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5.5. 울력
“공허한 마음을 술로 달랩니다.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하얀 꽃이 진 자리에 맺힌 딸기 열매는 햇살에 물들어 하루가 다르게 빨갛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새벽예불과 기도를 마치고 6시에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가위와 포대를 들고 취나물을 채취하러 산아랫밭으로 갔습니다. 산 위로 이제 막 해가 뜨고 있었습니다.

산아랫밭 사면에 여러 풀들 속에서 취나물이 제 알아서 쑥쑥 자라 있었습니다. 지난번에 채취하고 취밭을 만든 사면 위쪽으로도 취나물이 무척 많았습니다.

점점 사면 위쪽으로 올라가며 취나물을 캤습니다.

“이야! 이 취 좀 보세요.”

스님은 종종 감탄을 하며 부지런히 채취했습니다.




스님은 오르기 어려운 사면에서 취를 캐고, 행자님과 법사님은 사면 아래에서 취를 따왔습니다. 한 시간 넘게 캤더니 취나물 두 포대가 생겼습니다. 나물 한 장 한 장이 찬 포대를 들어보니 꽤 묵직했습니다.

밭을 내려와 바구니에 담아 보니 큰 바구니가 가득 찼습니다. 손질을 해서 선물도 보내고 반찬으로 먹기로 했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다시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어린이날이라 불교대학 방송도 쉬는 날이어서 방송팀도 함께 울력을 했습니다.

스님은 열무김치를 담기 위해 열무를 뽑아와 행자들이 다듬도록 주고, 모종을 키울 모래를 퍼오기 위해 냇가로 갔습니다.

종종 모래를 퍼오던 냇가에 비가 내려 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물 섞인 모래를 체에 걸러보았지만 잘 걸러지지 않았습니다.

“아이고, 물이 섞여서 걸러지지가 않네.”

포기할 줄 알았던 스님은 금세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바가지를 가져와 물을 부어보니 모래가 아래로 씻겨 내려가고 체 위에는 잔돌만 남았습니다.

1단계로 발이 굵은 체로 큰 돌을 골라내고, 거른 흙을 다시 더 촘촘한 체로 걸렀습니다. 촘촘한 체 아래에 포대를 비스듬히 깔아 물을 쓸려내려가도록 하고 모래를 모았습니다.


“이야, 이거 귀한 거예요. 잔돌도 따로 모읍시다.”

3단계 시스템을 마련해 잔돌과 모래를 걸러 포대에 담았습니다. 스님과 행자 두 명이 손발을 척척 맞추어 쉴 새 없이 삽질과 체질이 반복되었습니다.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공장이 잘 돌아가네요!”

공장은 잔돌 세 포대와 모래 두 포대를 만들기까지 돌아갔습니다.

모래와 잔돌을 싣고 와 모종을 심을 준비를 했습니다. 사용하고 창고에 보관해두었던 작은 비닐들을 모종판에 깔고 모래를 담았습니다. 총 아홉 판을 만들었습니다.

모종 컵에는 잔돌을 얕게 깔고 흙을 반 정도 채워두었습니다.

모종판에 국화 꺾꽂이를 해보았습니다. 국화 줄기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흙에 꽂아두면 뿌리를 내리고 한 포기의 국화로 자라납니다.


만들어둔 모종판과 모종 컵마다 모종을 다 심으려다가 해가 진 저녁이나 해가 뜨기 전 아침에 다시 모종을 심기로 했습니다. 날씨가 너무 더울 때 모종을 심으면 모종이 자리를 잡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잔돌 일부는 물통을 두는 마당에 깔아 다져주었습니다. 그리고 너무 더워서 맥을 못 추는 야채에 물을 주었습니다.

상자 양산을 덮어준 목화는 다행히 점점 생생해지고 있었습니다.

울력을 마치고 오후에는 내일 애광원과 요양병원에 전달할 과일과 쌀을 준비했습니다. 저녁에는 오랜만에 방송이 없어 밀린 업무를 보고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으므로 지난 금요 즉문즉설에서 있었던 대화 한 편을 소개하고 글을 마치겠습니다.

공허한 마음을 술로 달랩니다.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저는 긴장하거나 공허한 마음이 일어나면 술을 좀 마시거나 음식을 먹습니다. 술을 마시면 긴장이 풀리면서 기분이 좋아지지만, 다음 날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후회를 하곤 합니다. 업무나 여러 가지 일로 긴장하고 난 후 찾아오는 공허한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면 좋을까요?”

“술을 좀 적게 먹으면 되겠네요. 질문자가 공허할 때 술을 마시면 약간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잖아요. 거기까지는 문제가 없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건 문제예요. 아침에 일어났을 때 건강에 이상이 없을 수준까지는 먹어도 괜찮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자꾸 무언가에 의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이 끝나고 혼자 쉴 때 그냥 쉬면 되는데 자꾸 뭔가 술이나 음식에 의지를 하고 싶어서요. 그게 공허한 상태의 저를 그대로 못 받아들이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질문을 하게 됐습니다.”

“이런 질문은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돼요?”

“마흔셋입니다.”

“결혼은 했어요?”

“결혼했고, 아이도 있습니다.”

“결혼을 안 했다면 사람이 필요한 것 같으니까 남자 친구라도 사귀면 어떨지 얘기하려고 물어봤어요. 술보다는 사람이 건강에 덜 위험하니까요. 결혼을 했으면 저녁에 애들하고 놀거나 남편하고 얘기하면 되잖아요.”

“아이랑 놀기도 하고 남편과 얘기도 하는데, 혼자 있는 시간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결혼해서 아이와 남편도 있고 직장까지 다니는데 혼자 있을 시간이 있어요? 제가 볼 때는 혼자 있고 싶어도 그럴 시간이 많이 없을 것 같은데요.”

“네, 맞아요. 혼자 있는 시간은 밤에 아이들과 남편이 잠들고 난 후 1시간 정도입니다.”

“그러면 그냥 자면 되잖아요.”

“맞습니다. 자면 되는데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마음도 들고, 자꾸 뭔가 재미있는 것을 하고 싶어요.”

“혹시 남편한테 만족을 못 해요? 즉문즉설이니까 그냥 깨 놓고 얘기해 봐요.”

“아닙니다. 만족합니다.”

“거짓말 하지 말고요. 만족하는데 어떻게 허전할 시간이 있어요?”

“남편이 지금 밖에서 듣고 있을 거 같아서요.” (웃음)

“그럼 남편한테 이렇게 고백을 해봐요.

‘내가 직장 다니고 피곤한데도 밤에 좀 허전해서 술로 때우고 있다. 당신 탓이 아니고 내 탓이긴 하지만 나를 좀 챙겨주면 좋겠어. 당신도 바쁘겠지만 내가 좀 위험한 상태야.’

남편과 이렇게 대화를 좀 해 봐요. 생판 남한테도 비는데 남편한테 솔직하게 요청하면 좀 어때요. 이렇게 약간 협박도 하고요.

‘여보 나 좀 봐줘. 나 요새 힘들어. 등잔 밑이 어둡다고 지금 당신 옆에서 내가 무슨 일 저지를지 몰라. 내가 늦바람 나면 골치 아프잖아.’

결혼을 했으면 서로 관심을 가지고 풀어야죠. 남편이 있으니까 먼저 남편을 활용하라는 거예요. 질문자의 부부관계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지금 남편이 제 역할을 못 한다는 얘기거든요. 남편이 제 역할을 하도록 하소연을 해봐요.”

“지금 말씀하신 대로 해보긴 할 건데요. 그런 공허한 마음이 사람으로 인해서 채워질 수 있는 건가요? 남편한테 의지하면 공허한 마음이 줄어들 수 있을까요?”

“당연히 줄어들죠. 그러려고 결혼해서 같이 사는 거잖아요. 남편 용도가 별로 신통치 않나 봐요. 혼자서도 편안하게 잘 살면 뭣 때문에 결혼하겠어요. 저같이 혼자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은 결혼할 이유가 없죠. 혼자 있으면 뭔가 허전하고 공허하니까 그래도 한 사람을 사귀어서 같이 사는 거 아니겠어요. 그런데 우선 있는 남편을 활용해 보고, 안 되면 다음 단계로 가야죠. 지금 바로 다른 사람으로 바꿔치기하기도 그렇잖아요.

공허한 마음을 달랠 세 가지 방법

무슨 일이나 순서가 있듯이 질문자에게 제일 쉬운 방법은 있는 남편을 활용하는 거예요. 먼저 남편한테 자존심 세우지 말고 내 사정과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얘기해 봐요. 남편이 이야기를 듣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질문자가 솔직하게 좀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거예요. 그래도 남편이 꼼짝을 안 하면 협박을 좀 하세요. ‘곧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당신 뒷감당할 수 있겠어?’ 이렇게 관심을 좀 유발시켜서라도 있는 남편을 활용해야죠. 무엇 때문에 있는 걸 활용하지 않으려고 해요.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은 그다음 순서입니다. 첫 번째로 이 방법을 먼저 써보세요.

두 번째, 남편이 협조를 잘 안 해준다거나 협조를 해줘도 공허함이 잘 해소가 안 된다면 정신적 문제일 수 있습니다. 정신과에 가서 의사하고 상담을 해야 해요. 40대, 50대에 공허함이 생기면 위험해요. 공허함이 어떤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마음에 드는 어떤 사람이 나타나서 내 공허함을 채워주면 내 마음의 빈자리 때문에 유혹에 넘어가게 됩니다. 사람들이 꼭 무슨 욕망이 있어서 마음이 가는 게 아니에요.

세 번째, 이열치열 방식이에요. 공허함의 끝장을 보는 겁니다. 남편한테 얘기하고 직장에 휴가 내서 4박 5일 명상을 하는 거예요. 혼자 있을 수 있는 곳으로 가서 온라인으로 참가하거나 수련원에 가서 4박 5일 동안 완전히 자기 혼자서 명상을 하는 거예요. 이건 공허하지 않은 사람도 힘들어요. 공허한데 더 공허한 방식으로 대응해서 치유하는 겁니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방법이 명상이거든요. 이 세상에 아무도 없고, 눈도 감고 보지도 않고 듣지도 않고, 오직 자기 하나만 딱 직면해서 5일을 버티면 공허한 마음을 치료하는데 상당히 효과가 있습니다.

더울 때 자꾸 에어컨을 켜지 말고, 더 더운 곳에 가서 좀 있다 나오면 좋아요? 예전에 인도에서 산 적이 있는데 여름이면 47도까지 올라갔어요. 선풍기를 켜면 온풍기가 되고 모든 물건이 손으로 만지면 뜨끈뜨끈 했어요. 그런 더위를 경험하고 한국에 오면 삼십몇 도 이런 더위는 덥긴 해도 ‘못 견디겠다’ 이런 생각은 없어져버려요. 그래서 저는 여름에 아무리 더워도 ‘못 견디겠다’라는 말을 잘 안 합니다.

추위도 마찬가지예요. 몽골에 한낮에도 기온이 영하 30도 아래로 떨어지는 한파가 밀어닥쳐서 양떼들이 죽어나간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인도적 지원을 하러 간 적이 있어요. 그때는 얼마나 추웠는지 밖에서 오줌을 누면 바로 얼어붙는다고 할 정도였어요. 그런 추위를 경험하고 오니까 한국에서 겪는 웬만한 추위는 아무것도 아니게 됐습니다. 또 북한 난민을 돕는다고 중국 연변에서 생활을 하다 온 적도 있는데, 그곳도 추위가 대단했어요. 그러다 한국에 오면 한국 추위는 추위도 아니었어요..

이렇게 어려움을 더 큰 어려움으로 해결하는 방식이 이열치열입니다. 그러니까 명상을 통해서 완전히 혼자 있는 경험을 해서 혼자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경지로 나아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공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술을 홀짝홀짝 마시고 잠이 드는 것도 세상에서는 하나의 해결책이에요. 그런데 자칫 잘못하면 알코올 중독이 될 위험이 있고 나중에 건강을 해칠 수도 있잖아요. 세속에 사는 사람이니까 술을 조금 마시는 정도는 괜찮아요. 대신 좀 줄이는 건 필요합니다. 그리고 세 가지 방법이 있어요. 첫째, 결혼을 했으니까 있는 남편을 최대로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그래도 공허하면 병원에 가서 의사의 상담과 치료를 받아 보세요. 셋째, 명상수련에 참가해서 이열치열로 극복을 해볼 수 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마음의 허전함, 공허함은 엄격하게 말하면 병입니다. 남편의 협조를 얻는 것은 응급치료법입니다. 마음에 공허한 병이 있는 사람은 결혼해서 같이 살아도 공허해요. 공허함이 없는 사람은 혼자 살아도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대다수 보통 사람들은 사람과 만남을 통해서 공허함이 조금 해소됩니다. 술 한 잔 먹으면 살짝 해소가 되듯이요. 수행자는 공허함을 직면해야 합니다. 질문자는 수행자가 아니니까 먼저 옆에 있는 남편을 약으로 활용해보고, 약 효과가 별로 없으면 의사를 만나서 새로운 약을 처방받고 치료해 보면 되겠다 싶습니다.”

“네, 스님. 제가 예상하지 못한 처방을 받아서 제 마음을 들킨 것 같았습니다. 우선은 제가 남편에게 제 상태나 마음을 나누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어요. 먼저 남편에게 마음을 나누고 남편을 잘 활용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스스로 극복하고 싶다면

“남편한테 용기를 내서 이야기했더니 남편이 ‘무슨 뚱딴지같이 쓸데없는 소리를 하냐.’ 이렇게 나올 확률이 높습니다. 아내의 하소연을 듣고, ‘아내가 지금 정신적으로 심각하구나. 내가 보살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남자는 열에 한 명도 안 돼요. 오히려 ‘쓸데없이 누구한테 그런 걸 들었냐? 스님이 뭘 안다고 남의 부부 관계에 관여하냐’ 이런 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그러니까 질문자가 슬쩍 시도해보고 되면 다행이지만, 안 되면 더 요구하지 말고 먼저 행복학교에 등록해서 자기 마음을 알아차리고 나누는 연습을 좀 해보세요. 그러면 술 먹는 것보다 돈도 적게 들고 훨씬 효과가 좋습니다. 그렇게 해서 효과가 좋으면 남편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매일 말을 하고 살지만, 대부분 대화다운 대화는 할 줄 모르거든요. 행복학교에서 마음을 나누는 연습을 하면 대화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습니다. 행복학교에서 대화 방법을 익혀서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대화가 더 잘 될 수도 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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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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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

스님 말씀 감사합니다.

2022-05-15 13:02:51

실비아

행복학교에서 마음 나누기 돈도 안 들고 최고네요

2022-05-11 19:59:20

박송애

외롭고 공허하신분들은 스스로 해결하기가 쉽지않을것 같은데 행복학교에서 마음 나누는 연습을 해보라는 스님 말씀 대로 해보시면 필히 해결 될것입니다

2022-05-10 22:4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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