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9.29 평화재단 조찬 모임, 수행 법회
“돌아가신 분의 유품을 버리기가 아까운데, 사용해도 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서울 정토회관에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서울 공동체 대중과 함께 새벽 예불을 함께 했습니다.

천일결사 기도를 마치고 오전 7시부터 평화재단에서 북한 전문가들을 맞이했습니다. 조찬을 함께 하며 북한 전문가들과 최근 남북 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대해 정보를 교류하고 토론했습니다.

오전 10시에는 목판화의 대가 정비파 작가의 전시회에 초청을 받아 예술의 전당을 방문했습니다. 정 작가님은 오랫동안 우리 국토의 판각을 통해 통일운동을 해 온 작가이며, 스님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활동에 지지하는 마음을 담아 서울 정토회관에 ‘지리산 천왕봉’ 작품을 보내주기도 했던 분입니다.

전시관에 들어가니 높이 2.8m, 길이 32m의 압도적 크기의 목판화가 펼쳐졌습니다. 그림에는 파도처럼 너울진 백두대간 자락이 켜켜이 늘어섰습니다. 그 위 창공을 천연기념물인 흰꼬리수리가 훨훨 날아올라 한라산에서 백두산으로 향하는 긴 여정이 아주 섬세하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다시 평화재단으로 돌아와 연이어 스님을 찾아온 손님들과 미팅을 가졌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 30분에는 수행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저녁반 정토회 회원 7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먼저 지난 주말에 있었던 온라인 정토회 정식 출범을 위한 임원 선출 결과를 발표한 후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공유할 내용이 많아서 오늘은 세 명만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망자의 물건들을 어떻게 정리하는 게 맞는지 걱정이 된다며 질문을 했습니다.

돌아가신 분의 유품을 버리기가 아까운데 사용해도 될까요?

“2주 전에 한 동네에 사시는 친한 시댁 조카님이 주무시다가 갑자기 뇌출혈로 돌아가셨습니다. 남편과는 어릴 때부터 가족처럼 지내오던 조카님이라 유품 정리를 도와주러 갔는데, 거기에 아직 사용하지 않은 새 옷과 신발들이 있기에 불태우기도 아깝고 버리기도 아까워서 집으로 가지고 왔습니다. 그런데 모시고 사는 시어머니께서 망자의 물건을 가져왔다며 엄청 화를 내시면서 당장 버리라고 하십니다. 이 망자의 물건을 어떻게 정리하는 게 옳은지요? 버려야 하는 건지, 써도 되는 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해서 질문드립니다.”

“망자의 물건을 사용해도 아무 문제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전통문화에서는 망자의 물건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망자가 사용했던 물건을 다 불에 태웁니다. 거기에 망자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손때가 묻어 있는 물건에 망자의 혼이 남아 있다. 그런 물건을 집에 가져오면 귀신이 따라온다.’

옛날에는 이렇게 믿었기 때문에 망자의 물건 대부분을 불에 태웠어요. 그래서 장례를 치르게 되면 망자가 입었던 옷가지를 모두 산소까지 가지고 가서 그 앞에서 다 태웠습니다.

아마 시어머니는 그런 문화에 익숙하신 분이니까 망자의 물건을 가져왔다고 화를 내신 것 같아요. 사실 물건은 그냥 물건일 뿐이죠. 사용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질문자가 시어머니하고 같이 안 살면 사용해도 괜찮은데, 같이 살다 보니 시어머니 말씀을 안 따르면 곤란해질 수 있어요. 앞으로 집에서 조그마한 사고나 문제가 생기기만 하면 ‘네가 망자의 물건을 가져와서 집에 우환이 생겼다’ 이렇게 시어머니가 불평을 할 겁니다. 그래서 질문자의 이번 행동이 갈등의 요인이 될 확률이 매우 높아요.

물건이 조금 아깝고 쓸 만하다고 해서 집안 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현명한 태도는 아닙니다. 그러니 그 물건은 굳이 ‘망자의 물건’이라고 말할 필요 없이 주위에 그 물건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기부를 하는 게 좋습니다. 물건이 깨끗하다면 자선단체나 다른 곳에 기부를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어머니가 안 계신다면 본인이 필요할 경우 얼마든지 써도 되지만, 지금 질문자는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잖아요. 사람이 살다 보면 집안에 이런저런 일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넘어지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요. 시어머니는 그럴 때마다 ‘네가 망자의 물건을 가져왔기 때문에 귀신이 따라와서 그렇다’ 이렇게 생각하기가 매우 쉽습니다.

망자의 물건을 써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물건은 물건일 뿐이에요. 경전의 표현을 빌리자면 ‘제법(諸法)은 공(空)하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아직 전통문화 속에 있는 분이라는 사실을 고려해야 해요. 전통문화에서는 망자의 물건을 망자와 함께 태우지, 그것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질문자는 그런 시어머니와 같이 사는 입장에 놓여 있기 때문에,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기증하는 것이 오히려 질문자가 그 물건을 직접 활용하는 것보다 더 큰 이익이 될 겁니다. 그러니 너무 고민하거나 갈등하지 마시고 그 물건이 필요한 곳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해요.”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20대 내내 뭔가 이유 없이 내쳐진 느낌의 원인을 찾다가 지금은 그것이 고부갈등으로 인해 아픔을 겪은 엄마에게서 온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부갈등이 혹시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나온 결과물은 아닐까요? 이런 아픈 문화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제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 요즘 기업에서 ESG경영이 중요해지면서 그에 따른 표창도 많아졌습니다. 정토회나 JTS에서 자원봉사 인증을 해주는지 궁금하고, 표창 여부와 상관없이 수행자로서 어떤 자세로 봉사를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서 스님이 질문자들에게 한 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망자의 물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고민하던 분도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스님께 질문드리기 전에는 많이 불안하고 혼란스러웠습니다. 제가 따로 다니던 절의 스님께도 물어보고, 알고 지내는 무속인에게도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답변이 여러 갈래라 너무 혼란스러웠어요. 그런데 스님께서 불교적인 관점도 있고, 철학적인 관점도 있지만, 자신을 닦는 수행적 관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던 말씀을 이번에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법문을 끝마친 후 스님은 곧바로 접견실로 이동하여 찾아온 손님과 늦은 시간까지 미팅을 가졌습니다. 밤 12시가 넘어서 서울에서의 바쁜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새벽 4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두북 수련원으로 이동하고, 오전 7시부터 농사일을 한 후 하루 종일 공동체 법사단과 정토 대전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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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43

0/200

루완다

저도 안좋은 일이 자꾸 생겨 망자의 물건의 가져와서 사용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마음이 찜찜했는데 현답을 주시네요~

2023-08-24 17:23:48

알비노니

잘 보고 갑니다

2023-05-03 22:03:22

김성례

처음이라아직질문은생각나나면드릴께요
감사합니다

2023-01-28 07:4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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