨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정토회는 부처님의 법을 계승하고 용성조사의 뜻을 계승해서 재가수행자의 길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과 같이 삼보에 귀의하고 오계를 받아 행하는 수계의식을 열게 된 것입니다.

수행을 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일까요?

여러분들은 이 오계를 받게 되면 신자가 아니라 수행자가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수행자가 된다는 것은 해탈과 열반으로 나아가는 삶을 산다는 의미입니다. 수행자는 이런 삶의 방향이 분명해야 합니다. 죽어서 좋은 곳에 가거나 복을 구하는 것이 수행의 목표가 아니고, 괴로움이 없는 삶, 자유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것이 수행의 목표입니다. 이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불교의 궁극적인 목적은 해탈과 열반이고, 이것이 수행의 목표입니다.

해탈과 열반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계정혜 삼학을 닦아야 합니다. 그중 첫 번째 과제이자 최소한의 과제가 바로 오계를 받아 지니고 행하는 것입니다. 이것조차 하지 않으면 수행자라고 이름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수행자가 되는 첫 번째 자세는 바로 다섯 가지 계율을 받아 지니는 것입니다.

우리가 ‘근본불교로 돌아가자’고 하는 것은 옛날로 돌아가자는 뜻이 아니라 수행의 자세를 바로 갖자는 뜻입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수행자가 되는 것이야말로 바로 오늘날 우리가 안고 있는 문명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 문명을 창조하는 길이 됩니다. 과거를 살려 미래로 나아가자는 취지에서 여러분은 오늘 삼귀의와 오계를 받고 발심수행자가 되는 것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이 다섯 가지 계율이 지켜진다면 우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두려워할 일이 없어집니다. 아무리 낯선 사람과 오지에 함께 있다고 하더라도 그가 나를 때리거나 죽이지 않고, 그가 내 물건을 훔치거나 뺏지 않고, 그가 나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고, 그가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하지 않고, 그가 욕설이나 거짓말을 하지 않고, 그가 술을 먹고 행패 피우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두려워할 이유가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범죄 중 이 다섯 가지 범주를 벗어나는 일은 극히 드뭅니다. 그만큼 이 다섯 가지 계율만 잘 지켜도 개인적 변화뿐만 아니라 커다란 사회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특히 수행자라면 이 다섯 가지 계율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나도 모르게 지키지 못했을 때는 반드시 참회하고 앞으로는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어서 참회, 연비, 수계 약속, 헌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스님이 전법활동가로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 발심행자들을 위해 간절한 마음을 담아 발원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오늘 정토회 대중 일동은 그동안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는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졸업하고, 또 발심행자 교육을 받고, 앞으로 나도 부처님처럼 살아가겠다는 원을 세우고, 나도 부처님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이 법을 전하겠다는 전법행자가 될 것을 발원했습니다. 재가수행자가 된 야사 비구의 아버지 구리가 장자 부부의 길을 따라 이렇게 삼보에 귀의하고 오계를 받았습니다.

수행의 목표는 복을 구하는 것도 아니고, 죽어서 좋은 곳에 가는 것도 아니고, 오직 괴로움이 없는 ‘열반’과 속박이 없는 ‘해탈’의 길을 가는 것입니다. 동시에 이 좋은 법을 우리 이웃에게 널리 전해서 그들 또한 나처럼 괴로움이 없는 삶, 자유로운 삶을 살도록 인도하는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 굶주려 있거나 병들어 있는 사람이 보인다면,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약을 주는 것입니다. 가난한 자를 돕고, 외로운 자를 위로하며, 배우지 못한 아이들은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렇게 모든 사람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저희들이 가야 할 길입니다. 내가 괴롭지 않은 수행 정진과 다른 사람도 괴롭지 않도록 도와주는 보살의 행을 함께 해나가겠습니다.

이 좋은 법을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전하겠습니다

그러나 이 길은 쉽지 않습니다. 과거에 저희들이 살아온 삶의 습관인 까르마 때문에 중간에 쓰러지고 넘어질 수 있습니다. 그럴 때 관세음보살님께서는 본래 서원을 잊지 마시고, 저희를 일으켜 세우고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전법의 길은 많은 장애에 부딪힐 수도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도 바른 전법을 행하였지만 세상으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거기에 구애받지 않고 바른 길로 가셨듯이, 우리 또한 이 좋은 법을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전해서 그들 또한 행복하도록 적극적으로 전법해 나가겠습니다.”

이어서 계를 받고 불명을 받는 의미가 무엇인지 설명한 후 수계증을 수여했습니다.

“불명(佛名)은 부처님의 명호라는 뜻입니다. 오늘 192명이 받는 모든 불명이 다 과거에 부처님의 불명입니다. 그 부처님의 불명을 따라서 여러분들에게 불명이 지어졌고, 그 부처님과 여러분들이 인연을 맺어서 그 부처님이 여러분들 수행의 모델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들도 미래에 성불하면 그 이름으로 부처가 됩니다.

불명은 어떤 것이 더 훌륭하다고 말할 수가 없고, 각자 자기와 인연이 있는 불명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삼귀의 오계를 받고 불명을 받으면, 이제 여러분들은 부처의 길로 나아가는 수행자로서 함께 하게 되는 것입니다.”

스님이 대표로 한 분에게 수계증을 전하고 이어서 각 으뜸절별로 지부 법사님이 신규 발심행자들에게 수계증을 수여했습니다.


수계를 받은 발심행자들은 이어지는 2부 프로그램에서 소감 나누기를 하고, 스님은 방송실을 나와 농사일을 하기 위해 작업복을 입고 텃밭으로 향했습니다.

땅 밑에서는 벌써 봄기운이 쑥쑥 올라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텃밭에 상추, 아욱, 고수, 치커리, 겨자채 등 다양한 채소 씨앗을 심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물을 흠뻑 준 후 죽은 엄나무를 베고 나서 농사일을 마쳤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에는 원고 교정과 여러 가지 업무들을 처리하고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인도성지순례 실무 준비를 하느라 연말에 재정비 시간을 갖지 못한 실무자들을 두북 수련원에 초대하여 경주 남산을 산행한 후 함께 식사를 하고, 저녁에는 일요명상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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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애

감사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2024-02-15 08:21:18

진달래

오늘도 감사합니다.()

2023-03-18 10:21:25

스탠드

삶의 방향을 해탈과 열반임을 분명히 하란 말씀이 좋았습니다.
해탈은 괴로움이 없는것, 열반은 속박이 없는것임을 알았습니다.

2023-03-12 01: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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