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12.24. 결사행자회의
“일상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이 수행자의 일상입니다”

두북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두북수련원의 복도는 한 발짝 나가기가 무섭게 꽁꽁 얼어있습니다. 오늘은 아침에 결사행자회의가 있었습니다.

“제가 있는 이곳은 남부 지방인데도 오늘 아침 기온이 영하 9도 10도까지 떨어지고 있습니다. 어제는 바람도 아주 많이 불어서 여러 군데 설치해놓은 것들이 다 날아가 버렸습니다.

지금은 1차 만일 회향 기간입니다. 3년 만에 한 번 있는 짧은 휴식 시간이지만, 우리는 앞으로 있을 길게는 만 일, 짧게는 천 일 동안 우리가 해야 할 모든 것을 결사행자회의에서 결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열리던 결사행자회의가 이제 매주 두 번씩 열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들 바쁘신 중에라도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이자 권한인
새로운 만일과 천일을 준비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스님은 아침 일찍부터 모인 70여 명의 결사행자들과 함께 2차 만일을 한 발짝 먼저 걷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오전 8시에 시작한 회의는 4시간이 지난 후에야 끝이 났습니다. 점심을 먹고 스님은 오후부터 다시 원고 교정과 여러 가지 업무를 소통하고 처리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는 날이라 지난 11월 26일 천일결사 기도 토요 법문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아침 기도 잘하셨습니까 이제 천일 결사가 일주일 하고 하루 남았습니다. 30년 전에 시작한 제1차 만일 기도도 이제 회향을 8일 앞두고 있습니다. 옛날에 이런 말이 있죠. ‘다 된 밥에 코 빠진다.’

방심하다가 정진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긴장하지 않고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그러나 꾸준히 정진하는 것을 놓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회향해도 법회가 열리느냐? 회향해도 기도를 해야 하느냐? 회향해도 활동을 해야 하느냐?’ 이렇게 묻는 분들이 있는데 ‘회향 해도 밥을 먹어야 하느냐? 잠을 자야 하느냐? 똥을 누어야 하느냐?’ 이런 질문만큼 어리석은 이야기입니다.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나, 입재를 하나 회향을 하나 일상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이 수행자의 일상입니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수행 정진하는 것은 입재, 회향에 관계가 없습니다. 한 번 입재했으면 살아있는 한은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수행정진 입니다.

수행정진을 ‘일정한 기간을 정해놓고 해보자’ 하는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입재’를 두는 이유는, 수행 정진을 처음 하는 사람들이 발심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차원의 것입니다. 반대로 수행을 중도 포기하려는 사람에게는 ‘회향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힘을 내서 하자’하고 고비를 함께 넘어가기 위함입니다.

‘법회’는 정해진 시간에 계속됩니다

우리가 매일매일 수행 정진을 하기 위해서 ‘일주일에 한 번은 부처님 법에 대한 자각을 새롭게 하자.’ 하는 것이 ‘법회’입니다. 그래서 입재, 회향과 무관하게 법회는 매주 정해진 시간에 계속됩니다.

회향은 ‘결의했던 기도 기간이 끝났다.’ 하는 것이지 불교대학 수업이나, 경전대학 수업이나 행복학교 수업처럼 마치는 것이 아닙니다. 불교대학은 불교대학대로 경전대학은 경전대학대로 행복학교는 행복학교대로 정해진 시간까지 계속됩니다. 우리들의 일상은 그대로 이어집니다.

‘기도’는 내가 꾸준히 해 나가는 것입니다

‘약속’이라는 것은 상호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약속은 하기도 하고 끝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수행’이라는 것은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길입니다. ‘수행정진’은 내가 꾸준히 매일매일 해 나가는 것입니다. 수행적 관점에서 보면 나날이 같은 날인데 입재가 어디 있고 회향이 어디 있겠습니까? 늘 같은 날일 뿐입니다.

그러나 ‘일’ 차원에서는 입재하면 시작을 하고 회향하면 끝맺음을 하고, 재정비를 해서 다시 새로운 일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 나가니까 ‘일의 본상'에서는 지난 만일을 마무리 짓는다. 지난 천일을 마무리 짓는다, 이렇게 말할 수가 있겠습니다.

우리가 천일이라는 임기를 두고 선출한 임원들은 12월 4일에 임기를 마치게 됩니다, 다음날부터 새로 선출하기까지 중간 기간은 대행자가 대행하지만,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 임원은 다음 임명이 있을 때까지 소임을 지속 합니다. 2월에 새로운 임원이 선출되고, 각종 임명직이 임명되면, 새로운 사업들이 출발하는 3월 전까지 임무 교대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정토회는 실질적인 임무 교대가 주로 2월 중에 대다수 이루어지고, 3월부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투표해서 선출하는 선출직에 대한 임기는 입재하면서 시작되고 회향하면서 마치지만 임명직은 다음 임명이 있는 2월까지 계속 됩니다. 이것을 천일결사 회향하면 쉬는 것으로 잘 못 이해하는 분이 가끔 있는 것 같습니다.

정진할 때는 늘 그만두고 싶은 유혹이 있습니다.

‘방해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방해 가운데에도 사람이 원이 크면 이겨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절망’이라는 겁니다.
‘과연 이렇게 한다고 뭐가 되겠느냐?’ 하는 그 절망은 이 세상의 어떤 폭력적 탄압보다도 이 세상의 어떤 쾌락적 유혹보다도 수행자에게는 큰 장애가 됩니다. 우리는 어려움이 있어도 희망의 불빛이 있다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왕 파순이 부처님의 그 작은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려고 이렇게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 ‘네가 지난 6년 동안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깨닫지 못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어떻게 지금 이렇게 한가하게 수행해서 깨달음을 얻을 수가 있겠느냐.’

유혹과 욕망을 따르거나 욕망을 억제하는 쾌락과 고행의 길로는 자유와 해탈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그 두 길을 떠난 ‘중도’라는 새로운 길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마왕 파순은 이 도리를 알지 못하죠.
마왕 파순은 또 말합니다 ‘그래 성불하기도 힘들지만, 또 한다고 무엇 하겠느냐?’ 이것도 역시 욕망 세계의 관점, 파순의 관점에서 하는 이야기입니다.

즉문즉설에서도 ‘수행 정진해서 뭐 합니까? 해탈해서 뭐 합니까?’ 이렇게 질문하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욕망 세계에서는 욕망을 이루지 못해서 괴롭고 그 욕망을 이룬 뒤에는 ‘내가 이거 하려고 그렇게 고생했나?’ 하고 후회합니다. 그러나 해탈이라는 것은 그렇지 않습니다.

부처님도 해탈과 열반에 도달하기 전 마왕의 이러한 유혹에 회의가 들었습니다. 그래서 좌절하고 절망하려는 순간, 부처님은 다시 출가할 때의 서원을 떠올렸습니다. 어릴 때 경험했던 사문유관, 그리고 자신이 지금까지 정진해 왔던 대승의 열 가지 십바라밀을 수행하여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고비를 넘겨서 성도하는 장면이 다가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오는데 정진을 놓치지 않고 해오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격려를 드립니다. 또 만일 결사를 꾸준히 정진하며 그리고 세상을 거슬러서 여기까지 활동해 온 모든 정토행자에게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수행 정진하시기를 바랍니다.

내일은 12월 25일 크리스마스입니다. 스님은 외국에서 찾아온 손님을 맞아 경주 남산을 순례 하는 일정이 있습니다.

전체댓글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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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수행은 죽을때까지 아니 영원히

2023-04-01 07:40:03

도수

정말 핵심중에 핵심인 법문을 들은듯합니다. 스님의 하루 감사합니다

2022-12-29 20:13:33

고경희

일상, 절망

2022-12-29 06:5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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