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5.23 제10-9차 영어 입재식, 전법활동가 법회, 모내기 3일째
“세상에 굴림을 당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방법”

안녕하세요. 오늘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입니다. 고요한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4시에 봉하 마을로 출발했습니다. 오늘은 7시 30분부터 영어 입재식이 있기 때문에 예년보다 이른 시간에 출발했습니다. 아직 깜깜한 밤하늘에 반달이 걸려있었습니다.

5시에 봉하마을 정토원에 도착했습니다. 한결 밝아진 하늘에는 여전히 반달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법당을 참배했습니다. 이제 막 새벽기도를 시작하는 종성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영가단에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위패가 모셔져 있었고, 봉하마을 정토원 원장을 역임하시다가 작년에 돌아가신 고 선진규 원장님의 영정 사진도 걸려 있었습니다. 고인의 뜻을 기리며 참배를 한 후 대웅전을 나왔습니다.


매년 반갑게 맞이해주던 선진규 원장님 대신 출가하신 따님이 스님을 맞이해 주었습니다.

“제가 오늘 행사가 있어서 마침 새벽기도를 먼저 드리고 내려왔는데 큰스님을 뵈려고 그랬나 봅니다.”

잠시 앉아서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이제 온라인으로 법회를 하신다고요.”

“네. 폐교 교실에 영상 시설을 설치해놓고 법회를 하고 있어요. 법회가 없는 시간에는 거의 농사를 짓고 있어요.”

“저도 우연히 스님의하루를 읽었는데 농사를 지으면서 행복해하시는 게 느껴졌어요,”

“그래도 수행하고 제일 가까운 직종이 농사니까요. 앞으로 안전한 먹거리는 점점 더 중요해질 겁니다. 그리고 육체노동 없이 머리만 굴려서 살면 세상 귀한 줄 모르게 돼요.”

잠깐 이야기를 나눈 후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오늘은 제가 7시까지 돌아가야 해서 지금 묘소를 참배하러 갈게요. 꼭두새벽에 와서 미안해요.”

“아닙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인사를 나눈 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로 갔습니다. 묘소 앞에서 국화꽃을 샀습니다,


아직 묘소를 개방하기 전 시간이었지만, 마침 일찍 나와 주신 관리인이 참배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습니다. 헌화를 한 후 묘소에 다가가 합장을 하고 기도를 했습니다.




봉하 마을을 나와 곧바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7시 30분 전에 도착해 화장실만 갔다 와서 바로 방송실로 들어갔습니다.

어제 한국인들의 입재식에 이어서 외국인 수행자들이 10-9차 백일기도에 입재하는 날입니다. 9801일째 천일결사 기도를 마친 후 한국 시간으로 오전 7시에 영어 입재식을 시작했습니다.

“Yesterday we held the 10-9 Opening Ceremony in Korean as well, and close to 9k people around the world participated. Welcome everyone to the 9 th 100-Day Practice Opening Ceremony of the 10th 1000-Day Practice.”

외국인 천일결사자들은 화상회의 방에서 서로의 얼굴을 향해 손을 흔들며 반가운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지난 부처님오신날에 스님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쌀과 과일을 나눠주고 온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본 후 스님의 입재 법문이 이어졌습니다.

스님은 수행이란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임을 강조하면서 꾸준히 정진해 나갈 것을 당부했습니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고, 학문이 발달해도 사람의 괴로움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이 괴로움이 자기로부터 일어나는데도 자기 자신에 대해 모르기 때문입니다. 수행은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시선을 바깥으로 돌리지 말고, 어떤 일이 일어나도 시선을 자기 쪽으로 향한 상태에서 자신을 100일 정도 살펴보면 자신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게 됩니다.

수행은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여러분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괴롭거나, 화가 날 때를 살펴보면 주로 ‘너 때문에’, ‘세상 때문에’ 이렇게 말을 합니다. 이처럼 괴로움의 원인이 바깥에 있다고 생각을 하면 결국 상대방이 바뀌어야 하고, 세상이 바뀌어야 내 괴로움이 사라집니다. 그래서 상대방을 바꾸려고 하고, 세상을 바꾸려고 합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나 세상은 내 힘으로 바꿀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결국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다른 사람이나 세상을 바꿀 수 있으려면 그 누군가는 엄청나게 힘 있는 존재여야 합니다. 그러한 존재를 사람들은 ‘신’이라고 불렀어요. 그렇게 ‘신’이라는 존재를 상정하면, ‘어느 신이 힘이 더 센가?’, ‘신이라는 존재가 정말 존재하기는 한 것인가?’하는 질문이 생기고 논쟁이 끝이 없습니다.

반면, 괴로움의 원인을 바깥에서 찾지 않고 자기 내부에서 찾으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이것을 바로 ‘밖으로 향한 눈을 안으로 향하게 한다’라고 합니다.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괴로울 때 ‘나에게 무엇이 문제라서 이러한 괴로움이 일어나는가’하고 살펴보는 것입니다. 괴로움이 생긴 이유가 ‘너 때문이야’ 이렇게 바라보지 않는 거예요. 이러한 관점으로 바라보면 신이 있든 없든, 어느 신이 힘이 더 세든 약하든, 거기에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게 됩니다. 그런 논쟁에는 아무런 관심이 생기지 않아요.

마치 ‘어떤 마약이 더 좋은 품질인가’하는 문제는 마약을 하는 사람에게만 논쟁의 대상이지, 마약을 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담배가 더 좋은가’하는 문제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만 논쟁의 대상이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은 거기에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또, ‘어떤 화장품이 더 비싼가’, ‘어떤 게 더 좋은 명품 가방인가’하는 문제는 그걸 사용하는 사람에게만 논쟁의 대상이지, 그 물건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이렇게 보면 여러분이 ‘집착을 어떻게 놓습니까?’하고 질문을 할 때는 그 대상에 관심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괴로움은 나로부터 일어난다는 사실부터 먼저 자각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왜 일어날까?’를 밖에서 찾지 말고 내 안에서 찾아야 해요.

100일 동안 자기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원인을 찾으면 자기 자신에 대해 조금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적어도 100일은 수행을 해야 자신을 알 수 있다고 말하는 거예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3일, 5일 또는 일주일 정도가 지나면 관둬버립니다. 다시 시선이 밖으로 향해버려요. 100일 정도는 꾸준히 해야 자기 자신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100일 정도 수행을 해서 자기 자신에 대해 알게 된다면, 그것은 변화의 출발점이지 아직 변화가 일어난 상태는 아닙니다. 그래도 우선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야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는 겁니다. 변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자각이 필요합니다. 다른 사람이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본인 스스로 자각하지 않으면 그건 일시적일 뿐, 변화의 동력이 되기는 어려워요.

조급하지도 않고 게으르지도 않게 꾸준히

심지어 자각이 일어나도 실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어렵습니다.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쌓인 습관에 의해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화가 나고, 나도 모르게 고집을 부리게 되죠. 무의식 중에 자동으로 일어나는 반응들이기 때문에 변화를 일으키기가 어렵습니다. 1,000일 정도는 꾸준히 정진을 해야 변화가 조금씩 일어납니다.

이렇게 자각하는 데 100일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변화가 일어나는 데 1,000일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자각이 일어난 다음에 빨리 변화가 일어나기를 바래요. 변화는 금방 일어나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도 빨리 변화를 시키려고 하니 마음이 조급해지고, 애를 쓰게 되고, 그러다가 잘 안 되니까 포기하게 됩니다. 조급하지도 않고 게으르지도 않게 하는 것이 중도입니다. 이는 과정도 좋고 결과도 좋은 길이예요. 나를 알고, 내가 괴롭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입니다. 내가 나를 괴롭히지 않고, 남도 괴롭히지 않는 삶을 사는 길입니다.

오늘 이렇게 입재식에 참여했으니 이러한 관점을 분명히 갖고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여기까지 법문을 한 후 사홍서원으로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외국인 천일결사자들은 모둠별로 화상회의 방에 들어가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이어서 오전 10시부터 전법활동가 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오늘부터 21일 동안 모든 전법활동가들이 정일사(정토를 일구는 사람들) 수행 프로그램을 시작합니다. 주간반 전법활동가 500여 명이 화상회의 방에 모두 입장하자 연수원 원장인 무변심 법사님이 정일사 프로그램에 대해 안내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에게 정일사 입재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스님은 먼저 엊그제부터 3일 연속 이어지고 있는 모내기 모습을 소개했습니다.

“저희 두북 수련원에서는 요즘 모내기를 하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는 주로 밭농사를 지었습니다. 논농사는 마을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논을 갈고 모내기하고 추수를 했었어요. 올해는 논이 작년에 비해 3배 더 커졌습니다. 규모가 커진 만큼 모내기부터 추수까지 우리가 직접 하기 위해 트랙터와 이앙기를 샀어요. 그런데 처음 하다 보니까 모가 삐뚤빼뚤하게 심어졌어요. 모내기하기 전에 미리 논을 평평하게 써레질을 해야 하는데 기울어지게 해서 한쪽은 물에 잠기고, 한쪽은 맨땅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3일 차에 접어들면서 제법 줄이 똑바르게 심어지고 있어요.” (웃음)

모내기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영상을 보고 나서 스님이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삽질을 해서 논둑을 만드는 작업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어제저녁에는 기진맥진해서 명상 시간에 졸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다행히 졸진 않았어요. (웃음)

이렇게 일이 많아지려고 하면 한꺼번에 일이 몰립니다. 또, 요즘은 죽순이 나는 시기라서 새벽부터 산에 올라가서 죽순을 따서 삶아놓고 하루를 시작해요. 이렇게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은 몸이 좀 힘들어도 괜찮습니다. 여러분도 요즘 일이 많다는 이유로 힘들어하고 있다면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고 있다는 반증이에요. (웃음)

직장 생활하랴, 가정생활하랴, 전법하랴, 불교대학 진행하랴, 죽겠다고 아우성인 분들이 많죠? 아우성이 담긴 설문조사 결과를 법회팀장으로부터 들어보겠습니다.”

법회팀장이 전법활동가들은 요즘 무엇이 가장 힘든지 설문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업무가 많아서, 회의가 많아서, 가족과 시간을 보낼 여유가 없어서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발표 내용을 경청한 후 스님이 정일사에 임하는 입재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법문을 듣고 법의 가피를 입어서 감사한 마음이 든다면, 그 은혜를 갚는 방법은 정토회가 하고자 하는 일에 손을 거들어 주는 것입니다. 즉문즉설을 듣고 저한테 감사 인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늘 이렇게 대답을 하잖아요. 불교대학 진행을 맡아도 되고, 전법을 열심히 해도 됩니다. 각자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맡아서 감사의 표현을 하면 됩니다. 이것이 정토행자가 세운 원(願)입니다. 이러한 입장이 분명하면 이 일을 하는 게 버겁지 않아요.

활동이 점점 버거워지는 이유

예전에는 좋은 담배와 나쁜 담배를 가리는 데 신경을 쓰고, 좋은 술과 나쁜 술을 가리는 데 신경을 쓰고, 좋은 커피와 나쁜 커피를 가리는 데 신경을 쓰고, 좋은 보석과 나쁜 보석을 가리는 데 신경을 쓰고, 좋은 가방과 나쁜 가방을 가리는 데 신경을 쓰고, 명품과 명품이 아닌 것을 가리는 데 신경을 쓰며 살았습니다. 친구들을 만나도 늘 그런 이야기를 하며 살다가 불법(佛法)을 만나면 그런 것으로부터 해방이 됩니다.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좋은 담배와 나쁜 담배를 구분할 필요가 없고, 술을 마시지 않으면 좋은 술과 나쁜 술을 구분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마약을 하지 않으면 좋은 마약과 나쁜 마약을 구분할 필요가 없고, 보석을 좋아하지 않으면 좋은 보석과 나쁜 보석을 구분할 필요가 없어져요. 명품에 관심이 없으면 명품과 명품이 아닌 것을 구분할 필요가 없고,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좋은 커피와 나쁜 커피를 구분할 필요가 없습니다. 누군가 주면 마시는 일도 있지만, 거기에 대한 집착을 끊어버렸기 때문에 생활 속에서 소비하는 에너지가 현저하게 줄어듭니다. 그렇게 줄어든 에너지를 가지고 나와 세상을 위해 봉사를 하는 겁니다.

여러분이 만약 예전처럼 그런 것을 그대로 누린 채 정토회 활동을 하려고 하면 마음이 버거워지고 몸이 바빠집니다. 이렇게 의미 있는 활동을 하려면 다른 불필요한 활동들은 줄여야 합니다. 술 마시는 걸 그만두든지, 그게 어려우면 적어도 술 먹는 양과 시간을 줄여야 해요. 골프 치는 걸 그만두든지, 그게 어려우면 적어도 골프 치는 시간을 줄여야 합니다. 친구와 만나는 걸 그만두든지, 그게 어려우면 적어도 친구와 만나는 시간을 줄이든지 해야 합니다. 내 삶에서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덜 의미 있는 일을 줄이는 수밖에 없어요. 다른 활동을 내려놓지 않으면 그만큼 본인이 힘들어집니다. 힘들지 않으려면 우선순위를 매겨서 더 의미 있는 활동부터 하는 수밖에 없어요. 결국 여러 가지 일들 중에서 우선적인 일부터 하며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을 중심에 두고 삶을 살아갈 것인가

만약 스님이 돈에 우선순위를 뒀다면 사람들 앞에서 강의하는 일에 가장 큰 비중을 뒀을 거예요. 저는 강사료를 일절 받지 않지만, 한 번 강의를 하면 한 달 농사일한 월급은 되니까요. 돈을 중심에 두고 바라보는 사람은 스님의 활동이 이해가 안 될 겁니다. 돈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한 번 강의를 하고 받은 강의료를 사람들에게 월급으로 주고 농사일을 시키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제가 그렇게 하지 않는 건 돈을 중심에 두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결국 무엇을 중심에 두고 삶을 살아갈 것인가를 정해야 합니다. 여러분도 무엇에 의미를 둘 것인지를 고려해서 인생을 교통정리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야기들을 들어보니, 가족들과 함께 보낼 시간이 부족한 사람도 있었고, 활동가가 남편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남편이 활동가를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만약 여러분이 정토회 활동을 그만두고 하루 종일 집에 앉아서 남편이 하는 일마다 간섭을 해보세요. 그러면 남편이 어느 쪽이 나은지 말해줄 거예요. (웃음)

여러분은 지금 자기 일이 바쁘기 때문에 남편이나 아이들을 들들 볶지는 않을 거예요. 남편과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아내나 엄마가 밥을 안 해주는 게 아니라 잔소리하면서 들들 볶거나 간섭하는 겁니다. 대부분 간섭이나 잔소리 때문에 못 살겠다고 해요. 그런데 여러분은 전법활동이라는 일거리가 있으니까 집에서 간섭을 하는 시간이 적고, 또 정토회에 나와서 활동을 하니까 여러 가지 일에 대해서도 배울 기회를 갖습니다.

정토회 활동 때문에 남편에게 잔소리를 들어서 힘들다고 하는데, 이렇게 생각을 바꾸어 보세요. 상대방이 잔소리를 할 때는 그냥 그 잔소리를 들어내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잔소리를 하는 입장이 되면 잔소리를 하는 여러분도 스트레스를 받고, 잔소리를 듣는 가족들도 스트레스를 받아요. 여러분은 가족에게 잔소리를 들으면 ‘내가 정토회 활동하느라 지금 잔소리를 듣는다’ 이 한 측면만 생각하는데, 대신 여러분이 잔소리를 하지 않는 측면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가족들이 여러분에게 잔소리를 하는 건 상대방이 여러분에게 불평을 하는 것이지, 여러분이 상대방을 두고 불평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럴 때는 상대방의 불평을 들어주기만 하면 돼요. 상대방이 불평하면 ‘미안합니다’ 하고 들어주면 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상대방이 불평하는 걸 해결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상대방의 불평을 들어주기가 어렵고, 문제 해결이 어려운 겁니다.

정말로 가족을 위하는 길

어린 아이에게는 좋은 분유를 사 먹이고, 좋은 옷을 입히는 게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게 아닙니다. 아이에게 화 한 번 안 내고, 짜증 한 번 안 내는 게 아이의 성장에 훨씬 더 도움이 됩니다. 그것처럼 여러분은 자꾸 가족들에게 뭔가를 해주려고 합니다. 먹는 걸 해주든지, 입는 걸 해주든지, 뭔가를 자꾸 해줘야 ‘내가 내 역할을 다했다’ 이렇게 생각해요. 또 그런 걸 해주는 대신 끊임없이 간섭을 합니다. 가족들에게는 해주지도 말고 간섭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사는 걸 보면, 아이들이 커서 결혼을 할 때까지도 뭔가를 해주고 간섭하고, 결혼을 한 뒤에도 뭔가를 해주고 간섭을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다 도망가는 거예요.

이렇게 생각해보면 정토회에 나와서 바쁘게 활동하는 게 꼭 나쁘다고 말할 수가 없어요. 여러분 입장에서는 아이들과 같이 놀아주지 못하니까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걸 몰라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에요. 그렇다고 시간을 주고 아이들과 놀아주라고 하면 이 문제가 해결될까요? 지금 당장은 해결되는 것처럼 보일 거예요. 그런데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여러분이 아이들에게 뭔가를 해주는 대신 그만큼 간섭을 할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갈등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가족들이 불평을 늘어놓을 때는 그냥 들어주면 됩니다. 가족들이 불평을 늘어놓을 때 들어주고 미안하다고 하는 건 수행적으로도 아주 좋은 일입니다. 왜냐하면 내가 스스로 겸손해지기 때문입니다. 내가 가족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는 줄 알면 저절로 겸손해집니다. 그래서 오히려 두 사람의 관계를 더 좋게 만듭니다. 도움을 받고 있는 줄 모르기 때문에 남편이나 아내한테 고개를 쳐들거나 큰소리를 치게 되는 거예요.

대부분의 가족들은 간섭받는 걸 힘들어하지 밥을 안 해주거나 바쁜 걸 그리 힘들어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간섭하는 사람은 자기가 간섭하는 줄 몰라요. 여러분은 적어도 자기 일이 있기 때문에 가족들에게 간섭하는 일은 훨씬 적을 거예요. 새벽에 일어나서 기도해야지, 밥 먹고 직장 다녀와야지, 퇴근하고 나면 불교대학 진행해야지, 주말에는 회의를 해야지, 이러니 간섭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바빠서 가족들에게 미안하면 간섭할 체면도 안 서요. 양심이 있으면 여러분이 지금 남편이나 아이들한테 잔소리할 수가 없잖아요? (웃음)

가족들이 불평을 말하면 ‘여보, 미안합니다’, ‘미안하다, 엄마가 부족해서 그래’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이렇게 겸손한 게 얼마나 좋은 건지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들 성질에 이런 부족함이 있어야 그나마 미안하다는 소리가 입에서 나오지, 시간이 많아서 밥도 하고 아이들 해달라는 거 다 해주면 잔소리를 안 할 리가 없어요. 만약 여러분이 집안일까지 다 하면 가족들한테 어떤 잔소리를 할지 제가 안 봐도 훤하게 압니다. (웃음)

그러니 여러분이 정토회 일로 바빠서 가족들한테 잘 못하고, 오히려 가족들한테 잔소리를 듣는 입장이 되는 건 좋은 측면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욕을 먹고, 잔소리를 듣고, 간섭을 당하는 건 내가 그걸 문제 삼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대신 내가 간섭을 하는 건 나도 스트레스를 받고, 상대방도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지금 여러분들의 고민은 잔소리를 듣는 것이니까 그리 큰 문제가 아닙니다. 이걸 탁 깨달아야 활동이 가벼워져요.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려면 여러분이 가족들에게 못해주는 입장에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여러분들의 성질이나 기질이 꺾입니다. 잘난 체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못해주는 입장에 있어야 그 콧대가 꺾여요. 늘 ‘미안해’ 이렇게 말하는 입장에 있어야 그나마 고개가 숙여지지, 그렇지 않으면 여러분들 성질에 고개가 숙여지겠어요? 여러분 성질에 가족들한테 잘하면 전부 목에 깁스를 해서 다니겠죠. (웃음)

여러분은 가족들한테 욕을 먹어서 힘들다고 말하면, 저는 ‘아, 이 사람들이 적어도 가족들한테 잔소리를 하거나 간섭은 안 하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만약 여러분이 밥도 제대로 안 하고, 가족과 시간도 같이 못 보내는데, 거기다가 잔소리까지 하거나, 짜증까지 내거나, 간섭까지 한다면 그건 심각한 문제입니다.

가족들한테 못해주는데 미안하다는 말은 못할망정 오히려 짜증을 내거나 잔소리를 한다면 그 사람은 전법행자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가족들에게 못해주는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가족들이 뭐라고 하면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이렇게 말하고 살면 괜찮아요. 이렇게 고개를 숙이고 살면 결국 아이들이 밥을 하고 아이들이 엄마를 챙기게 되어 있어요. 챙겨주는 사람과 챙김을 받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모두 다 관계에서 형성되는 것입니다.

세상에 굴림을 당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방법

이럴 때일수록 정진을 해서 태평한 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앞으로 은퇴하기 전에는 일이 줄어드는 경우가 없습니다. 그러니 일이 많은 가운데서도 마음이 태평할 수 있어야 합니다. 비가 오는 속에서도 마음이 태평해야 하고, 비가 오지 않는 속에서도 마음이 태평해야 하고, 바람이 부는 속에서도 마음이 태평해야 하고, 바람이 불지 않는 속에서도 마음이 태평해야 합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속에서 내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찾아가는 것이 바로 수행입니다. 주어진 조건 속에서 자기중심을 잡고 사는 게 수행이에요. 이렇게 흔들리고 저렇게 흔들리면 늘 세상에 휘둘리고 살게 됩니다.

‘세상에 굴림을 당하는 자가 되지 말고, 세상을 굴리는 사람이 돼라’

얼마나 단호하냐면 육조혜능선사는 법(法)에 굴림을 당하지 말고 법을 굴리는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셨어요. 여러분도 이런 관점을 가지고 이번 정일사 정진에 임해 보시기 바랍니다.

시간이 없을수록 더 정진을 하고, 바쁠수록 더 정진을 하고, 어려울수록 더 정진을 해야 해요. 이를 악다물고 하는 게 아니라 그 가운데서도 마음이 평온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나가면 나머지 일은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해결이 됩니다.

내가 바쁨으로 해서 가족들이 밥도 하고 청소도 하는 훈련이 되는 겁니다. 그러니 그게 꼭 내가 신세 지는 면만 있는 게 아닙니다. 나로서는 고맙다고 감사기도를 하니 가족들에게 겸손해지고, 가족들은 인간이 해야 할 일을 마땅히 할 수밖에 없으니 자연스레 연습이 이루어져서 좋습니다. 내가 그런 일을 다해주면 가족들은 죽을 때까지 집안일을 하지 않으려고 할 겁니다. 그것이 그들에게 좋은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지금 겪는 어려움을 꼭 나쁘게만 볼 필요가 없습니다. 어떤 일이든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습니다.

수행이란 꼭 절하는 것, 경전을 읽는 것, 참선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일상에서 겪는 여러 가지 복잡한 일들 가운데서 어떤 일을 먼저 하고 어떤 일을 나중에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곧 수행입니다. 어떤 일을 취하고 어떤 일을 버릴 것인가도 선택을 잘해야 하고, 어떤 일을 앞에 두고 어떤 일을 뒤에 둘 것인가도 선택을 잘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이 수행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을 겪으면서 마음이 흔들린다면 정진을 해야 합니다. 일이 많을 때는 선택과 포기, 일의 순서 문제, 효율을 생각해서 일을 조율하면 됩니다. 그때 마음이 흔들리거나, 분별심이 나거나, 힘들어한다면 그건 수행이 부족한 것이고, 지금 욕심을 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관점을 이렇게 잡고 정진을 해나가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정일사를 입재하는 날이기 때문에 다 함께 108배 정진을 했습니다.

108배를 마치고 모둠별로 화상회의 방에 모여 오늘 소감과 앞으로 3주 동안 실천해 보고자 하는 개인 과제를 서로 이야기했습니다.

모내기 끝!

전법활동가 법회가 끝난 후 스님은 묘당법사님과 행자님들이 모내기하고 있는 논으로 가서 도왔습니다. 이 논은 마을 어르신이 병환으로 갑자기 농사를 지어달라고 부탁해서 급하게 일이 이루어졌습니다. 두북공동체 대중들도 정진과 나누기를 마치고 모내기를 마무리하러 논으로 갔습니다.

오전 내내 묘당법사님과 농사팀 행자 세 명이 이앙기로 모내기 작업을 해서 오후에 모내기를 끝낼 수 있었습니다. 대중들은 다 함께 뒷정리를 했습니다. 논마다 쌓인 빈 모판을 정리하고, 모서리나 빈 곳에 새로 심을 모판을 몇 개씩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모판은 열 장씩 차곡차곡 쌓고 묶었습니다.


고마운 이앙기도 다음에 다시 쓸 수 있도록 구석구석 씻었습니다.

뒷정리를 마치고 농막에 둘러앉았습니다.

“올해는 우리들이 모내기 전체 과정을 다 인수인계받아서 직접 해봤네요. 논 갈고, 물 대고, 써레질하고, 모 가져오고, 모 심는다고 지난 2주간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모두 박수로 서로의 노고를 격려했습니다. 이어서 모내기를 하면서 들었던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가 생각났어요. 논물을 보는 방법을 몰라 호스에 물이 막 터져서 홀딱 젖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물을 딱 맞춰 대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아침에 논농사를 지도해주신 거사님이 전화를 주셨는데 ‘많이 피곤하죠? 육체적으로 피곤한 것보다 정신적으로 힘들죠?’ 이렇게 물어보셨어요. 그 말씀이 너무 감사했어요. 기계로 많은 일을 했지만 신경 쓸 게 정말 많았거든요.

그리고 대중 분들이 일정 조율을 해주고 함께 울력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모내기를 하는 동안 밭이나 하우스를 신경을 못 썼어요. 3일 동안 고추에 진딧물이 많이 늘었습니다. (모두 웃음) 오늘 오후에는 하우스 작업을 좀 해야 할 것 같아요. 날이 더워서 진이 좀 빠지긴 했지만 함께 해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저희 아버지도 농사를 지으셨는데, 아버지가 참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버지는 혼자 일하셨거든요. 부모님의 삶을 참 이해하지 못했다는 걸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앙기를 돌리는 사람도 있고, 부유물을 건지는 사람도 있고, 모판을 옮겨주는 사람도 있었고, 밥을 해주는 사람도 있었구나. 함께했던 한 사람 한 사람이 떠오르면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 번 해 보니까 이제 어떻게 하면 되겠구나 이런 감이 잡혔습니다. 직접 해보면서 배운 게 많았어요. 써레질을 하기 전에 물을 적당히 대는 게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었어요. 펌프를 사용할 때도 논에 쓸 때와 밭에 쓸 때가 조금 달랐어요. 내년에는 큰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앙기도 처음에는 이러면 되나 저러면 되나 우왕좌왕했는데 이제 좀 감이 잡혔어요. 내년에는 훨씬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롭게 배워가면서 하는 게 재밌었어요.

그런데 저는 수요일부터 깨달음의장 수련을 진행해야 하니 제가 있을 때 빨리 마쳐야 한다고 생각해서 조급한 마음이 있었어요. 제가 함께한 분들에게 조급하게 말과 행동을 한 적이 있어서 죄송합니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처음 두북 수련원에 왔을 때 더운물이 안 나왔어요. 그래서 잘 씻지도 못했는데, 그걸 묘당법사님이 고쳐주셨어요. 그래서 샤워할 때마다 늘 고마운 마음인데요. 이제 밥을 먹을 때도 고마워서 울컥하면서 먹을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농사팀이 고생하고 아침에 기운 없는 모습을 보니 짠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대중 전체 울력을 지원하는 일이 생겼을 때 제가 적극적으로 받지 못할 때가 있었는데 미안했어요.”

마지막으로 스님도 소감을 말했습니다. 나누기와 함께 남은 과제에 대해서도 짚어주었습니다.

“‘우리가 직접 해보자!’ 했지만 전부 처음 해보는 일이라서 어렵지 않을까 했어요. 첫날 보면서 이래서 모내기가 될까 싶었는데 금방 적응을 했네요. 묘당법사님이 계시고, 농사팀에 새로 두 행자님이 오셔서 가능했습니다. 사실 이래 심으나 저래 심으나 나중에는 별 차이는 없어요. 10% 정도는 수확량이 줄 걸 감수하는 거죠. 가끔 가다 하나씩 빠진 곳은 안 심어도 괜찮아요. 그런데 모가 자리를 잡고 나서 아예 많이 빠진 곳은 직접 심어줘야 합니다.

이제 남은 일은 논물 관리예요. 논에 있는 물은 거름이니까 냇가로 흘러가게 두면 영양분이 과해서 오염이 돼요. 논이 8개니까 딱 표를 그려서 몇 시에 물꼬를 열고 닫을지를 정해서 물관리를 잘하면 좋겠습니다. 논이 마르거나 물이 넘쳐버리기 쉬우니까요.

아직 배울 일이 많습니다. 가을에는 보리도 심고 내년 봄에는 보리 수확을 해야 해요. 남은 과제는 이모작이에요. 어쨌든 봄철에 큰 일 하나를 끝냈습니다. 다들 감사합니다.”

마음나누기를 마치고 모내기를 마친 우리 논 앞으로 가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다 함께 활짝 웃으며 ‘모내기!’를 외쳤습니다.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오후 3시부터 인도 성지순례 준비팀과 화상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다시 재계되는 인도 성지순례에 대한 기대감을 서로 나누면서 스님은 실무 담당자들에게 무엇을 중점적으로 준비해야 하는지 큰 방향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오후 5시부터는 공동체 법사단 회의에 온라인으로 참여했습니다. 여러 가지 안건에 대해 토론하고 조언을 해준 후 7시가 넘어서 회의를 마쳤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에는 여러 가지 업무들을 처리하고 원고 교정을 보았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농사일을 한 후 오후에는 업무들을 처리하고, 저녁에는 ‘불교와 환경’을 주제로 정토불교대학 생방송 수업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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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맞아요 여성분들과 양주도 까고 즐거운자리에서 믿었던 직원에게 총맞아 죽는게 더 슬픈일인데..
거기가서 생전에 좋아하시던 여대생들과 양주를 올려드려야 좌우균형을 잡을거같네요.
아마 죽어서 천국가시려면 곧 가시겠죠 ㅎㅎ

2022-06-26 10:13:05

보덕

아래 "버디로"님
저 두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는 곳은 정토회 법당이나 수련원이 아니고 김해 봉화 마을에 있는 "정토원" 이라는 법당입니다
그리고 매사를 항상 이분법적으로 보시는 경향이 있나 봅니다 이곳 스님의 하루에 들어와 댓글을 다는 것으로 봐서 평소에 스님의
일상을 잘 아실 것 같은데 좌편향 중이라는 말을 하니 뭐가 많이 뒤틀린 것 같네요

2022-06-14 17:08:37

버디로

두사람 영정이 왜 거기 있나요?
좌편향 중이구만

2022-06-03 08: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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