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12.16 공동체 연말 수련(일반회원), 금요 즉문즉설
“아내와 이혼 후 비양육자 아빠로서 어떻게 아이를 만나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공동체에 상주하는 일반회원들과 연말 수련을 하는 날입니다. 선유동 정토 연수원에서 머물고 있는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8시부터 상임 천일준비위원회와 화상 회의를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화상 회의를 마친 후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하기 위해 문경 수련원 명상원으로 이동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해외에 거주하는 분들과 저녁에 시청할 수 없는 분들을 위해 마련된 즉문즉설 시간입니다. 29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10시 정각에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도시에 살면 눈 오는 게 얼마나 불편한지 모르죠? 오히려 눈 오는 걸 다들 좋아하실 겁니다. 그런데 이곳 문경 수련원처럼 산골에 살거나 경사진 곳에 살면 눈을 치우는 게 보통 일이 아닙니다. 큰 도로에서 여기까지 올라오는데 산길이 1.2km 정도 되거든요. 산길에 쌓인 눈을 다 쓸어내려면 엄청 힘이 듭니다. 저는 방금 전에도 길이 미끄러워서 겨우 올라왔습니다. 어제는 차가 미끄러질 정도였어요. 대신에 온 산천이 하얗게 덮여서 보기는 좋네요.”

이어서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네 명이 스님에게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서 스님은 왜 인생이 자꾸 괴로워지는지 그 이유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인생이 괴로워지는 이유

“저와 대화를 나눈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나오는 건 아니에요. 다만 저와 대화를 나누고 나면 ‘내 고민이 별 거 아니었구나’ 하는 것을 자각할 수 있습니다. 문제를 삼으면 온갖 일들이 다 문제가 됩니다. 문제를 안 삼으면 아무 문제가 안 돼요. 아이가 학교에서 공부를 2등 해도 1등 못하는 것을 문제로 삼으면 문제가 되고, 아이가 학교를 아예 안 간다고 하면 학교만 가주는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이 됩니다. 옆집 아이가 사고로 죽는 모습을 보면 학교 안 가는 정도는 아무 문제가 안 되고 살아있는 것만 해도 고맙게 느껴집니다. 문제를 삼으면 끝이 없고, 문제를 안 삼으면 세상에 아무 걱정할 일이 없어요. 여러분이 너무 세세하게 문제를 삼으면 부처님이 와도 해결해줄 수가 없습니다.

주위에 화를 많이 내서 조금 외로움을 느낀다면 성질을 좀 고치면 되고, 화가 일어나더라도 좀 참고, 화를 내려다가도 문을 열지 말고 절만 하고 뒤돌아서 가고, 이렇게 자꾸 연습하면 됩니다. 태어날 때부터 수행이 잘 되어 있는 사람은 없어요. 꾸준히 연습해서 인생을 조금 가볍게 살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질문자들의 한 줄 소감을 들어본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다시 선유동 연수원으로 돌아온 후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 1시부터 공동체에 상주하는 발심행자 및 일반회원들과의 수련을 시작했습니다. 오전에 스님이 즉문즉설을 할 동안 행자님들은 세 그룹으로 나누어 ‘공동체 이상과 현실’, ‘사회활동 방향’을 주제로 토론을 했습니다.


스님과 대화를 하기 전에 그룹별로 토론한 내용을 요약해서 발표했습니다.

  • 공동체 살이를 오래 할수록 계율을 더 잘 지키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예전에 비해 환경 실천이 느슨해졌는데 다시 잘 챙겨보면 좋겠습니다.
  • 밀가루 음식을 먹기보다 음식을 건강하게 조리해서 먹으면 좋겠어요.
  • 공동체가 점점 개인주의화 되는 것 같아요. 일을 중심으로 하기보다 공동체성을 살려나가면 좋겠어요. 공동체의 날에 법문을 들으면 좋겠습니다.
  • 일을 책임지고 해 볼 기회가 오면 좋겠습니다.
  • 불교대학을 졸업해야 백일출가를 할 수 있는데 참가 자격을 완화해서 모집의 폭을 늘리면 좋겠습니다.
  • 세계 전법을 위해 영어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개발하면 좋겠습니다.

......

이 외에도 다양한 제안과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발표가 끝나고 스님이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먼저 30년 전 정토회를 창립했던 배경에 대해 설명해주었습니다.

“발표를 들으면서 여러분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잘 들었습니다. 다음 3년 동안 여러분이 어느 부서에서 일하고 싶다고 신청을 할 때 도움이 되도록 어떤 업무들이 있는지 안내하고 나서 질문을 받을까 합니다.

새로운 불교운동의 시작

정토회는 창립된 지 35년 정도 됩니다. 제가 새로운 불교운동을 꿈꾼 것이 언제 어느 날부터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제가 지방에 있다가 서울로 올라온 1983년이 새로운 불교운동의 첫출발이 됐다고 볼 수 있어요.

그전까지는 경주에서 영남불교교육원을 세운 후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불교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과제를 안고 여러 가지 노력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대학생불교연합회와 인연이 되어 ‘붓다의 시대적 조명’이란 강연을 하게 되면서 그 강연을 듣고 감동을 받은 대학생들의 요청으로 서울로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전국 대학생불교연합회 지도법사를 맡게 되었고, 청년불교교육원을 세운 후 본격적으로 불교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맨몸으로 서울에 올라갔기 때문에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어요. 그래서 다른 사찰을 빌려서 강의를 했는데 도저히 집중적인 교육이 어려워서 결국 서울대 가까이에 있는 소림선원이라는 절에 아예 들어가 살면서 청년들을 교육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기존의 절이다 보니까 대학생들의 사회적인 진보성을 수용해 주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1985년에는 15평 남짓한 방을 하나 빌려서 중앙불교교육원을 설립하고, 그곳에서 지금의 정토불교대학의 교과 과정에 해당하는 근본불교, 부처님의 일생, 불교 변천사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이때가 새로운 불교운동의 첫출발이지 않았나 싶어요.

인류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1988년부터는 불교와 사회에 대한 많은 연구를 하기 위해서 한국불교사회연구소를 설립하여 앞으로 미래에 인류가 직면하게 될 환경 보존, 절대 빈곤 퇴치, 평화 그리고 개인의 행복을 위한 수행, 이런 걸 주제로 잡아서 공부를 했습니다. 이런 기초 위에 1993년에 30년을 목표로 한 만일결사를 시작한 겁니다. 올해로 그 30년이 끝났습니다.

그 당시에 제가 가진 생각은 ‘우리가 불교 신자이기 때문에 부처님 가르침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 이런 입장은 아니었습니다. 인간성 상실이라고 표현되는 현대인들의 고뇌, 한반도에 6·25 전쟁이 끝나고 40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평화가 정착되지 못하고 전쟁 위험이 상존하는 현실, 전 세계적으로 10억이 넘는 절대 빈곤층, 일 년에 500만 명 이상의 유아가 사망하는 문제, 전 지구적으로 환경 위기가 초래될 수밖에 없는 현실, 이런 일을 해결하려면 과연 어떤 철학과 종교가 필요한가? 기독교가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겠느냐? 사회주의냐, 공산주의냐, 자본주의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철학적으로 이론적으로 가장 적합한 것은 무엇인가?

이런 고민 끝에 결론에 도달한 것이 바로 불교의 근본 가르침입니다. ‘불교의 근본 가르침을 바탕으로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구나’ 하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에 그에 맞는 실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이어서 정토회가 대중 주체를 목표로 지금까지 달려온 역사를 설명하고 성과와 한계도 짚어주었습니다. 공동체가 처한 한계를 설명하면서, 스님은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내가 정토회의 주인입니다

“물론 여러분들의 입장에서는 ‘왜 선배들은 저렇게 밖에 못 사느냐’ 하고 비판적으로 볼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어려운 시기를 개척하기 위해 지난 30년을 다 보낸 사람들이에요. 여러분이 '후배들에게는 원칙을 잘 지키라고 하면서 선배들은 원칙을 안 지킨다' 이런 관점을 계속 가지면 정토회는 발전할 수 없습니다. 정토회가 발전하려면 여러분이 이렇게 관점을 가져주어야 해요.

'선배들의 저런 모습은 부족한 점이니 우리는 본받지 말아야겠다. 선배들이 세상에서 씨앗을 뿌린 역할을 했다면, 우리는 그 토대 위에서 씨앗을 잘 가꾸는 역할을 해야 되겠다’

선배들이 정토회의 주인이에요? 아니에요. 여러분들이 정토회의 주인입니다. 선배들이 잘못하면 여러분도 다 잘못해야 하는 거예요? 선배들이 정토회를 떠나면 여러분도 다 정토회를 떠날 거예요? ‘선배들도 떠나는데 내가 여기에 뭐 하러 있나’ 이렇게 생각할 거예요? 이런 태도는 굉장히 비주체적인 관점입니다. 저는 한국 불교에 대해서 ‘스님들이 저러니 불교를 안 믿는 게 좋겠다’ 이렇게 말하지 않잖아요. 불교의 주인은 그들이 아니잖아요. 그들이 제대로 살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문제이지 불교가 문제인 건 아니듯이 정토회가 지향하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은 다 부족한 게 있기 때문에 누구나 한계를 갖고 있어요. 굉장히 활동력은 높은데 생활력이 좀 떨어지는 사람이 있고, 원칙대로 생활은 잘하는데 활동력은 좀 떨어지는 사람이 있고. 다른 일은 다 잘하는데 아침에 못 일어나는 사람이 있고, 다른 일은 다 잘하는데 식탐을 못 끊는 사람이 있고, 이렇게 사람마다 다 약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지금의 정토회입니다.

우리가 공동체에 모인 이유

물론 아무리 개인의 특성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수행의 기본 원칙은 딱 정해서 개인의 차등 없이 모두가 지켜야 합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는 개인의 부족함을 포용해야 합니다. 즉 수행의 원칙을 지키는 범위 안에서 효율을 추구해야 합니다. 효율을 위해서 원칙을 포기한다면 목적의식이 없어지게 됩니다. '무엇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것인가?' 이런 의문에 봉착하게 돼요.

수행의 원칙이란 스님이나 선배들이 지키라고 해서 지키는 식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왜 우리가 여기에 모여서 사는 겁니까? 우리가 여기에 모여서 살 때는 처음 세운 목표가 있었잖아요.

첫째, 환경 위기를 조금이라도 완화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는 삶을 살자!
둘째, 가난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나눔이 되는 삶을 살자!
셋째, 평화를 지켜내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삶을 살자!
넷째, 고뇌하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고뇌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는 삶을 살자!

우리는 이 네 가지 목표를 내걸고 이렇게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겁니다. 이런 목표를 갖고 우리가 지금 공동체를 이루고 산다는 점을 명심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렇게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관점을 짚은 후 공동체 대중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어떤 사업이 있는지 소개해주었습니다. 설명을 마치고 질문을 받았습니다.

행자님들은 적극적으로 손을 들고 궁금증을 해소하고 건의를 했습니다. 예정했던 시간보다 30분을 넘기고 대화를 마쳤습니다.

“고맙습니다. 스님!”

행자님들은 수련을 이어가고 스님은 곧바로 차를 타고 선유동 연수원을 출발하여 두북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지난 4일 동안 공동체 대중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향후 백일 동안 2차 만일결사의 방향에 대해 더 많은 논의를 해나가기로 하고 공동체 연말 수련을 잘 마쳤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6시에 두북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원고 교정과 업무들을 보다가 7시 30분에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53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저녁에도 네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이혼을 앞두고 있는 남자분이었는데요. 이혼을 하고 나면 6살 된 아이를 어떻게 양육해야 하는지 걱정스러운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아내와 이혼 후 비양육자 아빠로서 어떻게 아이를 만나야 할까요?

“저는 6살 아이의 아빠입니다. 현재 아이 엄마와 합의 이혼을 진행 중에 있고 곧 마무리가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이미 다 큰 성인이고 스스로 어떻게든 잘 살아가겠지만, 미성숙하고 무책임한 어른들의 결정에 상처받을 아이 생각만 하면 죄책감뿐입니다. 안 그랬으면 좋았겠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니 현 상황에서 아빠로서 아이에게 정말 최선을 다해주고 싶어 나름 공부를 해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혼 후에 엄마의 역할에 대한 강의는 많이 있는 반면에 비양육자로서 아빠가 아이에게 어떻게 해 주면 좋을지에 관한 자료는 없는 것 같아요. 행복한 아이로 클 수 있게 아빠로서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막막한 상황입니다. 이혼 후 아빠가 가져야 할 올바른 태도에 대해서 좋은 말씀을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선 질문자가 관점을 조금 잘못 잡고 있습니다. 서로 좋아서 만나서 결혼을 했고 아이까지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기네끼리 성질이 안 맞는다고 해서 아이를 두고 헤어지겠다는 결정을 한 것 자체가 이미 두 사람의 에고가 굉장히 강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어요. 보통 사람 같으면 그런 결정을 못 해요. 힘들어도 아이를 생각해서 그냥 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린애를 낳아놓고 둘이서 성질 안 맞는다고 애가 어떻게 되든 말든 헤어져 버리는 강한 성격을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데, 그런 두 사람의 성질을 닮은 아이가 행복하게 살 것이라는 생각은 이치에 맞지가 않아요. 그것은 마치 인연은 놀부같이 지어 놓고 결과는 흥부같이 받겠다는 것처럼 논리에 안 맞는 말입니다. 하는 짓은 지옥 갈 짓을 해놓고, 하나님한테 천당에 보내달라고 비는 것과 같습니다. 콩을 심어 놓고 열매는 팥이 열리게 해 달라는 것과 같아요. 그러니 애초에 그런 기대를 가져서는 안 됩니다. 그런 기대를 가지면 나중에 반드시 괴로움이 생겨요.

첫째, 아이에게 이런 마음을 가져야 돼요.

'미안하다. 부모로서 너를 가장 우선시 해야 되는데 내 성질대로 안 된다고 엄마 아빠가 헤어져서 너를 힘들게 했다. 네가 앞으로 자라서 어려움에 처하면 오늘의 잘못은 그때 가서 내가 갚을게.'

지금은 질문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요. 질문자가 아무리 울면서 애한테 죄책감을 가져봐야 그건 애한테 아무런 도움이 안 돼요. 그냥 자기 자신을 괴롭히거나 감정 낭비를 하고 있는 것이지 실질적으로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이혼을 하기로 했고 아이를 엄마가 데려가서 키우기로 했으면, 질문자는 아이 생각을 싹 잊어버려야 돼요. 그런 후 이렇게 다짐을 해야 합니다.

'그래, 내가 부족해서 너를 힘들게 했지만 네가 나중에 필요로 할 때 그때 내가 지원을 할게.'

이렇게 다짐하고 자기 인생을 잘 살아야 돼요. 그래서 아이가 나중에 커서 보니 ‘아빠가 훌륭한 사람이었구나’ 하고 느낄 수 있다면 그게 제일 좋아요. 아이만 내내 생각하고 울고불고하면 자기 인생도 제대로 못 살게 됩니다. 아이가 나중에 커서 보니까 아빠는 대학 가는데도 별로 도움이 안 되고, 아빠를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싶어도 술주정뱅이가 되어 있다면, 그게 어떻게 아이를 돕는 일이겠어요?

아이를 위해서 질문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자기 인생을 잘 사는 겁니다. 아이를 걱정할 일이 아니라 우선 자기 인생을 잘 살아야 합니다. 아이는 잊어버리고 내 인생을 잘 사는 것이야말로 아이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길입니다. 아이한테 나중에 '우리 아빠는 좋은 사람이네'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인생을 살아야 해요.

둘째, 자신이 번 돈 중에 일부를 양육비로 꼬박꼬박 지급해야 합니다. 그걸 떼먹을 생각을 하면 안 됩니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꼬박꼬박 양육비를 보내주고, 때때로 보너스처럼 추가로 더 보내줘야 됩니다. 그러면 아이의 엄마가 악감정을 가지고 있다가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풀리게 됩니다. 아이의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해져요. 아이의 엄마와 성질이 안 맞아서 헤어지기는 했지만, 이제는 아내로 보지 말고 내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보고 굉장히 존중해 주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이제 내 여자가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 아내로 접근해서는 안 돼요. 내 아이를 보살피는 여성으로서 굉장히 존중해 줘야 됩니다.

아이를 혹시 만나더라도 항상 엄마에 대해 좋게 얘기하고, 아이가 아무리 엄마에 대해서 비난을 하더라도 덩달아 비난하거나 애를 다시 데려오겠다거나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돼요. 절대로 아이의 마음을 흔들리게 해서는 안 됩니다.

'너는 엄마하고 살아야 되고, 엄마는 훌륭한 사람이다. 엄마가 혼자 살려니까 힘이 들어서 그런 것이니까 네가 그걸 이해해야 된다.'

이렇게 항상 아이의 엄마 편을 들어줘야 돼요. 그런 태도를 취해주는 것이 최고로 아이를 위하는 길입니다.

아이가 아빠를 만나지 않겠다고 하거나 또는 아이의 엄마가 아이를 안 만났으면 좋겠다고 하면 가능하면 그걸 수용해 주는 게 좋아요. 아이를 갖고 두 사람이 분쟁을 일으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물론 아이가 엄마로부터 학대를 받고 있다는 정황이 발견된다면, 법적으로라도 접견 신청을 해서 직접 확인해보는 것은 필요하겠죠. 그런 일이라면 몰라도 나를 위해서 아이를 보겠다거나 데려오겠다거나 이런 생각은 하면 안 돼요. 아이를 위해서 부모가 있는 것이지 부모를 위해서 아이가 있는 게 아닙니다. 내가 아이를 보고 싶어서 아이를 보겠다고 주장하면 그것은 애완용 동물이나 인형을 갖고 노는 것과 똑같은 거예요. 아이에게 필요하다면 내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걸 해줘야 하고, 아이에게 도움이 안 되고 나쁜 영향을 줄 것 같으면 내가 아무리 보고 싶어도 안 보는 것이 부모로서 해야 할 일입니다. 이런 관점을 가지면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어요. 그런데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키울 수 있을 만한 경제적 여유가 됩니까?”

“현재는 그렇게 형편이 좋지는 않아요. 그래서 제가 부족하지 않게 양육비를 보내 줄 생각입니다.”

“이제 더 이상 아내에게 돈을 준다는 생각을 하지 마세요. 내 아이를 돌봐주는 사람을 지원한다는 관점을 가져야 돼요. 이혼을 하면 더 이상 내 아내는 아니에요. 이혼을 해놓고도 자꾸 아내라고 생각하니까 괘씸해지는 겁니다. 부부로서의 관계는 이제 끝났어요. 그러나 내 아이를 키워주는 엄마에게는 잘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가 잘 됩니다.”

“네. 마음속이 많이 심란했었는데 스님 말씀이 위안이 많이 되었습니다. 멋있는 아빠가 돼서 아이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겠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8년째 만나고 있는 남자 친구와 결혼을 결정해야 할 시기가 왔는데, 남자 친구의 경제력이 불안정해서 아직도 확실히 결정을 못 내리겠습니다. 제가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 저는 국제결혼을 준비 중입니다. 타국의 언어를 공부할 때는 재밌고 좋지만 감정 기복이 있어서 몸이 지치는 데 어떻게 하면 감정 기복을 줄일 수 있을까요?
  • 결혼 후 남편은 고시에 합격을 하고 5년 만에 귀한 딸을 낳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남편과 다툼은 많아지는 위기의 부부가 되었습니다. 이혼을 하지 않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저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질문자와 대화를 마치고, 스님은 시청자들이 질문자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었습니다. 시청자들은 손을 들고 질문자와 비슷했던 처지에서 극복할 수 있었던 경험을 나누어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질문자들의 소감을 듣고 방송을 마쳤습니다.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다음 주 이 시간을 기약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정토불교대학 학생들과 즉문즉설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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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근

스님의 말씀이 옳은 것임은 아는데..
그게 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을 까요?
아직 제가 놓지 못하고 집착하는게 많은가 봅니다..

2023-01-09 01:34:14

이임숙

감사합니다
내 인생을 바로 사는것이 가장 아이를 위하는 길이라는 말씀 고맙습니다

2022-12-28 14:32:42

김종서

스님 감사합니다 ㅎㅎ

2022-12-23 20:5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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