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님은 오늘 행자들과 새해맞이 천마산 능선을 타기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함께 가려던 행자들에게 갑자기 다른 일정이 생기자, 스님도 일정을 맞추었습니다.
아침 시간이 생기자 스님은 회의 자료도 검토하고, 원고 교정도 하고, 수업자료도 살피면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이것저것 소통하고 살피고 처리하다 보니 벌써 저녁 명상 방송 시간이 되었습니다.
8시 10분쯤, 스님은 방송실에 들어와 가사 장삼을 수하고 명상 자리에 앉아 방송을 준비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2023년 새해 첫날입니다. 2000년을 맞으며 밀레니엄이라고 하면서 축제가 대단했는데 어느덧 23년이 지나가고 있네요. 순간순간은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만 지나고 보면 10년 20년이 순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제나 오늘이나 똑같은 날인데 어제는 연말이라 하고 오늘은 새해 새날이라고 합니다.
어제나 오늘이나 같은 해가 뜨는데 오늘은 일출 구경한다고 사람들이 많이 모였습니다. 더 진실을 말하면 해는 본래 뜨는 바도 없고 지는 바도 없습니다. 우리 눈에 보였다 안 보였다가 할 뿐입니다.
매일 똑같은 날인데 왜 오늘은 새로운 날일까요? 어제와 오늘은 세상에 아무 변화가 없는데 변한 게 있다면 내 마음가짐입니다. ‘오늘 새해다!’ 하는 생각과 마음이 일어났기 때문에 새해, 새날입니다. 그러니 늘 마음을 새롭게 가지면 매일 새해 새날을 맞을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옛 스승들은 ‘모든 것이 다 마음이 짓는다’ 말했습니다. ‘부처님이 마음 밖에 있는 게 아니고 내 마음 깨달으면 부처고 내 마음 어리석으면 중생이다.’ 말했습니다. ‘수행자와 승려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내 마음 청정하면 승려고, 내 마음 청정하지 못하면 범부이다’고 말했습니다. ‘극락과 천당은 저밖에 다른 세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괴롭지 않으면 천당이고 내 마음이 괴로우면 지옥이다’ 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은 다 마음이 짓는바’라고 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고 싶으면 생각과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면 됩니다. 생각과 마음이 일어나지 않으면 됩니다."
"그러면 이 마음과 생각을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요? ‘생각이 없다, 마음이 없다.’ 하는 것은 생각이나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일어나더라도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냥 바람 소리처럼 내버려 둔다. 관심을 두지 않는다. 다만 들숨과 날숨만 알아차린다. 어떤 생각이 일어나든 어떤 마음이 일어나든 거기에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생각과 마음에 내가 관여하지 않는다. 이것이 생각이 없는 상태, 마음이 없는 상태입니다.
여러분들이 이렇게 편안하게 앉아서 눈을 지그시 감고 아무 생각 하지 않고 오직 숨이 들어올 때 들어온 줄 알고, 나갈 때 나가는 줄 알고 있으면 시간도 공간도 초월하고, 괴로울 일도 즐거울 일도 없고, 모든 것이 다 사라져 버립니다.
이렇게 편안히 앉아서 오직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리고 있으면 성인도 없고 범부 중생도 없고, 옳은 것도 없고 그른 것도 없고, 선도 없고 악도 없고, 잘한 것도 없고 잘못한 것도 없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괴롭다 슬프다 밉다 힘들다 하는 것은 다 생각이 짓는 바입니다. 모든 생각 내려놓고, 모든 것이 초월 된 상태에서 스스로 편안할 때 이것이 붓다입니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어떤 감정에도 의미 부여하지 않고, 머릿속에서 이것저것 생각하는 것에도 아무런 의미 부여하지 않고, 그저 바깥에 새소리 바람 소리처럼 내버려두고 오직 코끝에만 관심을 두고 숨이 들어올 때 들어오는 줄 알고 나갈 때 나가는 줄 안다.
호흡만 알아차린다.
우리는 마음이 짓는 허상을 진짜로 알고 옳으니 그르니, 맞느니 틀리느니 온갖 분별 망상을 일으키며 괴롭게 살고 있습니다. 마음이 짓는 것은 다 꿈 같고, 아지랑이 같고, 물거품 같은 환상입니다. 그러니 거기에 집착하지 말고 다만 들숨과 날숨에만 깨어있습니다. 편안한 가운데 동작도 생각도 멈추고 그 어떤 것에도 관심 두지 않고 의미 부여 하지 않고 오직 호흡만 알아차릴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