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12.5 전법활동가 법회, 공동체 지부 공청회
“서로 좋아서 결혼해 놓고 왜 원수가 될까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스님은 어제 만일결사 회향식을 마치고 새벽 1시가 넘어서 두북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오늘은 어제 한국인들의 10차 천일결사 회향식에 이어서 외국인 수행자들이 회향식을 하는 날입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7시부터 10차 천일결사 영어 회향식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몇몇 외국인의 수행 소감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진 후 스님이 회향 법문을 했습니다.

“나날이 조금씩 행복해져 가고 있나요? 아니면 나날이 괴로움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나요? 우리가 왜 여기에 모였을까요? 오늘 백일기도를 마치면서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하고 한번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서인가요? 병이 낫고 싶어서인가요? 아니면 인기나 지위가 더 높아지고 싶어서인가요? 아니면 지식을 더 많이 쌓고 싶어서인가요?

수행을 하는 이유

만약에 돈을 더 벌고 싶다면 기업 활동을 더 많이 하면 되고, 그것이 종교를 통해서 얻을 수 있다면 그런 종교 단체에 참여하면 됩니다. 이 세상에는 많은 종교가 있습니다. 종류가 다르지만 어떤 종교를 믿으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는 있지만, 오늘날 인류가 당면한 많은 문제는 이런 믿음을 통해서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먹을 것이 부족하고, 입을 것이 부족하고, 살 집이 없을 때는 경제적인 문제만 해결된다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해결된 소위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괴로움이 없나요?

전쟁을 겪을 때는 전쟁만 없으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계급 차별이나 성차별이나 각종 차별이 있을 때는 이런 차별만 없으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이런 문제들이 어느 정도 해결된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는 사람들은 괴로움이 없나요?

만약에 그렇다고 한다면 굳이 부처님의 가르침은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도대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여기에 부처님의 가르침이 필요한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서구 문명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흑인을 노예로 삼는 것을 합법화시켰습니다. 그들이 가진 힘으로 인디언들을 무참히 학살했고, 아시아 지역을 침략했습니다. 그리고 1, 2차 세계대전에서 수천만 명의 사람들을 죽게 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 문명을 선진 문명이라 하고, 모든 인류가 그것을 따라가야 발전한다고 생각합니까?

오늘날 중국 문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 또한 성차별과 계급 차별을 지난 5000년의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되풀이하며 강화했고, 주변 나라들을 침공하고 지배했습니다. 그들은 공산주의 혁명을 했다고 하지만 지금 중국 사회를 보면 기존의 통제와 지배 시스템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런 문명이 서구 문명을 대신할 새로운 문명이라고 생각합니까? 아니라면 우리는 도대체 어떤 것을 향해서 나아가야 할까요?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가 살아온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서 ‘과연 우리가 이렇게 나아가는 것이 발전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에 대해 먼저 검토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인류는 많이 생산해서 많이 소비하는 것을 잘 산다고 생각한 결과 오히려 기후 위기라는 큰 위험 앞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붓다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누가 옳으냐, 누가 더 힘이 세냐, 이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붓다의 핵심 가르침은 ‘불교가 기독교보다 더 낫다’, ‘세계에서 제일 훌륭한 종교가 불교다’ 이런 것이 아니라 지금 인류가 처한 위기에 대해서 좀 돌아보고 자신을 성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로 좋아서 결혼해놓고 왜 원수가 될까요?

우리 자신을 한번 돌아봅시다. 많은 사람이 부모에 대해서 불만을 느끼고 원망합니다. 왜 나를 낳고 키워준 부모를 미워하고 원망합니까? 그런데 부모의 얘기를 들어보면 자식 때문에 자기를 희생하고 살았다고 말합니다. 자식 키운다고 너무 힘들었고, 또 자식 때문에 자기를 희생해서 자기 인생을 제대로 못 살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왜 이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부모 자식이 서로를 해치는 관계가 됩니까? 동물들을 보세요. 어미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자식이 어디 있으며, 자식 때문에 못 살겠다고 하는 어미가 어디 있습니까? 왜 사람은 동물보다 못합니까?

결혼할 때를 한번 생각해봅시다. 아내나 남편을 구할 때는 그래도 많은 사람 중에 자기 마음에 가장 드는 사람을 선택하잖아요. 그런데 왜 서로 미워하는 원수가 될까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못 풀어서 이익을 다투다가 왜 아무 관계없는 변호사한테 많은 돈을 주고 이혼하려고 할까요? 동물 중에 암수 사이에 이렇게 원수가 되는 경우가 있을까요?

만약에 이것이 전생에 지은 죄 때문이라면 인간은 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서 인간으로 태어났을까요? 이것이 하나님의 벌이라면 왜 하나님은 인간에게만 벌을 내립니까? 이것이 인간이 태어난 생년월일시 때문이라면 왜 인간만 태어나는 생년월일시가 삶에 영향을 줄까요? 이것이 얼굴 생김새와 손금 때문이라면 왜 인간만 얼굴이나 손금에 의해서 운명이 좌우됩니까?

막연히 두려워하고만 있지 말고, 이런 질문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옛날에는 비가 많이 오거나, 비가 오지 않는 가뭄이 들면, 임금이 왕후를 놔두고 다른 여자를 좋아해서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가 죄를 지어서 그렇다고 믿은 겁니다. 정말 그래서 비가 오지 않았을까요? 지금 우리들은 이런 것들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밖에 나가보면 해가 아침에는 동쪽에서 뜨고, 저녁에는 서쪽으로 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해가 지구를 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그렇게 느끼지 않습니까?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지구가 스스로 돌기 때문에 우리 눈에 그렇게 보일 뿐입니다. 이런 사실을 다 알고 받아들이면서 왜 인간의 운명에 대해서는 똑같이 생각을 못 할까요? 우리의 운명이 피부 빛깔이나 얼굴 모양이나 손금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왜 받아들이지 못합니까?

동물들을 보십시오. 털이 검고 희다고 해서 서로를 차별합니까? 암컷과 수컷을 서로 차별합니까? 그러나 인간은 인종 차별을 하고, 성차별을 하고, 계급 차별을 하지 않습니까?

꼭 붓다의 가르침을 공부할 필요 없이 조금만 살펴보면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태양이 지구를 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만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붓다의 가르침은 온갖 세상에 대해 설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너 자신에 대해서 조금 더 성찰해 보라는 것입니다. 그 길을 함께 가기 위해서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 모인 것입니다. 담배에 중독되어 있는 사람은 담배를 끊게 되면 당분간 힘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수행도 처음에는 힘이 좀 듭니다.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서 우리는 함께 격려를 하면서 가고 있는 것입니다.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방법

그러니 오늘 백일이 끝나면 다시 새로운 백일을 향해 나아가시기 바랍니다.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것을 자유라고 생각한다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을 때 자유를 속박받습니다. 하고 싶은 대로 했을 때 기분 좋은 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한다면, 하고 싶은 대로 되지 않았을 때 불행이 필연적으로 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삶은 행복과 불행, 자유와 속박이 늘 되풀이되는 윤회의 세계입니다. 붓다가 말한 해탈과 열반의 세계는 불행과 속박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욕망을 내려놓을 때 진정한 자유와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욕망을 나쁘다고 생각하거나, 욕망을 부정하거나, 욕망을 없애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욕망이 일어나는 것은 현실이고 우리의 삶입니다. 그러나 욕망의 노예가 되면 우리는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라는 것이 붓다의 가르침입니다. 여러분은 아직도 욕망을 부정하는 것과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헷갈릴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은 ‘알아차림’이라는 공부를 통해서 그것을 차츰 이해하고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설명한다고 금방 이해되는 것이 아니에요. 조금씩 연습해 가면서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만들어 가야 합니다. 붓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밖에 있는 백만의 적을 이기는 사람보다 자기가 자기를 이기는 사람이 진정한 영웅이다’

여러분들은 자신의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짐으로 해서 이 세상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세상에 끌려가는 존재가 되지 말고 자신의 인생에 주인이 되는 삶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여기까지 법문을 한 후 사홍서원으로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외국인 천일결사자들은 모둠별로 화상회의 방에 들어가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이어서 오전 10시부터는 전법활동가 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어제 만일결사 회향식을 했기 때문에 오늘부터 100일 동안은 선출직 소임자들이 모두 소임을 내려놓고 대행 체제로 운영을 하게 됩니다.

회향 기간 동안 정토회 운영 방안에 대해 상임 천일준비위원장의 안내를 듣고, 정토회 대표를 대행하게 된 무변심 법사님의 인사말을 들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이 인사말을 한 후 지난주 공동체에서 김장 울력을 한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어제 천일결사를 회향하고, 만일결사를 회향하고 나니까 기분이 어때요? 시원섭섭하시죠. 10월에 들어와서 행사들이 계속 겹쳐서 여러분들 모두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원국에서 일하는 분들이 제일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 힘든 과정을 포기하지 않고 이렇게 무사히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주에 공동체에서는 김장 1800포기를 담았습니다. 그중 절반은 서울 공동체와 두북 공동체에서 먹는 김치고, 나머지 절반은 그동안 정토회와 평화재단을 후원해 주고 계신 사회 인사분들에게 선물했습니다. 그분들은 저희가 도움을 요청하면 항상 흔쾌히 도움을 주시는 분들인데 다른 건 못 드리고 농사지은 농산물이라도 선물을 했습니다. 정토회는 돈으로 감사 인사를 못 하도록 되어 있으니까요. 그래서 김치를 선물하다 보니 일이 좀 많았어요. 공동체가 먹을 것은 공동체가 자립하기로 했기 때문에 대중들의 도움 없이 공동체가 자체적으로 김장을 했습니다.”

영상을 보고 나서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어제 하루 종일 만일결사 회향식이 온라인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전법활동가들에게 어제 회향식을 지켜본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누구든지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소감을 말하거나, 건의사항을 말했습니다. 다양한 소감들이 한 시간 동안 계속 이어졌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각 지역에서, 각 부서에서, 시기별로 고생을 많이 했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짧은 시간 안에 영상으로 모두 표현해야 하다 보니 누락되거나 너무 짧게 영상이 지나가버린 것에 대해 아쉬움을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2차 만일결사부터는 역사가 잘 기록될 수 있게 시스템을 마련하자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스님은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경청한 후 좋은 제안에 대해서는 스님의 의견도 덧붙여서 다음에는 꼭 반영이 될 수 있게 하자고 당부했습니다. 모둠별로 화상회의 방에 모여 마음 나누기를 한 후 전법활동가 법회를 마쳤습니다.

오후 4시에는 공동체 지부 공청회를 시작했습니다. 오늘부터 대행 체제를 시작하면서 신임 지부장과 모둠장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고, 어제 만일결사 회향식에 대한 소감을 서로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이후 백일 동안 공동체 대중들이 각자 자신의 진로 문제와 관련하여 어떤 관점을 가지면 좋을지 남은 일정들을 공유해 주었습니다.

“어제 천일결사도 회향하고, 만일결사도 회향했습니다. 수행적 관점에서 보면 나날이 같은 날인데, 입재가 어디 있고, 회향이 어디 있겠습니까? 늘 같은 날일 뿐입니다. 그러나 일의 차원에서는 입재식을 하면 출발하는 것이 되고, 회향식을 하면 마무리를 하는 것이 되죠. 일의 군상에서는 지난 만일을 마무리지었습니다.

오늘부터 12월 22일까지는 지난 3년에 대한 평가를 하고, 개인의 거취에 대해 의향을 밝히고, 앞으로 사업 계획도 세우고, 이를 기반으로 인사 배치도 해나가게 됩니다. 1월에는 역할분담을 잘해서 1250명이 함께하는 인도 성지순례를 잘 준비해야 하고요. 그 이후에는 2차 만일결사의 첫 번째 천일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부적인 사업 계획들을 세워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 조금 더 구체적인 계획들을 함께 세워 나가면 좋겠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에는 저녁반 활동가들을 위한 전법활동가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오전처럼 회향 기간 동안 대행 체제에 대해 소개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어제 만일결사 회향식에 대한 소감과 건의사항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진 후 밤 9시가 넘어서 법회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겨울을 날 준비를 하기 위해 텃밭과 화단을 정리하고, 저녁에는 정토경전대학 생방송 수업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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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

"욕망을 나쁘다고 생각하거나, 욕망을 부정하거나, 욕망을 없애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욕망이 일어나는 것은 현실이고 우리의 삶입니다. 그러나 욕망의 노예가 되면 우리는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라는 것이 붓다의 가르침입니다." 스님의 하루팀님 삼보의 은혜 나라 선조님들 일체중생 자연의 은혜에 고마움의 절을 올립니다.

2022-12-21 08:15:28

보각

감사합니다 스님

2022-12-17 07:58:36

하심

그림자처럼 자리하는 욕망 알아차리기. 감사합니다()

2022-12-09 21: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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