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정토회 활동가들은 3년 천일결사를 마치고 10일간 휴식에 들어갑니다.
매일 끊임없이 움직이던 모자이크붓다가 당분간 모든 소임과 업무를 내려놓고 휴식하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스님의 하루 팀도 휴식에 들어가서 전하는 소식이 간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스님은 오전 8시부터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상임천준위회의를 마치자마자 연이어 10시부터 기획위원회 회의를 하고 점심도 거른 채 12시에 성지순례 준비팀과 회의를 했습니다.
오후 2시가 되어서 스님은 즉문즉설 방송을 하기 위해 서울에서 두북으로 이동했습니다. 휴게소에서 간단히 우동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6시 30분에 두북수련원에 도착하였습니다.
“스님 오셨어요!”
“예”
두북에 혼자 남아 방송을 준비하던 행자가 반갑게 인사를 드리자 스님도 웃으며 답했습니다.
7시 30분에 금요 즉문즉설이 시작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해서 가수 이수빈 님의 캐럴 노래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선사하니, 유튜브 댓글 참가자들의 반응도 쑥쑥 올라왔습니다.
캐럴 노래가 끝나자 스님도 활짝 웃으며 인사를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기쁜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춥죠? 저도 지금 서울에서 내려오는데 바람이 아주 세서 차가 휘청휘청 했습니다. 제가 있는 이곳은 폐교를 활용하고 있는 두북 수련원인데, 학교 교실 추운 거 아시죠? 엄청나게 춥네요.”
성탄 축하와, 추위 속 안부를 묻는 스님의 인사에 이어서 질문자들의 질문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를 제대로 돌 볼수 없어서, 아이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과 친오빠로부터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당하였고 10살 때 부모님은 결국 이혼하셨습니다. 수년 전, 친모의 무차별 폭언으로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겉돌다가 친오빠의 지인에게 성폭행당하기도 했습니다. 가족을 신뢰하지 않아 말하고 싶지 않았고, 가해자도 신고하지 못했습니다. 그 후 집을 나와 가족과 인연을 끊고 정신과를 다니며 지냈습니다.
몇 년 후 이 모든 것을 이해해 주는 남편과 시댁을 만나 아이까지 낳았지만 제 마음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정신과 치료를 꾸준히 받고 있지만 아기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매일 아픕니다. 아기에게 가장 미안하고 남편과 시어머니께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지내야 할지 어렵습니다. 자꾸 친모를 데리고 함께 죽고만 싶어지는 제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용기 있게 질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 어려움을 겪고 나서도 안 죽고 살았다. 이게 제일 중요합니다. 질문자가 어머니하고 같이 죽는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겠어요? 질문자의 아기만 엄마를 잃지요. 질문자가 엄마에게 학대받고 고생했다면 내 아이는 엄마에게 학대받지 않도록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내가 엄마에게 학대 받았다는 생각에 빠져서 내 아이를 팽개친다면, 내 아이도 엄마를 잃고 평생 외롭게 한을 품고 살아야 하잖아요. 이렇게 까르마가 대물림하게 됩니다. 나는 나대로 한이 있어서 죽어서라도 풀려고 하지만 아이는 어떻게 해요? 나는 아이가 있는 엄마잖아요.
엄마는 내 문제보다는 내 아이 보호하는 것을 더 소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나는 상처를 입었지만 내 아이는 상처를 입지 않도록 하겠다. 나는 버림받았지만 내 아이는 버림받지 않도록 하겠다.’ 엄마는 이게 더 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어릴 때 학대받고 폭행당했지만, 그 고통은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이잖아요. 지나가 버린 일을 가지고 괴로워하면 나의 현재와 미래 인생이 불행해져요.
그러니까 그들이 과거에 나에게 고통을 준 것은 잘못이지만 과거의 문제로 지금의 내가 괴로워하는 것은 내가 나를 괴롭히는 것이지 그들이 나를 괴롭히는 게 아닙니다.
지금 질문자는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거예요. 그들이 지금도 질문자를 계속 학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과거의 그 기억 때문에 질문자가 지금 괴롭잖아요.
그러면 지금은 질문자가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겁니다. 이것이 어리석다는 거예요. 이것을 깨닫고 ‘너희들이 나를 어떻게 했던지, 나는 나를 불행에 빠뜨리지 않겠다.’
‘너희들이 나를 성추행하고 학대했다 해도 내 몸과 마음은 더럽혀지지 않았고, 나는 그것을 이겨내고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다’ 이렇게 해야지, 그들에게 한을 품고 내가 불행하게 살아버린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겁니다.
그때 엄마도 지금의 질문자 나이밖에 안 되었을 거예요. 아버지가 매일 술 먹고 가정폭력을 행하고 경제적으로도 살기가 힘들어서 어린아이에게 악을 쓰다 보니 피해자가 생긴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질문자는 엄마가 한 행동과 지금 똑같이 하고 있는 겁니다.
엄마가 잘했다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엄마를 이해하는 게 필요해요. 이해함으로써 내 상처를 치유해야 합니다. 그리고 성추행을 한 사람은 경찰에 고발했으면 이제 법의 판단에 맡겨야 합니다. 질문자가 그 일에 매달려서 자기 인생을 망치고 내 어린아이 인생을 망친다는 건 어리석은 짓입니다.
질문자는 지금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정신과 치료를 받고 아이를 잘 돌보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편과 시어머니와 잘 살면 돼요. 그들이 애정을 갖고 질문자를 보살펴 주고 있다면 질문자가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이 그들의 사랑에 대해 보답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보살펴줘도 괴로워하고, 치료 효과도 없으면 그 사람들도 결국은 지치게 되는 거예요. 그들이 ‘도저히 안 되겠다.’ 하고 질문자를 포기하면 새로운 불행을 야기하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은 그것이 다 지나간 사건이니 거기에 한을 갖고 사는 것은 자기 인생을 불행하게 하는 거예요.
내가 엄마한테 피해자라면서 나 또한 내 아이한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은 고통을 대물림하는 것입니다. 이런 행위는 어리석다 하는 것을 확실히 알아야 합니다.
엄마도 알고 보면 사실은 피해자예요. 엄마의 부모에게서, 이와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난 또 다른 피해자였고 그래서 힘들게 살다 보니 또 내가 피해를 입었어요. 그러니 ‘엄마도 참 힘들었겠다’하고 이해해보세요. 질문자도 지금 얼마나 힘들면 아이를 팽개쳐 놓고 이러겠어요.
그러나 아이를 가진 엄마는 이걸 넘어서야 합니다. 아이 입장에서 엄마는 신과 같은 존재입니다. 모든 걸 다 이겨내고 아이를 보살펴야 해요. 그렇게 해서 내가 이 나쁜 까르마의 흐름을 나의 대에서 끊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오늘 법문 잘 듣고 아이를 잘 보살펴야 합니다. 그리고 나를 이해하고 보살펴준 남편과 시어머니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나 상처가 깊어서 쉽지 않으니까 의사의 도움을 받고 치료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엄마의 불행했던 인생을 이해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또 누가 나를 성폭행했다고 내 몸은 더러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내 몸은 누가 축복을 해줬다고 성스러워지는 것도 아닙니다. 이 몸은 ‘불구부정’이에요. 더럽히려야 더럽힐 수 없고 성스럽게 하려야 성스럽게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과거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그것은 범죄로 인한 피해자니까 현재 주어진 법에 따라 처리하면 됩니다.
우선 자기 자신부터 살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게 필요해요
부모, 형제가 어리석었다고 해서 그 어리석은 것을 내가 똑같이 반복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니 복수하겠다는 생각을 딱 내려놓고 질문자 중심으로, ‘지금 현재 나는 사랑받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질문자는 아무 문제도 없어요. 과거에 나쁜 꿈을 조금 꾸었을 뿐입니다. 악몽을 조금 꿨을 뿐인데, 지금 깼으니까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 웃어 봐요. 울지 말고, 아무 일도 아니에요. 그리고 질문자는 좋아질 거예요. ”
“왜 그러냐 하면 이런 얘기를 드러내놓고 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런데 질문자가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놓고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내가 여기서 벗어나고 싶다’ 하는 열망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스님이 치료해 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자의 열망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좋아질 거예요.”
“그러니까 계속 자신의 인생을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앞으로 이 어려움을 이겨내서 행복하게 살면, 질문자가 세상 사람들에게 할 일이 많아질 수 있습니다. 성폭행당한 사람, 어릴 때 학대받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어요.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해주고, 그들도 나처럼 극복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습니다. 극복하고 나면 질문자가 세상에 큰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잘 살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하다면서 또 울어요. 웃어 봐요. 웃는 게 좋아요. 자꾸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어려움을 조금 겪었지만, 현재 나는 아무 문제 없다.’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악몽을 꿨을 뿐이다. 고생을 조금 했을 뿐이다.’ 이렇게 지금을 긍정적으로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내일은 아침에 결사행자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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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저는 아버지란 사람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람입니다. 그 판단마저 못하고 있다가 수행을 통해 마음의 힘을 회복하고 제가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인식할수있었습니다. 인식한것만으로 나와 화해할수있었습니다. 저도 희망이되기위해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05-08 09:31:03
지나가다
스님 말씀 감동이네요
글로 읽어도 눈물이 쏙 나오네요
2023-01-14 08:49:24
연화행
질문자님의 용기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울지말고 웃어봐요 아무일도 아니고 앞으로 좋아질거라는 스님 말씀처럼 되어질 질문자님 응원합니다
스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