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10.17 전법활동가 법회
“바빠서 다 감당하기 어려울 때 무엇부터 줄여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스님은 농사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텃밭에 쪽파를 심고 나서 산 밑밭으로 올라갔습니다.


산 밑밭에는 쪽파와 양파를 심었습니다. 여름 내내 가지를 수확한 곳을 모두 정리하고 비닐 멀칭을 그대로 둔 채 그대로 심었는데요. 비닐 구멍이 이미 뚫려 있었던 곳에는 추위를 견딜 수 있는 쪽파를 심고, 추위에 약한 양파는 새로 구멍을 뚫어서 심었습니다.

두둑 중앙에는 쪽파가 나란히 심어졌고, 양쪽 측면에는 양파가 주욱 심어졌습니다. 아침 울력을 마치고 두북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전법활동가들이 정기 포살을 하는 날입니다. 그리고 일 년에 두 번 있는 정일사(정토를 일구는 사람들) 수련의 입재일입니다. 그래서 전법활동가 법회도 정일사 입재식과 함께 포살 법회 형식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오전 10시에 스님은 방송실 카메라 앞에 자리했습니다. 전법활동가들이 삼귀의 반야심경을 하고 자리하자 스님이 포살과 정일사 수련을 하는 이유에 대해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바빠서 다 감당하기 어려울 때 무엇부터 줄여야 할까요?

“오늘은 정기 포살일이자 일 년에 두 번 있는 정일사 입재일입니다.

수행자는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고 계정혜 삼학을 닦아야 합니다. 수행자의 인격은 계율을 통해 유지되기 때문에 계율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살다 보면 이제까지 살아온 업식이나 습관으로 인해서 계율을 놓칠 때가 있어요. 그래서 참회를 해야 합니다. 수행 공동체에서는 한 달에 한 번 같이 모여서 참회를 합니다. 이것을 포살이라고 해요. 포살이란 자신의 허물을 대중 앞에 드러내어 참회하는 것입니다. 또, 1년에 한 번이나 두 번 안거를 할 때는 자자를 해야 합니다. 자자란 나의 허물을 내가 자각하지 못할 때 도반들에게 청해서 나의 허물을 지적받고 참회하는 것입니다.

정토회에서는 법사 수계를 받은 사람과 결사행자는 1년에 두 번 ‘자자’를 필수로 하고 있습니다. 서원행자는 자자를 하기에는 아직 마음에 상처를 받을 가능성이 있어서 ‘선물주기’를 하고 있어요. 자자에 비해서는 부드러운 편이지만 사실상 자자를 하고 있습니다. 발심행자는 포살만 합니다.

불교대학이나 경전대학 또는 행복학교를 진행하는 발심행자는 법사에 준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법사는 법문을 하려면 반드시 자신의 수행을 점검하고 해야 해요. 전통적으로 출가 수행자들은 허물이 있으면 드러내어 참회하는 포살을 한 후에 대중 앞에서 법회를 열었습니다. 발심행자도 진행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격월로 진행하는 포살법회에 반드시 참가해야 합니다. 서원행자 이상은 매달 포살법회에 참석해야 해요.

정토회는 지식이나 말보다 실질적인 실천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몸에서 풍겨 나오는 인격이 중요해요. 지식이 수행의 척도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행자라면 반드시 계율에 따라 자자와 포살을 하고 안거를 해야 합니다. 부처님 당시에는 안거를 일년에 3개월씩 했습니다. 정토회에서는 안거를 3개월까지 할 수 없어서 상, 하반기에 보름씩 하고 있습니다. 원래 안거에 비하면 훨씬 적게 한다고 볼 수 있죠. 우리는 최소한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줄일 수는 없어요. 사실은 상반기에 한 달, 하반기에 한 달 동안 안거를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러나 현대인의 생활 자체가 그 정도로 시간을 내기는 어렵기 때문에 정토회에서는 보름만 하고 있어요.

안거 때 정진은 같은 시간, 장소에 모여서 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다 법당에 모여서 했어요. 온라인 정토회가 되면서 모든 활동을 개인 법당에서 하니까 정진도 각자 자율로 하게 되었습니다. 대신 정일사 기간 동안 정진하면서 느낀 소감은 밴드에 올리고, 필요하면 온라인으로 모여서 나누기를 합니다. 또, 보름간 정진을 마치고 자자나 선물주기를 할 때는 온라인으로 함께 모여서 해야 합니다. 우리가 매일 정진을 하지만 일 년에 두 번은 꼭 이렇게 안거를 해야 합니다. 매일 세수하고 며칠마다 샤워하고 살아도 가끔 목욕탕에 가면 때가 나오잖아요. 매일 하는 천일결사기도가 세수고 일주일에 한 번 듣는 법회가 샤워라면, 안거는 목욕탕에 가는 것과 같습니다.

바쁘고 어려운 가운데 하는 게 수행입니다

전법활동가 여러분, 이번 가을은 바쁩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오프라인 활동을 못하다가 지금은 모든 오프라인 활동이 봇물 터지듯 터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갈 수 없었던 결혼식이나 장례식도 정상적으로 하고, 회사에서도 미뤘던 행사를 하나둘 하기 시작했습니다. 거기다 우리 정토회도 여러 행사와 실천 활동을 오프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곧 INEB(참여불교세계대회)도 해야 하고 1차 만일결사 회향수련과 회향식도 해야 하고, 2차 만일결사도 준비해야 해요. 이렇게 모든 부분에서 업무가 늘어났어요.

여러분은 다 감당하기 어려울 때 뭘 줄일까 고민하다가 수행을 제일 먼저 줄여요. 아침 천일결사기도를 줄이던지, 정일사 300배를 안 하든지 합니다. 가족모임이나 동창모임을 줄이던지, 밥을 덜 먹든지, 잠을 덜 자든지 다른 걸 줄이고 정진은 해야 합니다. 그래야 수행자라고 할 수 있어요. 수행은 시간 나면 하고, 시간 없으면 안 하는 게 아니에요. 바쁜 가운데 하고, 어려운 가운데 하는 게 수행입니다. 남는 시간에 하는 게 아니라 없는 시간을 만들어서 해야 수행이 됩니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2주간 집중해서 정진을 하시기 바랍니다. 정진도 안 하고 회향수련에 참가하면 죄지은 것도 아닌데 괜히 마음이 찝찝해요. 전법활동가는 꼭 정진을 해야 해요. 그래야 사람들 앞에서 안내할 때도 떳떳해집니다. 이걸 꼭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각종 행사로 점점 더 바쁘지는 시기이지만 무엇보다 정진을 가장 우선으로 하기로 다짐하고 포살을 진행했습니다.

스님이 정토행자 18 계본을 하나씩 설하면 계본을 어겼을 경우 각자 삼배를 했습니다. 포살을 원만하게 마친 후 모둠별로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여 자신이 참회한 내용을 대중에게 말하고, 하반기 정일사에 입재하는 마음가짐을 서로 나누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스님은 곧바로 두북 수련원을 출발하여 문경 정토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이동하는 중에 차 안에서 오후 1시 30분부터 3시 30분까지 정토회 기획위원회 회의에 온라인으로 참가했습니다. 온라인불사위원회가 지난 3년 동안 진행해 온 내용을 2차 만일결사에서는 어떻게 계승해 나갈 것인지 다각도에서 검토를 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문경에 도착해서는 문경 수련원과 연수원을 둘러보며 다음 주부터 INEB(참여불교세계대회)를 이곳에서 진행해야 하는데 행사 준비 상황이 어떠한지 점검했습니다.

내일은 경남 밀양에 있는 표충사를 방문한 후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저녁에는 정토 경전대학 생방송 수업을 하고 나서 서울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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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선

글 법문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11-11 08:24:08

보각

짧아서 조금 놀란마음, 밀린걸 읽고 있는데 하나 끝내서 기쁜 마음도 올라왔네요. 정진을 우선하라는 말씀이 와닿았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11-08 15:36:37

이임숙

바쁜 가운데 수행을 해야 한다는 말씀따라 꾸준히 정진 하겠습니다

2022-10-25 19: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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