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12.12. 전법활동가 법회, 인도성지순례 준비 회의
“식탐이 너무 강해요.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어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10시부터 전법활동가 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활동가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지난주 월요일 법회 이후 10차 천일결사에서 소임을 맡았던 분은 직무를 내려놓았습니다. 이제 다음 천일결사를 시작하기 전까지 3개월간 대행 소임을 맡은 분들이 정토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10차를 잘 이끌어 주신 임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임시지만 3개월간 수고해 주실 신임 임원 여러분에게도 잘 이끌어 주십사 부탁 말씀드립니다.”

스님은 백일 후 2차 만일결사를 시작할 때 전법활동가들이 각자 자신에게 적합한 소임이 무엇인지 선택할 수 있게 정토회가 어떻게 개편되는지 자세하게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한창 준비하고 있는 인도 성지순례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었습니다.

“1차 만일결사를 마무리하면서 1250명이 인도 성지순례를 가게 됩니다. 이번 인도 성지순례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2차 만일결사를 시작하면서 전법활동가들이 세계 전법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다지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입니다. 그리고 경전에 ‘십대 제자, 십육성, 오백성, 천이백 제대아라한’이라고 표현된 것을 우리가 직접 실현해 보자는 의미도 있고요. 몇 년 전에 오백 대중까지는 성지순례를 구현해 낸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천이백 제대아라한’을 한번 실현해 보고자 합니다.”

이어서 누구든지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러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질문할 순서를 기다렸습니다. 그중 한 명은 식탐을 통제하기가 어렵다며 어떻게 관점을 갖고 수행을 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식탐이 너무 강해요.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어요.

“저는 식탐이 진짜 어마어마한데요. 제가 중도를 배우고 식탐을 과제로 삼아서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무언가 먹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내가 이게 너무 먹고 싶구나’를 알아차렸더니 정말 신기하게 그 마음이 사라지는 걸 경험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알아차리려고 하면 제 마음에서 ‘너, 알아차리지 마. 알아차리면 그 마음이 없어져서 못 먹잖아. 알아차리지 말아야 먹을 수 있어’라는 마음이 올라와요.

그래서 요즘에는 먹고 싶은 마음을 알아차리는 게 정말 어렵고,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정신을 못 차리고 먹게 돼요. 그런 제 모습을 보면서 제가 먹고 싶으면 먹어야 하고, 하고 싶으면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질이라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고집도 세구요. 부처님께서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자고 걸림 없이 살아라!’라고 말씀하셨듯이 살고 싶지만, 현실에서는 너무 어려워요. (웃음)

스님께 말씀을 드리면 그나마 정신을 차리지 않을까 싶고, 고집을 좀 내려놓을 수 있지 않나 싶어서 질문드립니다.”

“무엇을 잘 몰라서 못 하는 사람에게는 ‘그건 네가 이걸 몰라서 그래, 이렇게 하면 돼’ 이렇게 깨우쳐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뭘 해야 하는지 알잖아요. 이미 법문을 들어서 알고, 스스로 알아차림을 통해 욕구가 사라지는 경험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안 될 때는 제가 얘기해 준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모르는 걸 깨우쳐 주는 게 제 역할입니다. 이제 질문자에게는 ‘스스로 하느냐, 안 하느냐’라는 문제만 남은 거예요.

제가 보니까 질문자는 많이 먹어서 몸이 뚱뚱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많이 먹은 것 때문에 건강에 이상이 생긴 정도도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냥 먹고 싶을 때 먹고, 대신 좋은 일을 많이 하면 어떨까요? 먹고 싶을 때는 먹고, 자고 싶을 때는 자되 나머지 시간은 전법도 하고, 불교대학 진행도 하고, 기도도 하고 실천 활동도 하는 거예요. 안 먹으려고 혼자 싸우느라고 스트레스받지 말고요. 질문자가 먹어 봐야 얼마나 먹겠어요. 만약에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먹을 것도 없이 질문자가 혼자 다 먹어서 누군가 굶어 죽는다면 그건 문제요. 질문자가 먹는 정도로는 지구환경에도 큰 문제가 없고, 다른 사람 굶어 죽는데도 큰 영향을 안 줘요. 그러니까 첫째 ‘먹고 싶을 때 먹고, 일을 편안하게 해라’ 이렇게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둘째, 식탐이 아무 일도 못 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면 고쳐야 하겠죠. 나의 먹고 싶은 욕구 때문에 아이도 굶기고 남편도 굶기는 상황이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너무 많이 주는 상황이라면 아무리 먹고 싶어도 고쳐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질문자의 건강이나 현재 상황을 봤을 때는 괜찮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그냥 신경 쓰지 말고 먹어라’ 이렇게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그러나 만약 꼭 고쳐야 하는 상황이라면 극약처방을 해야죠. 먹고 싶은 것을 덜 먹겠다는 정도로 생각하면 안 되고, 최소 30일 동안 단식을 해야 합니다. 일단 마시는 물만 빼고는 뭐든지 먹으면 안 돼요.

‘욕망에 끌려다니며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이런 각오로 30일간 단식을 해서 ‘안 먹어도 사는 데 지장이 없구나’ 하고 내면 깊숙이 자각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에 먹고 싶어도 딱 멈출 수가 있어요. 한 끼 건너뛰는 정도 갖고는 안 고쳐져요. 최소한 백 끼는 건너뛰어야 자기 조절이 가능해집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되는 건 아닙니다. 식탐을 조절할 수 있는 선택권이 나한테 어느 정도 주어지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저는 21일 단식도 해 보고, 30일 단식도 해 보고, 최대 70일까지 단식해봤는데, 안 죽었습니다. 저도 한 끼 안 먹으면 배고프고 평상시에는 여러분과 똑같아요. 그러나 한 달 동안 못 먹을 상황이 되었을 때 여러분은 불안해하고 죽는다고 하지만 저는 배가 고파도 여러분처럼 불안해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한 달 안 먹어도 죽는 건 아니야!’ 하면서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할 수가 있어요. 배가 안 고픈 게 아니라 배는 고프지만 거기에 덜 끌려다닙니다.

만약 질문자가 극약처방을 한번 해 보겠다면 한 달 동안 단식을 해보는 게 좋습니다. 처음에만 약간 현기증이 나고 쓰러지기도 하지만, 4일만 지나면 기본적인 일상생활은 다 할 수 있어요. 그러나 그렇게까지 질문자가 할 이유가 있느냐 하는 문제죠.

저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북한 동포가 굶어 죽으니 도와야 한다고 호소를 했는데 국민들이 안 믿었어요. 그래서 ‘저들이 굶주리는데 내가 어떻게 먹겠냐. 굶어 죽는 북한 동포가 눈에 안 보이니까 나라도 굶주리는 모습을 보여 줘야 사람들의 마음이 동하지 않겠냐’ 하는 생각이 들어서 단식을 시작했었습니다.

질문자도 특별한 이유 없이 단식을 하려면 잘 안 될 거예요. 하루나 이틀하고 그만둘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너무 극약처방부터 하려고 하지 말고, 알아차림을 통해서 조절해나가는 방법을 연습해 보는 게 좋겠다 싶습니다.

질문한 것처럼 ‘안 알아차릴래! 까짓 거 먹어야지!’ 이런 행동이 되풀이된다면 최소한 30일은 단식을 해야 합니다. 일주일이나 열흘 갖고는 고칠 수가 없어요. 최소 30일, 많으면 50일 정도는 단식을 해야 고칠 수 있습니다. 죽을 각오를 하지 않으면 못 고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그렇게까지 하겠다는 각오는 아닌 거 같아요. 그래서 제가 처음부터 그냥 생긴 대로 살라고 말씀드린 겁니다.”

“감사합니다.”

“고기를 안 먹고 나쁜 짓 하는 것보다는 고기를 먹고 좋은 일을 하는 게 더 낫습니다.” (웃음)

이 외에도 2차 만일결사의 방향, 조직 개편, 불교대학 학사 운영 등 정토회 운영과 관련하여 다양한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활동가들이 궁금한 점에 대해 자세하게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1시부터는 2023년도 정토회 일정을 어떻게 잡을지 각 단위 대표자들과 함께 화상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각 단위마다 스님이 꼭 참석해 주었으면 하는 일정을 제안하고,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을 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벌써 2023년 일정이 다 잡혔네요. 일 년이 두 시간 만에 다 지나가버렸어요. 내일부터 2024년이에요.” (웃음)

잠깐 화장실만 다녀온 후 곧바로 오후 3시부터 인도 성지순례 실무준비팀과 화상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성지순례가 가까워 오면서 실무 준비팀도 업무가 더욱 많아졌습니다. 10대 성지별로 준비한 행사 기획안을 검토하고, 지금 인도에서 사전답사를 하고 있는 실무자들이 보고한 내용을 함께 점검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잠시 휴식할 여유도 없이 이어서 오후 5시부터 공동체 법사단과 화상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정토회 운영과 관련된 여러 가지 안건들을 함께 점검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아이고, 오늘은 종일 책상 앞에서 회의만 하다가 하루가 다 지나가네요.” (웃음)

하루 종일 화상 회의를 하다 보니 해가 저물었습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는 저녁반 활동가들을 위한 전법활동가 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활동가들이 화상회의 방에 모두 입장하자 오전 법회처럼 2차 만일결사의 방향에 대해 소개하고 질문을 받았습니다.

여러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질문을 하고 대화를 나눈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왜 두북 수련원에서 농사와 재활용 사업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앞으로 활동가 여러분들의 진로는 무궁무진합니다. 제가 이곳 두북 수련원에서 농사지으면서 사니까 여러분들 중에는 ‘왜 쓸데없이 저런 일에 스님이 힘을 쏟나?’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것도 이유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동남아에서 어떤 불자가 와서 ‘나도 정토회처럼 한번 해 보겠다’라고 할 때 두북 수련원이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폐교에서 농사와 재활용 사업을 하는 이유

서울에 있는 정토회관 빌딩을 보고 나서는 ‘아이고! 돈이 많아야 할 수 있겠네’라고 하기가 쉽고, 문경 수련원을 보고 나서도 ‘이런 넓은 수련장을 마련하기는 어렵겠다’ 이러기가 쉽습니다. 그런데 두북 수련원을 보고 나서는 ‘폐교를 빌려서 하네! 우리 동네에도 폐교가 있는데’, ‘정토회는 갖다 버리는 물건들을 재활용하네! 우리 동네에도 갖다 버리는 물건들이 많은데’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는 거죠.

만약 돈을 주고 농토를 엄청나게 많이 사서 농사를 지었다면 ‘우리는 넓은 땅을 사려면 돈이 없어!’라는 생각이 드는데, 저희는 동네 어르신들이 안 쓰는 땅을 빌려서 농사를 짓잖아요. 정토회가 돈을 주고 구입한 농토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동남아 사람들이 보기에는 ‘우리도 동네 사람한테 논을 얻어서 하면 되겠네!’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있다는 거죠.

이렇게 두북 수련원에서는 누구든지 와서 마음만 내면 본받아서 할 수 있는 모델을 지금 만들고 있는 거예요. 누구든지 ‘아! 이런 일은 우리 동네에서 나도 할 수 있겠다!’ 하고 생각할 수 있게끔 건물도 버린 것을 재활용하고, 물건도 버린 것을 재활용하고, 땅도 버린 것을 재활용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여러분들을 볼 때는 ‘스님이 우리한테 시간을 좀 안 주고 왜 저기다가 저렇게 힘을 쏟나!’ 이러지만 이 일은 초기에 모델을 만드느라 시간이 많이 들어서 그렇지 앞으로 굉장히 빠르게 확산이 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적은 돈을 갖고 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해내야 동남아시아에서 본받기가 아주 쉽습니다.

정토회도 30년 전에 아무것도 없는 데서 시작했잖아요. 그동안 정토회가 축적한 노하우를 동남아에 있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확산시켜나가는 일이 앞으로 필요합니다. 농사를 짓는다고 해서 평생 농사만 짓는 게 아니에요. 앞으로 동남아에서 정토회를 계속 견학 올 것이기 때문에 ‘나도 정토회처럼 한번 해 보겠다’ 하는 사람들에게 유기농 기술과 재활용 사업을 지원하는 일도 함께 해나가야 합니다.”

법회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내일부터 사흘 동안은 공동체 수련이 진행됩니다. 향후 3년 동안 공동체 구성원들이 각자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지 깊이 있게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입니다. 내일은 오전에 문경새재 산책을 하고, 오후에 선유동 연수원에서 입재식을 한 후, 저녁에는 분과토론을 하고, 스님은 문경 수련원으로 이동하며 정토경전대학 생방송 수업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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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각

감사합니다 스님.

2022-12-20 15:20:33

이충재

미래가 보장되니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12-19 13:29:14

월광

"적은 돈을 갖고 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해내야 동남아시아에서 본받기가 아주 쉽습니다." 스님 고맙습니다. 법사님들 정토행자님들 일체중생 자연의 은혜에 고마움의 절을 올립니다.

2022-12-18 19: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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