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1.14 정토불교대학 즉문즉설, 행복학교 특강
“언니가 제 뺨을 때렸습니다.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죠?”

안녕하세요. 서울 정토회관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8시부터 2차 만일결사 준비위원회 회의를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회의를 마치자마자 오전 10시부터 정토불교대학 학생들과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토불교대학 즉문즉설

정토불교대학 학생들은 지난주에 ‘인간 붓다’ 과목에 대한 수업을 모두 마치고 곧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삼귀의와 수행문을 낭독한 후 학생들에게 졸업을 앞둔 소감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두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소감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불교대학을 입학하기 전에 무기력증을 앓고 있었는데요. 졸업을 앞둔 지금 사회를 보는 시각이 많이 확장되었습니다. 다양한 실천활동을 할 수 있었고, 수행 맛보기를 통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일단 졸업부터 꼭 하겠습니다.”

“살아오면서 마음 나누기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불교대학에서 도반들에게 마음을 내어 놓으면서 제 삶도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남자란 참고 살아야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부모님에게 제 마음을 이야기하면서 관계가 많이 편안해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어서 학생들이 스님에게 법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환한 웃음과 함께 인사를 건넸습니다.

“연말연초에 마음이 느슨해지게 되면 하던 것도 그만두기가 쉽습니다. 수행이든 공부든 한번 그만두면 다시 잡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연말연초라는 탈락하기 쉬운 과정을 잘 넘기시고 이 자리에 오셨습니다. 여기까지 왔으니까 졸업까지 해나가시고, 방금 마음 나누기를 해주신 분들처럼 일단 졸업을 하고 보자고 정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많은 학생들이 수업 중 궁금한 점에 대해 사전 질문을 신청했습니다. 모든 질문에 답변을 하지는 못하고, 그중에 여섯 명이 선정되어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네 번째로 질문을 한 분은 언니와의 갈등에 대해 답답한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언니가 제 뺨을 때렸습니다.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죠?

“80세가 된 어머니가 잔소리와 욕심이 너무 많아서 엄마와 지내는 것이 힘들었으나 말로는 표현을 안 했습니다. 불교대학 공부를 하면서 이제 저는 어머니와 사이가 아주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언니들은 아직도 어머니에게 불만을 말하고 버릇없이 대합니다. 며칠 전에 언니와 엄마가 한 시간이나 싸우는 것을 듣다가 제가 그만하라고 했더니 언니가 제 뺨을 때렸습니다. 저는 너무도 충격적이었지만, 제가 맞은 것보다 언니가 어머니께 대들고 버릇없이 구는 게 더 힘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일 때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현명한지 알고 싶습니다.”

“언니가 뭐 특별한 사람이 아니잖아요. ‘옛날에 나도 언니 같았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되죠. 질문자 같은 사람을 보고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모른다’ 이렇게 말해요. 질문자도 불교대학을 다니기 전까지만 해도 언니처럼 어머니에게 대들어 놓고 새삼스럽게 언니를 나쁘다고 그러면 어떡해요? 언니를 볼 때마다 ‘내가 불법을 만나기 전에는 저 모습이었구나!’ 하고 자각하고 질문자는 불법을 만난 인연에 감사해야죠.

언니는 지금 본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말해줘도 도저히 못 알아듣잖아요. 오히려 말해준다고 화를 내죠. 질문자도 그랬다는 거예요. 그러니 언니를 볼 때마다 내가 불법을 만난 것을 기뻐하게 되고 법에 대한 믿음이 더 커지기 때문에 언니가 있음으로 해서 내 수행이 더 깊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언니가 없으면 내가 지금은 잘 지내지만 조금 있으면 다시 옛날로 돌아가 버린다는 거죠.

여러분들이 결혼 생활이 힘들 때 저한테 상담을 많이 하잖아요. 제가 결혼하지 말라고 해서 제 말을 듣습니까? 부모가 말리고 옆에서 말리는 데도 결혼을 해놓고는, 헤어질 때는 또 말려도 말을 안 듣고 헤어지잖아요. 저는 그런 모습을 보면 ‘혼자 살기를 정말 잘했다’ 하는 교훈을 얻게 되어서 공부가 점점 깊어집니다. 만약 두 부부가 잘 사는 것만 보면 결혼해서 사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늘 싸우는 것만 보니까 오히려 출가해서 살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돼요.

그러니 질문자도 언니를 보면서 ‘내가 불법 만나길 참 잘했다’ 하고 감사해하고, 엄마한테 화를 내려고 하다가도 ‘자칫하면 언니 꼴 되겠다’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자기 수행을 하는 게 좋죠. 다만 언니가 괴로울 뿐입니다. 그렇다고 질문자가 언니에게 조언을 한다고 해서 그 말을 듣는 것도 아니에요. 언니는 자기의 성질대로 그냥 사는 겁니다.

산에 있는 염소떼가 수컷끼리 싸워서 암컷하고 교미하는 것은 생태적으로 우월한 종자를 갖기 위한 자연법칙이거든요. 그것을 보고 진 수컷이 불쌍하다든지, 이긴 수컷이 나쁘다고 하면서 때리면 안 되잖아요. 그것은 그들의 존재 방식이잖아요. 그것처럼 언니하고 엄마는 서로의 성질을 갖고 사는 거예요. 그것을 보고 ‘업식에 끄달려서 저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 하고 반성의 기회로 삼으면 돼요.

질문자가 시건방지게 자꾸 관여를 하니까 언니가 화가 나서 뺨을 때리는 일이 생기는 겁니다. 물론 폭력행위는 잘못된 거예요. 폭력을 행사했다면 경찰에 고발을 해야 합니다.

그러니 더 이상 거기에 관여하지 말고, 그냥 구경하든지, 불편하면 나가버리세요. 질문자와 엄마도 말다툼하면서 지금까지 잘 살아왔잖아요. 설령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더라도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 되겠다’ 하고 자기 수행의 과제로 삼으면 됩니다. 언니가 불쌍해 보이면 행복학교를 소개하든지, 스님의 법문을 보내 주세요. 언니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법문을 보내주면 기분이 나빠서 절대로 안 봅니다. 본인은 잘못했다는 생각이 전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잘잘못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말고, 언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관점에서 법문을 보내주거나 행복학교를 권유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언니가 마음의 문을 열도록 한 뒤에 얘기를 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부처님은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신을 의지하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우매한 틀에 갇혀 있는 행동을 한다는 의심이 들 때 어떻게 자신을 의지해야 하나요?

  • 무아와 무상에서 '무'는 무슨 뜻입니까? 오온이 공하다고 할 때 '공'은 비어있다는 뜻입니까? ‘무’와 ‘공’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 머리로 아는 것과는 별개로 마음은 여전히 시끄러울 때가 많습니다. 아는 것과는 별개로 마음이 따로 놀아 괴로울 때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 코살라국의 왕이 침공했을 때 부처님이 뙤약볕에 앉아 두 번이나 돌아가게 했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 세 번째 침공 때는 비폭력으로 자기 가족의 멸망을 받아들였다고 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됩니다. 나라가 멸망해도 비폭력을 행해야 하나요?

  • 경전대학 수업은 성경 공부와 비슷한 건가요? 불교대학에서는 알아차림을 중점적으로 배운다면, 경전대학은 무엇을 중점적으로 배우나요?

질문에 대해 모두 답변을 하고 나니 약속한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스님은 학생들이 불교대학을 졸업한 후 경전대학에도 진학할 수 있게 소개하고, 졸업식 때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행복학교 특강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2시부터는 행복학교 특강 생방송을 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행복학교 참가자들이 수업과정 중에 생긴 궁금증을 해소하고 다음 과정으로 이어갈 수 있게 독려하기 위해 마련된 시간입니다.

28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행복학교 참가자들이 새해 다짐을 가볍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진 후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이 먼저 인사말을 했습니다.

“마음공부란 특정한 종교에 해당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기독교인이든 불교인이든 무종교인이든 누구나 다 마음을 가지고 있잖아요. ‘이 마음을 어떻게 가볍고 밝게 가질 수 있느냐? 행복하게 가질 수 있느냐?’ 이걸 공부하는 것이 마음공부예요. 누구나 마음을 긍정적으로 가지면 행복합니다. 종교에 관계없이 이렇게 행복해지는 법을 공부하는 곳이 행복학교예요. 누구나 다 참여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좀 더 행복한 인생을 사시면 좋겠습니다.”

짧게 인사를 나눈 후 곧바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네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한 명이 현장에서 즉석에서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남편이 다혈질이어서 화가 나면 언어 폭행을 행사한다며 이혼을 하는 게 좋을지 고민을 이야기했습니다.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과 이혼을 해야 할까요?

“남편은 다혈질에 화가 나면 언어적으로 물리적으로 폭력을 행사합니다. 30년 넘게 반복되는 가정불화로 이혼을 요구하니까 재산을 반으로 나누어 달라고 합니다. 재산을 나누어주고 나면 얼마 되지도 않는데 반을 줘버리고 이혼을 하는 것이 좋을까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또 한 가지 문제는 아들인데요. 아들은 사회성이 부족하고 사람을 파악하는 능력이 좀 떨어집니다. 그래서 채팅으로 여자들을 만나서 자꾸 돈을 뜯기곤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제가 대화를 시도해 봤지만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속내를 쉽게 털어놓지 않습니다. 어떤 방법을 써야 아들이 거짓말을 안 하고 진실을 털어놓을까요?”

“아들이 몇 살이에요?”

“이제 32살 됐습니다.”

“32살은 미성년자예요, 성인이에요?”

“성인이에요.”

“성인이 됐으니까 자기 알아서 살도록 놔두면 되죠.”

“착한 여자를 만나면 괜찮은데 인터넷에서 꽃뱀 같은 여자들을 만나서 월급을 다 뺏기고 있어요.”

“자기 아들이 아주 똑똑하고 건강하고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조금 부족합니다.”

“부족한 사람이 여자를 만나려면 돈을 좀 써야 될까요, 안 써야 될까요?”

“제대로 된 여자에게 돈을 쓰면 괜찮은데요.”

“그런데 왜 자기 아들은 좀 부족하다면서 아들이 만나는 여자는 좋은 사람이어야 해요? 이게 욕심 아닐까요? 아들이 만나는 여자가 괜찮은 여자라면 여자 쪽 부모는 딸이 남자를 잘못 만나고 있다고 난리가 날 거잖아요. 아들이 좀 부족하니까 부족한 사람을 만날 수 있죠. 또 부족한 부분을 돈으로 좀 보완하려니까 돈을 쓸 수밖에 없는 거예요.

돈을 안 쓰고 여자도 안 만나는 게 나은지, 돈을 쓰더라도 여자를 만나는 게 나은지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제가 질문자 같으면 ‘그래. 네가 좀 부족하니까 돈을 쓰고라도 여자를 만나라.’ 이렇게 얘기해 줬을 거예요. 아들에게 돈이 없으면 그렇게 못 하겠죠. 돈이 없는데 어떻게 돈을 쓰겠어요? 그러니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도 여자들이 자꾸 아들을 이용해 먹으니까 그게 걱정입니다.”

“여자 입장에서 좋은 일 아니에요? 질문자도 남편한테 이용당하니까 기분이 나쁘잖아요. 그리고 남편이 폭력을 행사하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해서 가정폭력으로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해요.”

“네.”

“남편 성질이 다혈질이고 급하니까 그걸 이용해서 딱 증거를 잡으면 되겠네요. 미리 스마트폰을 딱 설치해 놓고 약을 올리면 다혈질이니까 고함을 지르고 난동을 피우는 걸 딱 찍을 수 있을 거예요. 거기다가 살살 약을 더 올리면 그냥 뺨을 한 대 때리려고 할 거예요. 한 대 맞을 때마다 위자료가 팍팍 올라가거든요. 그러니까 약을 더 올려서 3대, 4대 맞도록 해서 누가 봐도 저 인간이 나쁘다 할 정도로 영상을 딱 찍어놓으세요. 재판에서 영상을 근거자료로 올리면 상대편 이혼 동의를 받을 필요도 없어요. 그리고 이혼할 때 재산의 절반을 나누는 건 법에 보장된 권리이기 때문에 남편에게 주기 싫어도 줘야 하고, 아내에게 주기 싫어도 줘야 해요. 그건 논할 필요가 없어요. 대신 상대편이 가져간 재산 중에 상당 부분을 위자료로 청구해서 받으면 되겠네요.”

“얼마 전에도 저한테 폭행을 해서 얼굴에 멍이 들었어요. 저는 애들 때문에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아서 참고 그냥 넘어갔거든요.”

“질문자가 이혼을 하고 싶다고 하니까 방법을 알려주는 거예요. 이혼은 하고 싶고 재산은 나누기 아깝다고 하지만 재산을 안 주고 이혼할 방법은 없습니다. 재산은 반반으로 나누되 조금 더 이익을 가져올 방법은 있다는 거예요. 질문자가 그냥 이혼하겠다고 하고, 남편은 안 하겠다고 하면 이혼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럴 때는 파혼을 할 만한 증거가 있어야 이혼을 할 수 있어요.”

“폭행 증거를 법원에다가 내면 그걸로 인해서 이혼이 가능하다는 거죠?”

“폭행은 무조건 이혼 사유가 됩니다.”

“그리고 돈은 반으로 나누지 말고요?”

“아니죠. 재산을 반으로 나누되, 남편이 폭행을 해서 결혼 생활을 파탄시켰으니 위자료를 청구하라는 거예요. 그러면 민사소송에 의해서 위자료를 받게 됩니다. 예를 들어 남편과 5천만 원씩 반반 나눴다면, 남편이 받을 5천만 원에서 3천만 원을 위자료로 받으면 되죠.”

“제가 지난번에도 질문을 했는데요. 스님께서 남편의 성질이 그렇다면 잔소리를 안 해야 제가 편할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셔서 제가 그대로 한번 실천을 해봤어요. 실천을 하고 난 후에 남편이 노래방을 다니면서 돈을 70만 원 이상 쓴 거예요. 그걸로 또 싸움이 벌어졌는데 자기는 노래방 가서 아무 짓도 안 하고 노래만 불렀다는 거예요. 그래서 막 집어던지면서 한바탕 싸웠어요. 그러고 나서는 남편한테 다시 잘해주고 싶지가 않아요. 또다시 옛날로 돌아갔어요. 매일 그런 생활이 반복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런 생활을 반복해 왔으니까 이제 선택을 해야죠. 이혼을 할 거냐 아니면 같이 살 거냐, 같이 산다면 맞고 살 거냐 아니면 안 맞고 살 거냐를 딱 결정해야 합니다. 이혼을 하겠다면 재산의 반을 나눠야 합니다. 이건 어쩔 수 없어요. 합의 이혼은 남편에게 동의를 얻어야 하니까 남편은 안 하려고 그럴 거예요. 그러니까 이혼을 하려면 증거를 딱 잡아서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증거를 법원에 제출해야 합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뭐 때문에 맞고 살아요? 요즘은 부모라도 자식을 한 대 때리면 바로 잡혀가게 돼 있어요. 그러니까 증거를 수집해서 이혼을 하면 되는 거예요. 재산이 아깝다면 위자료 청구 소송을 해서 받아내고, 그게 안 되면 할 수 없죠. 첫째, 이렇게 이혼하는 길이 하나 있습니다. 이 좋은 세상에서 왜 맞고 살아요.

둘째, ‘도저히 맞고는 못 살겠다. 그래도 자식을 생각해서 같이 살아야 되겠다.’ 이런 생각이 라면 남편 성질이 불같으니까 가능하면 건드리지 않아야 합니다. 노래방에 가서 70만 원이 아니라 700만 원을 써도 잔소리를 안 하면 되는 거예요. 그러면 화낼 일도 없고 맞을 일도 없잖아요. 그게 지혜로운 사람이죠.”

“네, 스님. 그런데 옛날에 남편이 주식을 해서 재산을 다 까먹었는데도 이혼을 하면 현재 재산을 반으로 나눠야 됩니까?”

“네, 예전에 주식으로 잃은 건 아무 관계가 없어요. 현재 이혼할 때 남아 있는 재산이 기준인 거예요. 예전에 남편이 아무리 돈을 까먹었어도 그건 관계가 없어요.”

“네, 잘 알겠습니다.”

“잔소리한다고 남편이 그렇게 안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괜히 맞고 그렇게 하도록 하는 것보다 안 맞고 그렇게 하도록 하는 게 낫죠. 그러니까 잔소리 안 하고 놔두는 거예요. 그냥 ‘너는 너대로 살고, 나는 나대로 산다.’ 이러면 됩니다.”

“그래도 남편이 생활비는 또박또박 주니까요.”

“그러니까 질문자가 지금 맞으면서도 이혼을 딱 못 하는 이유는 생활비가 또박또박 들어오기 때문인 거예요?”

“네, 그거 때문이에요.”

“생활비 또박또박 받아먹고 잔소리하지 말고 사세요.”

“네.”(질문자 웃음)

“자기가 지금 밖에 나가서 돈 벌려고 해 봐요. 이제 늙어서 힘들어요. 남편은 자기 돈 자기가 쓰는 거니까 일절 잔소리하지 말고요. 또박또박 생활비 받고 사는 게 좋겠으면 밥 해주고 빨래해 주고 그냥 살면 됩니다. 만약 이혼을 하고 싶다면 증거를 딱 수집해서 이혼을 하시고요.

아들도 32살이면 성인이기 때문에 아들한테도 일체 관여를 하지 마세요. 아들이 여자한테 사기를 당하든지 어떻게 되든지 신경을 딱 끊어야 합니다. 그래도 아들이 여자하고 만나는 것만 해도 괜찮은 거예요. 세상에는 자식이 사람을 안 만나고 방구석에만 처박혀 있다고 걱정하는 부모들도 많아요.”

“돈 벌어서 맨날 그렇게 다 퍼주고 있는데요.”

“아들이 자기가 돈 벌어서 자기가 쓰는데 질문자가 무슨 상관이에요? 질문자가 관여할 일이 아닌 일에 자꾸 관여하기 때문에 이렇게 근심 걱정이 많은 거예요.”

“네, 잘 알겠습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제 얘기 들으면 기가 막힙니까? 이왕 사는 거 지혜롭게 살라는 말이에요. 제가 여러분들 보고 부처님 되라는 것도 아니고, 예수님 되라는 것도 아니잖아요. 자기를 위해 지혜롭게 살아라는 거예요. 자기를 잘 지키고 살아라는 얘기예요. 왜 자기가 자기를 괴롭히면서 바보같이 사는 거예요?”

“스님 말씀처럼 이혼을 하려면 폭력을 행사할 때 당하는 모습을 딱 찍어야 하는데 그건 하기 힘들 것 같아요. 남편이 생활비도 또박또박 주고 하니까 이렇게 속을 썩이면서 살아가는 게 맞을 것 같긴 해요.”

“아니, 속을 썩이고 살아가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에요. 속을 안 썩여야죠. 이혼 안 하고 밥 해 주고 세탁해 주고 생활비 받는 게 나아요, 아니면 이혼하고 재산 반반 나누고 직장 다니면서 생활비를 버는 게 더 나아요?”

“그러니까 지금 제가 엄청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이혼 안 하고 사는 게 훨씬 더 이득이 된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들이 거짓말하는 문제는 어떻게 할까요?”

“아들은 바른말을 하면 엄마가 싫어하니까 거짓말을 하는 거예요. 아들 문제에 관여를 안 하면 거짓말 안 하죠. 아들에 대해서 일체 묻지 않으면 거짓말도 안 하죠. 질문자가 물으니까 거짓말을 하는 겁니다.”

“다 거짓말이에요. 제가 보면 딱 거짓말인지 아닌지 알 수 있어요.”

“그러니까 묻지를 마세요. 질문자는 말만 안 하면 돼요. 할 일이 없으면 행복학교 진행자를 맡아서 진행이나 하고 재미있게 살면 되겠네요.”

“네.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3월에 입학을 받으니까 3월에 입학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질문자는 이혼은 못 할 사람이에요. 제가 이혼하는 방법을 딱 가르쳐줬는데 그걸 못 하겠다잖아요. ‘지금 같은 세상에 어떻게 맞고 사나’ 이런 생각이 들면 남편이 폭력을 행사할 때 바로 고발해서 이혼해 버리세요. 내가 청소부를 하고 살아도 맞고는 못 살겠다 이렇게 딱 인생관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아이고, 뭐 청소하고 여기저기 아르바이트 다니려면 귀찮다. 입만 다물고 있는 게 더 쉽다.’ 이렇게 생각하면 남편은 내버려 두고 그냥 자기 할 일 하고 사세요.”

“네,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대화를 다 마치고 나서 스님은 세상을 이롭게 하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 내가 내 인생을 존엄하게 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평화재단 통일의병 간담회

곧이어 오후 4시에는 평화재단 통일의병 운영위원회 구성원들과 온라인으로 간담회 시간을 가졌습니다. 통일의병들은 2023년 새해를 힘차게 출발하면서 어떤 마음으로 활동을 해나가면 좋을지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왜 통일의병을 만들었는지, 통일의병의 역할이 무엇인지 한 시간 동안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의병이란 상주하는 병사가 아니잖아요. 전쟁을 전담하기 위해 월급을 받고 전문적으로 훈련하는 병사가 아니고, 긴급 사태가 일어나면 소집해서 활동을 하고, 평화적인 상태가 되면 다시 돌아가서 농사를 짓는 사람이 의병입니다. 처음에 통일의병을 만들 때는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평화를 지켜야 된다는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통일의병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다가 2017년에 정말로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긴장이 고조되었고, 2018년에는 남북 화해가 이루어지면서 우리의 소원이 이루어진 것 같았지만, 그로 인해 정작 통일의병이 활동을 할 일거리가 없어졌습니다. 2019년부터는 아예 정체 국면에 들어가면서, 긴장이 고조되는 것도 아니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닌 상태가 지속되었습니다. 그래서 통일의병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통일의병의 역할

그러나 의병은 할 일이 없으면 자기 일에 충실하다가, 일이 있으면 탁 모이는 거예요. 그래서 평소에는 비상시를 대비해서 훈련과 확산 작업을 하고 있다가, 비상시에는 소집을 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할 일이 없는데도 자꾸 뭘 하려고 하다 보니까 이런저런 일을 자꾸 만들게 되고, 그래서 ‘그게 의병이 할 일이냐, 아니냐’ 하는 식으로 의견이 상충되는 일도 생겼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뿐만이 아니라, 옛날의 독립군이나 의병들도 다 그랬습니다. 비상시가 되면 일치단결해서 싸우는데, 평상시가 되면 의견 차이가 많이 생겼어요. 왜냐하면 정규군은 월급도 나오고, 훈련도 받고, 여러 가지 일이 있는데, 의병은 월급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도자가 서로 다른 의견들을 잘 수렴해서 설득할 것은 설득하고, 또 원칙을 지킬 것은 지키고, 포용할 것은 포용하고 해야 되는데, 처음 겪어보는 문제라서 약간의 혼란이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런 경험을 살려서 반성도 하고 통일의병이 모인 본래의 목적을 상기해서 일을 추진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화합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큰 걱정을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이제 한국 사회가 비상시로 진입해 들어갈 것 같기 때문입니다. 할 일이 없을 때 이러쿵저러쿵 하던 사람들이 할 일이 생기면 다 일거리를 하나씩 잡아서 해나가게 될 것이고, 뜻있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유리한 점도 많이 생겨날 것입니다.

정체성과 포용성

원칙을 지키자는 것이 오히려 너무 개인의 의견을 무시하고 강압적이 되면 민주적이지 못하게 되고, 또 민주적으로 하자고 자꾸 중구난방으로 의견을 모으면 의병의 정체성을 놓쳐버리게 됩니다. 왜 우리가 모였는지 놓쳐버리면 배가 산으로 갈 소지가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여러분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통일의병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입니다. 우리가 통일의병을 처음 만들 때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어떤 원칙을 갖고 활동을 하자고 모였는지, 목적의식을 분명하게 갖고 있어야 합니다. 통일의병은 단순히 일반 시민 단체처럼 활동을 하자고 모인 것이 아니에요. ‘의병’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유는 비록 시민 단체이지만 의기투합하는 군대적인 성격도 갖는 모임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평화를 지켜내고 통일을 추진하는 모임이라는 것과 의기투합을 하기로 했다는 정체성을 분명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둘째, 포용성을 갖는 것입니다. 정체성을 분명히 한 입장에서 이런저런 소소한 의견들은 어지간하면 모두 수용해서 가는 게 좋습니다. 확산을 시키기 위해서는 포용성 있는 운영이 필요하고,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목적의식을 분명하게 가져야 해요. 그러려면 책임을 진 사람들에게 반드시 권리가 주어져야 되고, 권리를 행사하려면 일정한 책임이 주어져야 합니다. 이런 관점을 가진다면 잘 해나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어서 누구든지 자유롭게 스님에게 궁금한 점을 물었습니다.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를 비롯하여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이 있었고, 이에 대해 스님이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간담회를 마치고 곧바로 오후 5시 30분부터는 인도 성지순례 실무준비팀과 회의를 했습니다. 둥게스와리 마을 주민들에게 만인공양을 할 때 현수막을 어떻게 설치할지 검토하고, 인도 현지에서 코로나 환자가 발생했을 때 대비책을 의논한 후, 성지에서의 프로그램을 점검했습니다.

오늘은 라즈길, 쿠시나가르, 룸비니, 쉬라바스티까지 이동하는 일정과 행사 일정에 대해 세부적으로 검토한 후 저녁 7시 30분에 회의를 마쳤습니다.

저녁에는 원고 교정과 여러 가지 업무들을 처리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외국인을 위한 즉문즉설 생방송을 한 후 상임 천일준비위원회와 회의를 하고, 오후에는 인도 성지순례 입재식을 온라인으로 진행한 후 결사행자회의를 하고, 저녁에는 일요명상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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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아

언니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저렇게 살지 말아야겠다고 수행의 과제로 삼고 살고 있습니다. 잘못했다는 생각이 전혀 없어서 이해가 안됐는데 그들의 성질대로 사는 것이었구나 싶습니다.
제 마음 공부에 집중하며 살아가겠습니다.

2023-03-08 17:53:36

이은정

스님 말씀처럼 지혜롭게 자신을 돌보며 살아갈께요~^^

2023-03-01 15:15:03

김희복

스님 감사합니다~()

2023-01-24 20: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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