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8.23. 산윗밭 김매기, 서울로 이동
“아내가 이혼을 요구합니다,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도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농사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내일부터 서울에서 사회 인사들과 약속이 잡혀 있고, 8월 29일부터 9월 17일까지는 JTS의 인도 사업장과 필리핀 사업장을 방문하는 일정이 있어서 거의 한 달 가까이 농사일을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은 농사팀 행자들이 자주 가보지 못하는 산윗밭에 난 잡초를 모두 뽑기로 했습니다.

직접 손으로 뽑아야 하는 잡초가 많아서 공동체 법사단에서 시간 나는 분들이 있는지 특별히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법사님들은 밭에서 풀을 뽑으며 예정된 회상회의를 하기로 하고 모두 두북 수련원으로 달려왔습니다.

스님은 법사님들이 도착하기 전 먼저 밭 전체를 둘러보았습니다.

“아이고, 한 달 전에 풀을 깨끗하게 뽑았던 것 같은데, 또 풀이 무성해졌네요.”

먼저 잔디 깎는 기계에 시동을 켜고 평평한 곳에 난 풀을 모두 베었습니다. 왕복으로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제법 큰 면적이 깨끗해졌습니다.

향존 법사님과 묘당 법사님은 예초기를 돌려서 밭 주위를 말끔하게 깎았습니다.

곧이어 법사님들이 도착했습니다.

“스님,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스님이 곧바로 일하는 방법을 안내해 주었습니다.

“도라지와 모란은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풀을 뽑아주세요. 도라지와 모란을 잡초인 줄 알고 뽑아버리면 안 돼요. (웃음) 도라지와 도라지 사이에는 손으로 뽑고, 고랑 사이에 풀이 많이 자란 곳은 예초기로 돌리겠습니다.”

양쪽에서 일렬로 나란히 선 채 잡초를 뽑기 시작했습니다. 각자 엉덩이 방석을 하나씩 차고 앉은 걸음으로 한 보씩 전진하며 잡초를 깨끗이 뽑았습니다.



“도라지는 이제 캘 때가 다 되어가요. 올 겨울이 되면 심은 지 딱 3년이 됩니다. 도라지가 손가락보다 더 커져 있을 거예요.”

“스님은 기관지가 안 좋으시니까 도라지를 수확하면 딱 좋겠네요.”

두북 수련원에 내려와서 처음으로 밭을 개간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도라지를 보니 벌써 3년이 지났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예초기 돌아가는 소리가 왱왱하는 가운데, 풀 더미 속에 가려져 있던 법사님들의 손놀림도 점점 빨라져 갔습니다. 잡초가 제거되자 모란이 나란히 심어져 있던 밭의 본래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풀 더미인지 밭인 지 분간이 안 되었는데, 이제야 밭처럼 되었네요.” (웃음)

스님의 웃음소리에 이어서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시원한 수박을 한 입 베어 물고 땀을 식혔습니다.


“먹는 것과 일하는 것에 대한 속담이 많아요. 일은 눈곱만큼 하고 밥은 태산 같이 먹는다, 일 못하는 사람이 연장을 나무란다...” (웃음)

법사님들이 참을 먹는 동안 두북 공동체 대중들은 발우공양을 하기 위해 먼저 산을 내려왔습니다. 법사님들은 11시가 넘어서 풀 뽑기를 마쳤습니다.

“수고했어요. 제가 해외 일정으로 한동안 자리를 비우니까 향존 법사님이 그동안 도라지 씨앗을 다 받아주세요.”

함께 점심 식사를 하고 울력을 마쳤습니다.

오후에는 산밑밭으로 가서 노각, 호박, 가지를 수확했습니다. 오늘 서울에 올라가기 때문에 서울 공동체 대중들과 사회 인사들에게 줄 채소를 최대한 많이 수확했습니다.

오후 4시 30분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서울로 향했습니다. 차로 4시간을 달려 저녁 8시 30분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한 후 하루 일정을 마쳤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12일 금요 즉문즉설 강연에서 있었던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아내가 이혼을 요구합니다, 어떡하죠?

“저는 이제 결혼한 지 3년 6개월이 된 동갑내기 부부입니다. 얼마 전 제 와이프가 저에게 이혼을 요구했습니다. 제가 거짓말한 게 들통이 난 게 직접적인 사유지만, 그것은 하나의 시발점이 됐을 뿐이고 그동안 습관적으로 가벼운 거짓말을 많이 해왔고, 해달라 하는 걸 바로바로 안 해주고 말로만 ‘알았어’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금 와서 제가 생각해보면 저는 와이프한테 사랑받을 줄만 알았지, 사랑을 주지 않고 제가 편한 대로만 생활을 해왔습니다. 이 성격을 바꾸지 않는 한 저는 이제 누구에게도 사랑을 주지 못하고 계속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살 것 같습니다. 이런 저의 성격을 고치려고 하는데 스님께서 지름길을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꼭 그렇게 이혼하자는 소리를 들어야 정신을 차려요? 미리미리 좀 정신을 차리지 그랬어요. (웃음)

지금이라도 그렇게 알아들었다니까 다행이에요. 늦었다 할 때가 빠른 때다는 말이 있잖아요. 우리가 ‘사랑을 준다’ 하고 말할 때 그 사랑이란 게 뭘까요? ‘너 좋아’ 이건 욕망이지 사랑이 아니에요. 사랑은 나와 다른 상대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첫째, 나와 다른 상대를 인정해야 돼요. 이 말은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겠구나’ 하고 이해하는 것을 뜻합니다. 나와 다른 상대를 인정하고,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이해하는 게 사랑이에요. 사랑을 하려면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이해가 없는 사랑은 폭력이에요. 성추행에는 상대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잖아요. 상대가 원하는지 안 하는지 관계없이 내가 좋다고 가서 껴안으면 성추행이 됩니다. 그러니 사랑을 하려면 우선 상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해란 상대의 모든 면을 깊이 알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에요. 나와 다른 상대를 인정하고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이해입니다. 이런 이해를 바탕에 두고 상대가 필요한 걸 해주는 거예요. 상대가 원하는 걸 해 주는 관점을 가지는 것이 사랑입니다.

내가 주고 싶을 때 주는 것은 내 욕망이에요. 비록 내가 조금 피곤해도 상대가 도와 달라 할 때 일어나서 도와주는 것이 사랑입니다. 집에 들어가면서 아내한테 ‘이거 사다 줘야지’ 하는 건 내 욕구이지, 진정한 사랑은 아니에요. 진정한 사랑은 상대의 필요에 내가 조금이라도 응해주는 겁니다. 그렇다고 다 응해줄 수는 없어요. 조금이라도 응해주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아내가 표현하지 않고 속으로만 원하고 있는 건 질문자도 알 수가 없으니까 어떻게 해줄 수가 없잖아요. 적어도 말로 원하는 게 있으면 우선 ‘알겠습니다’ 하고 들어주는 겁니다. 못 들어줬을 때는 반드시 ‘여보, 죄송합니다. 제가 이러이러한 이유로 못 했습니다’ 이렇게 사과를 하면 됩니다. 그것만 잘 지켜도 관계가 좋아질 거예요.

물론 아내가 원하는 걸 다 해 줄 수는 없습니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있는 건 해주고, 못 해줄 때는 ‘죄송합니다. 제가 그건 못 했습니다’ 이렇게 사정을 얘기하세요. 그렇게 하면 그게 사랑입니다. 사랑이랑 다른 게 아니에요.”

“알겠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제 스스로를 돌아보니 저의 성격상 문제도 많은 것 같습니다. 성격이 바뀌는 게 좀 힘들긴 하지만, 절실한 마음으로 노력하면 성격이 정말 바뀔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네, 성격은 바뀔 수가 있습니다. 성격은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바뀔 수가 있죠. 그런데 굉장히 바뀌기가 어렵죠. 옛날부터 성격은 바뀌기가 어렵기 때문에 바뀌기 어려운 부분만 보고 ‘저 성격은 태어날 때부터 타고났다’, ‘천성은 못 바꾼다’ 이런 말들을 했던 겁니다. 그래서 성격은 하늘로부터 부여받았다고 해서 천성이라고 불렀어요. 그러나 바뀌기 어려울 뿐이지 바뀔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어릴 때 형성된 성격은 지금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기가 어렵습니다. 부처님처럼 죽을 각오를 해야 바뀝니다. 그러나 사춘기 이후에 형성된 것들은 누구나 조금만 노력하면 바뀔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정신과에 가서 정신적인 또는 육체적인 이상이 있느냐를 먼저 체크해 보는 게 필요합니다. 육체적으로 이상이 있다면 약물 치료를 받으면 됩니다. 두 번째는 성격이 형성되는 어릴 때 심리가 억압이 됐는지 체크해 보고, 그런 상처가 있다면 트라우마 치료를 받으면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혼자 힘으로 못 하는 것은 의사의 도움을 얻어야 됩니다. 이렇게 응급치료를 한 뒤에 그다음부터는 수행 모임에 참여해서 꾸준히 자기가 자기를 변화시켜야 됩니다. 수행 정진을 꾸준히 해나가야 합니다.

질문자의 경우에는 자기식대로만 행동하고 아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니 ‘아내를 이해하겠습니다’ 하는 기도문을 가지고 꾸준히 정진해야 됩니다. 사람은 서로 다릅니다. 항상 아내에 대해서 나와 다른 부분을 인정해야 합니다.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우리 아내는 저렇구나. 저걸 좋아하구나. 저런 성격이 있구나. 저런 취향이 있구나.’

이렇게 아내를 인정해야 합니다. 그다음에는 아내를 이해하는 겁니다.

‘아내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그래서 질문자는 아내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정하겠습니다’, ‘이해하겠습니다’ 하면서 매일 108배 절을 하면 조금씩 변화가 생길 겁니다. 혼자 하기 힘들면 행복학교나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해서 도반들과 같이 마음공부를 하면 훨씬 수월합니다.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끼리 소그룹으로 모여서 마음공부를 같이 하니까 자기 변화에 큰 도움이 됩니다.

심리상담을 받거나 정신과 진료를 받아 보니 ‘이건 병이다’라고 할 정도일 때는 혼자서 수행하면 안 되고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 ‘약간 성격적인 이상이다’ 하는 정도는 자가 치료인 수행을 통해서 자기가 자기를 변화시켜야 합니다. 질문자는 지금 약간 자각은 된 것 같거든요. ‘내가 좀 문제가 있다’ 하고 자각을 하는 것은 앞으로 치료를 해나가는 데에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알겠습니다. 스님 말씀대로 일단 먼저 나를 돌아보고 병원에도 가서 치료를 받아보겠습니다. 노력하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믿고 이번 일이 제 자신이 변화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일은 오전에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한 후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미팅을 하고, 오후에는 평화재단 연구 세미나에 참석하고 기획위원들과 회의를 한 후, 저녁에는 수행법회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3

0/200

묘명 임재완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합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

2022-09-11 12:57:18

진달래

오늘도 감사합니다.()

2022-08-30 15:09:15

보각

저도 상담치료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2022-08-30 11:13:36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