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2.16 내년 정토회 일정 논의 회의
“싫증을 자주 느낍니다, 어떻게 개선하죠?”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8시부터 정토회 각 단위 책임자가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가운데 2022년도 정토회 행사 일정에 대해 논의하는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내년은 정토회가 1차 만일결사를 회향하는 해이기도 하고, 만일결사 회향 기념으로 정토불교대학을 많은 국민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해이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행사 일정을 함께 논의하여 잡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회의가 너무 길어지네요. 오늘은 9월까지만 논의합시다. 다음 주에 나머지 일정을 논의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후에는 손님들이 찾아와서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에는 여러 가지 업무들을 처리하고 하루 일정을 마쳤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11일 행복학교 특강에서 있었던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싫증을 자주 느낍니다, 어떻게 개선하죠?

“저는 대학 진학, 졸업, 취업 등 인생에서 여러 결정적인 시기를 보내면서 공통적인 감정을 느꼈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늘 공부에 싫증을 느끼며 ‘졸업하기만 해 봐라. 그때부터는 정말 행복하게 살 거야’라고 생각했고, 대학생 때도 대학 공부에 싫증을 느끼면서 ‘대학 졸업하기만 해 봐라. 그때 나는 더 행복할 거야’라고 생각하며 애써 졸업을 했습니다. 물론 행복한 시기도 분명 있었지만, 차근차근 취업을 준비해 가는 지금 또 싫증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왜 나는 내가 선택한 길을 가면서도 막상 하려고 할 때마다 싫증을 느끼는 걸까?’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제가 원하는 일을 계획하거나 상상할 때는 즐거울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다가도, 그것이 막상 눈앞에 닥치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고 싫증이 나거나 또 다른 곳을 바라보게 됩니다. 앞으로 다른 일을 할 때에도 막상 눈앞에 닥치면 싫증을 느끼지는 않을지, 그래서 그 일에 즐겁게 임하지 못하고 과거에 그랬듯 힘겹게 보내지는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싫증이 자주 일어나는 원인을 알고 해결하고 싶습니다.”

“질문자가 설명한 내용으로 보면 앞으로도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직장에 어렵게 입사하고 나서도 1년을 채 못 다녀서 싫증이 나고, ‘다녀서 뭐하나’ 이런 생각이 들 거예요. 그래서 ‘에이, 결혼이나 하자’라고 해서 어렵게 결혼을 해도 1년쯤 살아보면 ‘아이고, 혼자 사는 게 낫겠다. 무엇 때문에 귀찮게 둘이 사나’ 이런 생각이 들 겁니다. 애라도 낳으면 나을까 싶어서 애를 낳아도 1년쯤 키워보면 ‘아이고, 이것도 재미가 없네’라고 할 거예요. 40살이 넘으면 괜찮아질까 기대해도 막상 40살이 넘어보면 또 심심해 하고요.

얘기를 들어보니 질문자는 죽을 때까지 이렇게 될 확률이 높아요. 이것은 일종의 욕구불만입니다. 욕구불만은 끊임없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것은 운명이 그렇게 지어져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전생에 죄가 많아서 그런 것도 아니고, 하느님이 벌을 줘서 그런 것도 아니에요. 질문자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런 습관이 생겼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습관대로 그냥 살든지, 습관을 고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그런 습관은 질문자가 조금 심할 뿐이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습관을 갖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어릴 때는 중학생 언니가 부러워요. ‘나도 중학생만 돼봐라!’ 하죠. 그런데 중학생이 되면 또 대학생 언니가 부러워요. 그러다 대학생이 되어보면 직장 다니는 선배가 부럽고, 직장 다녀보면 결혼한 선배가 부럽습니다. 이렇게 해서 늘 더 좋은 곳으로 나아가기만을 바라다가 40살이 넘으면 거꾸로 어린 사람들을 부러워합니다. 어린아이들을 보면 ‘아이고, 너희는 좋겠다. 아무 걱정도 없잖니’ 이렇게 말하고, 청소년들을 보면 ‘너희는 정말 좋겠다’ 하고 부러워하고, 대학생들을 보면 ‘청춘이 좋구나’ 이렇게 말하고, 또 신혼부부를 보면 ‘아이고, 그래도 신혼 때가 인생에서 제일이지’ 이런 소리를 합니다. 이처럼 인생은 늘 지금은 불만이고, 시간이 흐른 후 되돌아보면 ‘그래도 옛날이 낫다’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에요. 질문자만 그러는 게 아니라 다수의 사람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 질문자는 그중에서도 조금 심한 편이에요. 조금 심하면 ‘병’이라고 합니다. 정신 이상을 감별하는 기준도 그래요. 성질을 팍팍 내거나 감정 기복이 심해도 전체 분포도를 따져봤을 때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5퍼센트 이내로 떨어지면 병이라고 진단하고, 전체 분포도의 가운데에 속해 있는 경우는 ‘성격이 좀 급하다’, ‘사람이 좀 감정적이다’ 이렇게만 말합니다. 이처럼 병과 병 아닌 것의 경계가 그렇게 뚜렷하지가 않습니다.

예를 들면 고혈압의 기준도 그래요. 우리는 정상 혈압 범위를 80에서 120까지라고 정해놓고 120이 넘으면 고혈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기준을 140으로 잡는다면 140을 넘어야 병이라고 부를 거예요. 고혈압의 기준을 140으로 잡느냐, 130으로 잡느냐, 120으로 잡느냐에 따라 고혈압 치료약의 소비량도 엄청나게 차이가 나겠죠.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지금의 혈압 기준은 제약회사의 이익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하고 음모론을 주장하기도 하지요. 그것처럼 병인지 병이 아닌지의 구분은 전체 분포도에서 얼마나 소수로 떨어지느냐의 차이에 불과합니다.

질문자가 말하는 싫증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 있어요. 질문자만 특이한 게 아닙니다. 다만 질문자가 다른 사람보다 조금 심한 편이에요. 조금 심하면 병에 속합니다. 싫증을 잘 내는 일종의 질환에 속한다고 볼 수 있어요.

왜 질환이 생겼을까요? 첫째, 어머니가 질문자처럼 매사에 짜증을 잘 내거나 싫증을 잘 낸다고 하면, 질문자도 그런 면을 물려받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의 몸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유전인자를 딱 절반씩 닮지만, 우리의 마음바탕이 되는 자아는 어머니 손에 길러지면서 어머니 것을 대부분 물려받게 됩니다. 할머니 손에 길러졌다면 실제 마음바탕의 모델은 할머니가 되는 거예요. 이름은 할머니지만 할머니가 사실은 어머니 역할을 하는 셈이죠. 유모한테 자라면 유모가 내 마음바탕의 근본 뿌리가 되고요. 이처럼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요즘 컴퓨터 용어로 말하면 다운 받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웃음)

그런데 어머니가 안 그렇다고 한다면 질문자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떤 욕구불만이 컸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본인이 원하는 것이 그때그때 주어지지 않아서 늘 불만족에 껄떡거리며 살아온 거예요. ‘이것만 되면’, ‘저것만 되면’ 이렇게 간절하게 바라지만 막상 해보면 또 별 일 아닌 게 되는 겁니다. 껄떡거림이 심하면 질문자와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이처럼 질문자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런 특성이 형성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 성장 과정에 별 문제가 없었는데도 ‘내가 이걸 전생에서 타고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면 그런 경우는 주로 어머니와 할머니를 관찰해보면 실마리가 잡힐 가능성이 큽니다. 어머니도 외할머니로부터 정신적인 까르마를 유전처럼 물려받았고, 질문자 역시 거기에 영향을 받았으니까요. 굳이 원인을 따진다면 그렇다는 거예요.

그렇다고 해서 이 책임이 어머니한테 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형성된 까르마의 원인을 살펴본다면 양육자로부터 물려받았거나, 성장 과정의 어떤 경험을 통해 형성되었거나, 두 가지 원인을 생각해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수행자에게는 원인이 무엇이냐 하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정신분석학자에게는 원인을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문 연구에서는 원인을 중요시하지만, 수행에서는 원인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든,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았든, 내가 자라는 과정에서 형성됐든, 현재는 내 습관이 되어 있다는 점이 중요해요. 그러니 과거를 논할 필요가 없어요. 현재 내 습관이 되어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첫째, 형성된 습관대로 살아가는 길이 있어요. 질문자의 경우 본인의 습관대로 살아가는 방식이란 뭐든지 자주 바꾸는 겁니다. 사람도 마냥 한 사람을 잡으려고 하지 말고, 늘 6개월 정도 사귀다가 또 다른 사람 사귀고, 싫증 날 때마다 계속 바꾸는 거예요. 영화도 이거 보다가 저거 보고, 직업도 이것 좀 하다가 저것 좀 하고, 이런 식으로 고정된 직업을 갖지 않고 파트타임으로 일하면 됩니다. 이렇게 내 습관과 취향에 맞도록 세상에 내가 대응을 해버리면 됩니다. 그러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반면에 습관을 그대로 둔 채 고정된 직업을 갖고자 하거나 한 사람만 오래도록 사귀려고 한다면 질문자는 적응을 못하는 문제아가 될 가능성이 높아요. 머리를 멋있게 장식해서 폼을 내고 싶은 사람은 머리카락이 빠지면 큰일이겠죠. 그런데 법륜 스님처럼 있는 머리카락도 깎는 사람은 머리카락 빠지는 게 하나도 큰일이 아니에요. 머리카락이 빠져서 별로 없으면 머리카락을 깎기가 더 쉽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 자체는 나쁘다거나 좋다고 말할 수 없어요. 어떤 목적을 가지느냐에 따라서 좋고 나쁜 게 생길 뿐입니다.

결혼을 하려는 사람이 성애가 없다면 결혼생활에 큰 문제가 됩니다. 그러나 신부님이나 스님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성애가 없다는 건 천혜의 조건이에요. 본인이 별로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도인 같은 생활을 할 수 있으니까요. 이처럼 본인의 육체적, 정신적인 습관 또는 체질에 맞는 생활방식을 취해버리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예를 들어 직장생활처럼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운 사람은 직업을 선택할 때 자유로운 직업을 가지면 됩니다. 예를 들어 조각가처럼 나 혼자 작업해도 되는 직업을 가지면 돼요. 농사를 지을 때도 혼자서 지을 수 있는 작물을 선택하면 됩니다. 이런 직업을 선택하면 피곤할 때 쉬었다가 기운 나면 다시 일하는 생활을 하면 되니까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이런 사람이 직장생활을 하거나 군대 같은 곳에서 생활한다면 큰 문제죠. 그 사람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니라 본인과 직업이 안 맞는다는 뜻이에요. 이처럼 질문자도 본인의 습관에 맞춰서 사람도 그렇게 사귀고 직업도 그렇게 가져버리면 돼요.”

“네, 감사합니다.”

내일은 오전에 정토불교대학 교과개편 회의를 한 후 오후에는 두북 공동체 대중과 경주 남산을 산책하고, 저녁에는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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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음성

학문에서는 원인이 중요하지만 수행자는 현재 습관이 되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있는 상태에서 받아들이고 살 것인지 고쳐서 살 것인지 선택하면 된다

잘 읽었습니다

2021-12-25 08:13:29

김민정

다운받은대로 살것인지 고쳐가며 살것인지~
저는 수행으로 고쳐가며 살기로 했습니다
지금 행복합니다^^

2021-12-21 18:53:52

박윤정

스님 감사합니다 🙏

2021-12-21 15:3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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