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10.24. INEB(참여불교세계대회) 1일째, 명상수련, 선유동 계곡
“명상을 하는 이유, 지금 여기에 깨어있어야 하는 이유”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5박 6일 동안 정토회 주관으로 INEB(참여불교세계대회)가 한국에서 열립니다. 전 세계에서 90여 명의 참가자들이 어젯밤 문경 정토 연수원에 도착했습니다.

새벽 4시 30분에 도량석 소리와 함께 기상하여 5시부터 연수원 대강당에서 새벽 예불을 하며 INEB(참여불교세계대회) 1일째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식당으로 내려와 아침 식사를 한 후 몇몇 참가자 분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반갑습니다. 환영합니다.”

“Thank you for inviting me.”

“어디에서 오셨어요?”

“미얀마에서 왔습니다.”

미얀마,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부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인도, 미국, 호주, 일본 등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분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명상수련을 하기 위해 대강당으로 향했습니다.


8시 30분부터 스님이 명상수련을 시작하기에 앞서 명상을 하는 방법과 자세에 대해 입재 법문을 했습니다.

“명상은 쉼과 같습니다. 동작의 쉼, 번뇌의 쉼, 괴로움의 쉼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명상을 일하듯이 합니다. 잘하려고 하고,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잘했다, 못 했다를 평가합니다. 그로 인해 명상하면서 포기하거나 지치는 사람도 생깁니다. 왜냐하면 명상을 일하듯이 했기 때문입니다. 명상은 쉼이기 때문에 어떻게 쉬는 것이 잘 쉬는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냥 편안히 쉬는 게 잘 쉬는 겁니다. 그래서 첫째, 편안한 마음으로 임해야 합니다. 애쓰고 긴장하지도 않습니다.

명상하면 다리에 통증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이것은 ‘통각’입니다. 우리는 통각을 싫어해서 다리를 펴고 싶어 하거나 아니면 또 펴지 않고 참습니다. 욕구를 따라가는 것도 중도가 아니고, 욕구에 저항하는 것도 중도가 아닙니다. 다만 ‘통증이 있구나!’ 하고 알 뿐입니다. 통증이 있는 가운데 다만 호흡을 알아차립니다.

내 몸에서 일어나거나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그냥 내버려 둡니다. 명상을 할 때 집중해야 할 것은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코끝의 감각입니다. 머리에서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르더라도 그냥 내버려 둡니다. 생각을 하려고도 하지 않고, 생각을 멈추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자꾸 일어나는 생각에 의미를 부여해서 꼬리를 물고 이어 가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관심을 그 생각에 두었다는 것입니다. 생각이 일어나더라도 내버려 두고 관심은 호흡에 둡니다. 어떤 욕구에도 따라가지 않고 저항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이런 욕구가 있구나!’ 하고 알 뿐입니다.

명상 중에 해야 할 일은 관심을 콧구멍 끝에 두고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리는 겁니다. 호흡은 언제나 그곳에 있습니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늘 호흡을 하고 있고, 그 호흡을 알아차린다는 것은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뚜렷이 알아차리는 것을 뜻합니다.

자세를 편안히 합니다. 눈을 편안히 감습니다. 동작을 멈춥니다. 관심을 콧구멍 끝에 둡니다. 숨이 들어오고 숨이 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호흡을 편안히 알아차려 봅니다. 놓치면 다시 합니다.”

탁! 탁! 탁!


스님이 죽비를 치자 곧바로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30분 간 명상을 하고, 10분 간 포행을 했습니다.

“포행 시간입니다. 포행은 휴식 시간이 아니라 정진 시간입니다. 천천히 일어나서 천천히 걷습니다. 포행을 할 때는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동작을 알아차립니다.”

INEB 참가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석 주위를 천천히 세 바퀴 돌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스님은 단상에서 포행을 했습니다.

다시 30분 간 명상을 하고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연수원 대강당을 나오니 주위에 산들이 온통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어떤 분은 단풍 구경을 하고, 어떤 분은 걷기 명상을 하고, 어떤 분은 나무 벤치에 앉아 바람을 느꼈습니다.


10분 전임을 알리는 목탁 소리가 들리자 모두 대강당으로 다시 모였습니다. 10시부터는 전법활동가 법회를 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INEB 명상 프로그램을 그대로 전법활동가 법회로 생방송 송출했습니다.

30분 간 명상을 하고, 10분 간 포행을 하고, 30분 간 명상을 했습니다. 스님은 명상을 한 타임 시작할 때마다 명상을 하는 자세와 방법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서 스님은 그룹별로 미팅을 시작했습니다. 매번 식사 시간 후 휴식 시간에는 전체 참가자들을 그룹별로 미팅을 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술락 시바락사 박사님과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이어서 방글라데시 참가자들과 미팅을 했습니다. 스님 한 분과 소수민족인 줌마족을 위해 일하는 NGO 활동가, 아픈 60세 이상 어르신을 돕는 단체에서 일하는 분이었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를 나눈 후 탄압받고 있는 줌마족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안타까운 상황을 듣고 스님은 INEB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오후 1시 10분부터 다시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30분 간 명상을 하고, 10분 간 포행을 하고, 30분 간 명상을 했습니다. 90여 명이 자리했지만 낙엽 떨어지는 소리, 새소리, 바람 소리만 들릴 뿐 연수원에는 고요한 정적이 흘렀습니다.


1일째 명상을 마치고 오후 3시 30분부터 연수원 주위에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선유동 계곡을 산책했습니다. INEB 참가자 모두가 본관 계단 앞에 모두 자리하자 스님이 산책 코스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1시간 30분 정도 산책을 하려고 합니다. 여기서 출발하여 학천정이라는 경치 좋은 정자까지 1.7km를 걷습니다. 걷다가 다리가 아픈 사람은 거기서 차를 타고 돌아오시면 됩니다. 중간에 차 타고 돌아오실 분은 손들어 보세요. (웃음)

그 다음에 다시 1.1km를 걷고, 거기서 다리가 아픈 사람은 또 차를 타고 돌아오시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1.6km를 더 걸어가면 가장 경치가 좋은 곳에 도착합니다. 거기에는 폭포가 있습니다.

명상을 할 때는 천천히 걸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 코스를 다 가려면 천천히 걸을 수가 없습니다. (웃음) 그래도 제가 선두에 서서 가능한한 천천히 걸을게요. 자, 출발합시다.”

스님의 뒤를 따라 INEB 참가자 모두가 한 줄로 서서 계곡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개울을 건너자 낙엽이 수북이 떨어진 산길이 나타났습니다.




산길을 따라 올라갈수록 붉게 물든 단풍이 더 많이 보였습니다. INEB 참가자들 대부분 동남아 지역에 살고 있는데요. 개중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단풍을 구경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Wow, what a beautiful color!”

참가자 모두 형형색색의 단풍을 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낙엽이 소복하게 쌓여 있어서 발을 밟을 때마다 사각사각 소리가 났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낙엽을 밟아보네요.”


3분의 1 지점에 도착했을 때 스님이 뒤돌아서서 말했습니다.


“다리가 아픈 분들은 여기서 차를 타고 돌아가시면 됩니다.” (웃음)

너무나 멋진 풍경을 본 INEB 참가자들은 마음을 바꿔 대부분 가던 길을 계속 걸었습니다.


3분의 2 지점을 지나 용추 폭포에 도착했습니다. 바위에 폭포가 쏟아지는 절경을 배경으로 스님이 한 그룹씩 기념사진을 함께 찍어 주었습니다.

“김치!”

참가자들은 어느새 '김치'라는 한국말이 익숙해졌습니다. 용추폭포를 구경한 후 다시 낙엽을 밟으며 산길을 내려왔습니다. 참가자들은 스님을 만나거나 한국인 스태프를 만나면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Thank you for showing us the wonderful scenery.”

단풍 구경을 실컷 하고 주차장에 도착한 순서대로 차에 올라 다시 정토 연수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자 해가 저물었습니다. 스님은 휴식 시간을 활용하여 다시 그룹별 미팅을 이어나갔습니다. 저녁에는 비구 스님들과 미팅을 했습니다. 각자 어느 지역에 살고 있는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소개하고, 스님에게 궁금한 점에 대해 묻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저녁 6시 45분에 예불을 함께 올린 후 7시부터는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전처럼 INEB 참가자들과 즉문즉설 하는 모습을 그대로 전법활동가 법회 생방송으로 송출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미얀마에서 전해 온 슬픈 소식을 전하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산에 갔다 와서 피곤하시죠. 방금 들어온 미얀마 소식인데요. 미얀마 군부의 폭격으로 공연을 하고 있던 예술가와 시민 60여 명이 사망했다는 긴급 보도가 나왔습니다. 잠시 그분들의 명복을 비는 묵념을 하겠습니다.”

INEB 참가자들 중에는 미얀마에서 오신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잠깐이지만 다 함께 미얀마의 평화를 염원해 보았습니다.

이어서 궁금한 점에 대해 묻고 답하는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누구든지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명상을 하면서 궁금한 점이 있는 사람, 개인적으로 인생 고민이 있는 사람, 사회 실천에 대해 의문이 있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손을 들고 질문했습니다. 그중 비구 스님 한 분이 명상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명상을 하는 이유, 지금 여기에 깨어있어야 하는 이유

“In the morning session, you were talking about walking meditation. You've said that we have to focus on motion instead of breathing. Can you explain more?”

(오전 세션에서 포행에 대해 설명하셨을 때 호흡보다는 움직임에 깨어 있으라고 하신 것을 조금 더 설명해 주십시오.)

“대념처경에 의하면 우리가 알아차림을 유지해야 하는 것으로 4가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첫째, 몸에 대해서 알아차려라. 둘째, 느낌에 대해서 알아차려라. 셋째, 마음에 대해서 알아차려라. 넷째, 법에 대해서 알아차리라는 것입니다.

몸에 대해서 알아차리는 것에는 다시 네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호흡에 대해서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동작과 자세에 대해서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이 몸의 구성에 대해서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네 번째는 몸이 해체되는 9가지 과정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몸에 대한 알아차림은 호흡만이 아니라 동작과 자세, 몸의 구성, 몸의 해체 과정, 이렇게 네 가지가 있습니다. 몸의 구성과 몸의 해체 과정에 대한 알아차림은 이 몸이 성스럽다고 할 것이 없다는 것을 경험하게 해 줍니다. 이것만을 따로 떼어 ‘백골관’이라고 해서 시체를 앞에 두고 명상하는 법이 있습니다. 주로 몸에 대한 집착과 욕망을 제거하기 위해서 백골관을 합니다.

호흡과 동작의 알아차림은 집중이 안 되고 산란할 때 산란심을 극복하는 수행법입니다. 앉았을 때는 모든 동작을 멈추었기 때문에 몸에서는 호흡만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호흡을 온전하게 느끼라는 겁니다. 그러나 머릿속에서 여러 생각이 일어나면서 자꾸 관심이 밖으로 흩어집니다. 그것에 끌려가지 말고 다만 들숨과 날숨에 집중합니다. 그러면 집중력이 매우 높아집니다. 선불교에서도 집중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선불교에서는 화두에 집중하라고 가르치는데, 오직 화두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위빠사나와 선불교 모두 집중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일어나서 움직이게 되면 집중이 흐트러집니다. 움직일 때는 동작에 알아차림을 유지해야 합니다. 단순히 일어나고 앉고 오고 가고 하는 것만을 알아차려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음식을 먹거나 대소변을 보거나 할 때도 그 상태를 알아차려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을 선불교에서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똥을 눌 때는 똥만 누고, 밥을 먹을 때는 밥만 먹어라’

그런데 산만한 사람들은 밥을 먹으면서 다른 생각을 하고, 뚱을 누면서 다른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명상이든 포행이든 모두 지금 여기에 깨어있는 연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작과 자세에 깨어있다는 것은 감각에 깨어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호흡에 깨어있다는 것도 엄격하게는 감각에 깨어있는 것입니다. 느낌이라는 것은 감각이 일어날 때 발생합니다. 내가 가진 카르마와 감각이 부딪칠 때 기분 좋고, 기분 나쁜, 느낌이 일어납니다. 느낌이 일어나면 욕망이 따라 일어납니다. 욕망이 일어나면 행위를 하게 됩니다. 행위를 하게 되면 다시 습관이 생겨납니다. 이것이 계속 반복되면 카르마가 형성됩니다. 그래서 욕망이 일어나더라도 행위를 멈춰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 행위를 하게 되면 불이익과 손실이 크기 때문입니다. 모든 행위를 멈추라는 것이 아니라 손실이 큰 행위를 멈추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계율입니다.

그러나 감각이 일어나고, 느낌이 일어나고, 욕망까지 일어나면, 계율을 지키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계율을 지키더라도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결국 계율을 어기게 됩니다. 계율은 마치 저수지 뚝과 같습니다. 그러나 물의 압력이 세면 뚝은 터지게 됩니다. 그래서 욕망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관찰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느낌에서 연유합니다. 느낌이 일어날 때 바로 알아차리게 되면 느낌이 욕망으로 바뀌는 것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느낌은 과거에 지은 업식으로부터 일어나기 때문에 결심과 각오로는 제어하기가 어렵습니다. 마치 두 개의 부싯돌이 부딪쳤을 때 불꽃이 일어나는 것과 같습니다. 옆에 솜이 있으면 곧바로 옮겨 붙습니다. 불이 옮겨 붙은 것이 바로 욕망입니다. 불이 작을 때는 쉽게 끌 수 있지만, 불이 점점 커지면 불이 났는지 알아도 불을 끄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욕망이 일어나자마자 초기에 알아차림을 유지하면 훨씬 제어하기가 쉽습니다. 만약 욕망이 일어나기 전 단계인 느낌을 알아차리면 불꽃이 옮겨 붙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부싯돌에서 불꽃은 늘 일어나지만, 옮겨 붙을 것이 없기 때문에 일어났다가 꺼져버립니다. 이렇게 되려면 느낌을 온전히 알아차려야 합니다. 느낌은 알아차림의 힘이 아주 강하지 않으면 놓치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감각에 기초해서 느낌이 일어나기 때문에 감각을 알아차리면 느낌을 알아차리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우선 감각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호흡을 알아차리거나 동작과 자세를 알아차리는 것은 모두 감각을 알아차리는 것에 속합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도 가장 먼저 호흡과 동작, 자세를 알아차리라고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호흡에 깨어있는 것은 곧 감각에 깨어있는 것이고, 감각에 깨어있는 것은 곧 느낌에 깨어있는 것이고, 느낌에 깨어있는 것은 곧 감정이 일어나기 전에 제어할 수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미 일어난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불이 붙은 것을 끄는 것이 아니라 불이 붙지 않도록 하는 것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욕하는 소리를 내가 들었다고 합시다. 욕하는 소리는 나에게 청각으로 인지가 됩니다. 여기서 느낌이 일어납니다. 그럴 때 몸에서 약간의 열기 또는 호흡이 가빠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은 화가 일어나는 징조입니다. 이때 알아차림을 놓치게 되면 화가 강하게 솟아오릅니다. 결국 바깥으로 화를 내게 됩니다.

화를 제어하는 방법은 단계별로 있을 수 있습니다. 첫째, 상대가 욕하는 것을 그냥 하나의 소리로 들을 수 있다면 화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둘째, 상대가 왜 화를 내는지 그 이유를 충분히 이해해도 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붓다는 이런 경지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첫 번째 단계를 놓치게 되면 화가 일어납니다. 그러면 몸에서 열기가 나고 호흡이 약간 거칠어집니다. 이것이 느낌입니다. 이때 화가 나는 줄 알아차리면 바로 멈출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놓치게 되면 화가 울컥 올라옵니다. 물론 내가 화가 났다는 사실을 바깥으로 드러내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면 계율은 지켜지는 것입니다. 확대 생산은 하지 않는 거죠. 그러나 나 자신은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이것은 화를 내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하지만 억지로 참게 되면 나중에 병이 됩니다. 정신과 치료에서는 이런 때 오히려 화를 내도록 해서 응급치료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수행적으로는 화를 내고 나서 반드시 ‘내가 알아차림을 놓쳤구나’ 하고 뉘우쳐야 합니다. 뉘우침이 수행의 마지막 단계입니다. 그것이 참회입니다. 뉘우칠 줄도 모른다면 수행자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뉘우칠 줄 모르면 계속 되풀이되는 윤회의 괴로움에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과 동작과 자세를 알아차리는 것은 지금 내가 여기에 깨어있는 것의 가장 기본이 됩니다. 이런 연관 고리를 설명한 것이 바로 십이연기입니다. 거기에 기초해서 계정혜 삼학이 나옵니다. 붓다의 가르침은 따로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외에도 명상에 대한 질문, 사회 실천에 대한 질문들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 지금 INEB 대회 기간에 하는 명상과 10일씩 하는 명상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오늘 배운 명상은 아나빠나인가요, 위빠사나인가요?
  • 저는 재정을 다루는 기술을 갖고 있는데, 제가 가진 기술을 활용해서 세상의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2주 전에 태국에서 32명의 아이가 살해되었는데, 사람들은 아이들이 살해범에게 전생에 나쁜 짓을 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말합니다. 이게 말이 되나요? 너무 화가 납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INEB 대회 1일째 일정이 모두 끝났습니다. 긴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INEB 대회 2일째입니다. 하루 종일 명상 수련을 하고, 저녁 무렵에는 봉암사를 방문하고, 저녁에는 즉문즉설 시간을 가진 후, 스님은 문경 수련원으로 이동하여 정토경전대학 생방송 수업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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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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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

너무 궁금했는데 너무 명쾌하게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3-10-10 12:23:15

옥스

제가 싫어하는 소리가 들리면 화가 나는것을 알았습니다. 참으려니 답답하고 말하려니 까탈스러워 하고 그래서 밖으로 나가보았습니다. 마음을 가리앉히니 조금 편안해짐을 느꼈습니다. 상대를 보며 화낸 것에 뉘우쳐 봅니다.

2023-03-25 15:31:26

일등명

바른가르침 주시는 법륜스님 존경합니다
고맙습니다 ♥
잘 닦아가겠습니다

2022-11-14 07: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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