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0.29 정토대전 경전팀 회의, 금요 즉문즉설 강연
“직장에서 불공정한 업무 분장에 화가 납니다”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발우공양을 하고 7시 30분부터 정토대전 경전팀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문경 수련원에서 새벽부터 출발한 공동체 법사님들도 발우공양을 함께 한 후 회의에 함께 했습니다.

오늘은 유마경, 미륵삼부경에 대해 각자 공부하고 발췌해 온 내용을 함께 읽고 궁금한 점에 대해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경전의 양이 많아서 그 내용을 이해하고 읽다 보니 오전 시간이 다 지나갔습니다. 스님은 유마경의 어떤 부분을 발췌해서 정토대전에 넣을 것인지 이야기한 후 미륵삼부경에 대해서도 의견을 이야기했습니다.

“미륵삼부경에서 꼭 인용했으면 좋은 문구 중에 대표적인 것이 몇 가지 있어요.

‘부처님의 법문을 들을 수 있다면
나는 지옥에 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으며
부처님의 법문을 들을 수 없다면
천상에 태어나는 것도 마다하겠다.’

이런 문구를 정토대전에 넣으면 좋을 것 같아요. 미륵상생경, 미륵하생경, 미륵성불경, 이 세 가지를 미륵삼부경이라고 하는데, 그 내용을 대략 살펴보면 이렇죠. <미륵상생경>에서는 우리가 십선행을 하여 미륵보살님이 계시는 도솔천에 태어나는 내용이 나오고, <미륵하생경>에서는 미래에 이 세상이 평화로울 때 미륵부처님이 하생하여 중생을 교화하고 열반을 증득하게 하는 내용이 나오고, <미륵성불경>에서는 미륵부처님이 하시는 세 번의 설법으로 우리 모두가 성불하게 된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다시 말해 <아미타경>이 ‘타방정토’를 보여주는 데 반해, <미륵삼부경>은 ‘미래정토’를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미래정토, 타방정토, 유심정토

정토에는 미래정토, 타방정토, 유심정토, 이렇게 세 가지 정토가 있습니다. ‘미래정토’란 우리가 수행정진하고 노력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을 미래에 정토로 만들자는 의미입니다. 즉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좋게 만들어나가자는 거죠. 반면에 ‘타방정토’는 내가 부지런히 정진해서 더 좋은 세상인 서방 정토에 태어나자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화엄경>과 <유마경>은 ‘유심정토’를 이야기합니다. ‘유심정토’란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면 이곳이 바로 정토라는 의미입니다. 자기 마음의 관점을 바꾸면 이곳이 바로 정토가 될 수 있다는 뜻이에요.

조금 더 쉽게 비유를 들어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이 세상에서 좀 더 환경이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게 ‘타방정토’입니다. 이 땅을 좀 더 환경이 좋도록 만드는 게 ‘미래정토’입니다. 관점을 바꾸면 그냥 이 조건 이대로도 좋다는 것이 ‘유심정토’입니다.

이런 내용들이 정리될 수 있도록 관련된 경전 속 인용 문구가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아요. 여러분이 만들고 있는 것은 정토대전 중에서 경전 모음집이니까 경전 모음집은 경전의 글만 읽고도 그 뜻을 바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넣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여러분이 읽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문구를 굳이 정토대전 속에 넣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오전 내내 집중해서 회의를 한 결과 준비해 온 경전에 대한 검토 작업을 다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점심 공양을 하고 나니 멀리서 손님이 두 분 찾아왔습니다. 국제지부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던 박지현 님과 아일랜드에서 활동하는 오민 님이 두북 수련원을 방문했습니다.

“잘 지냈어요?”

두 분은 스님에게 삼배를 한 후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해외에서 온 두 분을 위해 스님이 두북 수련원 곳곳을 직접 안내해 주었습니다.

“여기가 화상회의하는 곳입니다. 여기는 대중들이 잠자는 숙소이고요. 옛날 학교 교실 생각나죠? 폐교를 보수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스님의 하루에서 늘 보던 바로 그곳이네요.”

두북 수련원 전체를 안내한 후 비닐하우스와 논농사를 짓고 있는 곳도 둘러보았습니다. 오후에는 농장으로 가서 함께 고추를 땄습니다.

10월 들어 다시 날씨가 영하로 떨어졌다가 다시 따뜻해지더니 정원에는 때 아닌 때에 철쭉이 피었습니다. 그런데 또 추위 때문에 잎은 벌써 낙엽이 지는 기이한 모습이었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금요 즉문즉설 강연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시도별 밴드를 통해 15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했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가을에 어울리는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참가자 중 한 분이 재능기부로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노래를 바이올린 연주로 들려주었습니다. 온라인 공간이지만 마치 연주회 무대 앞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름다운 선율을 뒤로하고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자원봉사로 연주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많은 분들이 자원봉사로 노래도 불러주고, 연주도 해주고, 시도 읊어주시네요. 여러분 중에도 재능이 있는 분은 신청하셔서 앞으로 즉문즉설이 있을 때마다 이렇게 짧은 시간이지만 문화생활을 함께하시기 바랍니다. (웃음)

저는 며칠 전에 벼 수확을 했습니다. 벼 수확이 끝나면 이제 남은 일은 김장과 콩 타작입니다. 이렇게 저는 시골에서 농사일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어서 벼를 수확하는 영상을 함께 본 후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네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에서 한 분은 직장에서 불공정한 업무 분장과 무례하게 구는 사람들 때문에 화가 난다며 어떡하면 마음이 편해질 수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직장에서 불공정한 업무 분장에 화가 납니다

“직장인 4년 차입니다. 직장에서 일과 인간관계 모두 너무 힘들어서 스님의 조언을 구하고자 합니다. 저는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조직 특성상 불공정한 업무 분장이 너무 심하고, 제가 아직 연차가 낮다 보니까 사람들이 제게 무례하게 굴 때가 있어서 많이 화가 나고 지칩니다. 최근에는 사무실에는 막 소리 지르고 울면서 뛰쳐나간 적까지 있었어요. 어떻게 하면 직장에서 받은 상처들을 치유하고, 화나는 상황에도 잘 대처하면서 직장생활을 잘할 수 있을까요? 사실 일이 너무 많기도 하고, 사람들도 너무 힘들거든요. 조금 편해질 수 있는 방법을 스님께서 알려주시면 새겨듣도록 하겠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 따끔한 침을 한 대 놔줄까요, 쓰다듬고 위로를 해줄까요?”

“둘 다 해주세요.” (웃음)

“둘 다 해달라는 거 보니까 위로해 달라는 것 같네요. 직장생활이 아무래도 힘들죠. 옛날에는 직장생활이 지금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직장생활을 잘 한 이유는 가정생활이 워낙 힘들었기 때문이에요. 집에서 먹고 입고 자는 것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직장생활이 지금보다 훨씬 더 힘들었지만 오히려 직장에 나가서 일하는 게 더 쉽게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요즘 젊은 세대는 가정에서의 삶이 옛날에 비해서 굉장히 편안한 편입니다. 어릴 때부터 일을 일절 하지 않고 오직 공부만 하며 자랐기 때문에, 그렇게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직장에 가면 직장생활이 굉장히 힘들게 느껴질 수밖에 없죠. 직장생활 자체만 놓고 보면 선배들의 직장생활에 비교해서 지금이 훨씬 좋아졌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 입장에서 보면 직장생활이 지금까지 본인이 생활해온 것과 비교해서 매우 힘들다는 거예요.

옛날 우리 어머니 세대는 부엌에서 나무 때서 밥하고, 냇가에 가서 빨래하고, 길쌈하고, 애도 네다섯 명씩 낳아서 키웠어요. 그런데 요즘 젊은 세대는 아이 수도 적고, 아파트에 살고, 밥통으로 밥하고, 세탁기로 세탁하는 등 과거에 비해 생활이 편리해졌기 때문에, 어른들이 보면 아이 키우기가 일도 아닌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젊은 사람이 ‘아기 키우는 게 힘들다’라고 하면 할머니나 어머니 세대는 ‘그것도 안 하고 어떻게 사느냐’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그러나 젊은 세대 입장에서 보면 지금까지 부모 밑에서 자라온 삶에 비해서 직장생활이며 아기 키우기가 엄청나게 힘든 겁니다.

이처럼 우리가 ‘힘들다’ 하는 건 다 상대적인 거예요. 우선 질문자의 입장에서 보면 힘들다고 말하는 게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래서 심심한 위로를 보냅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질문자는 지금 직장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다고 얘기했어요. 그러면 우리의 일반적인 관습이 어떻습니까? 군대든, 절이든, 직장이든, 어디를 가든 처음에 들어가면 신입이라고 해서 좀 심부름을 해야 하는 문화가 있는 건 사실이잖아요. 그러니 신입으로 들어가면 조금 심부름을 해야 합니다. 출근도 조금 먼저 하고, 청소도 하고, 식사를 하거나 행사 준비를 할 때 필요한 게 있으면 갖다 나르기도 하고요. 이런 것은 우리의 사회적인 관습입니다.

질문자 세대가 집에서 자라고 생활할 때는 아이가 한두 명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걸 거의 어머니가 다 해주지 아이들이 잘 안 해요. 그런데 저희 세대가 자랄 때는 부모님이 해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그런 잔일은 다 아이들이 했어요. 이처럼 어떤 경험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서 힘들다고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는 겁니다.

20년 전에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발발했을 때 제가 아프가니스탄에서 4년 정도 구호활동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어떤 집에 초대를 받아 갔는데 그 집 아이가 일곱 명이었어요. 일곱 살 아이가 과일을 가져오면서 벌써 손님을 접대했습니다. 아홉 살 아이는 물을 떠서 손을 씻도록 해주었어요. 그곳은 물이 귀하니까 언니가 동생보다 더 중요한 책무를 맡은 거예요. 어릴 때부터 이렇게 생활하다가 직장에 가면 처음에 일이 좀 많아도 아무 문제가 없겠죠.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해보다가 직장에 가면 질문자처럼 힘들다고 느끼는 게 당연해요.

이처럼 집안에서 생활하는 것과 사회생활이 옛날에 비해 많이 달라졌어요. 옛날에 우리가 자랄 때는 집에서의 생활이 사회생활보다 더 힘들었어요. 조그마한 방 하나에 신혼살림을 차려도 잘 살았던 이유도 알고 보면 상대적인 거예요. 집에서 살 때는 한 방에 형제 대여섯 명이 같이 살았는데, 그래도 결혼하면 방 하나에 부부 둘만 살잖아요. 그러니 결혼을 해서 살림을 따로 차리면 결혼하기 전보다 조금 여유가 생기게 되었던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자녀가 한 명 내지 두 명이니까 부모님 집에 각자 자기 방이 있고, 응접실도 있고, 부엌도 따로 있어요. 또 집안일도 분담하지 않고 어머니가 빨래하고 밥하고 다 해주는 편이죠. 이렇게 자라서 결혼을 하면 어떨까요? 신혼집은 보통 자기가 살아온 집보다 작은 곳을 구하게 마련입니다. 안 하던 밥도 해야 하고, 안 하던 빨래도 해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하고요. 그러니 결혼생활이 어려운 게 아니라 생활 자체가 어려운 겁니다. 그래서 신혼이 힘들어지는 거예요.

질문자의 경우 지금과 같은 마음이라면 직장생활을 하기가 어렵다고 말할 수 있어요. 아무리 민주화가 되고 제도적인 평등이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관습은 남아 있거든요. 인도의 경우도 계급 차별이나 성차별이 법적으로는 다 없어졌다곤 하지만, 시골에 가면 아직도 전통적으로 남녀차별이며 계급 차별이 그대로 남아 있잖아요. 관습적으로도 차별이 없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리는 겁니다.

신입 사원이 입사하면 심부름을 더 많이 하도록 되어 있는 직장 문화도 마찬가지예요. 제도적으로는 평등하게 되어 있다 해도 일반적인 삶의 관습은 남아 있는 거죠. 이게 개선되려면 시간이 좀 걸립니다. 옛날에 비해서는 물론 많이 좋아졌지만,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젊은이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공평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제가 볼 때는 젊은이들이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것도 잘못이 아니고, 선배들이 기존의 관습대로 하는 것도 잘못이 아니에요. 이건 관점이 서로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부당한 행위가 노동법에 규정된 법규에 위반될 정도라면 고소를 해야 해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되는지는 질문자가 관련 법규를 찾아보면 됩니다. 부당노동행위라면 법에 보장된 자기 권리를 찾을 줄 알아야 해요. 그런데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할 만한 건 아니고 관습적인 문제, 즉 커피를 끓여오라든지 심부름을 좀 시킨다든지 이런 정도의 문제라면, 직장생활에서는 이걸 조금 수용하는 게 필요해요. 그걸 수용하지 않고 계속 불평을 하면 선배들에게 밉보여서 직장생활에 조금 어려움이 생깁니다. 왕따를 당한다든지 여러 가지 불편함이 있을 수 있죠.

법적으로 보장된 것에 대한 부당한 행위는 사회 정의적 측면에서라도 고발을 하고 개선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런데 법적인 문제까지는 아니고 관습적인 문제일 때는 그걸 너무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좀 수용을 해야 해요. 그렇다고 수용하는 게 지나쳐서 불법적 행위를 눈감아주거나 노동착취 상황까지 수용한다면 그건 사회 정의적 측면에서 맞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법적인 것이 아니라 관습적인 것이라면 너무 저항하고 힘들어하고 문제제기를 하면 해결책이 없습니다. 고발해봐야 법적 처벌이 안 되니까요. 그러면 본인만 회사 내에서 ‘성격이 좀 안 좋다’ 이런 평가를 받게 되니까 직장생활도 어려워져요.

그런 면에서 질문자도 어느 정도 수용을 하는 쪽으로 생각을 바꿔보면 좋겠어요. 직장생활에서 일이 좀 많다는 것도 어느 정도 수용해야 해요. 고참들은 조금 한가한 것 같고, 본인은 일이 많은 것 같지만, 이 정도는 ‘배운다’ 이렇게 생각하고 그냥 수용해보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관습적인 문제든 뭐든 나는 이런 부당한 곳에서는 생활하고 싶지 않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사표를 내셔야 합니다. 사표를 내고 본인이 좀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게 좋아요. 그런데 공무원이라면 우리 사회에서 조금 보장된 직업이자 많은 사람들이 취직하고 싶어 하는 곳 중 하나잖아요. 이런 것 때문에 사표를 던지고 나간다면 나중에 질문자가 후회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다니는 직장에 조금이라도 더 적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질문자가 지금 정신적으로 조금 예민해져 있어요. 보통 사람 같으면 별거 아니라고 넘어갈 것을 질문자는 굉장히 민감하게 대응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시간이 나면 한 번 병원에 가서 심리 상담을 해보는 게 좋아요. 진료를 받아보니 약간 초기 우울증이 있다고 하면 약을 먹으면 되고, 상담이 필요하다면 상담을 해서 심리적 안정을 취해야 해요. 지금은 심리가 약간 불안하고 굉장히 예민한 상태입니다. 다른 사람은 별 거 아니라고 할 만한 일에 본인만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거든요. 질문자가 지금 문제 제기한 정도의 얘기는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심리가 안정된 사람에게는 사실 별게 아닙니다. 그냥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는 얘기예요. 또 조금 힘들면 상사한테 약간 농담조로 유머러스하게 하소연도 할 줄 알아야 해요.

‘선배님, 제가 아직 익숙하지 못해서 힘드니까 조금만 봐주세요. 익숙해지면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지금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요. 이런 심리가 지속되면 자꾸 도망가고 싶어 지고,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왕따 당하는 기분이 들 거예요. 아무도 질문자를 왕따 시키지 않고, 아무도 질문자를 괴롭히려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각자 자기 습관, 자기 업식, 자기 성질대로 할 뿐이에요. 나를 일부러 괴롭히려고 그러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게 나하고 지금 안 맞는 거예요. 질문자는 지금 다른 사람들이 본인을 괴롭히는 것 같고, 일부러 못 살게 구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건 굉장히 주관적인 느낌이에요. 그런 생각을 계속하다 보면 결국 직장생활을 계속하기 어려워집니다.

첫째, 이 정도는 별 일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합니다. 제삼자에게 물어봤더니 그 정도는 별 일 아니라고 하는 경우, 직장생활을 하려면 이 정도는 수용해야 합니다. 문제를 느껴서 법률적인 걸 찾아봤지만 꼭 법률적인 위배라고 할 수가 없다는 결론이 나면 좀 수용하고 적응을 해야 해요.

둘째, 병원에 가서 좀 체크를 해보세요. 직장생활 때문인지, 신체적 건강 때문인지, 다른 일 때문인지는 몰라도 지금 질문자는 좀 예민하게 반응하는 상태예요. 진료를 받아서 심리적 안정을 좀 시키면 이런 일 정도는 별 일 아니라고 여기고 웃으면서 해결할 수도 있어요.

가령 ‘내가 커피 끓여주려 여기 왔느냐!’ 이렇게 싸울 일이 아니에요. 그 정도 갖고는 고발해도 상대방이 면책당할 정도는 안 되거든요. 이건 관습적인 거니까요. 물론 그게 잘못된 건 사실이에요. 그러나 잘못된 것을 시정할 때도 조금의 시간을 둬야 합니다. 한 번 정도는 해주고, 한 번 정도는 거부 의사를 표현하고, 그래도 반복이 되면 ‘어떻게 하면 이걸 막을까’ 이렇게 연구해 보세요. 그렇게 해서 나 때문에 그 사람이 도망을 가도록 해야 합니다. 그 사람 때문에 내가 도망가면 내가 종노릇을 하는 거예요. 지금 질문자는 그 사람들로부터 피해자가 되어 있는 거예요. 직장 상사가 ‘아이고, 신입사원 때문에 힘들어 죽겠어요’ 이러면서 스님한테 상담하러 오도록 해야 할 텐데, 질문자는 지금 ‘상사 때문에 못 살겠다’ 이러면서 본인이 스님한테 상담하러 왔잖아요. 이건 질문자의 심리가 좀 약한 상태여서 그래요.

그러니 심리적 상담을 해보고, 치료가 필요하면 치료를 먼저 해보시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별 일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해요. ‘직장 다니려면 뭐 이 정도는 적응해야지’ 이렇게 가볍게 받아들여 보세요.”

“감사합니다.”

이어서 스님은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방청객에게 마이크를 넘겼습니다.

“혹시 이 문제에 대해서 말씀 나눠주실 분 계십니까? 고참으로서 약간 조언을 해주든, 신참으로서 조금 문제 제기를 해주든, 어느 쪽이든 좋습니다.”

한 분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었습니다.

“잠깐 휴직을 할 수 있으면 휴직을 해보시길 권유드립니다. 다른 일을 아르바이트 삼아서 잠시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면 지금 하고 있는 공무원 일이 정말로 편안하고 좋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예전에 허드레 일을 하다가 학원 강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게 큰 도움이 되었거든요.”

또 다른 한 분도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현재 영국에 살고 있고, 직장 내 ‘갑질’을 좀 당해봤어요. 일단 저는 백인이 아니니까요. 예를 들어 근무 외 시간인 새벽에 나와서 뭘 좀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그런 부탁을 처음에 세 번 정도 받았을 때는 저도 처음이고 적응을 해야 하니까 응해줬어요. 그러다가 네 번째 부탁할 때 점잖게 얘기했어요.

‘세 번 정도는 제가 했으니까 이번에 다른 분한테 부탁 좀 해보시면 어떨까요?’

스님 말씀처럼 처음 몇 번은 응해주는 척하다가 그다음은 ‘아, 죄송한데 제가 이거는 좀...’ 이런 식으로 말해보세요. 그렇게 하면 상대도 아무 말 못 하더라고요.”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신랑은 제가 개인적인 용무로 외출하는 것에 굉장히 불편해합니다. 신랑에게 어느 선까지 맞춰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재혼 가정인데 아이들 양육문제에서도 제가 말만 했다 하면 계모 취급을 합니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몸이 많이 아파요.
  • 재혼 16년 만에 남편이 여자가 생겨 짐까지 챙겨 나갔습니다. 남편은 돈과 재산을 분할해 달라고 협박을 하고 있고, 안 주면 친정 식구들 다 죽인다고 합니다. 어떡하죠?
  • 믿었던 선배 동료에게 뒤통수를 맞게 되었습니다. 직장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 동료들과는 거리를 두고 싶은데 어떡하면 좋을까요?

대화를 다 나눈 후 스님은 질문자들에게 한 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로 힘들어하는 질문자도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오늘 다른 분들 얘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더 편안해졌어요. 내 고민도 저런 여러 고민 중의 하나일 뿐인데 내가 너무 크게 받아들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각자 힘들어하시는데, 저는 제 고민이 아니니까 막상 심각해 보이지는 않았거든요. 그래서 ‘아, 내 고민도 다른 사람들한테는 그렇게 보이겠구나. 나는 막 심각하게 생각해서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큰 게 아닐 수도 있겠다’ 하고 깨달았습니다.”

질문자의 소감에 이어서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원래 아무 일도 없습니다

“이 세상에 실제로 큰 고민은 없습니다. 결혼했다가 이혼한다면 큰 고민인 것 같죠? 스님 같이 결혼을 아예 안 해본 사람도 있는데, 한 번 해본 것만 해도 엄청난 좋은 일이잖아요. 이미 좋은 경험을 했는데 헤어지는 게 뭐 그리 큰일이겠어요? 마찬가지로, 재혼해서 헤어지는 게 뭐 그리 큰일이에요? 아무 큰일도 아니에요. 큰일로 삼으면 큰일이 되지만, 한발 떨어져서 보면 원래 이 세상에는 아무 일도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즉문즉설을 듣고 인생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여러분께서 이 즉문즉설을 많은 분들에게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렇게 듣는 것만으로는 잘 안 된다 싶은 분은 안내자와 대화를 하면서 공부하는 행복학교 모임에 참여해서 공부를 더 해나가시기 바랍니다.”

다 함께 행복학교를 소개하는 영상을 본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을 한 후 오전에는 JTS 복지 특강을 생방송하고, 낮에는 산 윗 밭에 겨울 채소 심을 준비를 하고, 오후에는 청년들을 위한 ‘청춘톡톡’ 즉문즉설을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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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이 세상에는 실제로 큰일은 없구나.. 가볍게 산다 감사합니다

2021-11-06 13:01:43

지현

감사합니다 "아무일도아니다"라는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2021-11-04 10:03:26

안녕하세요..댓글 읽다가 실수로 박영준님 댓글에 신고 버튼을 눌러버렸습니다ㅠㅠ
죄송합니다..박영준님이 이글 읽으시면 오해 없으시길 바래요 ..

2021-11-02 11:3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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