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12.21 종교인 모임, 수행법회, 평화연구세미나
“중학생 딸이 인터넷으로 남자들과 만나는 것 같아요,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오늘은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평화재단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눈이 많이 와서 김명혁 목사님께서 늦으셨습니다. 대신 박경조 주교님의 식사 기도와 함께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차담을 나누는 사이 도착한 목사님께 다시 기도를 부탁드렸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죄와 허물 밖에 없는 우리들을 보살펴주시고, 십자가의 피를 통해서 우리들의 모든 죄를 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가 하나님의 심부름꾼이 되어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일할 수 있게 해 주신 은혜에 감사합니다. 북한 주민들에게까지 어떻게 하면 사랑과 도움의 손길을 펼칠 수 있을까 오늘도 대화하고 의논합니다. 하나님께서 늘 함께해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멘!”

오늘은 김명혁 목사님이 ‘올바른 예배와 잘못된 예배’라는 제목으로 여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성자 예수님께서는 잘못된 예배를 드리는 것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셨습니다.

‘인자가 자기 영광으로 모든 천사와 함께 올 때에 모든 민족을 그 앞에 모으고 각각 분별하기를, 목자가 양과 염소를 분별하는 것 같이 하여, 양은 그 오른편에, 염소는 그 왼편에 두리라. 그때에 임금이 그 왼편에 있는 자들에게 이르시되...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지 아니하였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지 아니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지 아니하였고, 벗었을 때에 옷 입히지 아니하였고, 병들었을 때와 옥에 갇혔을 때에 돌아보지 아니하였느니라.

저희도 대답하여 가로되, 우리가 어느 때에 그랬습니까. 이에 임금이 대답하여 가라사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하지 아니한 것이 곧 내게 하지 아니한 것이니라 하시니 저희는 영벌에, 의인들은 영생에 들어가리라 하시니라.‘

오늘 모인 우리들은 형식적 예배에 그치지 않고 불쌍한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과 도움의 손길을 펴는 귀중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다가 죽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스님은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나서 곧바로 대답했습니다.

“목사님, 그 구절이 제가 성경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입니다. 마태복음 25장 31절부터 46절까지 맞죠?”

“그래요? 마태복음 25장 31절이 맞네요.” (웃음)

스님이 성경을 정확하게 외우고 있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저희들은 좋은 일을 많이 해놓았으니까 천국 가는 것은 따 논 당상이에요.” (웃음)

이어서 최근에 일어난 사회 현상을 지켜보며 느낀 점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진보와 보수의 분열, 청년들이 종교로부터 멀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박경조 주교님은 공공의 가치가 무너져가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습니다.

“갈수록 공공의 가치가 무너지고 각자도생의 길을 가려는 흐름이 더 강해지는 것 같아요. 신문을 보다 보면 저의 마음속에도 상대를 혐오하는 마음이 있더라고요. 또 상대방 입장에서는 저 같은 사람을 향해서 또 증오심을 가질 것이잖아요.

그러나 희망도 또 있어요. 기독교도 박해를 받던 시절에는 순수성이 지켜지다가 로마에서 국교로 공인이 되면서 종교와 권력이 야합을 하게 되었거든요. 그것처럼 지금 같은 시대야말로 오히려 종교가 외면받기 때문에 초기 정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기도 하거든요. 영국에서는 결혼한 사람들과 홀로 사는 사람들이 신수도원 운동을 일으키고 있어요. 공동의 지향을 갖고 삶 속에서 신앙을 실천하는 운동이에요.”

김홍진 신부님이 주교님을 말을 받아서 웃으며 이야기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그런 운동을 하는 모임이 있는데요. 정토회요.” (웃음)

스님도 말을 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종말론적 사고방식이 젊은이들에게 상당히 먹혀들고 있는 것 같아요. 젊은이들이 좋은 대학을 나와서 좋은 직장을 못 가지면 앞이 암담하잖아요. 그런데 이 세상이 곧 사라진다고 하고, 믿음을 가진 사람만이 휴거를 한다고 하니까, 가진 게 없는 젊은이들에게는 희망이 되는 것 같아요. 주변에 돈 많이 버는 친구들은 다 죽게 되고, 성경 구절처럼 앞서 간 사람이 뒤로 가고, 뒤에 가던 사람이 앞서 가게 되니까요. 실의에 빠진 사람들이 여기에 몰려들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핍박을 받기 때문에 엄청난 동료 의식을 느끼고 서로 뭉치게 되거든요. 이런 모습들은 일종의 사회 현상이라고 봐야지 사이비라고 치부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청년들의 고민과 어려움, 종교의 역할, 등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마지막으로 남북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폴란드의 한국 무기 수입, 우크라이나 전쟁,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관계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동아시아 정세와 세계적인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오늘 대화를 마무리하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남북 관계를 늘 남북문제로만 생각하고 봤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세계정세는 남북문제로만 보면 남북 관계를 전혀 해결할 수 없다는 겁니다. 동아시아의 역학 관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명사적 변화 속에서 남북 관계가 어떻게 규정되고, 우리는 그 속에서 어떤 해결책을 찾을 것인지, 이런 관점에서 봐야 할 것 같아요. 이제는 남북 관계만 갖고는 더 이상 해결책이 없다고 봐요. 우리의 시야를 남북문제에서 동아시아로 넓히고, 세계의 변화를 보면서 그 속에 남북 관계가 어떻게 규정될 것인지를 살펴보는 눈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당분간 연초까지는 내부 토론을 더욱 깊이 있게 하기로 하고 종교인 모임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종교인 분들을 배웅한 후 눈길을 걸어 서울 정토회관으로 향했습니다. 골목마다 눈이 많이 쌓이고 얼음이 꽁꽁 얼어 있었습니다.

오전 10시부터는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정토회 대표 대행을 하고 있는 무변심 법사님이 인사말을 하고, 회원들을 대표해서 한 명이 한 해를 돌아보는 수행담을 발표했습니다.


이어서 스님도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가장 큰 변화는 온라인 정토회가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눈 오는 날 여러분이 따뜻한 집이나 사무실에서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도 있는 건 온라인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조금 전에 수행담을 말씀해 주셨는데요. 이렇게 부처님 법을 만나서 본인도 행복하고, 가정도 더 화목해지고, 세상에도 도움이 되고, 삶이 조금씩 나아져 가는 모습이 보여서 지켜보는 저도 기쁩니다.

세상살이가 힘들다고 하죠. 오늘도 종교인 모임에서 요즘 인생살이가 힘들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인생살이는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힘든 측면도 있어요. 그러나 또 눈을 돌려 주위를 돌아보면, 작은 벌레도 잘 살고 있고, 작은 동물들도 다 무난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사람이 사는 게 힘들다고 한다면 좀 맞지 않는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삶이 객관적으로 힘든 게 아니라 우리의 생각이나 마음이 힘든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세상이 복잡하다고 하지만, 세상은 복잡했던 적이 없습니다. 늘 그랬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여러분이 가진 틀, 즉 여러분이 세상을 이해하는 틀이 세상과 안 맞아서 이해가 안 되니까 ‘세상이 복잡하다’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어떤 일이 어렵다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익숙하지 않아서 어렵지, 그 일 자체가 어려운 건 아닙니다. 다만 ‘내 마음이 힘들다’ 이렇게는 말할 수 있겠죠.

정토회는 수행 공동체입니다. 수행을 목표로 하는 모임이에요. 다른 활동도 하지만, 가장 기본 바탕은 자기 마음을 잘 관리해서 인생살이가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하도록 하는 거예요. 이것이 가장 큰 목표이자 기본 바탕입니다. 이런 바탕 위에서 세상에 조금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외부의 누가 지원해 준 덕에 정토회가 여기까지 온 게 아닙니다. 정부나 재벌 기업이 재정을 지원해 준 것도 아니고, 뛰어난 누군가가 여기 와서 월급을 받고 일해서 이렇게 성장한 것도 아니에요. 바로 여러분이 작은 돈이지만 보시해 주신 것과 작은 시간이지만 봉사해 주신 것이 모여서 오늘의 정토회를 일구어냈습니다. 정토회는 외부의 어떤 사람, 어떤 단체, 어떤 것의 도움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토회 회원 여러분에 의해서 유지되고 발전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도반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도반들도 다 그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지난 한 해 동안 정토회에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본인에게 소중한 돈을 보시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그리고 바쁜 중에 시간을 내서 그 무엇이든 봉사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오늘 수행법회는 송년법회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 해를 돌아보며 누구든지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소감을 말하거나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의 도움을 받아 인생이 행복해졌다며 감사의 마음을 많이 이야기했습니다.

“아이 문제로 즉문즉설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그때 제가 감사하다는 말씀을 안 드렸던 것 같아 마음에 걸렸어요. 그래서 올해가 가기 전에 스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올해는 남편도 많이 아팠고 언니도 많이 아팠는데, 그 시기를 너무 잘 넘겼어요. 예전 같았으면 ‘힘들다. 올해는 일이 너무 많다’ 이렇게 투덜거렸을 텐데, 당시에는 좀 힘들었었지만 지나고 보니까 잘 넘긴 제 자신이 좀 뿌듯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었는지 생각해 봤더니 정토회의 1만 명 전법의 수혜자가 바로 저였어요. 정토회에서 진행한 1만 명 전법을 통해서 제가 불교대학에 들어갔습니다. 정토회 회원 분들과 법사님들께 감사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

감사 인사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스님이 말을 이었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잘 들었습니다. 감사를 표하는 분들의 얼굴이 밝아서 좋네요. 듣는 분들의 입장에서도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전법하라고 하면 힘들고, 어렵고, 약간 종교성을 강조하는 것 같다는 의심도 들고, 저항도 있을 거예요. 그러나 행복학교를 만나든 불교대학을 만나든 이렇게 본인의 삶이 변해가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본인에게도 복이지만 전법을 한 우리에게도 기쁨입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큰 이득이고요.

나에게도 좋고 남에게도 좋은 길

그러니 우리가 이 좋은 법을 나만 간직할 게 아니라 이웃과 함께 나누는 게 필요해요. 이것을 기독교식으로 표현하면 ‘복음(福音)’이라고 하죠. 기쁜 소식, 반가운 소식이라는 뜻입니다. 이 기쁜 소식을 이웃과 함께 나누어가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불평불만 속에 살았는데 이 법을 만나고 돌이켜 보니까 그렇게 불평불만할 일이 아니구나.’

‘내가 꼭 그렇게 불행한 사람이 아니구나.’

‘우리 부모님은 꼭 그렇게 미워해야 할 대상이 아니구나.’

이렇게 우리가 조금씩 자각해 나간다면 나의 존재에 점점 더 자존감이 생기고, 내 마음도 갈등이나 미움이나 시비 같은 것이 좀 적어져요. 꼭 기분이 좋아서 날아갈 것 같은 기쁨은 아니지만, 평정심이 점점 커져가게 됩니다. 이런 좋은 법을 오늘날 모든 사람들이 종교와 국적, 성별에 관계없이 공부한다면 그들에게도 좋은 일이고, 사회에도 좋은 일이고, 나라에도 좋은 일이에요.

이렇게 개인이 점점 행복해지면, 동시에 오늘날 인류 사회가 안고 있는 기후 위기 등 각종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과소비를 지양하고 검소하게 사는 생활방식을 확대시키고, 검소하게 사는 가운데 자금이나 물품 여유분이 생긴다면 세계 극빈자들을 돕는 데에 사용하고, 또 이런 좋은 마음으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 즉 상대를 죄악시하거나 악마시하지 않는다면 전쟁과 같은 극악한 충동적 행동은 하지 않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 사회를 좀 더 평화롭게 만들어 갈 수 있어요.

지금도 좋고 나중도 좋은 길

이처럼 이 법은 나에게도 좋고 남에게도 좋고, 지금도 좋고 나중도 좋은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법을 공부한다는 것에 대한 자긍심을 가져야 합니다. 꼭 ‘남을 도와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더라도 내가 검소하게 살고 다른 사람을 겸손하게 대하면 그게 곧 다른 사람과 나눠 가지는 삶이 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사람답게 사는 것, 다시 말해 스스로 생각해도 후회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은 꼭 천국이나 극락을 기대해서 좋은 게 아니라 현재도 좋고 나중도 좋은 거예요. 천국이나 극락이 있다면 이런 사람은 부처님의 가르침에서든 예수님의 가르침에서든 천국이나 극락에 마땅히 갈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여러분이 조금 더 수행적 관점을 가지고, 또 시간 나는 대로 작은 것이라도 나누고 봉사하는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이어서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도 받고 대화를 나눈 후 수행법회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회원들은 모둠별로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여 한 해를 돌아보는 마음 나누기를 이어나갔고, 스님은 방송실을 나와 다시 평화재단으로 향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1시부터는 평화재단 연구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산업경쟁력연구본부에서 신산업연구실 전문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양팽 님을 초청하여 ‘한국 반도체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발표를 듣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김양팽 연구원님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을 이야기한 후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조망해 주었습니다. 오늘은 강의 끝에 따로 토론 시간을 가지지 않고, 중간중간에 궁금한 점을 질문하며 강의를 이어갔습니다.


스님은 발표 내용을 경청하며 몇 가지 질문을 했고, 평화재단 연구위원들도 평소에 궁금했던 점과 남북 관계의 입장에서 어떤 활로를 모색해 볼 수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강의만으로 세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세미나를 마치고 곧바로 오후 4시부터는 평화재단 기획위원들과 회의를 했습니다. 두 시간 동안 회의를 한 후 스님은 다시 서울 정토회관으로 돌아왔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에는 저녁반을 위한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오전처럼 송년법회 형식으로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회원들의 소감문 발표를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송년 법문을 한 후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누구든지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딸이 사춘기인데 성인 남자와 접촉을 하는 것 같다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중학생 딸이 인터넷으로 남자들과 만나는 것 같아요, 어떡하죠?

“기도를 할 때 ‘지금 이대로 괜찮습니다’라는 말씀이 있는데요. 지금 큰 아이가 조금 방황하고 있어서 사실 마음 한쪽에서는 별로 안 괜찮다는 마음이 들어요. 그런데도 기도를 하면서 ‘지금 이대로 괜찮습니다’라고 하려니 괜히 제 마음을 좀 속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이대로 괜찮습니다’라는 말의 진정한 뜻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렇게 기도를 하면 제게는 어떤 효과가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아이가 어떤 상태인데요?”

“중학생 여자 아이인데, 인터넷으로 남자아이들과 접촉도 하고, 전화도 하고, 가끔씩 만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엄마인 질문자가 그런 건 안 좋으니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충분히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왜 엄마가 얘기했는데도 그렇게 할까요?”

“아이 스스로 느끼는 어떤 공허함이 있는 것 같아요. 아이와 이야기 나눌 때는 계속 잘못했다고도 하고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고도 얘기를 합니다. 제가 아이의 인정 욕구를 채워주지 못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들어요. 아이가 어릴 때 ‘잘한다’, ‘예쁘다’ 이렇게 해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했거든요. 인터넷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다들 예쁘다거나 좋다고 해주니 거기에 혹시 빠진 건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질문자가 볼 때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면 먼저 의사 선생님이나 청소년 아동 심리 전문가에게 질문자가 상담을 해보세요. 그런 뒤에 아이가 그 선생님과 상담을 하도록 해서 아이가 지금 어떤 욕구불만이 있어서 심리가 불안한지를 먼저 파악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보통은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같이 먹거나 산책을 하는 등 편안한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대화를 나눠보면 도움이 됩니다. 그럴 때 ‘이건 된다’, ‘이건 안 된다’ 이런 말은 하지 마세요. 엄마가 먼저 ‘이건 된다, 안 된다’ 하고 단정을 하고 만나기 때문에 아이는 엄마하고 얘기하기가 싫고 말문을 닫아버리게 됩니다. 솔직하게 얘기하라고 해놓고, 막상 얘기를 하면 ‘그래도 네가 그럴 수 있느냐!’ 이렇게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제일 좋은 방법은 질문자가 아이와 대화를 해보는 거예요. 그러나 이미 선입관 때문에 질문자와는 대화의 문이 닫혀버린 경우라면 엄마가 시도하면 할수록 아이가 더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이런 경우 전문가에게, 즉 아이가 편안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도록 해서 아이의 심리에 어떤 욕구불만이 있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아봐야겠죠.

요즘 애들은 발달이 빠르니까 중학생이면 바로 사춘기에 접어들었을 수도 있어요. 사춘기에 접어든 남자아이나 여자아이가 이성에 눈뜨는 것을 나쁘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이것은 자연의 원리잖아요. 누구나 다 사춘기가 되면 이성에 관심을 갖게 되고, 심리가 불안해지고, 쉽게 흥분하는 성향이 생기거든요. 그리고 예전에는 엄마나 아빠, 선생님의 말을 잘 따랐더라도 이제는 저항을 하고 싶어 지고요. 이게 사춘기 아이들의 심리 상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긍정적으로 봐주세요. 나쁘다거나 문제가 있다고 보지 말고요.

‘아, 우리 아이가 지금 이런 심리 상태이고, 이런 흥분 상태이고, 이런 의식이 일어나고 있구나. 이런 신체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이런 욕구가 일어나고 있구나.’

무언가를 해줘야 한다, 안 해줘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접근하지 말고, 사실을 사실대로 그냥 아는 게 좋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질문자가 대화를 나눠 보는 게 좋아요. 질문자가 이미 아이에게 ‘이러면 된다’, ‘이러면 안 된다’라는 이야기를 해버렸다면 전문가의 얘기를 듣고 아이의 상황을 파악하는 게 필요하고요. 이성을 만나고 싶거나 인터넷을 하고 싶은 것이 정상적인 발달 과정에서 일어나는 욕구라면 그걸 나쁘게 보면 안 돼요. ‘아, 우리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구나’ 이렇게 봐줘야 합니다. 지나치게 억압하지 말고, 좀 심하다 싶을 때만 아이하고 편안하게 대화를 나눠보세요. ‘재미있니?’, ‘그게 좋아?’ 이렇게 가볍게 물어보면서 ‘하지만 이게 너무 지나치면 조금 위험할 수 있단다’ 이런 대화를 해서 적정하게 조절해 나가도록 해야죠. 어떤 욕구불만이나 다른 문제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고 위험성이 있다고 전문가가 판정한다면, 그건 치료를 해야 해요.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욕구를 제공하든지요. 이런 과정을 겪어야 합니다.

기도할 때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은 내버려 두라는 게 아니라 내가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자전거를 타다가 고장이 나면 정비소에 가서 고쳐야 할 일이지, 걱정할 일이 아니잖아요. 이처럼 ‘아무 일이 아니다’, ‘다 괜찮다’라는 말은 ‘무작정 내버려 둬도 된다’라는 뜻이 아니라 ‘내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라는 뜻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시정을 해야 하지만, 문제가 없다면 그냥 놔둬도 돼요. 어른들도 누구나 어릴 때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자랐어요. 학교 정학도 당하고, 부모한테 야단도 맞고, 만화방에 있다가 부모에게 멱살 잡혀 끌려오기도 하고요. 이런 애들이 자라서 지금은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인사가 되어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지금 이대로 괜찮습니다’라는 말은 그냥 고장이 났으면 고장이 난 것이고 무슨 문제가 있으면 문제가 있는 것일 뿐, 그것이 걱정할 일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시정하면 되니까요. ‘지금 이대로 괜찮습니다’ 이 말은 모든 사물을 긍정적으로 보라는 뜻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기도를 하면 좋겠어요.”

“잘 알겠습니다. 아이는 다행히 저랑은 모든 걸 오픈해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그리고 상담센터는 지금 예약을 해둔 상태입니다. 스님 말씀대로 긍정적으로 바라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자꾸 고치려 들면 안 돼요. 자꾸 아이를 고치겠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런 선입관을 버려야 합니다.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고, 그런 다음에는 서로 동의하는 하에 변화를 도모해야 해요.

지금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에요. 어른인 우리도 뭘 고치겠다고 마음먹어놓고 막상 해보면 잘 안 되잖아요. 예를 들어 살이 쪄서 음식을 과식하지 않겠다고 결심해도 현실에서는 음식만 보면 또 많이 먹게 됩니다. 이게 사람이에요. 그러니 첫째는 ‘고칠 건지, 안 고칠 건지’ 이걸 너무 단정적으로 하지 말고 정확한 상태부터 파악하는 게 좋아요.

그리고 아이 본인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고치겠노라 동의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고쳐지는 건 아닙니다. 변화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에요. 지나치게 나무라고 ‘왜 약속을 해놓고 안 지키냐!’ 이렇게 접근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특히 아이들은 심리가 억압되지 않도록 배려해줘야 해요. 어른이 아니잖아요. 어른들은 약속해 놓고 안 지키는 경우에는 추궁을 할 수도 있어요. 물론 그런 걸 추궁하면 어른도 기분 나빠합니다. 그러나 어른은 자기 인생을 자기가 다 감당할 수 있는 상태잖아요. 아이는 아직 그런 상태에까지는 이르지 못했으니까 우리가 ‘미성년자’라고 부르는 거 아니겠어요?”

“네, 잘 알겠습니다.”

더 이상 손들기 버튼을 누르는 사람이 없자 수행법회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아침 일찍 북한 전문가들과 조찬 모임을 한 후 오전에는 동지법회를 생방송하고, 저녁에는 정토경전대학 생방송 수업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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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경

_()_

2022-12-31 13:43:10

강영원

당신의 인생을 180도 바꿀 최고의 법륜스님 명언 No. 4
https://kkangstar.tistory.com/81

2022-12-31 13:14:05

보문성

신산업 연구실 김양팽님의 반도체 설명이 궁굼합니다.
아무 문젝ᆢ 없다는 뜻은 내가 걱정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뜻이고 문제를 고치려 하기보다 그런 일이 왜 일어나는지 진단이 먼저 인 것이라고 알ㅇ려주어 잘ㅇ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12-31 06: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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