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7.20 종교인 모임, 평화재단 연구 세미나, 수행법회
“다른 사람의 기분에 휘둘려요, 어떻게 개선하죠?”

안녕하세요. 오늘은 새벽 2시 30분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서울로 향했습니다.

어두운 고속도로 위를 세 시간 달려 6시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한 후 곧바로 평화재단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하는 날입니다. 목사님, 신부님, 주교님, 교령님, 교무님이 모두 도착하자 좌장인 김명혁 목사님이 식사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하나님의 뜻대로 살고, 한국 사람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사랑과 도움의 손길을 주는 일을 하는 우리 종교인들이 될 수 있게 하나님께서 축복해 주옵소서.”

“아멘!”

서로 종교는 다르지만 다 함께 아멘을 외치고 식사를 했습니다. 스님이 직접 농사지은 채소와 쌀로 밥과 반찬을 차렸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지난 한 주 동안 스님이 논에서 피를 뽑는 모습을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저는 요즘 매일 논에 붙어서 삽니다. 유기농 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내년부터는 유기농 하지 말까 하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요. 30년 전에 농사짓는 것처럼 하고 있으니까 동네 어르신들이 구경을 와서 ‘요새 누가 피를 뽑노’ 그럽니다.” (웃음)

영상을 보고 목사님, 신부님, 교령님 모두 한 마디씩 했습니다.

“피가 저렇게 많아요? 쌀을 수확하기 위해 정말 애를 많이 쓰시네요. 매번 보내주신 쌀을 잘 먹고 있습니다.”

“영상을 보니까 스님께서 보내주신 쌀을 못 먹겠어요. 저렇게 고생해서 보내주시는 줄 몰랐습니다.” (웃음)

“인간과 땅과 곡식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서 쌀이 나오네요.”

농사를 주제로 웃으며 담소를 나누다가 평화와 통일을 주제로 본격적으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모두 북한 주민들의 식량 위기와 인도적 지원 문제를 두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특히 북한 주민들이 다시 굶어 죽고 있는 소식이 들려온다는 이야기에 모두가 안타까운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스님도 이에 대해 우려를 표했습니다.

“지금 북한의 식량 사정은 굉장히 곤궁한 것 같습니다. 소식에 따르면 길거리에서 굶어 죽는 사람들이 보일 정도라고 해요. 제가 1990년대 중반에 북한 인도적 지원을 호소하면서 울고 다녔는데, 그때 이렇게 맹세를 했어요.

‘북한에서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다음에는 미리 알아서 사람이 굶어 죽는 일은 반드시 막아내겠다’

그런데 지금은 북한의 식량 상황이 나빠졌다는 것을 훤히 알고 있어도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굶어 죽는 사람들을 돕고 싶지만...

어쨌든 북한 정부는 남한에서 주는 식량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 분명한 것 같아요. 지금 한국이 한미일 삼각안보체제로 나아가게 되면, 북한으로서는 북중러 삼각공조로 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흘러가는 것을 제가 가장 우려했었는데 결국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을 하고,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는 전략을 구사하니까, 러시아와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에 대한 제재에 참여할 이유가 없어졌어요. 북한의 입장에서는 남한과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해서 숨통을 트려고 했던 측면이 더 어려워진 반면에 러시아와 중국이 길을 열어주는 국면이 되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 설령 핵실험을 한다고 해도 유엔 안보리 제재에 러시아와 중국이 더 이상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어요. 그래서 북한으로서는 외교적으로 유리한 조건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일단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지지 세력을 얻었으니까요.

이렇게 되면 남북 관계는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리고 옛날 같으면 활동가가 중국에 들어가서 비공식적으로 북한 국경 안으로 인도적 지원을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활동가가 중국에 들어갈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남북 관계가 개선이 되어서 육로를 통해 개성으로 보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면 배를 이용해서 남포항으로 보내든지요. 이 방법은 남북 관계가 개선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방법이거든요.

보릿고개가 되면 6월에 감자를 수확해서 해결을 하는데, 올해 봄 가뭄이 심해서 감자 수확량이 현저히 떨어지니까 지금 북한의 식량 상황이 더욱더 어려워진 것 같아요.”

이 외에도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 전쟁, 새로운 남한 정부, 이 상황 속에서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가면 좋을지 전문가 심포지엄을 열고, 평화와 통일 정책은 정권의 변화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추진될 수 있게 국민통합을 위한 일을 시작해 보자는 내용에 대해 깊이 있게 의견을 주고받은 후 종교인 모임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손님과 미팅이 있어서 종교인 분들을 엘리베이터까지만 배웅을 했습니다.

“조심히 가세요. 다음 달에 뵙겠습니다.”

이어서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과 연이어 미팅을 했습니다.

오후 1시부터는 평화재단 연구 세미나가 ‘미래교육 실험과 새로운 시민교육’을 주제로 열렸습니다.

오늘은 미래교실 네트워크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정찬필 님이 강사로 나와 교실 혁신의 대안으로 ‘거꾸로 교실’의 실험 과정과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정찬필 님은 KBS에서 PD로 재직하던 중 거꾸로 교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학생, 교사, 학교의 변화를 보고 미래교실 네트워크를 창립해서 본격적으로 교육운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거꾸로 교실의 핵심은 가르침의 종말입니다. 진짜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으로의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학교 가서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면 잘 살 거라는 룰이 깨지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기업에서도 점점 블라인드 채용이 확대되고 있잖아요.

궁극적으로 교육의 목적은 한 인간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도 잘 살아야 하지만 사회적으로 도움이 돼야 하겠죠. 그러려면 어떤 것을 길러줘야 할까요? 지식 자체만을 키우는 게 아니라 역량을 키워주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기존에는 말 그대로 교과지식을 배웠다면 이제 서로 연결해서 이해하는 힘,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수학 문제를 잘 풀도록 가르치는 게 아니라 수학자처럼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거죠. 지식을 아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데 쓸 수 있도록 힘을 길러주는 겁니다. 기존의 학교 시스템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거죠.

거꾸로 교실은 학생 스스로 완전학습을 할 수 있도록 고안된 새로운 교육 실험입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겁니다. 교사가 직접 만든 수업 동영상을 활용하여 교실에서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주입식 강의를 없앤다는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른바 무위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사님은 거꾸로 교실의 바탕이 되는 교육이론, 전문가들의 견해와 함께 실제 취재했던 사례를 풍부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밝아진 얼굴에서 희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두 시간의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토회 법사단과 통일특별위원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거꾸로 교실’의 실험 결과에 높은 관심을 갖고 강의에 참가했습니다. 학교 교육이 아닌 다른 교육에도 거꾸로 교실을 적용할 수 있을지, 일부 학교에서 부작용 사례가 있는데 어떻게 극복했는지 등 질문과 대답이 오갔습니다. 미래의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도 발표를 듣고 난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볼 때 교육의 중요한 내용이 ‘거꾸로 교실’에 대부분 포함돼 있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교육은 가르치는 사람 중심이 아니라 배우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배우는 사람은 모르기 때문에 배우지, 알기 때문에 배우는 게 아니잖아요. 모르는 걸 가장 쉽게 가르쳐줄 수 있는 사람은 한 해 선배, 또는 친구 중에 좀 빨리 아는 사람입니다. 그들이 모르는 사람의 눈높이에 맞게 가장 잘 가르칠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동료들로부터 같이 배운다’, ‘같이 해결한다’라는 부분이 굉장히 돋보였습니다. 보통 시험 문제는 개인 간의 경쟁을 하며 푸는데 거꾸로 교실에서는 테이블에 앉아서 친구들끼리 협력해서 풀도록 하고, 서로 가르치고 서로 배우는 것을 중시하잖아요. 배우는 사람이라고만 알고 있던 학생을 가르치는 쪽으로 전환한 것, 그리고 학생이 자기가 아는 범위 내의 지식만 가지고도 모르는 사람을 가르칠 때 그게 또 그 학생에게 효과적인 교육이 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미래에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

저도 인도에서 고학년이 저학년을 가르치는 방식의 학교를 실험해보았습니다. 이렇게 하면 저학년이 학습 내용을 더 빨리 알아듣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고학년이 빨리 어른이 되어 책임감을 갖게 돼요. 요즘 부모가 자식을 과잉보호해서 의지심을 강화하는 것처럼, 학교에서 교사가 아이들을 과잉으로 가르치는 탓에 아이들이 영원히 학생으로만 머무르게 되는 폐해가 있잖아요. 그런데 거꾸로 교실에는 자발적으로 이런 폐해가 극복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서 아주 좋은 교육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사가 모든 학생에게 똑같은 걸 가르치기보다 교사가 돌아다니면서 학생이 모르는 것을 그 학생 개인의 상황에 맞게끔 지도해 주는 방식이 돋보였어요. 이런 방식은 미래에 우리가 가야 할 최고의 맞춤 교육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우려되는 점도 있었습니다. 거꾸로 교실에서는 학부형들이나 선생님이 가장 부담을 갖고 있는 성적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성적 향상 효과는 최대의 장점이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 이것에 대한 집착 때문에 거꾸로 교육이 망할지도 모르겠다는 우려가 들어요. 이 문제를 어떻게 앞으로 극복할지가 앞으로의 과제로 남을 것 같습니다. (웃음)

또 시민 교육 측면에서는 거꾸로 교실 방식으로 새로운 커리큘럼을 개발하기는 조금 더 연구가 필요해 보입니다. 학교라는 건 한 가지 목표의 방식만 바꾸면 되는데, 시민 교육은 목표 자체가 수백에서 수천 가지에 이르다 보니 이것에 대해서는 우리가 좀 더 많은 사례들을 만들어내어야 할 것 같습니다.

거꾸로 교실은 단순히 교육 문제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정신건강, 정신질환, 폭력 등 수많은 학교가 고민하는 청소년 문제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해결을 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학생들의 인터뷰와 사례를 보면서 학습에서 뒤처질 때 느끼는 압박감이나 절망감이 많은 정신질환, 폭력, 게임 중독 등 온갖 청소년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당국에서 거꾸로 교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수용하면 좋겠네요. 학부형들이 이런 효과를 알면 교육당국에 적극적으로 요청할 수도 있을 거예요.

한꺼번에 바꾸려면 저항이 있겠지만,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성공 사례들을 계속 만들어 나간다면 교육에 있어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겠습니다. 제가 보기에 대안학교는 별로 대안이 안 됐거든요. 처음에는 대안이 됐지만 그것도 ‘대안학교 가니까 애가 정신 차리고 공부 잘하더라’라는 식이 되어버렸죠. 이처럼 기존 교육과 똑같은 목표로 가버려서 대안학교가 특수학교가 되고 결국은 망하는 길로 가는 과정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거꾸로 교실은 기존 학교 속에서 오히려 훨씬 더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강사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큰 박수와 함께 평화재단 연구 세미나를 모두 마쳤습니다.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강당을 나왔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수행 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건네고, 지난 주말 회원들의 으뜸절 실천 활동 모습과 스님의 농사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오늘도 백중 기도 기간이어서 먼저 백중 기도의 의미에 대해 스님이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다 죽게 마련입니다. 그것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마찬가지예요. 피어난 꽃은 지게 마련이고 피어난 잎도 지게 마련이에요. 이것은 자연 현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죽음을 무척 두려워하죠.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가르치셨습니다.

‘살아있는 생명뿐 아니라 천하 만물이 다 변한다. 물질세계는 성주괴공(成住壞空)한다. 즉 이루어지고 머무르고 흩어져서 사라진다. 생명세계는 생로병사(生老病死)한다. 즉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다. 정신세계는 생주이멸(生住異滅)한다. 즉 한 생각 일어나고 머무르고 흩어져서 사라진다.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제행(諸行)은 무상(無常)이다. 그러니 집착할 바가 못 되느니라.’

부처님이 열반에 드시려고 할 때 아난다가 슬퍼서 울자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아난다여, 슬퍼하지 마라. 여래는 육신이 아니라 깨달음의 지혜다. 육신은 비록 너희 곁을 떠나지만 깨달음의 지혜는 영원히 너희 곁에 남아 있으리라.’

죽음으로 인한 이별은 슬프고 아픈 일입니다. 그러나 그 슬픔과 아픔에 집착하고 매여 있으면 남은 인생을 불행하게 살다가 생을 마치게 됩니다. 아쉽기는 하지만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자연의 현상이라고 받아들여야 해요. 꽃이 핀다고 좋아할 일도 아니고, 단풍이 떨어진다고 슬퍼할 일도 아닙니다. 좋아하고 슬퍼하는 것은 내가 일으키는 마음이에요. 태어나고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은 그냥 자연 현상이기에 기뻐할 일도 아니고 슬퍼할 일도 아니에요. 그러나 우리는 생에 집착하기 때문에 태어남을 기뻐하고, 죽음을 슬퍼하는 거예요. 이를 슬퍼하지도 않고 기뻐하지도 않는다면 태어나고 죽는 것에 연연하지 않게 됩니다. 그럴 때 우리가 ‘생사를 뛰어넘었다’, ‘해탈을 했다’ 이렇게 표현합니다.

가장 좋은 천도 기도

그래서 가장 좋은 천도는 바로 내 마음속에 있는 집착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내 마음에서 부모를, 내 마음에서 자식을, 내 마음에서 형제를 놓아버리고 떠나보내는 것이 수행적 관점에서 보는 최고의 천도입니다. 그렇다면 종교적인 관점에서 보는 천도는 어떤 것일까요? 어려운 사람에게 널리 베풀어서 거꾸로 살아온 삶을 바로 세우는 것이 천도입니다. 어느 쪽 관점이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는 아니에요. 수행적 관점에서는 집착을 놔야 하고, 종교적 관점에서는 널리 베풀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백중기도를 하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이 백중 기도 동안에 죽음과 관계되는 아쉬움이나 후회나 고통이 마음속에 있다면 깨달아서 집착을 내려놓든지, 베풀어서 천도를 하시면 좋겠습니다. 어쨌든 여러분이 이러한 이 백중 기도를 통해서 자유로워지고 행복해지시기를 바랍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주변 사람들의 기분에 너무 민감해서 힘들다며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기분에 휘둘려요, 어떻게 개선하죠?

“저는 주변 사람들 기분에 너무 민감합니다. 상대가 저와 전혀 상관없는 일로 기분이 안 좋을 때도 따라서 기분이 다운됩니다. 저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을 거라고 추측하면 기분이 더 많이 다운됩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점을 개선할 수 있을까요?”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받습니다. 누구나 다 보는 것에 영향받고, 듣는 것에 영향받고, 냄새에 영향받고, 맛에 영향받고, 감촉에 영향받고, 생각에 영향을 받아요. 중생은 바깥 경계에 영향을 받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자유인이 아니고 노예라고도 하죠. 주변 경계에 끌려다니니까요.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네가 네 삶의 주인이 되려면 보는 데 영향받지 말고, 듣는 데 영향받지 말고, 냄새와 맛과 감촉과 생각에 끌려다니지 마라. 여섯 가지 감각의 문을 잘 통제하면 자유인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수행자의 목표입니다. 누구나 영향을 받는 게 현실이고, 영향을 안 받는 경지로 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예요. 목표를 향해 나아가다 보면 현실에서는 좀 덜 영향을 받게 됩니다.

질문자처럼 굉장히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존재라고 하면 중생에 조금 더 가깝고, 좀 덜 영향을 받는다고 하면 부처 쪽으로 한 발 나아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수행을 하는 목적은 어떤 경계에도 덜 영향을 받기 위한 거예요. 전에는 남편이 하는 말, 아이가 하는 말, 아이 성적표, 주위에서의 칭찬이나 욕설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합시다. 그런데 수행을 하다 보면 욕을 들어도 조금 웃을 수 있고, 칭찬을 받아도 좀 덜 들뜨고, 남편이 늦게 들어와도 ‘늦었구나’ 할 수 있어요. 이건 덜 영향을 받는 거예요. 부처님은 영향을 안 받으셨죠. 상대가 욕을 해도 빙긋이 웃고 영향을 안 받으셨습니다.

누구나 다 영향을 받고 살지만 질문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남보다 더 민감한 편인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이 기분이 안 좋아 보일 때 스스로 어느 정도 내 반응을 통제할 수 있는지 테스트해 보세요. 거의 자동으로 마음이 다운되고 도저히 통제가 안 된다고 한다면 병적인 경우에 속합니다. 그러면 정신과에 가서 진료를 좀 받아봐야 해요.

영향을 받는다고 해서 무조건 다 병은 아니에요. 누구나 다 경계에 영향을 받습니다. 우리는 영향을 받고는 있지만 불교의 이치를 배우고 조금씩 연습을 해서 영향을 안 받는 경지로 나아가고 있는 거예요. 지금 이 법문을 듣고 계신 분들도 예전에는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불교대학 공부하고 ‘깨달음의 장’ 수련을 다녀오고 부처님 설법이며 즉문즉설을 들으면서 조금씩 영향을 덜 받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자기가 노력하면 조금씩 그런 방향으로 갈 수 있어요. 다른 누군가의 힘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의 힘에 의해 조금씩 조금씩 깨달아갈 수 있습니다. 좀 빠르냐 느리냐의 차이는 있지만, 이처럼 스스로의 힘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정상인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런 법문을 들어도 경계에 부딪쳤을 때 자기 컨트롤이 도저히 안 되는 경우에는 병의 수준일 수 있어요. 물론 질문자의 개인적 이야기를 더 들어보거나 함께 지내봐야 정확히 알겠지만, 지금 들은 내용만으로 제가 직관적으로 느끼는 것은 병에 가까워요. 그러니 첫째, 진료를 받고 그 처방을 따르는 것이 좋겠습니다.

두 번째, 병원 진료를 첫 발로 삼고 그 바탕 위에서 자기 스스로 수행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아, 이렇게 끌려 다니면 내가 상대의 노예가 되는구나. 그 사람이 웃으면 나도 웃고 그 사람이 울면 나도 울면서 눈치 보고 사는 것은 목걸이를 하고 끌려 다니는 개와 같다. 이런 인생은 바람직하지가 않다.’

영향을 100% 안 받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영향을 받는다면 치료를 받아야 해요. 그리고 이런 법문을 듣고 연습을 통해서 조금씩 조금씩 덜 영향을 받는 쪽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수행을 안 한 사람은 자식이 죽으면 정신을 잃어버릴 지경에 빠져요. 그러나 수행을 하는 사람은 자식이 죽었을 때 슬프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래, 생로병사는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 태어난 것은 다 죽기 마련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렇게 슬픔으로부터 조금씩 조금씩 벗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상을 회복합니다. 우리는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해요. 그런데 질문자는 본인과 관계없는 것까지도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고 표현했거든요. 그러면 혼자 힘으로 벗어나기는 조금 더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일단 그런 감정이 일어나면 가만히 감정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수행적으로 좀 더 어떠한 노력을 더 하면 좋을까요?”

“감정을 지켜볼 수 있는 정도면 좋죠. 그 정도면 양호합니다. 자기감정에 끄달리지 않고 ‘아, 내가 슬프구나’, ‘내가 영향을 받는구나’하고 지켜볼 수 있고, 또 지켜보다가 얼마 지나 그 감정이 사라진다고 하면 병원에 안 가도 돼요.”

“보통은 그렇게 가만히 지켜보고 하루나 이틀이 지나야 서서히 나아지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감정을 알아차렸을 때 잠시 지나면 정상화돼야 합니다. 하루 이틀씩 걸린다면 ‘감정을 지켜보는’ 게 아니에요. 지켜보는 것은 지금 알아차리는 것을 뜻해요. 감정이 사라지기까지 하루 이틀씩 걸린다면 그건 그냥 그 생각을 계속하고 있는 거예요. (웃음) 그건 지켜보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질문자는 지금 지켜보는 것과 생각하는 것을 혼동하고 있어요.

증세가 심하면 마음속의 TV 채널을 돌리는 방법을 써볼 수 있어요. 그런 감정이 일어날 때 그 생각을 하지 말고 다른 생각을 하는 거예요. 어떤 영화를 보다가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보고 슬픔을 주체할 수 없다면 채널을 딴 데로 돌려버리면 되잖아요. 다른 영화를 보고 있으면 그 감정이 가라앉게 되거든요. 그래서 딴생각을 하거나 딴 일을 해버리는 거예요.

예를 들어 투자하던 주식의 가격이 떨어졌다고 합시다. 기분이 확 나빠졌는데 감정이 통제가 안 돼요. 우리 뇌 구조는 한 생각을 떠올리면 계속 그 생각만 하도록 돼 있거든요. 이걸 두고 ‘사로잡힌다’라고 표현해요. 그럴 때는 벌떡 일어나서 운동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해서 생각을 다른 방향으로 바꿔줘야 해요. 이게 채널을 돌린다는 말의 뜻이에요. 이건 일종의 응급 치료법으로 쓰이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이 된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바로 알아차림입니다.

‘지금 슬픔이 일어나는구나. 내가 여기에 끄달리고 있구나.’

이렇게 알아차림을 유지하면 감정은 조금 지나서 사라지게 됩니다. 질문자는 이틀까지 간다고 했는데, 그건 알아차림이 아니라 그 생각을 이틀 했다는 거예요. 물론 열흘 생각하고 한 달 생각하는 사람에 비하면 이틀 만에 없어지는 게 낫지만, 그건 알아차림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추가로 좀 더 말씀드리면, 어렸을 때 부모님이 좀 많이 싸우셨어요. 그럴 때 아무 말도 못 하고 위축돼 있던 경험 때문에 이런 심리가 형성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부모님을 원망하는 감정이 있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이렇게 형성되어 버린 습을 없애려면 따로 기도를 하는 게 필요할까요?”

“부모에 대한 원망이 있는 이유는 어릴 때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어른 입장에서는 자기들끼리 싸울 만한 일이 있지만, 어린 마음으로 보면 왜 싸우는지 이해가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상처를 입지만, 커서 돌아보면 부모를 이해하게 됩니다.

‘아, 사람이 살다 보면 싸울 수도 있고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구나. 그게 자연스러운 것이구나. 그런데 나는 왜 그때 상처를 입었을까? 아, 내가 어리석어서 몰라서 그랬구나. 부모님, 제가 어리석어서 부모님을 미워했습니다. 참회합니다. 두 분이 서로 싸우긴 했지만 그래도 저를 버리지 않고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기도하면 원망하는 마음이 없어집니다. 그러니 원망하는 마음이 있을 때는 참회하는 기도와 감사 기도를 해야 해요.

그런데 질문자처럼 원망하는 마음이 없는데 그때 받은 상처나 트라우마가 남아서 지금 이런 질환을 일으킨다면 어떨까요? 원망은 없지만 병은 남아 있다고 할 때는 기도가 핵심은 아니에요. 기도는 원망하는 마음이 있을 때 원망을 치료하는 방법이거든요. 원망은 없지만 지금 트라우마가 심하다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심하지 않으면 알아차림을 통해서 해소해야 합니다. 이것을 나에게 형성된 하나의 특징으로 받아들여야 해요. 내가 한국인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한국말을 하듯이 내가 이런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런 한계를 안고 살아가는 거예요. 이걸 원망한다면 감사 기도를 해야 하고, 원망하지는 않는다면 이 한계를 인정하고 살아야 합니다. 한계를 인정하면 이게 크게 문제 되지 않아요. 나한테는 그런 병이 좀 있고, 그런 트라우마가 조금 있을 뿐이에요. 명상을 하고 알아차림을 지속적으로 연습하면 그 정도가 조금씩 조금씩 완화됩니다.

습관은 깨닫는다고 바로 고쳐지는 건 아닙니다. 이치에 무지한 경우에는 탁 깨달아 버리면 단박에 없어질 수 있어요. 습관이 된 트라우마는 깨닫는다고 해서 금방 치유되지는 않습니다. 이 경우에는 꾸준히 정진해서 조금씩 조금씩 나아져야 해요. 무지를 탁 깨치면 사람이 단박에 180도로 팍 바뀌지만, 오래 살아온 습은 깨닫는다고 해서 갑자기 습관이 바뀌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웃음) 깨달았다고 해서 갑자기 음식 습관이나 잠자리 습관이 바뀌는 게 아니에요. 습은 무의식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의식적 무지는 깨달음을 통해서 바로 없어지지만, 무의식적 무지는 자기도 모르게 일어나 버리기 때문에 깨어있는 연습을 꾸준히 해나가야 조금씩 조금씩 바뀝니다. 그래서 무의식적 무지를 ‘찰나의 무지’라고도 해요. 이처럼 조금씩 꾸준히 바뀌어가는 기간 동안에는 자기가 자기를 인정하고 살아야 해요. 이걸 빨리 바꾸려는 것도 조급함입니다.

그러니 질문자는 좀 조용한 환경을 조성하고, 그런 다음에 치료를 받고 알아차림을 연습해야 합니다. 무턱대고 절을 1만 배하거나 전기 충격기로 지지는 방법을 쓰면 오히려 상처가 덧나지, 치유가 안 돼요. 사람에 따라 적합한 방법은 모두 다르지만, 질문자의 경우는 약간 스스로를 보호하고 보살펴줘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대화를 나눈 후 수행 법회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이어서 백중기도 천도재를 온라인으로 진행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은 각자의 방에서 온라인에 접속하여 돌아가신 조상 영가들을 위해 천도재를 함께 지냈습니다.

내일은 북한 전문가 모임에 참석한 후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연이어 미팅을 갖고, 오후에는 서울을 출발해 두북 수련원으로 이동하고, 저녁에는 정토불교대학 수업을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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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남

가장좋은 천도 기도
- 수행적 관점 내마음에서 부모, 자식, 형제를 놓아버리고 떠나보내는것(집착을 내려놓는것),
종교적 관점 널리 베푸는 것

2022-07-27 16:15:02

고광남

주변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유인이 되려면
- 여섯가지 감각의 문을 잘 통제하여 끌려다니지 마라.(수행자의 목표)
- 사로잡힘에서 벗어나려면 채널을 돌리거나 더좋은 방법은 알아차림을 유지
- 원망하는 마음이 있을땐 참회 감사 기도, 상처나 트라우마는 치료 및 명상과 알아차림
- 무의식적 무지(습관)는 꾸준히 정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정진하겠습니다.

2022-07-27 16:14:44

청정화

최고의 천도는 수행적 관점에서 집착을 놔야하고 종교젹 관점에서 널리 베풀어야한다는 말씀이 와 닿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07-25 13:4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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