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5.25 종교인 모임, 평화재단 연구세미나, 수행법회
“봉사를 하고 나서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는 이유”

안녕하세요. 오늘은 서울 정토회관에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평화재단으로 이동해 종교인분들을 맞이했습니다. 목사님, 신부님, 주교님, 교령님, 교무님이 모두 도착하자 서로 인사를 나눈 후 스님이 직접 농사지은 채소로 만든 밥과 반찬으로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가 끝나자 엊그제 끝마친 스님의 모내기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스님이 손으로 모를 심는 모습을 보고 목사님이 질문을 했습니다.

“스님이 손으로 모 심을 줄을 아세요?”

“그럼요. 어릴 때는 모를 손으로 전부 심었죠. 모내기하면서 제일 막막할 때가 해는 저물어가는데 다리 사이로 논둑이 저 멀리 보일 때였어요. 그러면 가슴이 막막했어요.” (웃음)

“보내주신 쌀이 저렇게 고생해서 보내주신 거였군요. 감사히 잘 먹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의암 손병희 선생 순국 100주년 기념 토론회가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대화 주제는 자연스럽게 의암 손병희 선생의 뜻을 종교인 모임이 어떻게 계승해 나갈 것인지가 되었습니다. 먼저 박경조 주교님이 지난주에 평화재단에서 생방송한 기념토론회를 본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토론회를 보고 나서 참 감명을 많이 받았습니다. 당시에 시대적인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손병희 선생이 엄청 고뇌를 많이 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우리 종교인 모임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하는 것도 그런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박종화 목사님도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손병희 선생을 종교의 테두리에 갇혀 있게 하지 말고 우리 국민 모두의 선각자로 확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경조 주교님은 종교 본연의 길을 충실히 가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손병희 선생의 중도회통사상에 대해 들으면서, 오히려 이런 혼란의 시대일수록 종교 본래의 길을 충실히 가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로 붓다의 가르침을 충실히 실천하는 사람, 예수님의 가르침을 충실히 실천하는 사람이 이 시대에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님이 말을 이었습니다.

“예수님과 부처님을 우리가 종교에 가두어 두어서는 안 됩니다. 그분들은 그 시대에 혁명가였습니다. 예수님은 그 시대의 주류였던 유대교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이방인에게도 구원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셔서 하나님을 인류의 구세주로 보편화시키셨습니다. 부처님도 브라만교라는 계급의 울타리를 타파하고 보편적인 가르침을 설했기 때문에 그 가르침이 세계화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당시에 그 지역에서는 그분들의 가르침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웠습니다.

한국의 전통만 너무 강조해도 국수주의에 빠질 수 있어요. 우리의 전통이라는 기반 위에 서양 문명이 들어와서 융합이 일어나서 한국이 지금 이렇게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너무 서양문명을 배척해서도 안 되고, 너무 우리의 전통을 무시해서도 안 됩니다. 서양문명과 우리의 전통이 융합을 한 겁니다. 물론 밖에서 보면 서양문명이 이식된 것처럼 보일 수가 있는데, 융합 문명은 이식되는 방식으로 일어날 수가 없어요. 융합 문명이 일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전통이 있었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우리들의 기반이 되고 있는 전통에 대해 잘 몰랐다고 볼 수 있죠.

손병희 선생에 대한 재조명은 이번 순국 100주년을 기해서 처음으로 발표를 했는데, 앞으로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손병희 선생 순국 100주년을 기해서 종교인 분들은 많은 것을 돌아보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북한이 코로나바이러스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에 대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이 오갔습니다. 아직 민간 차원에서 인도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통로가 없어서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하고 종교인 모임을 마쳤습니다.

이어서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미팅을 한 후 오후 1시부터는 평화재단 연구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오늘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원장 최병천 님을 초청해서 ‘세계질서의 재편과 한국정치의 방향’을 주제로 강의를 듣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가자들이 모두 자리에 앉자 바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최병천 님은 먼저 어떤 틀로 발표를 할 것인지 설명을 했습니다.

정치를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

“먼저 정치 분석 방법론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정치 분석에는 3가지 방법론이 있습니다. 첫째, 단기 또는 장기 중심의 분석, 둘째, 행위자 또는 구조 중심의 분석, 셋째, 정치공학 또는 가치공학 중심의 분석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접하는 정치 분석은 ‘단기, 행위자, 정치공학’ 중심의 분석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주로 접하는 매체가 일간지이기 때문이에요. 매일 일어나는 사건에 주목하죠.

저는 그와 달리 ‘장기적, 구조적, 가치공학적’ 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정책이나 사회과학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 그렇게 분석을 해야 정치의 큰 흐름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냥 그때그때 정치인들이 서로 한 자리하려고 아웅다웅하는 이슈에 주목하기보다 큰 숲을 놓치지 않으면서 나무도 같이 볼 수 있는 분석을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오늘 그런 문제의식을 담아서 오늘 발표를 해보겠습니다.

세계질서변동과 한국현대사

세계 질서 변동은 ‘제국의 질서, 세계화의 양상, 기술의 변화’ 이 세 가지에 따라 시기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현대 세계질서는 제2차세계대전이 끝난 1950년대부터 1991년까지가 1기, 91년부터 2010년대까지가 2기, 2010년대부터 현재까지는 3기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강사님은 각 시기의 특징을 설명하고 세계질서변동이 한국 근현대사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짚어주었습니다.

“전 세계 질서가 바뀌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상식적인 것들이 다 바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30년 동안 알고 있던 것이 지금도 유효한 건지 알고 있는 모든 상식을 다시 재점검하셔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주요한 국내 사건은 전부 다 세계 질서에 엄청나게 강력한 영향을 받았습니다. 1기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남북 분단입니다.”

끝으로 세계질서의 새로운 국면 속에서 한국 정치는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강의를 마쳤습니다.

진정한 세대교체란

“냉전세력은 탈냉전이 되면 망하고 민주화 세력은 민주화가 되면 망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민주화 세력이 망하기 직전에 있다고 생각해요.

정치권에서는 세대 교체론이 점점 더 부상하게 될 겁니다.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세대교체는 엉망진창이에요. 오로지 나이 하나로 나눠먹으려 하거든요. 그런 세대교체는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의미에서 연령차별 세계관에 근거하고 있는 거예요.

정치는 대국민 서비스업입니다. 86세대는 80년대의 시대적 조건 속에서 그 시대와 치열하게 싸우면서 주류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군부독재타도, 민주주의 쟁취라는 미션이 있었어요. ‘어떻게 하면 학살자를 몰아낼 거냐, 광주 시민들의 한을 어떻게 하면 달랠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구속이나 고문과 같은 자기희생이나 불이익도 감수하면서 80년대의 세계관을 내면화했어요.

86세대가 처음 정계에 입문한지도 30년 가까이 흘렀습니다. 그렇다면 올바른 세대교체는 무엇일까요? 단순한 나이 교체가 아니라 세계관의 교체가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2020년대가 된 지금의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미션을 세계관으로 내면화한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 거죠. 지금 우리는 역사의 새로운 첫 장 또는 두 번째 장 근처에 직면해있다고 봅니다.”

2시간 동안 열띤 강의를 마치고 5분간 휴식했다가 한 시간 동안 강의 내용을 한층 심화하는 토론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자가 스님에게 닫는 말씀을 요청했습니다,

“아주 좋으신 말씀이었습니다. 이상입니다.”

스님의 간결한 인사를 끝으로 세미나를 마쳤습니다. 곧바로 오후 4시부터는 평화재단 기획위원들과 정기 회의를 했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화상회의 방에 모두 입장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날이 더워져서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운 날씨가 됐습니다. 봄이 온다 싶더니 어느덧 여름이 온 것 같습니다. (웃음)

저와 공동체 대중들은 지난 3일 동안 모내기를 했습니다. 봄철에는 모내기를 끝내면 봄 농사를 다 마친 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을에는 추수가 가장 큰일이고요. 농사일은 대부분 기계로 하지만 논둑은 아직 삽질이 필요해서 논둑 작업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저희들이 3일간 모내기를 하는 동안 여러분께서도 각 으뜸절에 오셔서 많은 봉사활동을 해주셨습니다. 각 실천 장소별로 봉사활동하는 여러분의 모습을 잠깐 보겠습니다.”

지난 주말에 으뜸절의 활동 모습을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각 으뜸절에서는 주말마다 여러분의 봉사활동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평일에도 시간 되시는 분은 봉사활동을 와주시면 좋고요. 평일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분들은 주말에 봉사도 하고 주변 여행도 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정토행자의 삶’을 주제로 한 기획강좌 세 번째 시간입니다. 수행하고 보시하고 봉사하는 것이 정토행자의 삶입니다. 수행에 대해서는 지난 시간에 강의가 있었고, 오늘은 보시와 봉사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습니다.

“불교에서는 이상적인 수행자를 지칭하여 보디사트바(bodhisattva) 또는 보리살타(菩提薩唾), 보살(菩薩)이라고 부릅니다. 보리살타는 팔리어 보디삿따(Bodhisatta)를 한자로 표현한 것이고, 이를 줄여서 보살이라고 해요. 보살의 수행을 두고 ‘보살은 상구보리(上求菩提)하고 하화중생(下化衆生)한다’ 이렇게 표현합니다. 위로는 깨달음을 구해서 성불(成佛)하고, 즉 부처를 이루고, 아래로는 고통받는 일체중생을 교화한다는 뜻입니다. 상구보리한다는 것은 수행 정진을 해서 내가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된다는 뜻이고, 하화중생한다는 말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가꾼다는 뜻입니다.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수행정진해서 괴로움이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을 ‘부처가 된다’는 의미로 ‘성불’이라고 말해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평화롭고 정의로우며 행복한 세상으로 만드는 것을 ‘정토(淨土)’라고 말합니다. 불교의 이상은 성불과 정토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괴로움이 없도록 스스로 수행을 해 나가는 것, 그리고 내가 사는 이 세상이 평화롭고 환경이 잘 보전되고 차별이 없고 인권이 존중되고 먹고사는 데 불편이 없도록 만들어가는 것, 이 두 가지가 부처님 이래로 대승불교의 이상이자 수행자의 이상이에요.

그래서 정토행자가 되면 이 두 가지 활동을 해나가야 합니다. 하나는 수행 정진을 통해서 내가 괴로움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좀 더 평화롭게 만드는 거예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좀 더 평화롭고 생존권과 행복권이 보장되는 곳으로 가꾸어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서 정토회의 설립 취지문에는 이를 ‘아름다운 자연’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둘째, 적어도 굶어 죽거나 병들어 죽거나 아이들이 학교도 못 가는 고통은 없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절대 빈곤이 퇴치되고 생존권이 보장돼야 해요. 그래서 복지활동을 합니다. 셋째, 사람을 때리고 죽이는 폭력과 전쟁이 없어야 해요. 다시 말해 평화로워야 합니다. 그래서 정토회는 절대빈곤을 퇴치하는 복지활동, 전쟁을 방지하는 평화활동, 환경을 보전하는 환경활동, 이렇게 세 가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을 하려면 재정이 좀 필요합니다. 건물을 내든 음식을 내든 물건을 내든 돈을 내든, 이러한 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물질적 지원을 하는 것을 보시라고 부릅니다. 또 이런 일을 하려면 기술과 노동이 좀 필요합니다. 그래서 내가 가진 기술이나 노동력을 좀 제공하자는 것이 봉사입니다. 보시와 봉사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들자는 데 있어요.

봉사를 하고 나서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는 이유

우리는 노동력을 제공할 때 반드시 대가를 바랍니다. ‘이거 하면 얼마 줄래?’ 이렇게 되잖아요. 그러나 수행자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곧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기에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는 봉사를 하게 됩니다. 손이 ‘야, 내가 세수해 주면 얼마 줄래?’라고 하지 않고, 다리가 ‘몸을 옮겨주면 얼마 줄래?’라고 하지 않고, 눈이 ‘찾아주면 얼마 줄래?’라고 하지 않잖아요. 그것이 자기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처럼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아름답고 고통 없이 만드는 일은 곧 내 일입니다. 우리가 어떤 노동력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것은 남의 일을 해주기 때문에 대가를 받는 거예요. 그러나 이 일은 내 일이기 때문에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습니다. 그것이 바로 자원봉사입니다.

정토회는 이처럼 수행, 보시, 봉사를 하는 수행단체입니다. 우리가 보통 ‘정토행자의 수행’이라고 말할 때는 수행과 보시와 봉사, 이 세 가지를 합해서 이르는 거예요. 좁은 의미에서 ‘수행’은 절을 하거나 명상을 하거나 자기 마음 관리를 하는 것을 이릅니다. 하지만 남을 위해서 봉사하거나 보시하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는 모두 수행에 들어가요.

그래서 대승보살의 수행 역시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과 타인을 위해서 보시하고 봉사하는 것을 모두 포함합니다. 이를 모두 아울러서 전체적으로 ‘수행’이라고 불러요. 그래서 보살은 이 땅을 정토화하고 자기는 부처가 되는 수행을 하는 사람입니다. 성불과 정토,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자가 대승 보살입니다.

수행은 어떠한 경우에도 괴로움과 속박이 일어나지 않도록 자신을 잘 관리해 나가는 것입니다. 보시와 봉사는 세상 사람들도 괴로움이 없도록 우리가 조금이라도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정토회 천일결사의 목표 첫 번째가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이웃과 세상에 잘 쓰인다’입니다. 이웃과 세상에 잘 쓰이는 구체적 방법이 보시와 봉사입니다.

이를 다른 말로 수행과 전법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어요. 내 마음을 다스려서 괴로움이 없도록 하는 것이 수행이라면, 다른 사람도 자기 마음을 다스려서 괴로움이 없이 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 전법입니다. 그래서 수행을 하고 그다음에 전법을 하는 거예요. 그럼 아예 수행을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런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폭력을 당해서는 안 되고, 굶어 죽어서는 안 되고, 병들었는데 치료를 받지 못해 죽어서는 안 되고, 차별받아서는 안 되잖아요. 이 사람들도 고통을 받지 않는 세상을 우리가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보시와 봉사가 필요한 거예요. 이것이 정토행자의 수행법입니다.

그런 뜻에서 매일 아침마다 천일결사 기도를 하는 거예요. 108배는 계율(戒律) 수행 또는 지계(持戒) 수행이에요. 계를 어겼을 때 참회하고 다시 돌아가는 수행법입니다. 그다음에 명상을 하는 것은 선정(禪定)을 닦는 수행이에요. 마지막으로 경전을 읽는 것은 지혜(智慧)를 닦는 수행법입니다. 수행자는 계정혜(戒定慧) 삼학(三學)을 닦는 자입니다. 그래서 정토행자가 되면 세 가지 수행을 하게 됩니다.

그다음에 매일 1000원 이상 보시를 합니다. 1000원이라는 금액은 30년 전에 정해진 거예요. 그 당시 전 세계 20%에 달하던 절대 빈곤층 한 사람의 하루 생활비가 1달러 미만이었습니다. 적어도 내 수입 중에서 한 사람의 최저 생존에 필요한 1달러를 먼저 보시하고 내 생활을 하자. 이렇게 해서 1달러씩 십시일반 모았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인도의 불가촉천민마을에 학교도 세우고 병원도 세우는 일을 했어요. 그런데 이런 모습을 보고 감동한 사람들이 또 추가로 보시금을 내어주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1000원씩 모은 돈을 꼭 구호활동에만 쓰는 게 아니라 평화활동과 전법활동에도 사용해서 정토회의 전체 목표를 향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부처님 당시 수행자는 밥을 얻어먹고, 옷을 주워 입고, 잠을 나무 밑에서 자고, 스스로 아무것도 가지지 않음으로 해서 생존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입장에서는 수행자가 오면 먹다가 남은 밥을 줘야 하고, 수행자가 옷이 없으면 다 떨어진 옷이라도 줘야 하고, 비가 오는 날은 초막이라도 쳐서 수행자가 자도록 해줘야 했어요. 그래서 수행자에게 보시하는 물건이 밥, 옷, 약, 좌구, 이렇게 네 가지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좌구(坐具)는 앉거나 눕는 도구를 뜻해요. 이것이 스님들한테 보시할 수 있는 네 가지 보시물이었는데, 점점 화폐 경제로 이행하면서 돈을 보시하게 된 겁니다.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과 똑같은 공덕이 있는 공양

2600년 전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과 똑같은 공덕이 있는 공양이 네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병든 사람에게 약을 주는 것이다. 세 번째는 가난한 사람을 돕고 외로운 사람을 위로하는 것이다. 네 번째는 청정하게 수행하는 자를 외호(外護)하는 것이다.’

이 말씀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실천이 되어야 합니다. 배고픈 자는 먹어야 하고, 병든 자는 치료받아야 하고, 어린아이는 제때에 배워야 해요. 이런 취지로 만든 단체가 JTS입니다. JTS는 ‘Join Together Society’의 약자예요. 이런 구호활동은 종교나 민족을 따지지 말고 누구나 다 함께 모여서(join together) 해나가는 모임(會, society)이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해서 JTS는 지금도 세계 가난한 나라의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서 학교도 세우고 병원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긴급 구호활동도 하고 있어요. 3년 전에는 로힝야 난민들을 위해서 가스버너 10만 개를 지원했고, 이번에 또 10만 개 지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도의 불가촉천민 마을에 학교와 병원을 운영하고 있고, 필리핀 민다나오 지역의 무슬림 원주민들에게 학교를 지어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구호 활동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정토회는 지난 30년 동안 회원 여러분들이 내어 주신 보시금에 의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정토회에서는 보시금을 낸다고 해서 ‘다음 생에 좋은 데 태어난다’ 이런 얘기를 일절 하지 않아요. 이 세상을 정토로 만드는 것을 내 일로 받아들이고 이를 위해 내가 가진 것 중에서 조금이라도 내어 기여하기 위해 보시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뭔가 대가를 바라고 조건을 붙인다면 무주상보시가 아니에요.

월급을 받는 사람이 없는 이유

그리고 정토회에서 보시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봉사입니다. 오늘날 정토회가 이렇게 유지되는 재정 기반은 여러분이 내는 보시금이고, 정토회가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여러분의 봉사 덕분입니다. 정토회는 창립 이래 1차 만일 결사 기간 동안 월급 받고 일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어요. 모든 사람이 자발적인 봉사에 의해서만 운영하자는 원칙을 고수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래서 정토회에는 누구든 수고했다고 돈을 주는 문화가 없습니다. 일반 절에서는 초파일 행사가 끝나면 준비하고 진행하느라 수고했다고 돈을 주고, 심부름을 하면 수고했다고 돈을 주고, 이러저러한 일이 있을 때 수고한 사람에게 돈을 주는 관행이 있어요. 그러나 정토회에서는 돈거래가 일절 없습니다. 보시도 모두 공적으로 투명하게 관리가 되고 있고요. 농사짓는 일을 비롯해 모든 활동이 여러분의 봉사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활동에 전문성이나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부작용도 많이 있지만, 현재까지는 이런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요.

다른 절에 가면 보시만 하면 되지만, 정토회에서는 반드시 보시와 봉사를 함께 해야 해요. 정토회의 큰 힘은 첫 번째가 수행이고, 두 번째가 보시와 봉사입니다. 이 보시와 봉사에 의해서 정토회가 운영되는 거예요.”

여기까지 법문을 한 후 질문을 받았습니다. 질문 있으면 누구든지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질문을 했습니다.

질의응답 시간을 짧게 가진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오늘도 긴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북한 전문가들과 조찬 모임을 한 후 씨네큐브 영화관에서 열리는 틱낫한 스님 추모 영화 상영회에 참석하여 즉문즉설을 하고, 오후에는 두북 수련원으로 이동하여, 저녁에는 정토불교대학 학생들을 위해 생방송으로 즉문즉설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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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옥

성불과 정토를 위해 꾸준히 정진하겠습니다.

2024-08-20 18:34:40

고미향

보시, 봉사 는 크게보면 내 일입미다..잘 새기겠습니다.

2023-09-15 18:37:36

육윤희

제가 이런 단체의 일원이라는 게 너무나 자랑스럽고 자부심을 느낍니다!

2023-09-11 20: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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