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2.15 정토불교대학 개편 회의, 수행법회
“불안한 마음을 어떻게 없앨 수 있나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8시부터 정토불교대학 교과과정 개편을 위해 온라인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공동체 법사단과 정토불교대학 실무준비팀은 지난 일주일 동안 여러 번의 회의를 거쳐 조금 더 개선된 개편안을 준비해 와서 발표했습니다.

발표 내용을 경청한 후 스님이 쟁점사항에 대해 정리를 해준 후 각 쟁점마다 전체 토론을 해보았습니다.

“오늘 토론한 내용을 보완해 와서 다음 시간에 다시 토론합시다.”

3시간 동안 회의를 한 후 11시에 회의를 마쳤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1시에는 경주국립공원 사무소 관계자분들이 두북 수련원을 찾아와 스님과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경주남산에서 천룡사로 올라가는 산길이 미끄럽고 안전장치가 안 되어 있어서 위험했는데, 올해 일 년 동안 경주국립공원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탐방로 공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탐방로 공사를 잘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공사를 마치고 준공식을 할 때 스님을 꼭 모셨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저도 일정이 바빠서 불가능했어요. 감사드립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다음에 탐방로를 함께 걸어보기로 하고 차담을 마쳤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3주 동안 예불문 강의를 계속해오고 있는데요. 오늘은 예불문 강의 마지막 시간인 네 번째 강의를 했습니다.

부처님의 법이 오늘의 나에게 이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전해 내려왔는지에 대한 설명이 담긴 구절을 스님이 먼저 낭독했습니다.

“지심귀명례 서건동진 급아해동 역대전등 제대조사 천하종사 일체미진수 제대선지식”
(至心歸命禮 西乾東震 及我海東 歷代傳燈 諸大祖師 天下宗師 一切微塵數 諸大善知識)

이어서 이 구절에 대한 스님의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부처님의 법을 계승한 사람이 석가여래부촉법 제1세인 마하가섭 존자입니다. 선불교에서는 마음과 마음으로 법을 전했다는 뜻에서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고도 표현하죠. 그럼 마하가섭 존자의 법을 누가 계승했을까요? 제2세인 아난다 존자가 법을 계승했습니다. 아난다 존자는 부처님이 살아계실 때는 깨달음을 얻지 못하다가 부처님이 열반하시고 경전을 결집할 때 오백 아라한에 참여하기 위해서 용맹정진을 한 끝에 깨달음을 얻어 경전 결집에 참여했다고 해요. 그 법을 제3세인 상나화수 존자가 계승합니다.

이 법이 나에게 이르기까지

이렇게 전해 내려와서 제28세 보리달마 대사에게 법이 전해졌어요. 보리달마 대사가 세상을 살펴보니 인도에서는 이미 불법의 운세가 다했어요. 그런데 동쪽 중국에 법이 융성하고 있어서 그곳으로 갔습니다. 그 당시에 중국과 인도 사이에는 히말라야 산맥이 가로막혀 있어서 중국과 인도 사이는 아주 먼 곳이었어요. 그래서 배를 타고 인도양을 건너서 말라카 해협을 지나 중국의 남쪽 광동성에 도착합니다.

그 당시 중국은 남북조 시대였어요. 북쪽에는 북위라는 나라가 있었고, 남쪽에는 양나라가 있었어요. 양나라 무제는 중국의 아소카왕이라 칭해질 만큼 불법을 굉장히 옹호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수천 개의 탑을 세우고, 수천 개의 절을 짓고, 수많은 스님들을 지원하고 경(經)을 번역해서 엄청난 칭찬을 받은 왕이에요. 양무제는 인도에서 어떤 고승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달마대사를 궁중으로 초청을 했어요. 그리고 인사를 하면서 자신이 즉위한 이래 불교를 장려한 내용을 자랑하면서 물었습니다.

‘대사, 내가 지은 공덕이 얼마나 되겠소?’

법화경에는 아이들이 바닷가에서 장난으로 모래를 가지고 불상을 조성하거나 그림으로 부처님 얼굴을 그려도 큰 공덕이 있다고 나옵니다. 그러니 하물며 이렇게 많은 절을 세우고 불상을 조성하고 탑을 세운 자신의 공덕이 얼마나 큰지 궁금했던 거죠. 그래서 외국에서 온 고승으로부터 칭찬을 좀 받고 싶어서 자랑을 한 겁니다. 그런데 달마대사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공덕이라 할 게 없소.’

이걸 한문으로 표현하면 ‘무(無)’입니다. 이 대답을 듣고 양무제가 화가 치밀어 올라서 ‘네가 누군데 그런 소리를 하느냐’ 싶어 ‘너는 누구인가?’하고 물었습니다. 달마대사는 ‘몰라’ 하고 대답했어요. 양무제는 달마대사가 자신을 놀리는 줄 잘못 알고 칼을 빼서 죽이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스님들이 외국 고승을 해치면 더 나쁜 결과가 생긴다며 말렸어요. 양무제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칼을 다시 집어넣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양무제가 생각하는 불교가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불교를 숭상하는 척했지만, 결국 자기가 바라는 대로 안 되면 고승조차도 죽여 버리려고 하는 살심(殺心)을 가졌던 겁니다. 달마대사가 보기엔 중국에서 불교가 융성한다고 하지만 이름만 불교이지 불교와 아무 관계가 없는 하나의 문화사업에 불과했던 거예요. 그래서 ‘여기는 불법이 없다’ 하고는 양쯔강을 건너 북쪽으로 갑니다. 남조를 떠나 북조에 있는 소림사에 들어가서 침묵을 했습니다.

인도에서 온 고승이라고 소문이 나니까 찾아오는 사람마다 무언가를 얻으러 왔습니다. 새로운 경전을 보려고 오고, 권법을 배우러 오고, 말을 배우러 오고, 오직 무언가를 얻기 위해 수도 없이 사람들이 몰려왔어요. 그런데 이 법은 줄래야 줄 수가 없는 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달마대사는 9년간 침묵을 했습니다. 이걸 ‘면벽 9년’이라고 그래요.

불안한 마음을 어떻게 없앨 수 있나요?

많은 사람들이 얻으러 왔다가 얻지 못하니까 다 떠나버렸어요. 그런데 오직 ‘혜가’라는 분이 9년 동안이나 늘 달마대사 옆에 있었습니다. 온갖 사람들이 다 떠나가는데, 이분은 달마대사가 참선하면 같이 참선하고, 밥 먹으면 같이 밥 먹고, 아무 얘기도 안 했어요. 그래서 어느 날 대사가 ‘너는 왜 왔니?’ 하고 물었어요. 그러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안심입명(安心立命)의 도를 얻으러 왔습니다.’

즉 마음이 편안해지는 도를 얻으러 왔다는 겁니다. 물론 얻으러 왔다는 표현은 있지만, 안심입명의 법을 찾고자 하는 면에서 다른 사람하고 완전히 다르잖아요. 그래서 대사가 물었어요.

‘네 마음이 어떤데?
‘네, 제 마음이 심히 불안합니다.’
‘그래. 네 불안한 마음을 이리 내놔 봐라, 내가 편안하게 해 줄게.’

대사가 이렇게 물었기 때문에 이제 내어놓기만 하면 됩니다. 이 불안한 마음을 내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불안한 마음을 찾아야 내놓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자기 마음을 살폈어요. 밖으로 향한 눈을 스승이 안으로 향하도록 해 준 겁니다. 자기 마음을 아무리 살펴봐도 불안한 마음을 내놓을 수가 없어서 ‘내놓을 게 없습니다’ 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대사께서 말했습니다.

‘내 이미 네 마음을 편안케 했노라.’

대사가 마음을 편안케 해준 게 아니라 불안한 마음을 내놓을 게 없는 줄 알 때 이미 마음은 편안해진 거예요. 이렇게 해서 동토 중국에 법이 처음으로 전해졌습니다. 제1조 달마대사로부터 제2조 혜가대사에게 법이 전해진 겁니다.

혜가대사가 유명하다는 얘기를 듣고 어느 날 밤에 문둥병 환자가 찾아왔어요. 얼굴이 허물어져 있어서 낮에는 못 돌아다니니까 밤에 몰래 찾아온 거예요.

‘제가 전생에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으면 이렇게 문둥병에 걸렸겠습니까?’
옛날에는 문둥병에 걸리면 천벌을 받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죄를 어떻게 하면 사할 수 있는지 질문한 겁니다.
‘어떻게 하면 이 무거운 죄를 사할 수 있습니까?’

그러자 혜가대사가 말했습니다.

‘네 죄를 이리 내놔라. 내가 사해줄게.’

그래서 죄를 찾았더니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내놓을 게 없습니다’ 하니까 스승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 죄를 내가 다 사했노라.’

이렇게 해서 제3조 승찬대사에게 법이 전해집니다. 신심명(信心銘)이라고 하는 유명한 참선 교본을 쓴 분이 바로 이 분입니다. 제3조 승찬대사에게 어린 사미가 와서 법을 물었어요.

‘저를 해탈케 해주십시오.’

그러자 스승이 말했습니다.

‘사미야, 누가 너를 잡고 있느냐?’
주위를 살펴보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무도 없습니다.’
‘내 이미 너를 해탈케 했노라.’
이렇게 해서 제4조 도신대사에게 법이 전해졌습니다.

마음의 본질을 직시하면 그것이 곧 부처

이게 선불교예요. 무슨 복잡한 지식을 배우는 게 아니에요. 손가락을 가지고 콕 찍듯이 마음의 본성을 직시한다고 해서 ‘’직지인심(直指人心)‘이라고 합니다. 자기 성품을 보게 되고, 그것이 곧 부처라는 뜻에서 ‘견성성불(見性成佛)‘이라고 합니다.

이런 선불교의 사상은 불경을 엄청나게 공부하고 연구해야 성불한다고 하는 기존의 관념을 일거에 부숴버렸습니다. 그래서 기존 불교에서는 사이비 취급을 받고, 탄압까지 받습니다. 이렇게 제5조 홍인대사를 거치고, 제6조 혜능대사에 이르게 됩니다.

혜능대사는 나무꾼이었는데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主 而生其心)’이라는 금강경 한 구절을 듣고 마음에 계합(契合)하는 바가 있어서 스승을 찾아갑니다. 그래서 아직 머리 깎고 승려도 되기 전에 제5조 홍인대사로부터 법을 이어받습니다. 이것부터가 파격이죠. 요즘으로 비유하면 해인사나 통도사 같은 큰절에 승려가 되려고 찾아갔다가 아직 머리도 깎기 전에 바로 법을 계승해서 큰절에 있는 쟁쟁한 제자들을 다 물리치고 바로 다음 스승이 된 거예요. 그래서 다른 제자들은 아무도 스승으로 인정을 안 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수난을 겪어야 했습니다.

불법은 이렇게 오래 전부터 파격적이었습니다. 법은 어떤 형식과 모양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런 법을 계승한 자를 ‘조사’라고 합니다. 한국불교는 이렇게 법을 계승한 역대전등 제대조사로부터 법을 전해 받은 거예요. 이 법은 신라 말에 구산선문(九山禪門)으로 이어져 오다가 중간에 잠시 끊어졌는데, 고려말에 태고 보우대사가 중국에 가서 석옥 청공조사로부터 다시 법을 이어받아서 계승이 됩니다. 그러다가 조선 영조 때 환성지안조사에 이르러서 탄압을 받은 후 그 법맥이 끊어집니다. 환성지안(喚醒志安)조사는 굉장히 훌륭한 스님이었는데 유생들의 모함으로 역적으로 몰리게 됩니다. 결국 제주도에 귀양을 가서 사약을 받고 순교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용성진종조사에 이르러서 이 법은 다시 계승이 됩니다. 용성진종조사는 석가여래부촉계대법 제75세입니다. 용성진종조사의 법을 동헌완규조사가 이었고, 동헌완규조사의 법을 불심도문조사가 이었고, 불심도문조사의 법을 지광 법륜 스님이 이어받아서 지금 여러분에게 이렇게 설법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전 과정을 이름하여 ‘역대전등 제대조사’라고 하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예불문의 마지막 구절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원공법계 제중생 자타일시 성불도”
(願共法界 諸衆生 自他一時 成佛道)

스님은 한 구절 한 구절 이해하기 쉽게 세세하게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고통받는 모든 중생들에게 회향하는 마음으로

“이 구절은 ‘원하옵나니 모든 중생이 함께 한 날 한 시에 불도를 성취하도록 하여주소서’ 이런 뜻입니다. 불교에서는 이것을 ‘회향’이라고 합니다. 법을 만난 가피를 나만 받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고통받는 모든 중생들이 다 같이 그 가피를 받아서 그들 또한 나처럼 성불할 수 있게 하겠다고 원을 세우는 거예요. 이것을 회향한다고 하는데, 회향이란 ‘돌려준다’ 하는 뜻입니다. 항상 여러분들이 어떤 기도를 한 뒤에는 이런 마음을 내어야 합니다.

‘내가 한 기도의 공덕이 있다면 고통받는 모든 중생에게 회향하오니 그들 또한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여지이다.’

이렇게 우리가 공덕을 나누는 것이 회향입니다. 기쁨은 나누면 나눌수록 커지고, 괴로움은 나누면 나눌수록 작아집니다. 물론 수행적 관점에서 보면 나눠주고 끝이 나지만, 공덕의 관점에서 보면 나눠줄수록 인과 법칙에 의해서 또 그 공덕이 되돌아옵니다. 마치 몇 개의 밀알을 심으면 가을에 추수할 게 많아지듯이 이 작은 공덕을 혼자 가지지 않고 나눔으로 해서 다시 공덕이 더 크게 돌아오고, 그것을 또 나눔으로써 더 크게 공덕이 돌아오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해서 복덕이 한량이 없는 부처의 경지로 나아가게 됩니다.”

이렇게 예불문 강의를 모두 마쳤습니다. 스님은 법회를 시청하는 회원들이 예불문을 직접 따라 해 볼 수 있게 목탁을 들고 그동안 배운 예불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합송을 했습니다. 그제야 뜻도 모르고 따라 하던 예불문의 의미가 가슴속 깊이 다가왔습니다.

오늘 강의한 내용 중 궁금한 점에 대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 후 수행법회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2022년도 정토회 행사 일정을 잡기 위한 온라인 회의를 한 후 하루 종일 여러 가지 업무들을 처리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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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희

회향

2022-01-01 07:09:28

묘음성

내가 한 기도의 공덕이 있다면 고통받는 모든 중생에게 회향하오니 그들 또한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여지이다.’
인과법으로 다시 나에게 돌아오고 다시 회향하고...

2021-12-24 12:12:59

굴뚝연기

<…용성진종대사는 스승으로부터 법을 얻었지마는 크게 깨치고보니까 자신이 바로 환성
지안조사의 후신임을 알게돼서 석가여래부촉법으로는 환성지안대사에서 바로 용성진종대사에게로 이어집니다.그러니까 용성진종대사는 석가여래 부촉법 제68세이고 사람과사람으로 이어진 계대법으로는75세입니다. 이것을 '석가여래 계대법'이라 합니다.>ㅡ월간정토 2017.4월호 육조단경에서ㅡ

2021-12-23 00: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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